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6일 리그오브레전드 인벤에서 화제가 된 한 내부고발 글은 팬들은 물론 기자에게도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도수' 김연우 선수의 입단으로 화제를 모았던 몬스터 게이밍 팀이 사실은 유명 대리랭 사이트와 연루되어 있으며, 선수들이 대리를 하도록 강요당하는 상황이라는 증언이 나온 것이다. 최근 몬스터 게이밍은 김진 총감독의 명의로 된 전화번호와 계좌번호가 대리랭 사이트 운영에 사용되었다는 제보가 나오면서 대리랭 사이트 연루설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던 상황. 이런 상황에서 해당 팀 소속 송우재 선수의 이 같은 증언은 불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 되었다.


김진 총감독은 해당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핸드폰과 통장을 빌려주긴 했지만, 본인을 비롯한 몬스터 게이밍 팀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송우재 선수가 팀을 나간 것은, 실력이 부족해 2팀으로 밀려나면서 생긴 불만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해명은 7월 27일 토요일 새벽 5시 즘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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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문 끝에 송우재 선수와 연락이 닿았다. 송 선수는 만나고 싶어했다.


토요일 오후 약속장소. 그곳엔 세 명의 선수가 기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몬스터 게이밍 1팀의 탑, 정글, 원거리AD를 맡고 있던 김대진(Monster karner), 송우재(Monster Demeter), 이성진(Monster KooN) 선수였다.


이야기는 그렇게 길지 않았다. 대부분 송우재 선수가 처음 올린 글의 내용에 다른 선수들도 공감하다는 내용이었다. 모두 리그오브레전드 프로의 꿈을 안고 계속해서 길을 찾고 있던 게이머들. 어떤 인연으로 이들은 몬스터 게이밍이라는 팀에 함께 몸을 담게 되었다. 팀 측은 가능성이 있다, 크게 키워주겠다며 합류를 권했다. 그 말은 어느 면에서는 맞는 말이었다. 그렇게 모인 몬스터 게이밍 1팀은 TPA, TPS 와의 스크림에서도 승리를 거두는 팀이 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대리였다. 제대로 된 연습 환경이 보장되지 않고 대부분의 연습시간을 대리랭을 돌리는 데 써야했다. 연습시간을 팀 스탭들은 '작업시간'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팀이 처음 자리를 잡는데 운영자금이 필요하다는 설명에 나이 어린 선수들은 설득당했다. 모두가 대리랭을 하고, 그것이 당연시되는 분위기에서 '하기 싫다'고 말하는 것도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그렇게 숙식제공 무보수 대리랭 작업 시간은 길어져만 갔다.


송우재, 이성진 선수는 며칠 전에 팀을 나왔다. 김대진 선수는 이날 낮에 코치들이 자는 틈을 타서 몰래 숙소를 빠져나왔다고 했다.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선수들의 핸드폰은 계속해서 울려댔다. 팀에서 걸려오는 전화였다. 선수들은 무섭다고 했다.


김진 총감독과의 통화 녹취 파일도 들을 수 있었다. 통화 내용에서는 '다음 주까지 하고 대리는 이제 더이상 안한다.'는 등 실질적으로 대리랭을 최근까지 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오고갔다.


몬스터 게이밍의 실전 전력이던 1팀 멤버. 그중 세 명이 팀을 탈퇴했다. 다른 이유도 아닌 대리랭 때문. 몬스터 게이밍 팀은 붕괴 수준의 위기에 빠졌다. (저녁 늦게 추가로 '도수' 김연우 선수 또한 팀을 탈퇴하기로 한 점이 확인되었다.)


선수들은 그래도 이렇게 털어놓으니 조금은 속이 시원한 모양이었다. 얼른 소환사명을 바꿔버려야겠다고 했다. 앞으로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다. 그들의 대답은 모두 같았다.


"계속 롤 프로 선수에 도전할 거예요."


아래는 전 몬스터 게이밍 소속의 세 선수들과 나눈 이야기다.


- 김진 총감독의 해명글을 보았나.

봤다. 대부분 거짓말이다.


- 대리랭을 돌렸다는 게 사실이라는 건가.

그렇다.


- 이야기가 많다. 하나씩 짚어보자. 우선 대리랭 사이트에 대해 핸드폰과 통장을 친한 동생에게 빌려줬지만 본인 및 팀과는 무관하다고 한다.

대리랭 사이트의 대표로 되어있는 나유선이 숙소에 함께 거주하고 있는 것만 봐도 거짓말이다. 숙소 식사준비를 담당한 것이 바로 나유선이다. 그마저 늦게 일어나면 눈치를 줬다. 옆에 현황판을 만들어 놓고 대리랭 작업을 분배하고 체크했다. 대리랭 사이트를 운영하고 관리하는 인원들도 함께 숙소에 머물고 있다. 벽에는 그 사업자등록증도 걸어놓고 있다. 인벤에서 인터뷰를 왔을 때는 사업자등록증을 떼놓더라.


- 대리랭 사이트가 실제 운영되고 대리랭을 돌리고 있는 곳이 몬스터 게이밍의 현 숙소라는 말인가.

그렇다.


- 그러면 세 선수들도 대리랭을 했나.

했다.


- 최근까지도 했다는 말인가.

그렇다. 최근까지도 했다.


- 하루에 얼마나 했나.

시간이 날 때마다 했다. 스크림을 하지 않는 시간에는 대부분 대리랭을 해야했다. 정해진 시간이 없을 정도다. 처음에 글을 쓸 때 몇 시부터 몇 시까지라고 썼는데 그건 잘 못 쓴 것이다. 그것보다 훨씬 많이 했다. 하루 10시간씩 할 때도 있었다. 대리랭을 하고 싶지 않아서 솔랭이라도 돌릴라치면 눈치를 줬다. 스크림도 잘 잡히지 않아서 선수들이 직접 구해야했는데 그마저도 3판 2선승제로 두 세시간이면 끝나버려서 나머지 시간에는 모두 대리를 해야했다.


- 김진 총감독은 해명글에서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송우재 선수가 오후 늦게나 숙소에 온다며, 송우재 선수의 글이 허위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그 말은 맞다. 학교를 마치고 숙소에 오면 6시 정도 된다. 와서 밥먹고 나면 바로 대리를 해야한다. 공식 연습시간이 새벽 3시까지인데 그때까지 해야한다. 글에 쓴 것은 일반적인 시간을 쓴 것인데 사실 그것도 잘못 쓴 거다. 원래는 그보다 더 많이 하니까.


- 학생 신분으로 학교를 가야되면, 숙소에 머무는 경우야 오후에 일어나겠지만 아침에 학교에 가야하지 않나.

그래서 너무 힘들었다. 학교가 멀어서 6시에 일어나야 갈 수 있는데 그러면 잠을 거의 못잔다. 학교에서 잠을 자는 것이다.


- 김진 총감독은 전적 검색 사이트를 이용하면 연습한 내역이 나올 것이라고도 했다.

날짜와 시간까지 경기기록이 나온다. 직접 찾아보면 경기한 내용이 별로 없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팀원들 중에 몇 몇은 경기 기록이 나올 것이다. 대리를 하지 않으면 방송을 해야했는데, 그럴 때 한 달 만에 챌린저 찍기 이런 걸 했기 때문에 경기 기록이 있을 거다.


- 연습은 하지 않았나. 팀랭이나 내전은?

솔직히 팀랭은 큐도 잘 안잡히고 연습이 되지 않는다. 또 2팀과 내전도 실력차이가 어느정도 있다보니 연습이 되지 않았다. 스크림을 하거나 솔랭을 해야하는데 스크림은 잘 잡히지 않았고 솔랭은 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 솔랭을 하고 싶다고 하면 대리도 연습이 된다면서, '작업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그나마 1팀은 스크림이라도 가끔하지 2팀은 거의 모든 시간을 대리랭만 한다.


- 대리는 보통 낮은 단계에서 하게 되는데 실력 향상과는 무관하지 않나. 그런 말을 곧이곧대로 들을리가 없는데.

물론 말이 안 되는 이야기다. 그런데 숙소 분위기가 그렇게 잡혀있다. 대리를 하지 않으면 안되는 분위기다. 다들 하고 있으니까 그게 당연시되는 그런 분위기가 있다. 처음에 갔을 때는 이게 뭐지? 했지만 다들 하고 있는 걸 보면 당연한 것처럼 느껴지게 된다.


- 팀에 들어갈 때 대리를 하게 될 것을 알았나.

전혀 몰랐다. 가능성이 있다. 확실히 키워주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대우도 좋을 것이라고 했다. 들어가서도 바로 대리를 하라고 하지는 않았다.


- 그런데 어떻게 대리를 하게 되었나.

프로팀으로 성적도 내고 스폰도 받고 해야되는데 당장 운영비가 필요하다는 식으로 말을 했다. 프로가 되고 싶은 꿈을 안고 입단했는데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하기 싫어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설득을 당하고, 또 모두가 하는 분위기니까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다.


- 어떻게 보면 실력이 점점 떨어지는 것 아닌가. 대리를 하는 것이 좋았나.

당연히 하기 싫었다.


- 그렇다면 팀을 이 일이 생기기 전에 나갈 생각은 하지 않았나. 계약서라도 써 둔 것인가.

아무런 계약서도 쓰지 않았다. 하지만 팀을 나가고 싶어도 나가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과거에 조폭이었다는 등 험악한 말들을 농담처럼 했다. 무서웠다. 나가려고 하면 총감독이 따로 불러서 설득을 했다. 나이가 어리고 하다보니 그러면 또 설득을 당하게 되더라.


- 숙소에서 대리랭을 했다면, 숙소에 있는 다른 멤버들도 그 사실을 다 알고 있다는 건가. 이민우 감독도 알고 있었나.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총감독, 감독 등 스탭들이 와우 때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같았다. 좀 쉬고 있을 때는 이민우 감독이 직접 '(대리)게임 하라'고 시키기도 했다.


- 처음에 어떻게 해서 팀에 들어오게 되었나. 입단 시기는.

(김대진) 몬스터 게이밍이 지난번 챔스 예선에 나갔는데 탑 라인이 한 명 부족하다고 같이 해줄 수 있느냐고 그런 게 시작이었다. 예선에서 떨어지긴 했는데 그 후로 같이 합류하라고 했다. 원래는 갈 생각이 없었는데, '여기 오지 않으면 다른 프로팀 감독에게 이야기해서 롤 판에 발을 못 붙이게 하겠다.'고 이야기해서 어쩔 수 없이 들어왔다. 그게 6월 말쯤이다.

(송우재) 대진이와 비슷한 시기에 들어왔다.

(이성진) 원래는 6월에 한 번 제의를 받아서 잠깐 합류했다. 그런데 대리랭을 시키길래 팀을 나왔다. 그러다 최근에 챌린저에 올라가면서 다시 연락이 와서 다시 갔었다.


- 팀을 나갈 수 없는 분위기였다고 했는데, 이렇게 여러 명이 나오게 된 이유가 있나.

원래는 분위기가 무슨 말을 하고 나갈 수 없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나만 대리랭을 싫어하고 팀에 불만이 있는 게 아닌 걸 알게 되었다. 이런 생각을 팀원들이 함께 공감하고 있다는 걸 최근에 알게 된 것이 컸다.


- 팀을 나온 과정도 각자 달랐던 것 같다.

(이성진) 다시 연락이 와서 팀에 들어왔는데 역시 대리랭을 하라고 했다. 그래서 바로 총감독에게 이야기하고 팀을 나왔다.

(송우재) 1팀에서 내가 실력이 부족한 점이 있었다. 새로 온 정글러가 더 잘했다. 그런데 나는 프로가 되기 위해 팀에 들어왔고, 실력이 조금 부족한 것은 많은 연습을 통해 끌어올릴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매일 대리랭만 돌리니 실력은 실력대로 늘지 않았다. 게다가 2팀으로 바뀌면서는 그런 생각이 더해져만 갔다. 2팀은 그나마 작은 연습도 없이 대리만 계속 하는 팀이었기 때문이다. 방학을 했는데 방학이 되면 이제 하루 종일 대리를 할 생각을 하니 견딜 수가 없었다. 집에 간다고 하고 물품도 다 챙기지 못하고 숙소에서 나왔다.


- 김대진 선수는 어제 인벤의 글들을 본 후에 나온 건가.

(김대진) 그렇다. 어제 그 글과 총감독이 글을 쓰는 것도 봤다. 글이 올라오고 나서 총감독과 이야기를 나눴다. 어떻게 할 거냐고 했더니 시나리오가 다 짜여져있고 라이엇과도 다 이야기를 해뒀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더라. 그런 대처에 더이상 신뢰를 할 수가 없었다. 낮에 짐을 챙겨서 숙소를 나왔다.


- 지금 심정이 어떤가.

무섭다. 해코지하지 않을까 겁이 난다. 대리랭을 한 것도 걱정이다.


- 어떤 점이 걱정되나.

아무튼 대리랭을 하기는 한 것 아닌가. 라이엇이 대리랭을 하면 출전 금지를 한다고 하는데 정말로 그렇게 될까봐 두렵다. 원하지도 않은 대리랭을 하면서 단돈 한 푼도 받은 적이 없다. 하고 싶은 생각도 없었고 팀에 들어갈 때도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일이었다.


- 앞으로의 계획이 있나.

잘 모르겠다. 팀원들의 실력은 정말 좋았다. TPA, TPS 와 스크림을 해도 다 이겼다. 그런데 이렇게 되어 너무 아쉽다.


- 아직 프로의 꿈을 가지고 있나.

프로가 되고 싶어 여기까지 왔다. 그런데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지만 굉장히 길고 힘든 시간이었다. 일은 이렇게 되었지만 프로의 꿈은 계속 가지고 갈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