'어쿠스틱 라이프'에서의 그의 모습 (출처 : 웹툰 '어쿠스틱 라이프')

오는 28일, VR 플랫폼을 여는 '오큘러스 VR'이 정식으로 출시됩니다. '360도'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를 특징으로 한 '가상현실'이라는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이 정식으로 걸음마를 시작하는 거죠. 예로부터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와 가상 현실은 게임업계에서도 관심이 높았고, 오큘러스 VR 역시 런칭 타이틀로 약 30종의 타이틀을 내놨습니다.

그 중 눈에 띄는 타이틀이 있었는데요, 바로 '스매싱 더 배틀'입니다. '난다' 작가가 연재 중인 웹툰 '어쿠스틱 라이프'에 가끔 등장하기도 하는 '한 군', 한대훈 대표가 바로 '스매싱 더 배틀'을 만든 개발자입니다. 독특한 점은 다른 게임과는 달리 '1인 개발작'이라는 것이죠. 원래 '스매싱 더 배틀'은 모바일로 개발되고 있었지만, PC와 콘솔(PS4), 그리고 VR까지 아우르는 멀티플랫폼 게임이 됐습니다.

1인 개발작으로도 멋진 퀄리티를 보여준데다가, '오큘러스VR'의 런칭 타이틀로 포함되기까지 한 '스매싱 더 배틀'. 더욱 독특한 점은 바로 게임에 대한 '개발 일지'를 블로그를 통해 공개하기도 했다는 점이죠. 과연 1년이 넘는 개발 기간 동안 스튜디오 HG의 한대훈 대표는 얼마나 많은 일들을 겪었을까요?

'스매싱 더 배틀'의 개발자인 한대훈 대표를 만나서 그동안의 개발 과정과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스튜디오HG의 '한 군', 한대훈 대표


Part l - '스매싱 더 배틀'에 대하여…


Q. 먼저 이번에 출시되는 '스매싱 더 배틀'에 대해서 간단히 소개를 부탁합니다.

=음, 일단 '스매싱 더 배틀'은 근미래의 거대 공사 현장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루는 게임입니다. 엄청 큰 규모의 현장이 있는데, 거기서 갑작스러운 해킹으로 인해 공사 중인 로봇들이 인부들을 공격해요. 그 과정에서 주인공 중 한 명인 '사라 오코넬'의 동료가 크게 다쳐서 갇히게 돼요. 사라는 시큐리티 매니저 로리엔과 연락을 해서 조치를 취해주길 바랐지만, 지금 당장은 방도가 없고 하루는 기다려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다릴 수 없어서 동료를 구출하기 위해 직접 나서게 됩니다. 그리고 게임이 시작되죠.

게임은 간단히 '액션 아케이드' 장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아케이드 형식의 액션 게임과 탄막 슈팅 게임을 근접 전투로 해석한 게임이랄까요?


Q. 요즘 많이 말하는 '액션 RPG'가 아니라 '액션 아케이드'라고 하는 게 좀 독특하네요. 이유가 있나요?

'스매싱 더 배틀'은 오락실에서 볼 수 있던 게임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그래서 좀 힘들었죠. 흔히 말하는 벨트 스크롤식 액션 아케이드 게임은 심플하잖아요? 두 시간 정도면 깰 수 있는 코인 플레이 형식이니까요. 그런 게임 형태로 재미를 추구하는 게 쉽지는 않더라고요.

RPG라고 하면 파밍이 주요소가 되니까, 요즘은 유저들이 다양함에서 크게 기대를 안 하는 것 같아요. 자동도 많이 들어가고, 적들은 이런저런 공격을 하고 육성을 하는 식이죠. 적 패턴부터 다양하게 만들어놓으면 공략을 해야 하고요. 저는 예전 오락실 게임들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원 코인 클리어라고 생각해요.

그러려면 일단 모든 캐릭터들이 맞으면서 싸운다는 전제조건이 없어야 합니다. 거기에 대해 나름의 해법을 준비했고, 오락실 게임에서 볼 수 있었던 기믹들을 좀 넣어봤어요. 왜, 그런 거 있잖아요? 화면이 까매지면서 눈만 보인다던가, 갑자기 하늘에서 쇠공이 덜어진다던가 하는 장애물요. 그런 걸 많이 활용했어요. 모바일 버전을 만들려고 했을 때는 그런 컨셉이 없고 액션만 있어서…자동전투를 넣을까 하다가 그건 좀 아닌 것 같았어요.

자동전투를 안 넣었으니까, 그만한 의미가 있어야 하잖아요? 그런 걸 찾아보니 오락실 게임들을 보게 되더라고요. 자동전투를 할 수 없는 컨셉이니까. 옛날 오락실 스타일을 최신 트렌드에 맞게 만들어보자는 게 목표였어요.


조작감을 높이려고 여러 가지 요소를 넣어봤는데, 일단 가장 큰 특징은 모든 동작에서 캔슬이 가능하다는 거. 이게 포인트거든요. 회피로 모든 동작을 캔슬할 수 있어요. 순발력으로 살아남는 거죠. 공격할 때는 회피할 수 없고 그런 게 없이, 어느 타이밍이든 회피해서 원 코인 클리어를 하고 싶은 게임으로 남고 싶어요. 전투 스타일은 '베요네타'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어요.

물론 게임 내에 업그레이드가 있긴 해요. 그런데 이게 필수 요소는 아닙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DJMAX를 되게 좋아하는데도, 잘 하는 편은 아니라서 곡을 클리어해도 퍼센티지가 잘 안 나와요.

'스매싱 더 배틀'을 하면서도 클리어를 못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진행을 하면서 난이도는 계속 올라가니까요. 업그레이드를 하면 게임이 조금 쉬워져요. 그런 의미에서 넣은 거지 '어느 정도 업그레이드를 안 하면 진행을 할 수 없다'는 방식은 아니에요. 잘 하시는 분들은 업그레이드 없이도 클리어하실 수 있을 거예요.

액션 게임을 잘 못하는 분들을 위해서 시간을 들여서 업그레이드를 하면 엔딩을 볼 수 있도록 해놓은 거죠. 지겹지는 않을 겁니다.


Q. '사라 오코넬'과는 달리 '마리 루시'는 처음엔 고를 수 없는데, 2회차 플레이 형식으로 들어가 있는 건가요?

음, '마리' 캐릭터가 2회차는 아닙니다. '사라 오코넬'과 '마리 루시'는 스타일도, 이야기도 완전히 달라요. 사라 오코넬로 엔딩을 보면 그다음 이야기가 마리 루시로 이어지는 형식이에요.

일단 두 명 전부 '자석'이 있습니다. 그리고 '사라 오코넬'은 지뢰나 자석으로 적을 끌어 모아서 스패너로 몰살하고, 적의 공격을 피하면서 자석을 배치를 잘하는 게 핵심이에요.

마리 루시는 로봇을 부른다던가, 부른 로봇을 자폭시켜서 몰살시키는 형태에요. 그리고 실드를 발동해서 발사체를 막기도 하고요. 애초에 두 명의 운영 타입이 완전히 다른 편이에요. 이렇게 전투의 방식을 나누는 게 힘들었어요. 기존 아케이드 게임의 문법이나 스테이지 형식을 들고 왔는데, 플레이 방식은 지금은 많이 안 쓰는 방법을 택하려고 노력했어요.

▲ '스매싱 더 배틀' 공식 런칭 트레일러

요즘은 한 번 스킬을 쓰면 적을 다 쓸어버리는 공격들이 많잖아요? 게임을 해보시면 알겠지만, 스킬 하나하나는 다 잘 안 맞아요. 사라의 거대 스패너 스킬도 제대로 안 쓰면 한두 명밖에 못 잡죠. 마리 같은 경우는 로봇이 자폭할 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대미지 범위가 늘어나요. 근데 너무 커지면 로봇이 폭발하면서 대미지를 못 주죠.

두 캐릭터가 전부 적을 한 번에 효율적으로 몰살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그걸 플레이어가 직접 만들어나가는 형식입니다. 이걸 이해하시는 분들은 정말 재미있게 게임을 해주시더라고요. 이해하지 못한 분들은 그냥 공격하시고 회피하시다가 끝내기도 했고요. 그래서 평가가 좀 나뉘는 편이에요.


Q. 원래 게임을 모바일로 만들고 있었잖아요? 그런데 VR부터 출시하게 됐어요. VR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계속 게임을 만들다 보니까 제가 추구하는 방향이 모바일하고는 좀 안 맞는 느낌이 있었어요. 현재 대부분의 모바일 게임은 자동전투를 하면서 파밍을 하는 방식인데, 개인이 만드는 게임은 그렇게 의미가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레이븐이 정말 잘 만든 게임인데, 그 정도의 퀄리티를 혼자서 하기엔 좀 무리가 있잖아요?

그래서 '스매싱 더 배틀'은 순수하게 컨트롤로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려고 했어요. 그러다보니 모바일에서는 거의 수익을 노리기도 힘들 것 같았고요. 그 타이밍에 오큘러스에서 미팅을 해보자고 연락이 왔어요. 처음에는 '3인칭 액션 게임을 VR로 왜 해?' 했었는데, 게임을 막상 돌려보니까 가능성이 보이더라고요. 오큘러스 쪽에서도 긍정적인 답변을 주셔서 VR로 제작하게 됐어요.

VR은 기본적으로 패드 컨트롤을 써요. 패드 컨트롤을 선택하면서 제약이 좀 사라지니 이럴 거면 PC나 콘솔 버전도 나중에 만들어보자고 마음먹었죠. PS4 버전도 좀 일찍 출시하고 싶었는데, 출시에 앞서서 해야 하는 서류 작업들이 개인이 감당하기가 좀 힘들더라고요. 오큘러스는 먼저 런칭 일자가 잡혀서 진행됐고요.

어떻게 보면 '스매싱 더 배틀'이 초기에 달성한 게 정말 많은 것 같아요. 다음 게임으로는 이렇게 하기도 힘들 것 같아요. 플랫폼을 여는 첫 타이틀이기도 하고 그만큼 버프도 받을 수 있을테니까…GDC에서도 전시되기도 했고요. 이런 기회는 앞으로도 받기 어려울 것 같아요.


Q. 그러고 보니 개발자 블로그를 통해서 게임 개발 과정을 전부 공개했는데, 게임의 개발 과정을 공개한 이유가 있나요?

사실 처음에는 3개월 만들고 나서 그만둘 예정이라서 게임을 무료로 풀려고 했었어요. 근데 상황이…시간을 너무 들이다 보니 최소한의 금액을 벌지 않으면 위험한 상황이 된 거죠. 1년이나 개발했는데, 그 시간을 날릴 순 없잖아요. 그렇게 하다 보니까 프로젝트가 완전히 망했을 때, 정신승리라도 하고 싶어서 개발 과정을 올리게 됐어요.

게임에 의미라는 걸 두고 싶었달까요. 게임이 망해도 뭔가 남기고 싶은 거예요. 그때 개발 과정을 기록해두면 다른 사람이라도 이런 과정을 거쳐서 완성이 됐구나 하는 걸 봐주지 않을까? 누군가가 봐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존재했던 의미가 있지 않을까 있어요.


또 다른 건, 제가 이렇게 개발 과정을 올려도 아무도 안 할 거라는 생각도 있었어요. 모바일에서 이런 컨트롤 게임은 아무도 안 만들 거예요. 대세를 비껴나가려고 만든 게임이니까…배경도 SF고, 스토리도 꽤 깊게 들어가 있어요. 지금 대세에서는 많이 비껴가 있죠. 이야기를 해보면, SF가 국내에선 그리 인기가 없어서 그런지 해외 유저분들이 많이 좋아해 줬어요.

여기서 좀 재미난 일화가 있는데, 스팀에 올려서 그린릿이 됐잖아요? 그런데 거기 댓글이 달려있더라고요. 누가 이런 캐릭터 가슴만 큰 게임이 있냐고 욕을 하셨는데 어떤 게이머가 반박을 해줬거든요. 이 게임이 얼마나 유니크한지 아냐고, 좀비가 안 나오고 SF 게임이라고. 그것만으로도 유니크한 게임이라고 반박을 하셨더라고요.

외국 유저가 그렇게 이야기를 한 거 보고 생각해보니, 미국은 좀비가 안 들어간 게 없구나 싶더라고요(웃음). 미국도 한국처럼 비슷한 게 있는 것 같아요.


Q. 원래 일러스트와 모델링은 지금보다 좀 더 섹시(?)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약간 수정이 된 이유가 있나요? 혹시 심의 관련 문제인가요?

=심의 관련해서라기보단 일단 좀 수정할 필요가 있었어요. 오큘러스 버전은 공식적인 자리에 나가야 하니까요. 게임데이 행사라던가, GDC 버전도 있으니 어느 정도 노출을 줄여야 했어요. 그런데 혹시 알아요? 정식 버전에서는 어느 이름 모를 유저가 코드를 하나 공개하지 않을까요? 원래 복장이 나오는 코드를요. 음…누군진 모르겠지만요.

- 그렇군요. 누군진 몰라도 그거 참 고마운 유저분입니다.

그렇죠? 아무튼 이게 플랫폼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어요. 혼자서 독단적으로 진행할 수 없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캐릭터 별로 다양한 코스튬도 준비되어 있다고 합니다.


Part ll - '아버지', 그리고 '게임 개발자'


Q. 개발 과정과 SNS를 보면서 느낀 건데, 꾸준히 육아에 대한 이야기도 포함되어 있었어요. 육아와 개발을 병행하는 게 정말 쉽지 않았을듯합니다.

다들 그렇게 묻더라고요. 아이가 없으신 분들은 '아니, 애도 없는데 어떻게 만들었냐?' 하시고 아이가 있으신 분은 '아니, 애도 있는데 어떻게 만들었냐?'고요.

우선 전 쉬는 시간을 극단적으로 줄였어요. 모임도 빠지고 최대한 밖에 안 나갔어요. 개발하시는 분들이 자근자근 모임이 많은데, 그런 모임도 게임을 빨리 만들고 싶어서 대부분 참여를 못했죠.

그래도 가장 컸던 건, 아마 일하는 데 로스가 없어서였던 것 같아요. 원래 일을 좀 하려면 중간에 예열이라고 해야하나…부팅이 좀 필요하잖아요? 그런데 전 그냥 일어나면 리드미컬하게 컴퓨터를 켜고 바로 작업에 착수하고. 정말 만화가 현실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그렇게 일을 했던 것 같아요. 참 힘들었죠.

그래도 아내가 꽤 좋아했어요. 육아를 함께 할 수 있는 기회였으니까. 저로서도 좋은 타이밍이었던 것 같아요. 딱 개발을 하는 시점이 애가 세 살, 네 살, 다섯 살이 되던 타이밍이었거든요. 그때 계속 집에 있었으니까 애가 어린 시절을 기억할 수 있을 즈음에 아빠가 계속 옆에 있었다는 것 자체가 저로서도 너무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딸에게도 좋은 일이지 않을까요? 야근이래 봐야 집에서 하는 야근이니까요.


Q. 따님이 게임을 직접 플레이를 해보는 것 같던데요?

어우, 잘해요. 예전에는 좀 잘 못했었어요. 적당히 타게팅을 보정해주는 오토 타겟 기능이 살짝 들어가 있는데, 그거로는 처음에 버텼죠. 요즘에는 아날로그 스틱을 나름 잘 쓸 줄 알아요. 아이가 아빠 게임해보고 싶다고 하면 정말 고맙죠.

전 쉬운 게임보다는 적당히 어려워서 재미난 게임을 만들고 싶어요. 왜냐하면 VR도 지금 말고는 타이밍을 못 잡을 것 같다고 해야 할까요? 흔히 말하는 게임성, 재미난 게임으로만 똘똘 뭉치지 않고 어느 정도 공식이 정해지 않을까 싶어서요. 그래서 초기 VR 시장이 재미있는 것 같아요.

유저분들이 보기에는 매력적인 캐릭터도 안 나오고, 그래픽도 엄청 좋은 게임이 몇 없다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플레이해보고 느낀 건 다들 재미있거든요. 그런 색채로 갈 수 있다는 것 자체로 좋은 것 같아요.


Q. VR 플랫폼은 처음이실 텐데, VR로 게임을 개발하면서 기존과 다른 걸 많이 느꼈을 것 같습니다.

=VR 게임을 보면서 쉽게 하는 오해들이 좀 있어요. FPS인데 이동도 못하면 무슨 재미냐 하시는 걸 많이 봤거든요. 전 그게 아니라 '이동을 안 하는 FPS를 만드는 것' 자체가 새로운 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플랫폼마다 게임이 다 다르잖아요? VR은 이동을 배제한 새로운 문법이 나와야 한다고 봐요. 새 플랫폼은 새로운 게임 방식이 필요한 거고, 그게 또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내는 거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보죠. 콘솔로 명작이라고 불리는 게임들이 있잖아요? 대부분 그들은 시리즈를 거치면서 발전하지만, '혁신'을 이끌어냈다고 하기에는 좀 그렇죠. 대신 점점 더 말도 안 되는 훌륭한 퀄리티로 진화하기는 하지만요. 그래도 전체적인 문법은 안 달라졌죠. 콘솔에 맞는 문법을 찾아낸 거고, 거기서 점점 더 완성도를 높여갔다고 봐요.

해외 개발자들은 VR에 적용되는 게임 방식에 정말 빨리 적응하고 있어요. 그걸 이번 GDC에 다녀오면서 많이 느꼈어요. 지금이야 초창기지만, 점점 더 게임들이 나오면서 문법이 정리되고 잘 만든 게임이 등장하겠죠. 그렇게 되면 정말 VR 시대가 오지 않을까 합니다.

플랫폼이 달라지면 기존 플랫폼에 쓰던 전통적인 형태를 들고 오면 안 된다고 봐요. 비슷하게 갈 수 있는 게임도 있겠지만, 플랫폼에 맞는 새로운 형태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저는 문법을 새로 쓴다고 생각하는 게임들이 앞으로도 더 많이 나올 거라고 생각해요. '스매싱 더 배틀' 같은 경우는 태생은 모바일 아케이드로 시작해서 한계가 있겠지만, 다음 게임은 '아 이게 VR 게임은 이런 거구나' 하고 느낄 수 있는 게임을 만들어볼까 합니다.

애초에 플레이 형태가 완전히 달라지니, 추구하는 게임의 형태도 달라야 할 것 같긴합니다

사실 처음에는 저도 정말 가볍게 생각했었어요. 그냥 전투만 붙여서 출시할 생각이었는데, 그게 제가 생각했던 게임의 형태는 아닌 것 같아요. 제가 만드는 게 '데모'는 아니잖아요. 못해도 5~6시간은 플레이를 해야 게임이죠. 그런데 그 5~6시간을 채워주는 경험을 만든다는 게 참 힘들었어요. 잘못하면 데모로 끝날 수 있으니까.

VR 게임은 태생적으로 엄청난 허들이 있어요. 한 번 쓰고 게임을 해 본 다음에, 재미있어서 VR을 다시 쓰게 만드는 것 자체가 엄청난 허들이에요. 신기한 걸 체험했다고 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게임으로 들어가면 이게 다른 이야기에요. 체험해보고 끝나면 그건 데모일 뿐이죠. 그래서 게임에 스토리도 넣고, 이것저것 다양한 장치들도 넣고요. 게임 외적인 부분도 신경을 많이 썼던 것 같아요.


Q. 게임을 개발하면서 팬아트도 많이 받으셨던데, 그걸 게임에 넣은 게 정말 좀 독특한 것 같습니다.

너무 감사하게도 30장이 넘는 팬아트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게임도 없는데 팬아트가 그려졌다는 게 말이 좀 안되는 거죠. 제 게임의 팬아트를 그려주신 분들께 정말 너무 감사하죠. 못해도 하루 이틀은 걸리잖아요? 그래서 게임에 넣어보려고 했어요. 지금 현재는 게임 안에서 보스를 무찌르거나, 스테이지에서 등급 별 3개를 받으면 '열쇠'를 얻게 해놨어요. 그걸로 보너스 요소를 언락해서 팬아트를 보실 수 있을 겁니다.

▲ 이렇게 집에도 팬아트를 인쇄해서 붙여놓으셨다고... (출처: StudioHG 트위터)

- 그, 팬아트도 약간의 등급 조정이 있었다고 하던데…

아아, 네. 런칭하고는 건드리는 작업을 또 해야 하는데…오큘러스 버전은 아까 말했던 것처럼 참여할 곳이 많고 출시도 앞두고 있어서 아마 원본을 보긴 힘들 것 같아요. 그래도 혹시 모르죠. 또 언락 코드를 가진 누군가가 나타나 줄지도요.

- 누군진 모르겠지만, 그분도 정말 고마운 유저로군요!

멋진 팬아트가 인게임 콘텐츠로! (출처: StudioHG 트위터)


Q. 1인 개발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혼자서 만드는 것 자체가 힘들었어요. 두 명만 되도 서로 이야기하면서 미래의 걱정을 없애고, '우린 잘할 수 있을 거야!'하면서 개발을 할 수 있잖아요? 도핑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 '시너지'같은 게 있는데, 혼자서 하게 되면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확신을 잃어가요. 자신에 대한 신뢰도를 100이라고 하면 중간에 수치가 빠져나가도 채워 넣을게 거의 없는 것 같아요. 계속 깎아먹기만 하고…

회사에서 일하면 서로 일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멘탈을 좀 풀 수 있는 게 좋은 것 같아요. 혼자서도 멘탈을 추스를 순 있는데, 그래도 여전히 혼자니까 외롭긴 했어요. 그 때문인지 SNS에서 혼잣말이 많이 늘었던 것 같기도 하고요.


Q. 그럼 1인 개발에 도전하고 있는 개발자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나 조언은 없나요?

=무작정 1년 동안 한 번 해보라고 하는 건 너무 무책임한 것 같고, 게임을 즐겁게 완성하셨으면 좋겠다는 말을 드리고 싶네요. 전 솔직히 좀 네거티브 에너지가 강한 상태로 완료했던 것 같습니다. 1인 개발을 하면서 그 과정을 즐기진 못했어요. 힘들고 괴로운 일들이 90% 정도 되는 것 같아요. 10% 정도는 재미있었죠. 그래도 재미있던 10%가 나머지 90%를 덮으면서 1년을 버틴 것 같아요.

그래서 혹시나 게임을 만드실 때, 포지티브한 에너지로 게임을 계속 만드셨으면 좋겠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절 싫어하는 사람들이 제가 게임을 완성하지 못 했을 때 들려올 비난 같은 게 무서워서 완성을 한 것도 없잖아 있거든요. 좀 네거티브하죠?


Q. 그래도 아내분이 힘이 많이 응원해주셨을 것 같은데요?

=응원이라기보다는, 내버려 두는 거죠(웃음). '네가 하고 싶은 걸 해', 그게 게임이 아니더라도 하게 내버려 두고 있는데 모르겠네요. 일단 지금 대주주시거든요(웃음).

아무리 개발이라도 일단 육아를 우선시했거든요. 그러다 보니 와이프도 좋아해요. 저도 아이랑 시간을 보낼 수 있고, 와이프도 육아 부담을 덜 수 있고. 이러쿵저러쿵하더라도 와이프가 잘 봐줘서 여기까지 올 수 있던 것 같습니다.

VR 버전의 메인 화면. 심플한 구성으로 되어있습니다.



Part lll - 멀티플랫폼 게임, 그리고 출시와 앞으로에 대해서…


Q. PC 버전이나 PS4 버전은 언제쯤 볼 수 있을까요?

=PC 버전은 아마 한 달 정도는 걸릴 것 같아요. 스팀에는 네크워크가 안 달려서 문제는 없을 것 같은데, 오큘러스 버전이 출시되고 기세를 잃기 전에 게임을 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모바일 버전도 빨리 내고 싶네요.

PS4 버전은…개발하기 위한 허들은 통과했고, 실제로 돌아가는 버전도 있었죠. 그런데 서류 작업을 하다 보니 금방 출시하긴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계속 알아보고는 있어요. PS4 버전도 기왕이면 꼭 출시를 해보고 싶습니다.


Q. 아까 잠깐 차기작에 관한 이야기를 하셨었는데, 차기작은 어떤 컨셉으로 준비하고 있나요?

차기작은 좀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보려고 해요. 매력적인 캐릭터가 등장하는 게임이랄까요? 사실 요즘 게임들이 이야기를 만들기 힘든 구조라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캐릭터 노출이 심해지는 경향이 있는 것 같고요.

아마 다음에 만드는 작품은 여성 캐릭터가 안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야기를 처음부터 풍부하면서 치밀하게 짜놓고 캐릭터의 매력을 살려보고 싶어요. 섹시한 복장, 섹시한 얼굴이 아니더라도 이야기의 흐름이 진행되면서 캐릭터가 멋져 보일 수 있겠죠. 그런 이야기를 만드는 데 힘을 싣고 싶습니다.

이번 '스매싱 더 배틀'도 메이킹을 저도 잘 못했고, 편협하게 접근한 것도 있다고 생각해요. 이런 경험을 했으니 다음에는 더 좋은 캐릭터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해보려고 합니다. 기억에 남는 캐릭터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Q. 패키지 형식의 게임을 출시가 되는데, 가격은 어느 정도로 생각하고 계신가요?

=일단 게임 자체가 8시간 정도의 플레이 타임을 가집니다. 약간의 반복적인 패턴과 스테이지도 있고, 조금 늘어진다는 느낌이 드는 부분도 있어요. 오큘러스 VR 버전은 약 20달러 정도 될 거고, 스팀 버전은 아마 9.99$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지나가다가 슥 보면서 '음, 괜찮은데?'라면서 부담 없이 살 수 있는 가격이라고 믿어요.


Q. 오랜 시간 혼자 개발해온 만큼 출시에 대한 느낌도 남다를 것 같은데, 바라는 점이 있나요?

'스매싱 더 배틀'의 캐릭터와 이야기를 좋아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과연 그게 가능할지는 모르겠는데, 브랜드라고 하나요? 어떤 개발사가 게임을 만들면 유저들이 기대를 하잖아요? 너티독이 만들면 어떤 게임을 기대하게 되고, 김형태 대표님이 게임을 만들면 어떤 걸 기대하게 되고. 그런 걸 저도 조금씩 만들고 싶어요.

그게 소규모 개발사가 가질 수 있는 몇 안되는 무기라고 생각해요. 다른 회사에서도 볼 수 있죠. 버프 스튜디오는 '용사는' 시리즈를 계속 만들고 있잖아요. 그런 것처럼 저 같은 경우는 그때그때 작품마다 캐릭터들이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제 게임들은 대부분 세계관보다는 게임의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가 많거든요. 제 게임도 언젠가 '캐릭터'가 사랑받는 게임이 됐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