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기사는 기획 시리즈로 자신의 직업이 가진 애환을 이야기해보자는 취지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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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성은 아이온의 다양한 직업 중 유일하게 힐에 특화된 직업으로
사실상 파티의 메인 힐러 역할을 담당하는 직업이다.






그리고 여타의 MMORPG가 그렇듯 아이온 역시 딜러들보다는 힐러의 숫자가 적어
일반적으로 파티를 구성할 때 거의 마지막에 구해지는 직업이기도 하다.
'딜러는 파티를 구걸하고, 힐러는 파티를 골라간다'라는 불만이 나올 정도.


상황이 이렇다보니 치유성을 두고 귀족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이 단어의 의미를 그저 장난스러운 별칭으로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있다.
일부 유저들은 이를 '치유성이 귀족처럼 남을 깔보며 거만하게 군다' 의미로 사용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 낮 시간대 지켈서버의 파티 모집 창, 피크 타임에는 더 차이가 난다 ]




물론 일부 치유성들은 실제로 그런 생각을 갖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을 치유성 전체로 확대하기에는 논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치유성들에게는 이러한 말들이 기분 나쁠 수 밖에 없다.


과연 그들의 아이온 인생이 '귀족'처럼 화려하기만 할까?
무도 라주는 내 직업의 환, 치유성편!
아이온 인벤 및 공식 홈페이지 게시판, 그리고 게임 내에서 치유성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귀족? 노예를 잘못 말한거 아니에요?

일반적으로 아이온 게임 내에서 치유성은 귀족이란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
실제로 게임을 플레이하다보면 그런 생각도 들 때가 있다.


같은 레기온 사람들끼리 대화중에 어떤 살성은 파티 못구해서 논다고 할 때,
이제 막 접속한 치유성은 쏟아지는 귓속말을 받으며 파티를 골라갈 때도 있기 때문이다.
아마 이런 것을 보고 사람들은 치유성을 '귀족'이라고 부르는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파티를 구성할 때의 이야기일 뿐, 그 후에는 조금 달라진다.
파티를 구성하고 출발하기 전에는 파티에 들어오기만 하면 감사하다던 사람들이
실제 플레이가 시작되고 나면 다른 사람처럼 변해버리기 때문이다.


치유성의 MP가 얼마나 여유있는지 쳐다보지도 않고 바로 다음 몬스터를 데리고 오는 탱커들이 있는가 하면,
대미지 반사 상태인데도 꿋꿋하게 딜하는 딜러들까지 있어 치유성을 당황시킨다.
때로는 한 무리씩 몬스터들을 몰아서 잡으면서 점사를 안할 때도 있다.


[ 치유성을 믿어주는 것은 고맙지만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지면 진땀난다 ]




정작 그러고서 누군가 죽으면 왠지 모를 죄책감을 느껴야 하는건 치유성이다.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 안하더라도 파티의 분위기는 그렇게 흘러가고,
이 상황에서 화를 내봐야 파티가 깨지거나 분위기만 흉흉해질 뿐. 결국은 '죄송합니다'하고 넘길 때가 많다.




◆ 안 놀아요, 보채지 좀 마세요..

치유성으로 힐을 하다보면 의외로 자주 듣는 말이 있다.
'힐 점', '힐'이라거나 '힐이 안들어오네'와 같은 말 말이다.


누가 얘기해주지 않아도 치유성은 자기 역할이 힐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당연히 다른 파티원들이 열심히 싸울 때 치유성도 열심히 힐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어련히 알아서 해줄 것인데 이를 두고 꼭 기분 나쁘게 이야기 하는 유저들이 있다.


[ 공식 홈페이지 연재작가 조다니주인님의 카툰 중 일부, 마음같아선 ESC키를 누르고 싶지만.. ]




치유성의 MP가 곧 파티의 생명으로 연결되는 곳이 보통의 던전이다.
당연히 치유성의 입장에선 자신의 MP 관리에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상황에 따라서 때로는 캐스팅이 긴 회복 스킬도 사용해야 한다.


마음같아선 치유성들도 시전 짧은 스킬 계속 써가면서 파티원 불안하지 않게 하면 좋겠지만
일반적으로 빠른 힐들은 MP소모가 크거나 재사용 대기 시간이 길어 자주 사용할 수 없다.
그렇다보니 시전 시간이 길더라도 효율이 좋은 스킬들을 사용하게 되는데,
문제는 꼭 이 잠시를 못 견디고 보채는 파티원이 있다는 것이다.


그들의 요구를 듣다보면 마치 힐러는 없어도 되는데 불쌍해서 데려왔다는 뉘앙스를 느끼기도 한다.
앞에서 고생하는 이들만큼이나 뒤에서 힐하는 치유성도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몰라주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막 말로, 힐러가 힐하다가 몬스터 안 죽는다고
'아, 딜러님들 딜하세요 딜' 이라고 했다고 가정해봐요. 웃기죠? 황당하겠죠?
탱커한테 해볼까요? 힐 하는데 저한테 어그로 한 번 튀었다고
'아, 탱커 노네' 라고 하면, 파티가 어떻게 될까요?

- 보탄 서버 마족 치유성





◆ 치유성이 쉽다고요?

어느 게임이나 비슷하겠지만 아이온의 던전은 그리 만만한 편이 아니다.
레벨이 높아질 수록 한 마리씩 여유롭게 잡는 경우는 거의 없고
여러마리를 동시에 상대하되 메즈를 통해서 조금 수월하게 만들 뿐이다.


[ 정정당당을 외치기엔 데바들도 뻔뻔하지만 몬스터도 만만치는 않다 ]




이렇게 다수의 몬스터가 몰렸을 때는 굉장히 분주해진다.
앞에서 버티는 탱커만큼이나 각 몬스터의 1순위 어그로가 누군지 파악해서 그 대상에게
예측 힐을 사용해야 함은 물론 디버프라도 걸린 상황이면 재빠르게 정화나 청명을 사용해줘야 하기 때문.


심지어 아이온은 힐러의 어그로가 높은 편이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 1~2마리의 몬스터는 힐러를 공격한다.
나를 보고 쫓아오는 몬스터, 생명이 위험한 파티원, 디버프 해제가 필요한 파티원 사이에서
어떤 행동을 해야 무사히 파티를 지켜낼 것인지 많은 고민을 해야하는 것이 치유성인 것이다.


[ 익명을 바라신 스파탈로스 서버의 한 치유성 ]




또한, 치유성이 단순하게 파티의 생명력만 뚫어지게 보다가 던전을 끝낸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물론 그렇게 편하게 진행해도 되는 곳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극히 한정된 곳에서만 가능하다.
실제로는 그 어떤 탱커보다 던전의 공략을 잘 알아야 하며 보스의 스킬 종류와 타이밍을 외워야 한다.
그래야만 정확한 타이밍에 적절한 스킬을 사용하여 위기를 넘길 수 있기 때문이다.






단지, 치유성이 파티의 후방에 위치한다는 것을 빌미로 치유성은 쉽다 라고 생각하지 않아줬으면 한다.
오히려 치유성은 후방에 있기에 전투의 상황을 더 잘 볼 수 있는 직업이며
더 많은 것을 신경써야 하는 직업이기도 하다.




◆ 똑같이 생각해주세요.

치유성을 하면 왠지 손해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나는 열심히 마나 물약 먹고 있는데, 왜 다른 사람들은 아무것도 안 먹을까?'
'급박한 상황, 힐과 정화를 놓고 고민해야 할 때, 왜 상급 치유 물약을 먹는 사람은 없을까?'


어찌보면 정말 별 것 아닌 일이기도 하다.
딜러가 몬스터를 공격하는 대신 치유성은 파티원의 힐을 하는 것이니 각자의 할 일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것도 사용하지 않으면서 치유성에게 요구만 하는 파티원을 보고 있자면
대범하게 이해해보려고 해도 왠지 불편한 기분이 되곤 한다.


이것 뿐만이 아니다. 일반 몬스터를 잡을 때도 치유성은 그런 느낌을 받게 된다.
전방에서 싸우는 딜러들은 몬스터를 처치하고 여유롭게 루팅한 뒤 지나가지만
후방에 위치한 치유성은 때때로 루팅도 하기 전에 탱커가 다음 전투를 시작하여 이를 놓치기도 한다.


너무 소소한 것에 신경쓰는 것 아니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더욱 섭섭한 것이다.








이 외에도 치유성의 PvP나 자신이 필요한 던전 갈 때만 친한 척 하는 유저들 등
많은 치유성들이 자신이 겪은 애환을 이야기 해주었다.


어떤 던전을 플레이하다가 부득이하게 파티가 전멸하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가정해보자.
파티를 정비하면서 자연스레 책임 소재가 거론되고 꼭 치유성의 이야기가 나오게 된다.
어떤 상황에서 시작된 전투인지, 전투 전개 상황은 어땠는지는 모두 나중의 일일 뿐,
최우선으로 나오는 이야기가 치유성의 실수, 혹은 실력 부족이란 것이다.


여기서 한 번 참고 넘긴다면, 다음에는 치유성을 가르치려고 든다.
그렇다고 거기에 반론하면 '귀족'이나 '치슬아치'같은 말을 사용하며 비꼬곤 한다.


치유성의 힐 특징도 잘 모르면서 왜 힐 안주냐고 따지고 버티다 죽는 파티원들이 태반이죠.
그러면서 치유성은 이렇게 해야 된다 라고 가르치는 사람들 보면 '자기 컨트롤부터 좀 더
신경쓰세요' 라고 말하고 싶어질 때가 있어요. 물약은 쓰기 싫고, 죽기도 싫다고
치유성만 죄인 취급하곤 하죠.

뭐 어쩌겠어요, 이게 치유성의 일상인걸요.

- 티아마트 서버 천족 치유성




결국 치유성들의 불만은 이러한 것에서 시작된 것이다.
똑같이 노력해서 같은 던전을 클리어 하는 상황임에도 일부 유저들은 치유성에게만 많은 것을 요구한다.
즉, 치유성으로 하여금 명령을 받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한다는 것이다.


앞에서 열심히 싸우는 이들만큼이나 치유성 역시 뒤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싸우고 있다.
그리고 그들 역시 당신만큼이나 무난한 파티 플레이를 원하고 있을 것이다.
불만을 말하기 전에 그 점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면 불만도 사라지지 않을까.




※ 아이온 인벤에서는 누구보다 자신의 직업의 슬픔을 잘 이야기 해주실 수 있는 분,
  평소 쌓인 것이 많았던 분들의 참여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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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ii@inv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