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오스는 어쩌다 망겜이 되었을까? 경영학 쪽에서 흔히 쓰이는 개념인 "도장성쇠", 즉 도입기 - 성장기 - 성숙기 - 쇠퇴기로 말해보고자 한다.


1. 도입기: 시작은 창대했다. 

1990-2000년대에 게임좀 해 봤다 싶은 사람들은 누구나 다 히오스의 대성공을 예견했다. 
블리자드 IP로 AOS를 낸다고? 실패를 말하는게 우스운 수준이었다. 그야말로 망하고 싶어도 망할 수가 없는, 태생부터가, 근본부터가 다른 게임이었다.

그러나, 이미 히오스는 시작부터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일단 개발의도부터 방향설정이 어긋나 있었다. 
개발진들은 히오스를 점심시간에 짬을 내어 즐길 수 있는 한 판당 20분 정도의 라이트한 게임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2013블컨에서 히오스를 소개하는 기사이다. 20분 내외의 라이트한 게임임을 강조하고 있다. (기사 제목 자체가 "평균 플레이타임 20분!" 이다.) 
이뿐만 아니다. 사실 히오스는 블리자드도타라는 이름의 스2 유즈맵으로 이미 개발되고 있었다. 이는 2011블컨에서 소개된다.
이 개발자 인터뷰 영상에 히오스의 모든 정신이 들어있으니 한번쯤 보는걸 추천한다. 물론 여기서도 블리자드 도타는 "점심시간이나 퇴근하고나서 혹은 저녁먹기 전에 한 두판 가볍게 할 수 있는 평균 플레이시간 20분 내외의 라이트한 게임"으로 소개된다. 

묻고싶다. AOS류 게임이, 아니 비단 AOS가 아니라 어떤 게임이라도 그 게임에 애착을 갖고 실력을 올려가며 등급전, 랭킹전을 돌리는데 하루 2-30분 한두판으로 만족할 수 있을까? 이러한 라이트한 게임이 개발진의 목적이었다면 히오스는 그냥 "빠른대전" 모드 하나만 들고나오면 됐다. 등급전이니, 대회니 이런 것들은 그들의 정신에 배치되는 요소이니까. 

또한 게임 내적으로도 히오스의 도입기는 불안했다. "거의 모든게" 미완성이었다. 보라색 투성이에 투박하디 투박한 게임내 UI부터 시작해서 터무니없이 적은 영웅 수(오픈 당시 36영웅), 같은 스2물리엔진을 사용했음에도 ㅈ같은 타격감 등 미완성 투성이었지만 그중에서도 압권인 것이 바로 "특성잠금"이었다. 

-> 초창기 히오스 영웅 수. 


-> 특성 잠금.

특성잠금 시스템은 한창 유저들 끌어들여야 할 시기에 오히려 찾아온 유저들 쫓아내는 격이었다. 위 짤과 같은 이해할 수 없는 특성잠금 시스템으로 가뜩이나 캐릭터의 개성을 맛보고 흥미를 느껴야 할 뉴비들은 쉽게 지쳐갔다. 이외에도 신규 유저 입장에서 ㅈ같은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갓 오픈한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유저들에게 무료 캐릭터 제공, 캐릭터 할인 등을 쉽게 제공하지 않았으며(심지어 지금까지도 뉴비 입장에서 히오스에 현질을 하지 않고 충분한 영웅 수를 구비하기는 쉽지 않다) 영웅 수는 36개에 불과했지만 전장은 오픈시기부터 7개의 맵으로 시작했다. 물론 그때나 지금이나 뉴비들에게 전장에 대한 친절한 설명이나 튜토리얼은 존재하지 않았다. 

헤비유저들 입장에서는 더 많은 문제점들이 피부로 느껴졌다. 위에 적은 문제들에 더해 가뜩이나 적은 영웅 수에 고여버린 메타, 영웅리그 프로 듀오큐 문제, 개선되지 않는 매칭시스템, 이유를 알 수 없는 큐검색시간의 장기화 등등.. 
이미 알파/베타 테스트 시절부터 꾸준히 지속되어 왔던 문제였지만 전혀 개선없이 출시되었고 출시 이후에도 이러한 문제들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출시 2-3달 만에 히오스에 대한 여론은 부정적으로 변해간다. 
아무리 좋은 재료, 고급재료를 써서 요리를 한다고 해도 재료를 제외한 모든부분을 설익은 상태(심지어 유저들의 피드백으로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개선하지 않음)로 테이블에 올려놓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렇지만 아직 만회할 기회는 충분히 있었다. 게임은 미완성이나 다름없는 상태로 나왔지만 재미를 느끼는 유저도 충분히 많았다. CS와 막타가 없는 팀 경험치 위주의 협동성 플레이 / 복잡한 아이템 조합식을 대체한 특성선택 / 탈것을 적용한 빠른 템포의 게임 / 천편일률적인 캐릭터에서 벗어난 개성적인 캐릭터(아바투르, 머키) 등등 개발진의 철학을 고스란히 담아낸 새로운 개념의 AOS 게임으로서 앞으로의 대처에 따라 성장 가능성은 충분했다.
무엇보다 금수저 게임이었다. 블리자드의 영웅들이 한데 모인다는 슬로건 아래 블빠들이 대거 유입됐다. 굳이 따로 홍보를 하지 않아도 유저가 찾아오는 게임이었고, 출시와 동시에 여러 대회가 생겨났다.


2. 성장기: 더스틴 브로더, 빠르게 식어버린 관심

출시 직후 방송가에서는 히오스를 눈여겨보기 시작한다. 블리자드 IP를 기반으로 한 5대5 AOS 게임. 방송사 입장에서는 이만큼 구미가 당기는 컨텐츠도 없었을 것이다.
조탁, 인텔, 기가바이트 등등 여러 스폰서들이 후원하는 소규모 대회들이 우후죽순 생겨났고, 굵직한 대회로는 인벤주관의 파워리그, OGN주관의 슈퍼리그 등등이 있었다. 
이때 히오스에 대한 기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시로 2015년 OGN의 슈퍼리그 첫 시즌 참가팀의 면면을 보면 8팀 중 7팀이 스폰을 받고있다. (MVP, 다나와, 스네이크, GAMEADE, TeamDK 등) HGC 폐지 직전 8팀 중 3팀(GEN.G, Ballistix, Blossom)이 스폰을 받고 있었던 것에 비하면 그야말로 호시절이었다. 


히린이들은 믿기 힘든 사진일지도 모르겠지만 2016년 스프링 챔피언십의 한 장면이다. 한국에서만 2천여 명의 관객이 대회를 찾았다. (현재 트위치 기준 전세계 평균 시청자수가 2천명이 안된다) 당시 OGN 등 방송사에서도 주력 컨텐츠로 내세울만큼 큰 기대를 받았고 OGN의 슈퍼리그, 인벤의 파워리그 등 각종 대회가 우후죽순 생겨났다. 게임 내 실력자들은 삼삼오오 클랜을 만들거나 팀을 짜서 대회에 출전했다. 블리자드의 빵빵한 후원 속에 히오스의 앞길은 밝아보였다.


그러나, 방송가의 관심, 블리자드의 지원 등으로 인한 대회 수 증가 등 자못 대단해 보였던 게임 외적인 겉모습과는 다르게, 정작 히오스라는 게임 자체는 발전도 못한 채 썩어들어가고 있었다..
위짤은 2016년 AOS 게임의 지표를 보여주는 그래프이다. 이 때가 히오스에게는 놓쳐서는 안 될 성장기였지만, 히오스는 성장은 커녕 퇴보를 거듭한다. 게임 내적으로는 "성장기"에 있어야 할 게임이 "쇠퇴기"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그 중심에 바로 "더스틴 브로더"가 있었다. 

지금도 회자되는 소란데 메타, 그 암흑기를 반년 이상 방관하는 등 밸런스패치에 너무나도 무관심했으며 AOS 게임이라면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었어야 할 밴픽 시스템, 합리적인 매칭시스템 개선 등등을 차일피일 미루며 유저들의 원성을 샀다. 2015 블컨에서 야심차게 내놓은 컨텐츠는 "투기장" 이었지만, 그 결과물은 우리 모두가 아는 그 난투다. 심지어 실패작으로 취급되어 요즘은 등장하지도 않아서 히린이들은 그게 뭔지도 모를 것이다. 간단히 말해주자면 불지옥 응징자 둘이서 투닥투닥하는거 누가 더 빨리 죽이냐 하는거다. ㄹㅇ 재미없다. 

이러고 있으니 가뜩이나 미완성게임 냈다고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던 여론이 차갑게 사그라들었다. 방송사들은 "그래도 블리자드니까" 하면서 어느정도 유예기간을 두고 다음 시즌을 기획했지만 눈치빠른 스폰서들은 하나둘씩 빠르게 발을 빼기 시작한다. 2016년 6월, 중국 2위팀이었던 EDG Gaming이 그 유명한 "Dead Game" 발언과 함께 발을 뺐다. 국내 스폰서들도 슬슬 간을 보면서 스폰을 중단하기 시작했고, 총상금은 줄어들었다. 

성장기에 접어들어 쭉쭉 뻗어나갔어야 했을 게임이 오히려 빠르게 퇴보하고 있었다. 더스틴 브로더 한 명만의 책임은 절대 아닐 것이다. 나는 더스틴 브로더로 대표되는 이 시기 개발진들의 너무나도 방만한 운영을 탓하고 있는 것이다. 박차를 가해 달려도 모자랄 시점에 빗발치는 피드백에 대한 답변으로 "SOON" "Will fixed" 같은 소리나 지껄이면서 폴아웃하고싶다고 노래를 부르는 디렉터.. 이 시기 내실을 충분히 다져놓았다면 LOL, DOTA의 벽을 넘지는 못했더라도 최소 지금의 상황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욕만 먹던 더스틴 브로더는 떠나고, 2017년 새로운 디렉터가 취임한다.


3. 성숙기: 앨런 다비리, 빛좋은 개살구였던 히오스 2.0

더스틴 브로더의 후임으로 앨런 다비리가 취임하고, 히오스 2.0을 발표하면서 많은 유저들이 기대감에 설레었다.
나 또한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새벽잠을 설치며 방송으로 히오스 2.0의 발표영상을 기다렸던 기억이 있다. 

히오스 2.0은 2.0 이라는 타이틀에서부터 알 수 있듯 "새로운 출발"을 의미했다. 리뉴얼이었다. 말하자면 만족스럽지 않은 성장기를 거친 후 성숙기에 도입하면서 새로운 시작을 하고싶었던 것이다.
히오스 2.0을 간단히 말하면 당시 매우 핫했던 오버워치를 히오스에 접목시켰다고 보면 된다. 하나무라와 겐지를 새로운 컨텐츠로 공개했고, 오버워치의 전리품상자 시스템을 도입하고, 오버워치 유저들을 히오스로 유입시키기 위한 오니겐지 이벤트 등등 전체적으로 잘나가는 형님인 오버워치에 기대는 모양새였다.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전리품 상자, 시공석, 파편, 이모티콘/아나운서 추가, 게임 UI 변경.... 그러나 바뀌지 않은 것들도 있었다. 바로 게임 자체의 퀄리티는 전혀 바뀐 것이 없었다. 여전한 밸런싱 문제, 악성 트롤유저에 대한 미비한 대처, 빠대 MMR 등급전 반영에 따른 티어 변별력 하락, 여기에 화룡점정은 성과제 기반 등급전 운영을 하겠답시고 희대의 병크를 저질러, 너도나도 마스터/그마에 올려놓는 실수를 저질러 등급전을 폭파시켜 버린 것. 심지어 제대로 복구도 안했다. 

-> 성과제 기반 MMR 도입 직후, 전시즌 플레티넘이었던 유저가 마스터 점수를 받는 등 등급전이 폭파된 모습.

결국 이제와서 돌이켜보면, 히오스 2.0이라는 타이틀을 붙인 것 만큼 새로워진 것은 겉모습 즉 포장지 뿐이었다. 그야말로 빛좋은 개살구였다. 요리는 아직도 설익었는데 삐까뻔쩍한 간판, 외부장식과 식기세트, 테이블보만 고급으로 치장한 꼴이었다. 이러한 포장과 오니겐지 이벤트로 한때 피시방 점유율 2%대를 찍기도 하는 등 나름 선방했으나 외관과는 달리 전혀 바뀌지 않은 내용물은 여전했고 그나마 어렵게 새로 끌어모은 신규유저들도 이에 실망하고 곧 떠나버렸다. 

개발진들은 히오스 2.0을 준비하면서 큰 기대를 했을지 모르나, 전임 더스틴 브로더 시절부터 지적되어 온 내실 다지기를 외면한 결과 새로운 히오스를 바랬던 유저들의 기대감은 곧 배신감으로 변했고 반짝 올랐던 점유율도 빠르게 곤두박질쳤다. 

한편 이 시기부터 블리자드는 대회를 HGC로 통합했는데, 2015/2016에는 각 지역 예선을 거쳐 Spring, Summer, Fall, BlizzCon 챔피언십을 열었고 지역 예선은 각지 사정에 맞추어 진행했으나 (예를 들어 한국지역 예선은 OGN슈퍼리그), 게임의 인기가 빠르게 식으면서 각 지역 리그 예선을 진행할 만한 자생력을 상실하자 2017년부터는 블리자드 주관 하에 HGC로 통합하게 된다. 결국 스폰서가 채워주던 부분을 스폰서들이 떨어져나가면서 블리자드가 메꾸게 된 모양새였고, 블리자드는 예선을 통과한 팀들에게 고정급을 주면서 대회의 명맥을 이어나간다. 이 "고정급여" 때문에 몇몇 팀 또는 몇몇 선수들은 대회를 "개꿀알바" 수준으로 생각하며 "히무원" 행태를 보였고, 상위 3팀 정도의 매치업이 아니면 항상 3대0, 2대0 스코어가 나오면서 대회의 퀄리티 또한 떨어지게 되었다. 또한 2부리그 격인 오픈디비전은 인벤에서 주관하였는데 1등상금이 60만원 정도에 불과했다는 것은 근 1년 사이 히오스에 대한 방송가의 인식이 천양지차로 떨어지게 되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문제가 HGC Korea에서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물론 전임 더스틴 브로더 시절에 비해 빨라진 영웅출시 주기나 매칭시스템 개선, 포탑/은신 패치, 역할군 조정 등 공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코어 유저들이 원했던 등급전 분야에서는 오히려 성과제MMR 도입이라는 희대의 병크를 터뜨리면서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는 등, LOL과 DOTA에 한참 뒤진 후발주자였음에도 불구하고 블리자드는 알 수 없는 태만함과 방만한 운영을 지속해 나갔다. 그러는 사이 블리자드의 기대주였던 히오스는 어느새 돈만 축내는 천덕꾸러기가 되어 있었고.. 


4. 쇠퇴기?: 케오 밀커, HGC 폐지와 자캐딸의 시기

망겜의 특징이 뭔지 아는가? 바로 인기게임과 다르게 게임의 수명, 사이클이 빠르게 돈다는 것이다. LOL, 도타는 아직도 성장기일지 모른다. 그러나 히오스는? 지금이 곧 쇠퇴기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처참한 지경이 되었다. 출시 후 근 5년만에. 

앨런 다비리는 2018년 중순 케오 밀커에게 디렉터를 넘겨주고, 개발진은 2018 블컨에서 오르피아를 공개했다. 반응은 극과 극이었지만, 대체로 부정적인 평가가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가뜩이나 여러 세계관을 합쳐놓은 게임에 근본도 없는 세계관을 굳이 하나 더 늘린다는 평가부터 시작해서 라인하르트 데스윙 리퍼 등등 아직도 새로 내놓을 네임드 영웅이 차고 넘치는데 왜 오리지널 캐릭터를 내느냐, 그나마 얼마 남지 않았던 간지포스 까마귀군주를 그냥 수염난 아저씨로 만들었다는 둥..

그러나 오르피아는 그저 시작에 불과했다. 블컨에서 오르피아를 공개한지 1달 여 만에 블리자드는 관계자들에게 언질도 없이 HGC 폐지를 발표했다. 그 이전까지는 개발진들도 의욕적인 태도를 보여왔기에 개발진들은 몰랐던 윗선의 독단적인 결정이라는 말도 있다. 어찌 되었건, 내부에서 판단하기에 히오스 대회 유지는 더 용납할 수 없는 "돈낭비" 수준에 지나지 않았고 폐지에 따른 후폭풍 정도는 눈깜짝하지 않을 정도로 히오스의 입지는 작아져 있었던 것이다.
수십개의 대형 스폰서가 달려있는 오버워치 대회를 그렇게 폐지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라. 그저 히오스였기에 폐지한 것이다. 사실상 이 떄 히오스는 회생 불가능한 사망선고를 받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HGC 폐지에 대한 내막을 더 알고싶다면 이 유투브 영상이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현재, 오르피아 이후 대회가 폐지되었고, 약 9개월이 지난 지금 임페리우스/안두인/키히라 3 영웅이 출시됐다. 그리고 영웅리그와 팀리그가 합쳐져 폭풍리그로 개편되었다. 개발인력은 나날이 감축되고 있다.
앨런 다비리 시절에는 적어도 4주에 1개의 신영웅이 출시됐고, 이렐 이후 영웅리워크와 신영웅 출시를 합쳐 7주 주기로 영웅이 출시됐지만 이제는 3개월에 1개의 영웅을 내주면 감사한 수준이다. 그나마 3개중 하나는 근본도 없는 오리지널 캐릭터라 눈쌀이 찌푸려진다. 
폭풍리그 통합은 이미 여러 번 말이 나왔지만 유저 수 감소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개발인력은 줄어들고 있다. 화이트메인 등 그나마 퀄리티를 보장했던 일러스트레이터 오스카, 최근에 출시된 대부분의 영웅들의 애니메이션을 담당했던 라나 등등이 줄줄이 퇴사했다. (그리고 라이엇으로 갔다..)

히오스는 이제 쇠퇴기에 접어든 게임이 된 것이다. 다른 말로 언제 섭종해도 이상하지 않은 게임이 된 것이다. 
물론 블리자드라는 상징성이 있기에 섭종은 섣부른 추측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HGC를 폐지한 전력을 고려하면 손익계산에 따라 언제든지 섭종에 가까운 판단을 내릴 수도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 와중에 게임 밸런싱 이슈와 등급전 개선 등 게임 내적으로는 긍정적인 신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개발비/개발인력 감축 등으로 다른 곳에 힘을 쓸 여력이 없어진 개발진들이 이제서야 유저들의 피드백에 눈을 돌리고 있다. 실제로 케오밀커 이후 대규모 밸런스 업데이트가 지속적으로 시행되어 현재는 황밸에 가까울 정도로 (물론 아직까지도 고착화된 메타는 있으나 OP, 사기 소리를 듣는 영웅은 없다) 밸런스가 유지되고 있으며, 등급전 또한 휴면계정 MMR 감소, 다인큐 티어제한 등을 통한 어뷰징 방지 등등 여전히 부족하긴 하지만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전장 업데이트 과정에서 유저들의 피드백을 실시간으로 반영해 공포의 정원, 블랙하트 항만을 등급전 전장로테이션에서 바로 제외한 것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모습을 성장기였던 더스틴 시절에 보여줬다면 지금 히오스의 입지는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5. 결론

이미 히오스는 액티비전-블리자드 경영진에게 돈만 축내는 천덕꾸러기 신세로 낙인찍혔고, 호흡기만 부착한 상태로 연명하는 게임이 되었을 수도 있다. 객관적인 지표로만 보면 망겜이 맞다.
그러나 유저들이 이 망겜에 그래도 행복회로를 태우면서 희망을 갖는 이유는 단 하나, '블리자드'이기 때문일 것이다. 히오스 유저들은 근 15-20년간 축적해온 블리자드의 아성에, 또 스타크래프트/디아블로/워크래프트/오버워치를 즐겼던 자신의 추억에 선뜻 히오스를 버릴 수 없다. 데스윙은 해보고 접어야지, 그롬 나오는건 보고 접어야지 등등 이유도 가지가지다. "대깨히" 라는 말도 여기서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히오스가 다시 살아날 수 있는 희망도 여기에 있다. 필자 본인만 해도 히오스를 망겜이라고는 인정하지만 노잼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마음이 맞는 사람들끼리 합을 맞춰 짜는 조합, 그림같은 연계, 불리한 상황에서의 역전 후 "히오스 했다"는 짜릿함 ("롤 했다"라는 말은 없지 않나)은 오늘도 히오스에 접속하게 만든다. 
지속적인 밸런스 업데이트, 코어 유저들이 원하는 등급전 개선 등 게임의 퀄리티를 조금 더 신경쓰고 유입되는 뉴비 유저들에게 보다 더 친화적인 게임으로 거듭난다면 블빠들은 언제라도 삭제했던 히오스를 다시 설치할 용의가 있다. 와우 클래식을 보자. 비록 와라버지들의 향수에 기댄 반짝 인기라 해도 판만 깔아진다면 블빠들은 모인다. 블리자드이기 때문에, 이 망겜은 다른 망겜과는 다르다. 유저들의 피드백에 귀기울이고, 히오스 2.0의 실패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외관보다는 게임 퀄리티 향상에 집중하고, 블빠들의 "미워도 다시한번" 유입을 이뤄낼 수 있다면 이 망겜은 다시 흥겜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상 히오스를 좀더 오래하고 싶은 히라버지의 넋두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