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8화

 

실패

 

 

 

 

(설정집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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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와 헤어진 이스는 그대로 죠제프 교수의 연구실로 향했고, 곧 도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뭔가 연구실이라기보단 통제구역...이라고 부르는 편이 더 어울릴 것 같은 느낌이었다.

 

입구에는 검은 수트를 입고 선글라스를 쓴 두 명의 남자가,

 

연구소를 지키고 있다기 보다는 들어오는 자를 배제하려는 듯한 느낌으로 서 있었고

 

연구소 건물도 깨끗한 흰 건물이 아닌 철조망과 울타리로 둘러싸인 콘크리트 가건물로 만든 요새 같은 느낌이었다.

 

이스가 입구로 다가가자, 역시 수트의 남자 둘이 앞을 막아서며 말했다.

 


「무슨 용무로 오셨습니까」

 

「죠제프 삼촌의 조카예요. 삼촌을 만나러 왔어요」

 

「잠시만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남자 둘 중 왼쪽의 남자가 통신을 하는 듯 했다. 큰일이다. 들키면 안 되는데...

 

남자가 통신을 끊고 이스에게 말했다.

 


「교수님은 지금 중요한 실험을 하고 계십니다. 돌아가 주시기 바랍니다」

 

「엄청 급한 일이라서 그래요. 지금 바로 전해드려야 된다니까요?」

 

「전언이라면 제가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만」

 

「직접 말해야 하는 거라서요」

 


이스의 말에 경계를 풀지 않던 오른쪽의 남자가 삼단봉을 빼들었다. 삼단봉이 펴지는 차라락 하는 소리가 위협적이었다.

 

방금 통신을 끝낸 왼쪽의 남자도 삼단봉을 빼들며 말했다.

 


「방금 전에 말씀드렸다시피 들여보내드릴 수는 없습니다」

 

「정말 바쁜 일인데...어쩔 수 없죠. 나중에 다시 올 테니 그 무서운 것 좀 넣어주세요...」

 


이스가 겁을 먹은 듯한 연기를 했지만, 남자들은 속지 않았다.

 

봉을 그대로 오른손에 든 채 빨리 가라고 손짓한다.

 

칫, 대학 내에선 최대한 소란은 피우지 않으려 했는데...

 


「미안해요, 페르소나」

 


인이어 통신기의 PTT버튼을 누르고 그렇게 말한 뒤, 이스가 외장갑을 두르고 오른쪽의 남자에게 달려들었다.

 

설마 달려들 줄은 몰랐는지 일순 남자 둘이 당황했고, 그 틈을 타 외장갑이 보강된 오른 주먹으로 남자의 턱을 올려쳤다.

 

하지만 역시 이런 쪽으로 훈련을 받은 듯 남자는 쉽게 쓰러지지 않았고,

 

그에 이스가 당황한 틈을 타 다른 남자가 이스의 등을 삼단봉으로 내리쳤다.

 

카앙.

 

쇳소리가 들리며 외장갑이 방어한 등에서 약한 통증이 느껴졌지만 이스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일단은 앞의 남자를 확실히 쓰러뜨린다. 라고 생각한 순간,

 

파지직.

 

전류가 흐르며 이스의 몸이 파르르 떨렸다. 제길, 전기충격 기능도 있었나...

 

털썩.

 

이스가 그대로 바닥에 양 무릎을 꿇었다.

 


「큰일날 뻔 했군. 골이 울릴 정도의 충격이었어」

 

「뭐 이런 괴물이...」

 


라는 구시렁을 뒤로하고 이스는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얼마나 지났을까.

 

이스가 눈을 떴다.

 

주변을 둘러보자, 낯익은 기계의 모습들과 또한 낯익은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정신이 드느냐, 에스프리」

 

「네, 페르소나. 이건...」

 

「작전은 실패다. 자네는 약 3시간을 꿈에서 활동했지만 결국 강제로 차원에서 퇴거당했다」

 

「강제 퇴거요?」

 

「꿈이니까. 정신을 잃거나 하면 당연히 원래 세계로 돌아오게 되어 있는거지」

 


아하, 그렇구나. 이스가 납득한 듯 박수를 한번 쳤다.

 


「과연, 그렇군요. 그럼 아까 당했을 때 그대로 제가 사라진건가요?」

 

「자네가 당했을 정도의 실력자라니, 버거운 상대였나 보군」

 

「아뇨, 방심했어요. 전기충격이라니, 상상도 못했어...」

 

「자네와 다른 기계병기들의 외장갑을 살펴보았네만, 역시 전기에 많이 취약하더군」

 


그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겠어, 라고 생각한 이스가 페르소나에게 말했다.

 


「혹시 금속류 중에도 절연체가 있나요?」

 

「음...자네의 외장갑은 어디까지 컨트롤 가능하지?」

 


이스가 잠시 생각하다 답했다.

 


「퍼뜨려서 물건을 조종한다던가, 몸에 붙게 만들어서 방어력을 극대화시킨다던가 할 수 있어요」

 

「후자를 지금 해 볼 수 있나?」

 

「잠시만요」

 


이스가 외장갑을 모아 예의 몸에 착 달라붙는 갑옷을 형성하자,

 

페르소나가 흥미를 보이며 이스의 몸 여기저기를 만져대는 통에 곤욕을 치렀다.

 


「꺄악! 어딜 만지는 거예요!」

 

「아니, 그러니까 어디까지나 순수한 연구의 일환으로...으악!」

 


짜악!

 

이스의 따귀를 맞고 날아가 오베이론의 벽에 처박힌 채 페르소나가 사지를 부르르 떨었다.

 

역시 맷집만은 타고난 듯, 금세 회복하여 이스에게 온 페르소나가 말했다.

 


「그래, 그렇게 모아버리면 전기는 통하지 않아. 확실히」

 

「무슨 말이예요?」

 

「외장갑의 기본 구조를 알고 있으면 이야기가 빠르겠지. 어때?」

 

「기본 구조는 탄소강인데요...에?」

 


외장갑의 기본 구조는 탄소강이다.

 

하지만, 보통의 탄소강이 탄소를 0.9%정도 함유하고 있는 데 반해 외장갑은 탄소의 함유율이 훨씬 높다.

 

그 중 극소량의 탄소만 철과 융합해 탄소강을 이룬 채 분자형태로 분포해 있고, 나머지 탄소는 대기중의 것을 사용한다.

 

그래서 모으면 탄소가 뭉쳐 흑연이 되듯 검은색이 되는 것이다.

 

분자구조는 철과 탄소가 거의 1:255 정도로 섞여있는데, 확실히 정의하긴 어렵다.

 


「것 봐. 이미 자네는 해답을 알고 있잖아?」

 

「최대한 탄소를 흡수해서 굳히면 다이아몬드가 되니까...」

 

「그래. 다이아몬드는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절연체지.

안에 철 부분이 조금씩 들어 있는 것 따위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탄소를 흡수하면 그만이야」

 

「그런 방법이 있었군요. 일단 제가 딛고 있는 땅이나 대기의 탄소는 전부 지배하에 놓을 수는 있는데요...」

 

「아니, 보강할 필요는 없어. 지금 이 상태로도 완벽히 절연이 되니까. 문제는 너무 야하다는 것 정도일까?」

 


짜악! 쿠당탕.

 

반대쪽 뺨을 한번 더 날린 이스는 그대로 돌아섰다.

 


「흥! 한 마디만 더 해 봐요, 에로 아저씨」

 

「자네는...역시...최고야...꼴깍」

 


숨이 넘어간 척 하는 페르소나를 잠시 쏘아본 후 이스는 씻으러 샤워실로 향했다.

 

어제 타 차원에 이동하려고 잠에 든 시각은 저녁 9시. 현재 시각은 아침 7시이다.

 

3시간은 활동했다고 했으니 나머지 7시간은 잔 셈이다.

 

초여름의 따뜻한 기운과 달리 오베이론은 항상 적정온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정신을 차리기 위해 이스는 차가운 물을 맞았다.

 

열심히 샤워를 하고 있는데 통신요청이 왔기에 이스가 수락했고, 헬레나의 영상통신 채널이 열렸다.

 


「얏호오~ 이스, 잘 있었어어? 지금 그쪽으로 가고 있...푸크흑?!」

 


그리고 헬레나는 샤워를 하는 이스의 모습을 보자마자 코피를 쏟으며 혼절해버렸다.

 

이스가 조용히 통신을 끄며 체념의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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