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온이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1.2와 1.5 버전을 거치면서 레벨업 과정에 즐기는
중간 성격의 컨텐츠보다 최고 레벨을 달성한 이후 할 것들이 더 많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레벨 제한이 55레벨로 높아진 2.0에서는 그런 경향이 더욱 굳어 지고 있다.


유일 인던 세트와 최초의 영웅 방어구를 드랍하는 55레벨 파슈만디르 사원 인던,
타 종족 지역으로 쳐들어가 요새전을 치루고 최고 사령관을 물리치는 용계 요새전 관련 컨텐츠,
55레벨용 PvP 아이템 만부장 시리즈, 십 여마리의 필드 네임드 몬스터,
2.0 최고의 용족 몬스터라 불리고 있는 레이드 보스 '파드마샤와 세마타' 등.
최고 레벨을 달성해야 도전이 가능하거나 원할하게 즐길 수 있는 컨텐츠의 양이 부쩍 늘었다.


그러나, 이렇게 다양한 고레벨 컨텐츠를 가진 2.0이 업데이트 되었지만
최고 레벨을 달성한 이후에도 상위 컨텐츠에 대한 도전을 포기하거나
1.5 시절의 컨텐츠를 되새김질 하듯 반복하는 유저들이 많아지고 있다.




▶ 도전할 엄두가 나지 않는 대규모 컨텐츠들


아이온에서 많은 유저들이 참가하고 함께 즐길 수 있는 컨텐츠에는 무엇이 있을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종족 vs 종족의 대결이 펼쳐지는 '요새전'.


어비스 장비를 구입할 수 있는 훈장과 어비스 포인트, 점령 이후 요새 인던까지 즐길 수 있고
한번에 수 백여명의 유저들이 참여하는 요새전은 아이온의 대표적인 컨텐츠라 할 수 있다.
그리고 2.0 버전의 신규 지역, 잉기스온과 겔크마로스에도 '용계 요새'라 불리는 4개의 요새들이 있다.


2.0 버전에서 등장한 용계의 요새들은 55레벨 어비스 장비를 구입할 때 필요한 백금 훈장과
어비스 포인트는 기본이며 한발 더 나아가 여러 가지 퀘스트와 혜택들을 유기적으로 연결 시켜주는
핵심 컨텐츠로서의 역할까지 겸비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용계 요새전의 컨텐츠 중에는 타 종족 지역에 위치한 용계 요새를 점령해야
도전해볼 수 있는 것도 많다. 이미 널리 알려진 최고 사령관 레이드를 비롯하여
타 종족 요새 점령 증표를 모아 유일 방어구로 교환하는 퀘스트 등이 바로 그 것.


또한, 드라코닉을 제외하면 현존하는 최고의 제작 아이템이자 명인들만이 사용할 수 있는 특혜,
'각인된 명인' 시리즈에 필요한 재료들도 타 종족 요새를 점령해야 구입할 수 있다.



⊙ 현재까지 알려진 타종족 요새를 점령하면 가능한 것들

- 1개의 타종족 요새를 점령

1. 징표를 모아 대행자에게 유일 방어구로 교환하기
2. 각인된 명인 제작 재료 구입


- 2개의 타종족 요새를 점령

1. 늘어나는 무기 퀘스트
2. 최고 사령관 레이드 (관련 퀘스트 다수)



이렇게 타종족 요새를 점령하면 누구나 꿈꾸는 여러 가지 혜택들이 기다리고 있지만
타종족 용계 요새를 점령하는 것은 사실상 포기 상태에 가깝다.


타 종족의 요새를 점령하려고 한다면, 우선적으로 자신의 지역 용계 요새 두 곳을 점령하고
회랑을 타고 타 지역으로 넘어가 키스크를 등록 한다. 그 이후에 상대 요새전 시간에 맞춰 공격을 시작하지만
등록된 키스크가 파괴된 상태에서 사망이라도 했다면 다시 길고 긴 달리기를 통해 다시 넘어 와야 된다.
그리고 자신의 종족 요새를 점령당해 회랑이 닫히기라도 했다면 도전 자체가 불가능 하다.


반대로 해당 지역의 종족이 용계 요새를 방어하는 것은 매우 당연한 것으로 생각할 정도로 유리하다.
우선 자신의 지역이기 때문에 이동 루트가 간단하고 상주하는 인원이 많아 위험 상황에서 모이는 유저가 많다.
요새 주변에 등록한 키스크가 부셔졌다 하여도 약간의 시간만 이동에 사용하면 언제라도 요새전에 합류,
타종족의 요새 공략을 방어할 수 있다.


따라서, 타 종족이 용계 요새를 점령하는 일은 기습이나 압도적인 세력 차이가 아니라면 극히 어렵다.


물론, 요새전이 대규모의 인원이 필요하고 종족 간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기에 쉽게 점령 되어서도
곤란할 것이다. 그러나 2.0이 업데이트 되고 3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타 종족 용계 요새를 점령한 서버가
극소수에 불과하며 두 개를 모두 점령한 서버는 젠카카 서버가 유일하다. 이 사실은 타 종족 요새전이
어려워도 너무 어려운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또한, 어렵게 획득할 수 있는 보상들도 루드라나 타하바타 영웅 무기나 어비스 아이템에 비하여
그렇게 뛰어난 편도 아니고 필수 조건들도 불가능에 가깝다보니 있으나 마나 한 컨텐츠로 여겨지고 있다.



△ 눈 앞에 이런 보상들이 아른거리지만 그림의 떡일 뿐.



또 다른 대규모 컨텐츠인 레이드 보스 '붉은 눈물 세마타'와 '예민한 파드마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
이 두 몬스터를 만나본 유저들은 공략 자체도 어렵지만 도전을 하기 위한 제약이 너무 심하다는 의견이 많다.


일단, 두 보스를 만나기 위해서는 은신처 열쇠를 구해야 한다. 이 열쇠는 정예도 아닌 일부 히어로급 몬스터들이
드랍하게 되며 거래는 가능하지만 딱 하나만 소지할 수 있어 소수의 인원이 모아서 나눠주는 일은 어렵다.
또한, 드랍율도 높지 않아 열쇠를 하나를 구하기 위해 수 십시간이 소모 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50여명의 인원이 참여하는 보스 레이드에 모든 인원이 열쇠를 습득하려면
1주일 정도가 지나는 것은 예사이다. 또한, 열쇠는 1회용이기에 대부분의 공략팀에서는
2주나 3주에 한번씩 열쇠를 가지고 있는 인원을 모아 공략에 도전하고 있는 실정이다.


도전하는 모든 유저들이 열쇠를 구한 이후에도 입장과 관련된 어려움은 계속 된다.


최초 입장 후 2시간이 지나면 은신처 밖으로 강제 이동 되기 때문에 서너번 공략에 실패했다면
다시 1~2주 후를 기약해야 한다. 또한, 은신처에 입장한 이후 클라이언트 오류나 컴퓨터가 다운 되어
재접속을 하면 은신처 밖, 입구에서 접속이 이루어진다. 열쇠는 이미 사용했기 때문에
재 입장을 위해서는 다시 히어로급 몬스터를 처치하고 열쇠를 구해와야 한다.
사실상 공략 도중 컴퓨터가 다운 됐다면 그 날의 공략은 포기해야 된다.


공략팀들의 입장에서는 수호신장으로 변신해도 한방에 보내버리는 무시 무시한 스킬들도 무섭지만
도전 자체를 제한하는 이런 요소들 때문에 공략이 더 어렵다는 말들이 많다.


세마타와 파드마샤가 게임 설정 상 마치 리니지2의 안타라스 처럼 2.0을 대표하는 레이드 보스이기에
대규모의 인원이 필요하고 쉽게 클리어할 수 없게 설정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렉 현상과 클라이언트 오류로 비정상적으로 종료 되는 일이 잦은 현재 상황 상,
비정상 종료 시 은신처 밖으로 이동시키는 것은 레이드 보스 공략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면이 없지 않다.



△ 보스 레이드 관련 퀘스트, 완료는 꿈 속에서도 힘들어 보인다.






▶ 좀비 러쉬마저 수정 되면? 험난 루드라와 격노한 야멘네스


용계 요새전과 레이드 보스가 대규모 컨텐츠의 대표 주자라면 최고 레벨을 달성해야 입장할 수 있는
파슈만디르 사원 인던이야말로 파티 단위 컨텐츠의 메인이라 할 수 있다.


최초로 도입된 입장시 난이도 선택(노말과 하드모드)과 십 여마리가 넘는 네임드, 최종 보스 루드라가
웅크리고 있는 파슈만디르 사원은 유저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었다. 그러나 인던 공략 완료에 걸리는 시간과
최종 보스 루드라의 말도 안 되는 공략 난이도 때문에 한 동안 '꿔다 논 보릿자루' 신세를 면하지 못했다.


루드라가 사용하는 날개 짓과 뇌전, 회오리 바람과 같은 스킬들은 아차하는 순간 캐릭터의 날개를 펴게 만들었고
만약 힐러나 탱커가 한번이라도 실수하면 전멸을 각오해야 했다. 공략에 성공한 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간신히 공략에 성공한 팀마저 '운칠기삼, 운이 70%'라고 말할 정도로 정상적인 공략 진행이 어려웠었다.


이렇게 불가능에 가까웠던 루드라가 최근 유행하고 있는 '좀비 러쉬'에 무너지면서 변화를 보이고 있다.
전통적인 '탱+딜+힐' 구조가 아닌 '딜과 부활'만 있는 '좀비 러쉬' 공략 방법이 알려지면서
험난한 길 루드라 공략에 성공하는 팀들이 부쩍 늘어나고 이제는 왠만한 파티에서는 대부분 성공을 하는 수준이다.


파티원 전체로 따지면 수 백번이 넘는 죽음을 뒤로하고 루드라를 쓰러트리는 '좀비 러쉬'.


이 방법은 이전에 수정된 공성 병기(요새에서만 소환되게 패치)나 시공의 회랑(몬스터가 반응하지 않도록 패치)과
매우 유사한 방법으로 보스가 내는 문제에 해답을 제시한 것이 아니라 우격다짐으로 잡아내는 것이나 다름 없어
공략 이후에도 그렇게 만족스럽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유저들이 '공략의 즐거움'을 버려가면서까지 '좀비 러쉬'를 계속 사용하는 이유는
이 방법이 아니라면 루드라를 잡아낼 희망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나마 이 '좀비 러쉬' 방법도
공성 병기와 시공의 회랑의 경우처럼 수정이 되어 언제 다시 극악한 난이도를 되찾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여러 네임드와 최종 보스 공략에 필요한 긴 시간도 파슈만디르 사원을 기피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 잡아 놓고도 찜찜한 '좀비 러쉬'를 쓸 수 밖에 없는 현재의 험난한 길 루드라



최초의 12인 포스 인던 심연의 잔해의 하드 모드 보스 '격노한 야멘네스'도 이와 마찬가지.


가장 방어력이 좋은 수호성도 7천 이상의 피해를 받고 치명타가 터지거나 광란 상태라면
10,000 이상의 피해를 입혀 사실상 탱킹이 불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랜덤한 대상에게 사용하는
마비 광역 스킬도 공략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원인 중 하나로 지적 되고 있기도 하다.


그나마 '좀비 러쉬'를 활용한 공략 방법이 알려지면서 격노한 야멘네스에
도전하는 팀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할 성과를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 2.0이 업데이트 되고 3개월이 넘었는데... 유저들은 작년의 1.5?


사실 컨텐츠가 가진 난이도가 높다는 것 하나만으로 '문제가 있다'라고 말하기에는 어렵다.


게임할 시간이 부족하여 라이트하게 즐기는 유저가 쉽고 시간의 제약이 없는 컨텐츠를 좋아 한다면
넉넉한 시간을 가진 유저들은 어렵지만 보상이 높은 컨텐츠에 도전하기 마련이다.
하드 유저들 중에는 어려우면 어려울 수록 오히려 정복욕에 불타올라 끝내는 성공 시키는 '괴수'들도 있기 때문.


하지만, 2.0에 추가된 대다수의 상위 컨텐츠가 일반적인 수준을 벗어나
시작해볼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로 난이도가 높은 것들이 많다는 것은 충분히 우려가 되는 부분이다.


물론 위에서 말한 컨텐츠 외에도 2.0 버전에서 추가된 제작들이나 일일 퀘스트 등이 남아 있고
일반 난이도의 파슈만디르나 심연의 잔해에 도전해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컨텐츠들은
대다수를 만족시킬 만한 메인 컨텐츠라 하기에는 아무래도 보상의 격이 많이 떨어진다.


오히려 이런 컨텐츠의 보상보다 1.5 컨텐츠가 가지고 있는 보상이 나은 경우도 많아
대다수의 유저들은 2.0 버전의 한계인 55레벨을 달성했지만 아직도 1.5 버전의 어비스 인던이나
암흑의 포에타를 주력으로 즐기고 있는 실정이다.



△ 등장 후 1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인기만점 타하바타




어느덧 9월, 2.0 버전이 적용 되고 3개월이 넘었지만 용계로의 진격 다운 진격은 해보지 못한 유저들.


마치 1년전으로 돌아가기라도 한 것 마냥 1.5 버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유저들을 위해서라도
군침만 흘려야 했었던 요새 관련 컨텐츠의 조건 변경이나 험난한 길 루드라와 격노한 야멘네스의
공략 난이도 조정과 같은 개발사의 배려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9월 1일 있었던 루드라 난이도 하향 패치, 2.0 컨텐츠 난이도 하향의 신호탄이 되었으면...





Inven Handi - 박경민 기자
(Handi@inv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