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이맘때만 해도 'VR'은 아직 미지의 영역이었다. 개발용 장비가 나오고, 데모가 공개되면서 '아 언젠가는 VR이 실현되긴 하겠구나!' 하는 마음은 들었지만, 그때만 해도 미래의 모습을 점치기는 어려웠다. 많은 신기술이 혜성처럼 등장하지만, 인류의 삶에 영향을 줄 정도로 큰 파급력을 몰고 오는 기술은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일 터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 'VR'에 대한 관심은 이제 말로 표현할 단계가 아니다. 처음에는 어렴풋이 '게임'과 '영상' 정도의 콘텐츠에서나 적용될 거로 생각했건만, 섣부른 판단이었다. 교육, 산업, 문화. 한편으론 너무 이른 설레발이 아닐까 걱정되기도 했지만, 어느새 VR은 대중 앞에 나설 준비를 마치고 있으며, 대중은 VR을 받아들일 준비를 한 상태다.

2016년 3월 28일. 광교 비즈니스센터에서 진행된 'VR/AR 창조오디션'은 VR과 AR에 대한 국내 대중의 관심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현장이었다. '상상을 현실로!'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진행된 이번 오디션은 서류 심사를 거쳐 올라온 10개 개발사가 각각 개발 중인 VR/AR 콘텐츠를 겨루는 행사였다.


사회 전 분야에 걸친 심사위원과 청중평가단, 그리고 개발진까지.'게이머'와 '게임 관계자'가 아닌, 다양한 분야에 걸친 일반 대중이 보는 VR은 어떤 모습일까. '게임'이라는 필터 없이 모두에게 공개된 이 행사는 VR에 대한 총체적 관심을 엿볼 좋은 기회였다.

오후 2시, 행사는 심사위원들과 청중 평가단이 모두 자리에 착석한 상태로 시작되었다. 심사위원으로는 '카이스트'의 우운택 교수, '볼레 크리에이티브'의 서동일 대표 등 각계각층의 전문가와 권위자들이 초대되었다.

이후 10개 팀이 자신의 콘텐츠와 작품을 설명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각 팀에게는 7분의 발표 시간과 8분의 질의응답 시간을 줬으며, 시간이 다 되면 설명 도중이라 해도 중단해야 했다. 각 팀과 발표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청중평가단이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실시간으로 작품을 평가했다.


1. 구름속을달리는사람들 : 모자식, 안경식 HMD를 독자 개발했다. 구름속을달리는사람들의 대표는 직접 제작한 HMD를 양산할 거라 말하며, 이를 통해 게임 및 여러 보조 프로그램(오토바이의 백미러 기능 등)을 구동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2. 낭만팬더 VR : 현 TV 플랫폼 애니메이션이 포화 상태이므로 VR 애니메이션이 성공확률이 높다는 가정하에 개발된 VR 애니메이션이다. 현재 VR 애니메이션은 국외에서도 높은 관심이 있는 만큼,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한몫했다. 개발사는 기존의 3D애니메이션을 컨버팅하는 방식이 아닌, VR 공간에 최적화된 방법으로 연구·개발을 반복해왔다고 말하며, '낭만팬더VR'이 국내 최초의 VR 애니메이션이라 말했다.

3. 풀다이브 테크놀로지 : 등장 예정인 상용화 HMD의 약점인 '공간 문제', 그리고 디지털 멀미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액티브 VR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액티브 VR 플랫폼'은 자유로운 행동이 가능한 VR 전용 설비를 말하는데, 바닥을 순환형 플레이트로 만듦으로써 좁은 공간 안에서 자유로운 행동을 가능하게 만든다. 이들은 한국형 '액티브 VR 플랫폼'으로 버드(Vir-D)를 발표했다.

▲ 발표자 등 뒤의 타이머가 발표에 주어진 유일한 시간

4. 릭스 : 릭스는 HMD를 이용한 가상 현실이 아닌, 현실의 영상과의 접목에 대해 이야기했다. 릭스의 대표는 '스티칭'현장을 설명했는데, 이는 여러 개의 카메라로 360도 영상을 촬영할 경우, 각 카메라 간의 촬영 범위가 겹치는 곳에 드러나는 이미지 접힘 현상을 뜻한다. 릭스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카메라 자체가 회전하는 '팬 스티치 시스템'을 통해 이 현상을 해결하고자 했다.

5. 에코로커스 : 새로운 '모션 트래킹' 시스템을 제안했다. 모션 트래킹에는 네 가지 방식이 있는데, 전자기를 통한 위치 추적 방식과 '음파'를 이용한 방식, 그리고 기계적인 반응(압력 등)을 이용한 방식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이미지 추적' 방식이다. 에코로커스는 이 중에서도 '음파'를 이용하는 방식에 주목했다. 가장 많이 쓰는 이미지 추적 방식(옵티컬)에 비해 음파는 연산 부담도 적을뿐더러 정확도도 높다는 것이 에코로커스의 주장이었다.

6. 볼트홀 : 10년 이상의 베테랑 개발자들이 모인 스튜디오. 구글 카드보드 기반의 모바일 VR 게임을 개발 중이다. 볼트홀은 VR 게임을 개발하면서 생기는 개발상의 난점과 애로사항을 파악해가며 개발에 힘썼으며, 레일 슈터인 '건즈 오브 히어로즈'를 출품했던바 있다. 현재는 차기작을 개발 중이다.

▲ 각종 PPT자료가 발표에 동원되었다.

7. 에이알위드 : 에이알위드는 GPS를 기반으로 하는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용 AR 영상 콘텐츠를 공개했다. 'AR 위츄'라는 이름의 이 어플리케이션은 '구글 나우'와 같이 현재 위치에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에이알위드측은 이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다양한 수익 모델을 창출할 수 있으며, 매우 많은 양의 정보를 소화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8. VR미디어 : 360도 카메라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제시했다. 기존의 360도 카메라는 굉장히 비싼 편이었다. 천만 원을 훌쩍 넘어가는 카메라들도 존재할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최근 360도 카메라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비교적 저렴한 전방위 카메라들도 출시되고 있는데, VR 미디어는 스마트폰의 카메라에 '애드온'형태로 부착할 수 있는 360도 카메라를 소개했다. 183도를 커버할 수 있는 어안(魚眼) 렌즈와 잠망경의 메커니즘을 도입한 형태다.

9. 서커스컴퍼니 : 학습자 스스로 다차원적인 학습 오브젝트를 직접 조작하고, 체험할 수 있는 체험형 학습 콘텐츠를 개발했다. 서커스컴퍼니 측은 현 교육과정상 많은 학생들에 비해 부족한 교보재 때문에 학생들 전원이 체험형 학습을 받지 못하거나 제한적인 학습만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착안, VR을 이용한 교육 소프트웨어 개발을 시작했다.

10. VENTA VR : 벤타 VR은 VR 장비를 이용하되, VR 세상을 구축하지 않고 현실을 VR 환경 속으로 옮기는 '3D 영상'에 코드를 맞췄다. 유명 아이돌의 공연 영상이라던가, 가상 데이트 어플리케이션 등, 현실의 장면을 영상으로 옮겨 VR화한 것이다. 벤타 VR측은 이 기술이 비단 '엔터테인먼트'만이 아닌, 교육적 측면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 현장 한쪽에 마련된 출품작들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시연존

▲ 각 작품은 따로 공간을 배정받았다.


모든 팀의 발표가 마무리된 후, VR 스타기업들의 '핫 아이템'이 소개되는 시간이 이어졌다. '핫 아이템'에는 '이토이랩'의 VR 게임과 '볼레 크리에이티브'의 대화형 게임, 'WRD'레이싱 시뮬레이터인 '일렉트로 레이싱', 마지막으로 '스코넥 엔터테인먼트'의 모탈 블리츠가 소개되었다.

이어 행사의 마지막인 시상식이 진행되었다. 10팀 중 수상팀은 총 다섯 팀으로, '벤타 VR'과 '서커스컴퍼니'가 장려상을 수상해 각각 100만 원의 지원금을 수상했다. 우수상은 360도 카메라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제시한 'VR미디어'가 차지했으며, 부상으로 200만 원의 지원금을 수상했다.

최우수상에는 '에코로커스'가 선정되었어 지원금 300만 원을 받게 되었고, 영예의 대상에는 '팬 스티치 시스템'을 통해 경계 없는 360도 영상 구현을 연구한 '릭스'가 선정되었다. '릭스'는 약 8평 규모의 스튜디오 공간을 1년 간 무상 지원받게 되었으며, 인터넷 및 회의실, 이벤트홀 활용에 대한 지원도 얻게 되었다.

▲ 대상을 수상한 '릭스'는 500만 원 상당의 지원을 받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