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Lesson in Dragonspeak

드래곤어 강좌 by 마이클 크리스토퍼 코지 폭스

(원문 출처: FFXIV 공식포럼)





여러분 안녕하세요!



패치 3.0이 나오기 전부터, 파이널판타지14에서 쓰이는 드래곤어를 더 자세히 알고 싶다는 분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몇 달 동안 내용을 정리해봤는데 이것저것 추가할 게 많다 보니 도저히 끝나질 않더군요.

이대로 가다간 영영 포럼에 글을 못 올릴 것 같아서 지금 이렇게... 키보드 앞에 앉아 있습니다.



미리 말해두자면, 이 글은 아마 굉장히 길고, 어수선하고 산만할 겁니다.

다루는 내용이 아주 많지만, 그렇다고 모두 다룬 것도 아니라서 끝까지 읽더라도 더 많은 궁금증이 생길지 모릅니다.

그래도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드래곤어의 탄생



드래곤어는 제가 6년 전에 만든 것입니다.

구 파판14도 나오기 전이었는데, 그 당시에는 이슈가르드가 패치 1.0에 들어갈 예정이었습니다.

그때는 모든 야만족이 (음성 지원되는) 고유한 언어를 가지고 있었고 초월하는 힘은 단순히 그것을 대화창에 '번역'해주는 것이었거든요.

그 당시 세계설정을 담당하던 (파판11 세계설정도 담당) 이와오 켄이치 씨한테 이러한 아이디어를 몇 가지 제안해봤더니 재미있다면서 좀 더 살을 붙여달라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작업을 다 끝냈는데 아쉽게도, 그 후 이슈가르드가 패치 1.0에서 빠지는 바람에 제 작업물은 4년 반 동안 컴퓨터 폴더 속에 묻혀 있었죠.



그러다가 어느덧 패치 2.X로 넘어가서, 이슈가르드를 다룬 확장팩에 드래곤이 나올 거라는 이야기를 듣고 그 길로 곧장 새로운 (그리고 현재) 세계설정 담당자 자리로 찾아가서 흑역사로 묻혀있던 '드래곤어'를 써보면 어떻겠냐고 했습니다.

그는 이 제안을 기꺼이 받아들여 줬고... 지금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개요



드래곤어를 한 단어로 말하자면 '경제적'인 언어라 할 수 있습니다.

드래곤족, 그 중에서도 특히 칠대천룡 같은 시조들은 수만 년에 걸쳐 어휘, 문법, 구문, 발음에서 군더더기를 뺐습니다.

한 단어에 여러 뜻을 담아서 불필요한 중복을 없앴죠.

말은 짧아지고, 간결해지고, 꾸미는 말은 최대한 압축되었습니다.

그 대신 서로 다른 뜻을 나타낼 때는 억양이나 호흡을 조절하는 식으로 발전했습니다.



게다가 이러한 언어를 수천 년 동안 같은 동료끼리 주고받다 보니,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할지 느낌으로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줄임말을 쓰거나 불필요한 단어를 생략한 덕분에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깊은 뜻을 전달할 수 있었죠. 행간을 읽는 겁니다.



영어 같은 언어는 수백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면서 계속 다듬어지고 바뀝니다.

한 세대는 수십 년 만에 사라지지만 그다음 세대가 그들이 쓰던 말을 이어받아 상상도 못 할 방식으로 바꾸어 쓰곤 하죠.

19세기에 살았던 사람들 중, sh*t이라는 단어에 정관사만 붙이면 '멋지다', '훌륭하다'는 뜻으로 통하게 될 줄 알았던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반면, 드래곤어는 대부분 시조 드래곤들에 의해 만들어졌습니다.

이들은 수십 년이 지난다고 죽는 것도 아니었기에 대대손손 같은 언어를 대물림하여 의사소통에 사용하였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러한 탓에, 드래곤어는 수천 년 동안 배워야만 완벽히 터득할 수 있는 언어가 되고 말았죠...

게다가 어린 드래곤들은 시조들에 비해 수명이 훨씬 짧았기 때문에 이러한 말을 배우기가 더욱 어려웠습니다.





드래곤족의 발성



드래곤족은 뛰어난 지능을 가졌지만 문자로 된 언어는 없습니다.

다시 말해, 문자로 쓰인 드래곤어는 모두 에오르제아어(영어)를 바탕으로 번역된 것입니다.

알파벳으로도 드래곤어 발음을 대부분 표현할 수 있지만 드래곤족이 아니면 발음할 수 없는 독특한 것도 있습니다.

우선 가장 중요한 [n]과 [h] 발음부터 살펴보죠.



드래곤어의 가장 기본적이고 독특한 성질은 단어 속에 '생명/삶 (life)'이라는 개념이 있다는 점입니다.

드래곤족은 대부분의 단어를 (물론 예외도 있지만) 생명이 깃들어 있는지 없는지로 판가름합니다.



예를 들어, '드래곤 (dragon)'이나 '사람 (person)', '육체 (flesh)'처럼 생명이 깃든 단어는 묵직한 저음에 콧소리 섞인 N 음이 꼭 들어가고 '달아나다 (escape)', '잠들다 (sleep)', '보다 (see)'처럼 생명이 깃들지 않은 단어는 가볍게 목을 풀 듯, 가늘고 약한 숨소리가 담긴 건조한 음성이 꼭 들어갑니다.



드래곤어를 표기할 때 전자는 [n]을, 후자는 [h]를 사용하는데, 일반적인 'n', 'h' 소리와 구분하기 위해서입니다.



Dragon - dra[n] (드래곤)
Person - arr[n] (사람)
Flesh - [n]esh (육체)


Escape - e[h]sk (달아나다)
Sleep - so[h]m (잠들다)
See - [h]ess (보다)


드래곤족이 '생명/삶'을 구분하는 기준은 단순히 '생물', '무생물' 여부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죽음 (death)'을 뜻하는 mor[n]이라는 단어에는 삶을 나타내는 [n]이 들어있습니다.

우리가 보기에 죽음은 삶이 없는 것 같지만 드래곤족은 죽음을 삶의 일부로 보고 (삶이 없다면 죽음 또한 없기에) [n]을 붙이는 것입니다.



또 다른 예로, '묻다 (ask)'라는 뜻을 가진 [n]oskh라는 단어를 살펴봅시다.

드래곤족은 삶을 '존재의 이유'를 찾는 여정으로 삶에 대한 질문은 그 목표에 다가가기 위한 수단이라 여깁니다.

그래서 드래곤족한테 질문은 곧 살아가는 법인 것입니다.



반편, 태양을 뜻하는 'soo[h]'에는 [n]이 들어있지 않습니다.

많은 문명에서 태양을 생명의 근원이라 여기는데도 말이죠.

이것은 드래곤족, 적어도 그 시조들이 태양을 그저 과학적인 존재로서...

플라스마를 내뿜으며 빈 공간에 떠 있는 구체로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이러한 사실을 알았을 테니까요.



그리고 다음은 독특한 자음과 관련된 세 가지 예시입니다.



sj sja[h]s (vengeance 앙갚음)


써놓고 보면 그냥 s와 j가 붙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더 복잡한데, s+sh+ch+d+j가 모두 뒤섞여 있습니다.

많은 소리가 들어가 있지만 말할 때는 단자음과 같은 길이로 발음됩니다.



ft fta[h]r (after/later 나중에)


이것 또한 단순한 복합음처럼 보이지만, 사실 꽤 복잡하게 얽힌 발음입니다.

't' 소리는 완전히 닫지 않고 숨을 내뱉듯이 발음하며 't'와 'th' 사이의 소리가 납니다.



y dy[h]r (differ/different 다르다)


이것은 'ee'로 발음하면 안 되는데 그러면 단어 뜻이 달라집니다.

'Y'는 사실 'ye' 소리에 더 가깝지만 y 발음이 뚜렷하게 들리지는 않습니다.

'Y' 발음을 삼키는 듯 'e'로 넘어가는데 처음에는 불분명하게 들리다가 나중에는 장모음으로 들립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억양이나 어조가 드래곤어 뜻에 영향을 미칩니다.

이런 복잡한 사항은 단어 위나 아래에, 점(성문 폐쇄음), 도형(울림), 곡선(음높이 변경), 물결 표시(떨림음) 같은 것으로 표기합니다. 이러한 기호는 Microsoft 기본 제공 폰트로 표시할 수가 없어서 직접 손으로 표시한 이미지를 대신 첨부합니다.




드래곤족 발성과 관련된 독특한 음이 하나 더 있지만 이것은 기본적인 어휘나 문법하고도 깊은 관련이 있으니 다음 항목에서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드래곤족의 화법



드래곤어의 기본적인 구조는 동사 - 목적어 - 주어 순입니다.

(영어는 주어 - 동사 - 목적어 / 한국어 주어 - 목적어 - 동사)

다시 말해,



"The wombat ate the Lalafell"
오소리가 라라펠을 잡아먹었다


라고 할 말을 드래곤어로는



"Ate Lalafell Wombat"
잡아먹었다 / 라라펠을 / 오소리가


라고 말합니다.



이것을 보면, 드래곤족은 누가 했느냐보다 무엇을 했느냐를 더 중요히 여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누가 라라펠을 잡아먹었느냐는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것이죠.

'잡아먹었다'는 말을 먼저 듣고 나서 드래곤족은 자신들이 어떻게 행동할지 정합니다.



영어에서는 문장 주어를 나타낼 때, 여러 대명사를 사용하지만 드래곤어에서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만 사용합니다.



1인칭 = a[n] (우리, 나 / we and I)
2인칭 & 3인칭 = i[n] (너, 그, 그녀, 그들 / you, he, she, they)
3인칭 무생물 = a[h] (그것, 저것, 이것, 그것들 / it, that, this, those)


다시 말해, 어떤 행동을 드래곤족이 했는지 혹은 다른 이가 했는지가 주된 관심사입니다.

(생물 / 무생물은 [n]과 [h]로 구별합니다).



형용사와 부사는 대부분 꾸미는 단어 뒤에 옵니다.

행동이나 그 행동의 대상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slowly ate] {the foolish Lalafell.}
[천천히 잡아먹는다] {어리석은 라라펠을.}


이라는 문장을 드래곤어로 하면



[Ate slowly] {Lalafell foolish}
[잡아먹는다 / 천천히] {라라펠을 / 어리석은}


이렇게 됩니다.



잘 보시면 드래곤어에 관사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드래곤족은 a, an, the 같은 관사가 뜻을 파악하는 데 별로 필요가 없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또한 소유격이 쓰일 때 수식어 순서에서도 특징을 엿볼 수 있는데 소유격은 명사 뒤가 아니라 앞으로 옵니다.

(영어와 비슷하지만 아포스트로피 s는 생략합니다)



Thordan’s vengeance - Thor[n] sja[h]s (토르당의 복수)


소유대명사는 위에서 예로 든 세 가지 대명사와 똑같습니다.



My/Our vengeance - a[n] sja[h]s (나의/우리의 복수)
Your/His/Her/Their vengeance - i[n] sja[h]s (너의/그의/그녀의/그들의 복수)
Its vengeance - a[h] sja[h]s (그것의 복수)


이번엔 동사의 활용에 대해 알아볼 텐데 여기서도 드래곤어의 경제적인 특성이 드러납니다.

영어에서는 과거 시제, 현재 시제의 형태가 다르고 미래 시제를 만들 때는 여러 문법 요소를 조합하지만 드래곤어에서는 이 모든 것을 한 단어로 표현하며 미래 시제만 숨을 들이마시는 방식으로 차이를 줍니다.



예를 들어, 'eat (먹다)'를 뜻하는

드래곤어 'ee[h]s'를 바탕으로 살펴보면 이렇게 됩니다.



Eat - ee[h]s (먹다)
Ate - ee[h]s (먹었다)
Will Eat - [s]ee[h]s (먹을 것이다)


처음 두 단어는 숨을 내뱉는 채로 'east'에서 't'를 뺀 것처럼 말하는데 이때 가운데 부분에서 거친 숨소리가 납니다.

(마치 낙엽 사이로 가을바람이 스치는 듯한, 80대 노인이 마지막 숨을 내뱉는 듯한 소리)



세 번째 단어는 숨을 들이쉬면서 말하는데 드래곤이 말할 때는 단어 앞에서 쉿~ 하는 소리가 납니다.

이 소리는 [s]로 표기합니다.



그렇다면 왜 드래곤어는 과거와 현재 시제에 형태상 차이가 없는 걸까요?

이것은 드래곤족이 시간이나 인과 관계를 대하는 시점과 관련이 있습니다.

드래곤족은 현재를, 과거에 일어난 일의 정점이라 여기므로 결국 두 가지는 본질적으로 똑같다고 보는 것입니다.

간단히 말해, 수만 년 동안 살다 보면 현재 일어난 일이나 과거에 일어난 일이 별 차이 없어 보이는 것이겠죠.



현재진행형이나 현재완료형도 다음과 같은 규칙을 따릅니다.



Is Eating - ee[h]s a (먹고 있다)
Have Eaten - ee[h]s for[h] (먹어왔다)


여기서 주목할 건 ee[h]s 뒤에 붙는 말입니다.

'A' (빨리 말하면 'ah'처럼 발음) 소리는 드래곤어에서 '지금/현재 상황'을 뜻합니다.

이러한 말이 동사 뒤에 붙어서 진행 중임을 강조합니다.



'For[h]'는 드래곤어에서 '지금이 아닌'을 뜻합니다.

미래 시제가 아닌 동사와 함께 쓰이면 현재나 미래에 일어날 일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합니다.



앞서 말했듯, 드래곤족은 과거와 현재를 크게 구분하지 않으므로 이러한 형태는 거의 안 쓰이고 상대방한테 일이 일어난 시점을 좀 더 확실히 전하고자 할 때 쓰입니다.



부정문은 아주 간단히 만들 수 있는데 단어 앞에 'n'을 붙이기만 하면 됩니다.

이 n 소리는 생명을 나타내는 [n] 소리와 달리 낮은 콧소리가 들어가지 않습니다.

그냥 짧고 강한 n 소리입니다.



nee[h]s fou[n] a[n] - We don’t eat chicken.
우리는 닭을 잡아먹지 않는다.


첫 부분에도 설명했지만, 드래곤어는 한 단어에 '여러 뜻'을 담고 있습니다.

몇 가지 예를 통해 한 단어가 어떻게 명사, 형용사, 동사로 쓰이는지 살펴봅시다.



예를 들어, 영어에서는



Corrupt (동사) - Corruption (명사) - Corrupted (형용사)


형태로 나타내지만, 드래곤어에서는 이것을 모두 'te[n]'으로 표현합니다.



드래곤은 단어의 뜻을 문장 속에서의 위치나 다른 단어와의 관계를 통해 이해합니다.

예를 들면 이렇게 됩니다.



te[n] le[h]s Thor[n] - Thordan corrupted the land.
토르당은 대지를 부패시켰다. (동사)
[s]to[h]m te[n] Thor[n] - Thordan will bring corruption.
토르당은 부패를 일으킬 것이다. (명사)
[n] err[n] te[n] Thor[n] - Thordan is a corrupted man.
토르당은 부패한 남자다. (형용사)


드래곤어에 대해 설명할 것이 아직 많지만 이것을 완벽히 글로 적기엔 시간이 부족한 데다 이것저것 하던 일을 모두 멈춰야 하기 때문에 여기서 이만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지만!?



글을 마무리하기 전, 게임 안에서 드래곤어가 어떻게 쓰이는지 그리고 게임 세계관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관한 재미있는 '토막정보'를 알려드리겠습니다.



토막정보 ①



예리한 분이라면 지금껏 설명한 것을 듣고 드래곤어가 에오르제아어(영어)와 무척 닮았다는 것을 알아채셨을 겁니다.

그렇다면, 혹시 에오르제아어의 기원이 바로 드래곤어인 것은 아닐까요...!?

예를 들어 보자면 이런 게 있습니다.



come = ko[h]m (오다)
new = nuu[h] (새로운)
anger/hate = ga[h]r (화/증오)




토막정보 ②



고지 드라바니아에서도 재밌는 예를 찾을 수 있습니다.

드라바니아 구름바다에는 드래곤족(가끔 모그리족)이 살기 때문에 지역 이름도 드래곤어로 되어 있는데 여기는 지역 이름이 에오르제아어(영어)로 되어 있는 곳이 꽤 많습니다.

수천 년 동안 드래곤족이 지배한 곳인데도 말이죠.



이 지역에는 이미 드래곤어로 된 이름이 있었지만 초기에 정착한 에오르제아 사람한테는 발음이 너무 어려워서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고, 그 대신 비슷한 발음을 붙였기 때문입니다.



몬 동굴 / 애도의 바위굴이 그러한 예인데, '죽음'을 뜻하는 'mor[n]'이 바뀐 것입니다.

원래 이곳은 드래곤들이 오랜 삶을 마치고 안식을 취하러 가는 솜 알 (Sohm Al, 드래곤어로 약속된 안식)로 가는 입구입니다.



그 밖에도 이러한 예가 몇 가지 있습니다.





The Whilom River -> wa[h]r a[h]lm (calm water)
윌럼 리버 (지난날 강) -> 와르 알름 (잔잔한 물줄기)
Mare’s Oath -> ma[h]r ro[h]s (summer woken)
메어즈 오스 (어미의 맹세 유적) -> 마르 로스 (여름의 시작)
Halo -> w[h]ei lo[h]s (the path to loneliness)
헤일로 (빛무리 제단) -> 웨이 로스 (고독을 향한 여정)




토막정보 ③



아지스 라 지명 중에도 드래곤어로 된 이름을 볼 수 있습니다.

이곳에 있는 다른 지역하고 확연히 다른 이름이라 알아챌 수 있을 겁니다.

사실 이 이름을 지은 것은 드래곤족이 아니라 알라그 사람들입니다.



고대 알라그 문명 발전이 절정에 달했을 때 그들은 자신들이 드래곤족을 포함해, 하이델린에 있는 어떠한 존재보다

뛰어난 지성을 가졌다고 여겼습니다.

알라그 언어학자들은 해독할 수 없다고 여기던 드래곤어조차 알아냈다고 주장했죠.

그리고 드래곤어처럼 이해할 수 없는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그 당시 유행해서 식품이나 식당에도 이러한 이름을 붙였습니다.



델타 구역에 있는 갈퀴처럼 생긴 '에쉬 톰'은 알라그 사람이 만든 것으로, 드래곤어로 신을 뜻하는 'es[h]e[h]d'에서 따온 것인데 사실 이 말은 '가장 고귀한 혼'을 뜻합니다.

하지만 알라그 사람은 이름을 지을 때 e[h]d (가장 고귀한) 부분을 t[h]om (가장 밑바닥의)으로 바꾸었습니다.

아마 후기 알라그 문명이 종교적인 문화에서 탈피한 뒤로 전지전능한 존재를 믿는 자들을 업신여겼기 때문이겠죠.



이렇게 남들을 비꼬던 알라그 사람들은 결국 행성 전체를 뒤덮은 대재해로 인하여 그 끝을 맞이하는데 이렇게 보면, 에쉬 톰은 '가장 밑바닥의 혼'이 아니라 '미개한 정신'이라는 뜻이 더 알맞은 번역 같으며 이는 마치 그들의 추락을 암시하는 듯합니다.





토막정보 ④



자, 그러면 드래곤어를 실제로 어떻게 다루는지 궁금하신가요?

과정이 좀 낯설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이렇게 진행합니다...



1. 시나리오 팀이 일본어 내용을 만듭니다.

2. 영어로 번역한 뒤, 드래곤어에 맞게 중요한 의미만 남기고 군더더기를 뺍니다.

  (위에서 말한 '경제적' 법칙에 따라서)

  무엇이 중요한지 불분명할 때는 담당자한테 직접 물어봐 가면서
  가장 중요한 부분과 생략하면 안 되는 부분을 확인합니다.

3. 그리고 제가 직접 드래곤어로 번역합니다. 제가 이 일을 안 하면... 드래곤이 아무 말도 못 하거든요.

4. 이 드래곤어를 영어판 번역자가 다시 살펴보며, 필요한 경우 영어 문장을 수정합니다.

5. 글만 봐서는 알기 힘든 미묘한 부분이나 발음은 성우를 위해 제가 간단히 녹음합니다.

6. 영어 성우들이 녹음을 합니다. (모든 언어 버전에서 사용됩니다)

7. 사운드 팀이 이펙트를 더합니다.

dys[h] / a[n] lo[h]s / i[n] err[n] / w[h]a[h]
disturb / my solitude(loneliness) / you man / why?
(Mortals... Why do you disturb my solitude?)
인간이여, 어찌 나의 안식을 방해하느냐?




마치면서



위에 나온 내용을 보고



...너무 난해하다

...못 써먹겠다

...체계가 허술하다

...너무 헷갈린다



하고 느끼셨다면, 저는 성공한 겁니다.

제가 만들고 싶었던 언어는 알다가도 모를 듯한 거였으니까요.

뭐든 알아내고, 정복해서 우리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은 인간의 자만심이죠... (옛 알라그 사람도 그랬듯)

게다가 결국 실패하고 말았구요. 그러나 알라그 사람이 실패했다고 해서 우리가 도전 못 할 건 없잖아요!



힘내세요!



PS: 드래곤어 사전(약 200단어)을 올립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지도나 아이템 이름, 대화창 등 게임 안에 나오는 거의 모든 말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후 명사 형용사등 있지만 현기증 나더군요.
파판14 하면서 드래곤이 지껄이는거 뭔 꼬부랑 소리냐며
번역된내용만 봤는대 이정도면 이 개발자 이세계인인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