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8일을 마지막으로 8일간 진행되었던 선물퍼레이드 이벤트가 끝이 났습니다.


☞ 서프라이즈 메이플! 8일간의 선물 퍼레이드~! [클릭]


메이플의 모든 유저들에게 아무런 조건없이 캐시아이템을 제공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해당 이벤트 기사에 대한 반응은 대부분 칭찬(!)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유료아이템을, 비록 기간한정이라 할지라도,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호응이 좋은 선물이긴 하지만, 이번 이벤트를 단순히 선물이라고만 볼 수는 없습니다.



캐시템을 공짜로 준다?



샘플 (Sample)

성인 여성들에게는 아마도 익숙하지만 메이플 유저들에게는 참으로 낯선 단어일지 모르겠습니다.


샘플이란, 흔히 화장품의 판촉, 판매촉진을 위해 실시하는 체험형 상품으로
판매용 상품과 동일하거나 혹은 더 좋은 품질을 가진 소량의 상품을 별도로 제작해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백화점 입구 등에서 무료로 나눠주는 증정품을 말합니다.



[ 화장품 샘플들. 무료로 나눠주는 15ml 이하의 소용량 제품을 말한다. ]



지난 8일간의 서프라이즈 이벤트를 통해 나눠준 캐시탬들은 총 4종.
고성능 순간이동의 돌, 곰돌이 편의점, 미네르바의 부엉이, 호신부적이었습니다.


캐릭터의 현재 위치를 등록해두고서 등록된 위치들 중 한 군데로 워프할 수 있는 순간이동의 돌,
플레이어가 게임에 접속해있지 않아도 상점을 열어 물건을 대신 팔아주는 고용상인 - 곰돌이 편의점,
자유시장의 상점에 존재하는 아이템들을 검색해주는 1회용 캐시 아이템 - 미네르바의 부엉이,
캐릭터가 죽어서 비석이 될 때마다 가지고 있는 갯수만큼 경험치 하락을 방어해주는 호신부적까지,


이벤트 기간동안 지급된 캐시아이템들은 7일의 사용기간 제한이 있습니다다.





물론, 개중에서 곰돌이 편의점의 경우, 실제로 캐시샵에서 팔리는 상품도 사용기간의 제한이 있기 때문에
이벤트로 지급된 곰돌이 편의점에 사용기간 제한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할 수 있습니다.


고성능 순간이동의 돌, 미네르바의 부엉이, 호신부적은 원래 사용기한의 제한이 없는 상품.
이들은 필요해지는 순간에 1회씩 사용량이 차감되는 형태로 디자인된 캐시아이템이기 때문에
이들에게 1주일의 사용기간 제한을 거는 순간, 사실상 그 활용가치가 상당히 낮아지게 됩니다.


예로 호신부적 같은 경우만 해도, 원래대로라면 가방에 15개를 사두면
15회의 죽음을 겪더라도 경험치가 하락되지 않도록 보호해주지만,
7일간의 기간 한정이라는 것은 상당한 제약으로 작용합니다.
그걸 다 쓰기 위해서 일부러 죽을 이유는 없으니까요.


이런 캐시아이템의 무료제공은 모든 메이플 유저들이 캐시아이템의 효과를 직접 체험한 후,
향후 구매를 유도하기 위함입니다.


작은 집에서 살다가 큰 집으로 이사갈 순 있어도
큰 집에서 살다가 작은 집으로 이사가긴 어렵다고 합니다.
원래 없었다면 큰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지만,
있다가 없으면 상당한 불편함을 느끼게 됩니다.


즉 한편으로는 편리함과 효용성의 증대이지만,
또 한편에는 있다가 없음으로 인해 발생하는 불편함의 체감도 들어있습니다.


모르고 지나칠 뻔한 메이플의 다양한 한정판매




메이플에서 매번 시행하는 한정판매 역시, 기본적인 마케팅 방법중 하나입니다.


특히, 언제부터 언제까지 파는지 그 판매기한조차 알 수 없는 다양한 한정판매 상품들은
"지금 아니면 못 살지도 몰라!"라는 위기감을 유저에게 심어주기 때문에
해당 상품이 필요한지 필요하지 않은지 고려해보기 전에 구입하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마치 홈쇼핑 방송에서 매진되기 직전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방법입니다.



[ 이때다 싶으면 등장하는 한정판매의 꽃. 프로텍트 실드 ]




[ 새로 추가된 전설의 오르골. 확률은 뭐 여전히 =_= ]



묶음 판매 세트 역시 기본적인 판매 기법중 하나입니다.
많이들 알고 계시는 미라클 큐브, 마스터 미라클 큐브 등은
낱개보다 더욱 싼 가격에 몇개씩 묶어서 할인가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묶음 판매의 경우에는 미라클 큐브가 가지는 랜덤 조건으로 인해 묶음 판매 세트의 매력은 더욱 커지게 됩니다.


내가 원하는 등급이 될 때까지 돈을 얼마나 써야하는 지 모르고,
내가 원하는 잠재 옵션이 나올 때까지 몇개의 큐브를 더 써야 하는지 모릅니다.
때문에 싸게, 많이 살 수 밖에 없는 거죠.


물론, 그런 원하는 순간이 묶음 단위에 딱 맞춰서 등장할 확률 역시 엄청나게 낮습니다.
상당히 높은 확률로 캐시템 가방안에 큐브가 남게 되지요. =_=


이러면 남는 큐브를 어떻게 할 것인가? 다른 아이템에 다시 쓰던가 아니면 시장에 팔아야 합니다.
하지만, 남는 캐시템을 교환하기 위해 사야하는 고용상인의 값과 비용/노력을 생각하면
애초에 묶음 세트의 가격은 그렇게 싸다고 볼 수 만은 없습니다.



[ 묶음 큐브 세트. 아마 가장 많이들 사지 않을까? ]




거인에게 신발이 필요할까




옛날 어느 산 속에 거인이 살았습니다. 사나운 맹수를 때려잡는 괴력과 강인한 신체를 가진 거인은
늘 맨발로 걸어다녀도 추위따윈 아무렇지도 않았고, 발바닥을 찌르는 돌멩이에도 끄떡없었습니다.


그러던 거인에게 상인이 찾아옵니다. 거인을 위해 특별히 만든 최고급 가죽 신발을 선물해줍니다.
신발은 맘에 들었습니다.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이 좋아 그해 겨울은 온종일 신발을 신고 지냈습니다.


봄이 찾아왔습니다. 신발은 겨울동안 닳아서 버려야 했습니다. 예전처럼 맨발로 사냥을 나선 거인은
그전까지는 아무렇지 않았던 돌멩이들에 발바닥이 아파와 사냥을 하러 갈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다시 찾아온 상인에게 거인은 새로운 신발을 하나 더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상인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이전에는 공짜였지만 이제부턴 신발을 돈을 받고 팔겠다고 합니다.


거인은 열심히 사냥해서 마련한 사냥감을 팔아서 신발을 사야 합니다. 비싼 신발을 사기 위해서는
더 많은 사냥을 해야 합니다. 사냥을 하면 할수록 신발은 닳아, 새로운 신발을 다시 또 사야합니다.


그렇게 어느샌가, 신발이 없어도 아무렇지 않았던 거인은 어느새 신발을 위해서 사냥을 하고 있습니다.


- 어린시절 읽었던 우화 中




물론, 기업이란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살아가는 존재이기에
캐시아이템의 판매를 늘려서 더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한 각종 마케팅 기법은 당연한 일입니다.


메이플스토리에 접속하면서 게임을 즐기다보면, 이러한 다양한 마케팅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게 됩니다.
신상 캐시템이 출시되었다는 광고메시지는 지속적으로 채팅창에 올라오고,
누군가 땅콩을 까서 비싼 아이템을 얻었다는 메시지가 모든 서버에 수시로 울려펴집니다.


스탯공격력이 낮다고 파티에서는 강퇴당하고, 장비의 업그레이드를 위해서는 큐브를 사야합니다.
나오는 옵션이 랜덤이기 때문에 몇개가 필요할지 몰라, 큐브는 언제나 세트로 사게 됩니다.


맘에 드는 옵션이 나와서 큐브를 멈춘 뒤에는 남는 큐브를 팔아야 합니다.
상점을 위해서 컴퓨터를 계속 켜놓을수는 없기 때문에, 고용상인을 사야 합니다.


성인 전용 게임이라면 성인 스스로 판단할 수 있다는 문제로 비껴갈 수 있는,
또 성인 게임에서는 흔히 사용되는 방법들이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메이플스토리 유저들의 연령층을 생각하면 무언가 불편한 것만은 사실입니다.



[ 9/29일자로 업데이트 된 이노센트 + 리커버리 콤보 ]



게임사는 매출을 위해 연구하고
유저는 빠른 성장을 위해 연구합니다.

다만 한가지, 이제는 유저들도 좀 약아져야 할 필요가 있을 성 싶습니다.
다양한 마케팅 기법과 캐시아이템의 구매가 이루어지는 메이플은
어찌보면 현실의 경제를 가장 빠르게 체득할 수 있는 교과서의 역할을 할 수도 있으니까요.



Inven Helka
(Helka@inv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