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게임산업을 평가하려면 게임산업이 뭔지나 알고 그 역사를 알아야 하는것 아니겟습니까?
게임산업은 크게 다섯가지로 구분되며 이 5가지는 보통 상호 보완관계에있습니다.

1. 디바이스
2. 엔진
3. 타이틀
4. E스포츠
5. 플랫폼

1. 디바이스
콘솔시장이 멸망한 상태나 다름없는 한국의 환경상 디바이스의 존재감이 굉장히 약할 수 밖에 없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90년대부터 00년대까지 일본과 미국의 게임시장의 최대 격전지는 디바이스 시장 이었습니다.
다들 기억하시겟지만 90년대에 포켓몬을 할려면 게임보이를 구매하고 포켓몬 버전 팩까지 추가로 구매해야됬습니다. 그리고 특정 디바이스의 팩은 다른 디바이스에는 끼울 수가 없었죠. 물론 초등학교에서도 플로피디스켓에담긴 pc버전 포켓몬이 암암리에 돌아다니긴 했지만 그건 90년대 한국처럼 저작권 의식이 아예 없는곳이나 가능했던 일입니다.
당시의 게임회사들은 디바이스 시장을 장악하면 다른 중소형 게임개발사들의 타이틀도 자기네 디바이스를 통할 수 밖에 없으니 시장을 장악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습니다. 게임을 만들면 디바이스도 팔고 게임팩도 팔아서 일석이조로 돈을 버는것은 덤이구요. 그 중 현재까지 살아남아있는것은 플스와 엑박입니다. 플스가 살아남은 이유는 마리오와 젤다덕이고 엑박이 살아남은 이유는 헤일로덕입니다. 이 때는 최고의 게임을 찾아내서 자기네 디바이스로 만들도록 하는 선구안이 가장 중요하던시기고 그렇게 퍼블리셔 라는 개념이 등장합니다.
결론적으로 디바이스를 장악하면 시장을 장악할거라 믿었던 90년대 게임사들의 생각은 00년대까지만 맞았습니다. Pc의 성능개선과 보급 속도는 모두의 예측보다 훨씬 더 빨랏고(moore's law) 모바일과 무선인터넷의 등장으로 휴대용 게임기는 그냥 멸종해버렷습니다. 아무리 미국땅이 넓다 한들 결국 유선이든 무선이든 인터넷망은 모든 곳에 다 깔리게되면서 디바이스 위주의 시장이 막을 내리고 있습니다.
이런 00년대까지의 상황속에 한국 게임회사들은 복돌을 이기지 못하고 모조리 온라인으로 갈아타며 한국 게임시장의 갈라파고스화가 시작됩니다. 한국게임시장의 현재 위기를 야기한 첫번째 근본적인 책임은 당시의 유저들에게 있다는점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전술했듯이 플로피디스켓 속의 포켓몬이 버젓이 돌아다니는 상황에서 누가 새로운 게임 디바이스를 만들 생각을 하겟습니까.
하지만 동시에 철저히 콘솔위주였던 초기 시장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가기 시작한것은 후퇴라기보다는 진보입니다. 어디까지나 결과론이지만 10년대에 접어들며 콘솔의 시대는 틀림없이 저물고 있으니까요, 다시말해 한국 게임회사들은 소비자들의 미개함 덕에 오히려 한발자국 앞서나갈 기회를 얻었습니다. 이는 블리자드와 비교해보면 잘 드러납니다.
블리자드는 인터넷 보급이 땅넓이 때문에 느려 pc가 콘솔보다 우월할 요소가 전혀 없는 미국회사임에도 불구하고 철저하게 pc를 디바이스로 선택합니다. 이들이 선택했던 전략은 철저한 차별화로, 콘솔로는 결코 할 수 없는 단 하나의 게임장르 rts였습니다. 지금이야 와우와 디아 하스스톤등등 여러가지 하지만 원래 블리자드는 워크1,2로 성장한 회사이며 한국의 전통 민족놀이 스타도 마찬가지죠.
즉 플스나 엑박같은 디바이스를 개발해 시장을 장악하려는 시도는 소비자들이 미개하다는 환경때문에 불가능하지만 콘솔로는 할 수 없는 게임을 만들어 훨씬 더 거대한 해외시장에 진출하며 앞서나가려는 시도가 당시 한국 게임회사들에게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러다가 게임을 매우 '잘'만드는 블리자드에게 국내시장도 먹혔죠

2.엔진
유니티 크라이 프로스트바이트 소스 언리얼... 다들 한번쯤 들어보셧을 게임엔진들입니다. 현재 엔진 개발사들은 ㅇ오픈마켓화된 모바일 시장에 적응하기 위해 게임사에게 소프트웨어인 엔진을 팔고 돈을받던 방식에서 일단 무료로 공개하고 매출이 발생하면 일정부분을 받아가는 방식으로 사업을 전환하고있습니다. 사실 소비자들은 이 게임이 뭔 엔진으로 만든건지 어지간한 마니아가 아닌 한 신경도 안쓰기 때문에 잘 알려져있지않고, 솔직히 저도 잘 모릅니다. 그러나 경영학을 전공중인 사람으로써 저 사업모델만봐도 이게 돈이 엄청나게 잘 되는 것이라는건 명백합니다.
당연히 국내 게임회사들은 엔진같은거에 별 관심 없었습니다. 어도비플래시같은걸로 대충 짜놔도 잘만되는 깜짝공격같은것 때문인지도 모르겟습니다.

3. 타이틀
타이틀은 모두 아시다시피 그냥 게임 그 자체를 가리킵니다. 실제로 소비자가 주로 접촉하는 완제품이니만큼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죠. 타이틀에 대한 논의는 여기 토론장에서 심심하면 하고있으니 그냥 넘어가도록 하겟습니다.

4. e 스포츠
잘들 아시다시피 e스포츠의 성지는 한국입니다. [임]과콩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그러나 e스포츠를 통해 최대의 수혜를 보는것은 한국게임사들이 아닙니다. 온게임넷과같은 방송국이 얻는것을 제하면 당연히 블리자드와 라이엇의 몫입니다. 이는 상당부분 장르적 특성에 기인하고 있는것으로 보입니다.
Rpg나 각종 턴제게임들, 그리고 퍼즐게임들은 모두 e스포츠로 활용하기에는 부적합하죠. 보는것만으로 재밌을 수 있는 게임은 rts와 aos그리고 fps로 이 세 장르만이 e스포츠시장에 참여하고있습니다. 위 1.디바이스 에서 말씀드렷다시피 한국게임사들은 본격적으로 rts를 만드려 한 적이 없습니다. 비교적 최근 등장한 aos의 경우 블리자드의 맵에디터 공개덕분에 탄생한 장르인데 역시 한국게임사들이 블리자드처럼 맵에디터를 공개하거나 엘더스크롤시리즈처럼 모딩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얘기 역시 들은 바가 없습니다. 애초에 게임엔진이 가지는 가능성에도 관심이 없으니 당연한거겟군요.
다만 Fps만큼은 예전부터 한국에서 제작이 꾸준히 이루어져왔습니다. 물론 만들기만 계속 만들었지 00년대 초반에 나온 카스 수준에서 발전이 없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국산fps가 e스포츠 시장을 주도할 가능성도 없습니다. Fps가 딱히 e스포츠의 주류는 아니지만 그래도 wcg종목이었으니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봅니다. 미국에서는 콜오듀가 나오고 배필이나오고 멀티플레이는 없지만 fps+어드벤처 끝판왕인 바이오쇼크가 나올동안 한국애서는 서든?.... 크로스파이어?...Fps부문도 얄짤없이 게임사의 책임입니다. 미국회사들은 배필이 성공하면 거기에 aoa캐릭터를 출시하는게 아니라 바로 배필2를 제작하기 시작합니다.

5. 플랫폼
10년대들어 디바이스 대신 게임시장장악력의 핵심 키워드로 떠오르고있는 현재의 격전지 플랫폼입니다.
우선 주요 게임 플랫폼을 운영하고있는 회사의 리스트입니다.
1. 애플-애플앱스토어 (세계 시총1위)
2. 구글-플레이마켓 (세계 시총2위)
3. 밸브-스팀(비상장이라 규모 측정불가)
4. 유비소프트-유비소프트온라인스토어
5. 잇 어어어얼-오리진
6. 블리자드-배틀넷 (직접개발한게임 한정이라 사실 이 예로는 부적합합니다)
7. 소니-플스(사실상 플랫폼화 되가고있습니다)
보시다시피 어마어마한 회사들이죠 물론 플레이마켓에 게임만 있는것도 아니고 애플이나 구글이 워낙에 하는게 많으니 게임 플랫폼을 장악하면 세계 최강의 회사가된다!!!라고 말하면 심각한 오류겟지만 대충 플랫폼을 가진다는게 어떤 의미인지로 생각하시면 되겟습니다.
2010년대 게임산업에서 승리하기위해선 플랫폼을 장악해야합니다. 그러나 한국회사들은 플랫폼을 만들려는 일말의 시도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블리자드가 베틀넷의 프로토타입을 90년대에 보여주었는데도말이죠.
이미 해외직구가 일상이되어 스팀이 침투하기 시작하고 모바일시장은 구글과 애플이 꽉 잡은 뒤인 매우 최근에서야 네이버가 네이버 게임즈라고 엇비슷한 거를 시도하고있습니다. 얼마나 한국 회사들이 뒤떨어져있는지 잘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이건 게임사만의 이야기가 결코 아닙니다. 애플 구글이 원래 게임사가 아니듯이 스마트폰과 연관되어있거나 각종 it기업들은 모두 접근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한국 인터넷 환경 전체가 갈라파고스화 되어 있는것은 잘들 아시고 계실겁니다. 헌데 이건 국내 it 및 게임회사들 입장에서 절대 나쁜소식이 아닙니다. 엑티브엑스와 공인인증서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토나오는 것들이지만 외국 회사들이 한국 시장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무역장벽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입니다. 이베이가 (훨씬 비용이 덜 드는)한국어 사이트를 만드는게 아니라 국내 인터넷쇼핑몰을 인수하는 선택을 하고 아마존이 한국에 접근조차 하지 못하는 환경 속에서 국내시장을 장악하는 게임플랫폼 하나 못 만들었다는게 한국 게임 및 it회사들의 수준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부분유료화제도를 창시한 것을 자사의 최대 업적으로 자랑스럽게 적어논 n모사의 경우 도저히 알 수 없는 이유로 밸브와 매우 협력적인 관계를 맺고 있어 국내 스팀 다운로드 서버가 n모사의 서버를 이용할 정도인데 액티브엑스와 공인인증서를 무기로 국내 스팀 결제 서비스를 따오는 정도도 생각 못하고 있던 와중에 이제 해외직구가 일상화되고 공인인증서 의무사용이 폐지되었습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