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화

 

조우

 

(설정집이나 1화 / 2화 / 3화 / 4화 를 읽지 않으신 분은

이야기의 원활한 이해를 위해 읽고 오시면 더 재미있습니다)

 

 

 

[이스, 일어나라. 이스]

 

 

한참 잘 자던 이스는 갑자기 뇌리를 스치는 이드의 목소리에 잠을 깨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짚은 아직 오토드라이브 모드가 동작중이었고, 목적지인 오르카 기지까지는 약 1.5km가 남아 있었다.

 

주변은 널찍한 개활지로, 적이나 위협이 된다고 판단할 만 한 것은 아무 것도 없어 보였다.

 


 

 [우웅...왜 그래요? 이드]

 

 [안 좋은 느낌이 든다. 바로 이 앞이다]

 

 [아무 것도 없는 거 아니에요...?]

 

 [색적 센서에는 걸리는 게 없지만, 순전히 감이랄까]

 

 [기계도 감이 있어요?]

 

 [기계는 감이 없지. 감이라고 부를 만한 다른 것도 없고]

 

 [이봐요, 감이 없다면서 감이라는 용어를 쓰는 이유가 뭐예요?]

 

 [감...이라고 부를 수 밖에 없는 무언가가 위협을 탐지했다]

 

 [에휴...알았으니 가 봐요]

 

 [위험할 지도 모른다]

 

 [두 번 씩이나 말 하셨잖아요? 지켜주신다고. 남자가 한 입으로 두 말 하는 거 아니예요]

 

 [기계는 성별이 없다. 뭐, 남성형으로 설정되어 있으니 할 말은 없지만]

 

 [말 끝마다 태클거는 남자는 인기 없다구요?]

 

 [인기 있고 싶은 생각도 없으니 제격이군]

 

 [하여튼 한 마디를 안 져요...]

 


 

티격태격하면서도 이스는 짚을 세우고, 조수석 시트를 열어 휴대용 패럴라이저[1]를 꺼내 손에 쥐었다.

 

그리고는 이드가 안내해 주는 대로 발을 옮겼다. 약 400미터쯤 걸었을까.

 


 

 [멈춰, 이스. 저 앞이다]

 

 [여기요? 아무 것도 없잖아요...]

 

 [손에 든 그 무기, 패럴라이저 라고 부르는 건가. 내가 말하는 방향으로 발사하고 바로 숨어라]

 

 [여긴 숨을 데도 마땅치 않다고요?]

 

 [그럼 엎드리면 되겠지. 준비, 발사]

 


 

탕-

 

곧 패럴라이저에서 비살상형 전극 하나가 발사되었고, 이스는 엎드릴 준비를 했다.

 

전극은 약 300미터쯤 날아가서는 공중에 부딪히고 약한 스파크를 튀긴 후 떨어졌다.

 

그리고 곧,

 

그오오오오오오-

 

어마어마한 굉음 비슷한 소리와 함께 땅이 마구 울렸고, 비틀대던 이스는 엉덩방아를 찧었다.

 


 

 [저, 저게...]

 

 [클로킹 상태였군. 내 감이 맞았어. 기계병기다. 너희 말을 빌리자면 짐승형, 이켈로스 급이겠군]

 


 

보통 알려진 바에 의하면 이켈로스급은 모르페우스급보다 작은,

 

체고 약 4~8m에 3~10톤 정도의 질량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지금 이스의 눈 앞에 있는 녀석은, 이켈로스급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컸다.

 

말 그대로 웅장할 정도의 크기.

 

햇빛을 반사하여 미끈하게 뻗은 꼬리까지 덮은 광택나는 강철 비늘.

 

하늘을 덮을 정도로 커다란 날개 사이의, 당장이라도 이스를 물어뜯을 듯 촘촘하게 뻗은 송곳니와

 

피와 같은 새빨간 빛을 품고 있는 두 눈동자.

 

그것은 고대 신화에서나 나올 법 한, 이스도 이야기로 들어서 아주 잘 알고 있는 생물체를 모방한 기계병기였다.

 


 

 [드...드래곤?!]

 

 [음. 확실히 처음 보는 이켈로스다. 내게 입력된 정보에도 저런 류는 없었던 것 같은데]

 

 [어, 어떻게 하죠?]

 

 [일단 지금 우리 화력으로는 버겁다. 오르카로 향한다]

 

 

이스는 빠르게 일어나 짚을 향해 달렸다.

 

드래곤형 이켈로스의 센서가 이스를 포착한 찰나, 발을 강하게 구른다.

 

쿠우웅.

 

아까는 포효만으로 약한 지진에 맞먹는 땅울림을 냈으니, 직접 대지를 박찬 효과는 엄청났다.

 

엄청난 지진과 함께 땅이 쩌적 소리를 내며 갈라지기 시작했고, 균열은 순식간에 이켈로스를 중심으로 커다란 동심원을

그렸다.

 


 

「꺄악!!」

 


 

이스는 지진의 여파로 넘어진 채 필사적으로 움직여, 짚에 겨우 올라타는 데 성공했다.

 

짚에 시동을 걸고 울리는 땅 때문에 조준이 맞지 않는 패럴라이저를 한 발 더 발사하며 조종간을 꺾었다.

 

이켈로스는 땅을 박차고 그 기세로 날개를 움직여 날아오르고는, 빔 병기로 추측되는 붉은 눈동자를 번뜩였다.

 


 

「어떻게 좀 해 봐요, 이드!」

 

 [저 정도 덩치면 해킹도 무리다. 아니, 시도를 위해 다가가다 이미 파괴되겠지]

 

「모르페우스의 검도 막은 그 외장갑은요?」

 

 [지금 저 발구르기로 추측되는 건, 공격의 무게로만 따져도 내 외장갑의 수용능력을 한참 뛰어넘는다]

 

「으으...일단 오르카 기지로 갈께요!」

 


 

끼이이이익!

 

이스는 짚의 가속페달을 힘껏 밟고, 더해서 1단계 부스트까지 켜고는 개활지를 질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뒤를,

 

키잉-

 

현악기를 튕기는 소리와 비슷한 소리가 나며, 붉은색 광선이 여러 줄 내달렸다.

 


 

「우왓!? 여, 역시 공격수단이 하나일 리는 없겠지만, 이건 좀 너무하잖아아아아-!!」

 

 [침착해라, 이스. 방향은 내가 지시할 테니 운전에 집중해라. 왼쪽에서 온다]

 

「알겠다구요! 이이익!!」

 

 [이번엔 정확히 뒤와 오른쪽에서 온다. 왼쪽으로]

 

「왼...쪽!」

 


 

부스트 상태로 급하게 조종간을 꺾은 탓일까. 짚이 스핀하며 시동이 꺼졌다.

 

다행히 왼쪽으로 어느 정도는 꺾인 상태였기에 광선에 적중당하진 않았지만...

 

놈의 눈이 한번 더 광선을 뿜을 준비를 하듯 넘실거렸고, 이스는 절망감에 휩싸였다.

 

곧, 엄청난 소리와 폭염이 이스를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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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달리는 5화!

 

아래는 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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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스가 알키오네의 무장을 본따 만든 대 기계병기용 휴대무장으로, 발사하면 순간적으로 회로에 부하를 걸어

작동을 멈추게 만들 수 있다.

한번 발사 후 충전 시간이 긴 게(약 15초) 단점.

사람에게 발사하면 약간 따끔할 뿐 아무런 효과도 없다. 사거리는 약 50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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