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하다 보면

적진으로 신나게 달려가서 스팟을 부왘 띄운 다음

"적진에 적이 존나게 많아요" 라는

마치 과자봉지 속에 질소가 존나 많아요 와도 같은

너무나도 당연한 정보를 위해 목숨을 거는 경전들을 많이 보게됩니다.

 

이 초반 스팟은 달려가서 죽으면 개돌이 되고

살아서 돌아오면 강행정찰이 되는

참으로 기묘한 플레이지요.

 

이런 경전들에게 노이로제가 걸리신 몇몇 친절한 전차장 분들은

교양있게 들이대지 말라고 지적을 해주시기도 하고

분을 참지 못하고 신고거리를 만들어 주시기도 합니다.

 

 

자 그렇다면 여러분

 

경전차들이 굳이 이런 플레이를 하는 이유가 뭘지

한 번이라도 생각해보신 적 있나요 ?

 

그저 정찰병 훈장따고 다른거나 키우려는

그런 악의적인 플레이로 보이시나요 ?

 

뭐 그런 분들도 어딘가에 있긴 할겁니다.

세상은 넓고 병신은 많으니까요 ^^;

 

 

근데 생각해봅시다.

그런 강행정찰을 하는 전차장들을 보면 생각보다 티어는 높습니다.

적어도 멋도모르고 w키 누르다가 스팟당해 뒤질 짬밥은 아니라는거죠.

최소한 아 무작정 앞으로 달리면 죽는구나.. 라는걸 분명 배울 때가 지났을겁니다.

결국 다 똑같은 사람이니까요.

 

그렇다면 뭐하러 그렇게 죽음을 무릅쓰고 시작부터 적진으로 달려가는걸까요.

그리고, 그 전차장분들은 줄곧 그런 플레이밖에 안 해왔을까요 ?

 

 

 

 

경전차를 자꾸 타다보면

경전의 시야를 활용하기 가장 좋은 구도는

 

아군 - 경전차(나) - 적

 

의 상태에서 적은 아군을 보지도 못 하는데

아군은 적을 보고 잡아내는 그림이라는걸 금방 아실겁니다.

경전의 긴 시야와 높은 기동력, 이동중에도 유지되는 위장력이 가장 빛나는 순간이겠죠.

 

 

이런 플레이가 가장 나오기 쉬운 맵이 어딘지 아시나요 ?

 

레드셔

말리노프카

엘 할루프

 

딱 보면 느낌이 오죠 ?

맵이 엄청나게 개방되어 있고, 함부로 적진으로 다가가기가 힘든 맵들입니다.

덤으로 캠핑노프카 등으로 불리며 굉장히 싫어하는 분들이 많은 맵이기도 하죠

 

 

이런 맵들이 경전이 활약하기 쉬운 이유가 뭘까요.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아군 전차들이 섣불리 움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맵들은 조금만 잘 못 나서도 스팟당해 끔살당할 위험이 높고

덕분에 대부분의 전차들이 몸을 사리고 잘 움직이지 않게 됩니다.

 

결국 이런 상황에선 시야를 전달해주는 경전차의 능력이 크게 부각되고

덕분에 내가 발견한 적이 순식간에 폭사되는, 굉장한 희열을 느낄 수 있는겁니다.

 

 

이 쾌감을 맛본 경전들은 이제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 내가 적을 발견하고 아군이 강력하게 지원해주는

이 완벽한 팀플레이가 경전차의 참맛이구나 !'

 

 

그렇게 멋지게 한 판을 마친 경전차는 다음 판을 하게 됩니다.

 

근데 어 ?

 

아군 중전들이 이번에는 나의 시야를 기다려 주지 않습니다.

다들 열심히 중앙으로 이동하여 자신의 적을 스스로 찾아다닐 뿐이죠.

 

이제 경전차는 혼란이 오기 시작합니다.

 

 

'ㅁ..뭐지 ? 여기선 내가 적들을 발견해주면 피해를 입지 않고도 적을 잡아낼 수 있을텐데

왜 우리 아군들은 자기가 직접 가서 적들을 찾아다니는거지 ?'

 

 

결국 정체성을 잃은 경전차는 여기저기 빨빨거리며 돌아다니다가

빈 틈을 찾아 뒤에 있는 자주포 찾아다니고

그러다 몇대 잡거나 혹은 구축한테 맞고 골로가거나

아군 다 밀려서 1+1 행사상품으로 딸려가거나

게임 극 후반부까지 본진이나 구석에서 버로우타는 플레이를 하게 됩니다.

 

근데 이런 플레이는 분명 별 재미도 없고 존재감도 없으며

시야, 기동, 은폐라는 경전차의 그 어떤 메리트조차 살려내지 못합니다.

 

그렇게 차고로 돌아온 경전차는 이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죠.

 

 

'아군이 적을 발견하기 전에 내가 빠르게 적들을 스팟해주면

뒤에 있던 아군들이 적을 잡아주지 않을까 ?'

 

 

이렇게 나온 발상은 곧 강행정찰이라는 의문스러운 플레이로 직결되는겁니다.

 

농담같나요 ?

 

 

 

지금처럼 대부분의 맵에 중자돌림 높으신 분들의 만남의 광장이 형성되어 있는 한

경전차에게 정찰병으로서의 역할은 거의 기대할 수가 없습니다.


아군 경전이 시야를 준다 - 중전/중형이 쏜다 가 아니라

아군 경전이 시야를 준다 - 중전/중형이 그리 간다 가 지금의 분위기거든요.


이러면 경전은 경전대로 시야보너스 못 받고

중전은 중전대로 적한테 쳐맞아야해서

결국 서로에게 손해만 나는겁니다.

 

물론 어쩌다 틈새로 파고들어서 헤집고가는 경전차들은

분명 자주포나 은폐중이던 구축들에겐 굉장히 빡치는 존재인건 인정합니다.

 

하지만 현재 형성되어있는 대부분의 중전차 라인은

경전차가 미리 숨고, 아군 중전이 후방에서 지원하는 구도가 나오면

꽤나 많은 장소에서 압도적인 압살이 가능한데도 불구하고

중전들은 항상 본인이 직접 적을 찾으러갑니다.

 

도대체 왜 이렇게 되는걸까요.

 

솔직히 전 중전을 많이 안 타봐서 잘은 모르겠는데

서버 극초반에 악명높던 일명 "본진저격중전"에 대한 강도높은 비난과

티타임주면서 튕겨내는 그런 도탄맛이 생각보다 쏠쏠하다보니

이래저래 욕도 안 먹고 재미도 느끼는 플레이를 찾아가게 된게 아닐까 싶습니다.

 

아니면 아군 경전차들이 도저히 못미더워서

저놈은 시야를 제대로 밝혀줄 것 같지 않다 라던가요.

 

사실 라인에서 살짝 뒤로 빠져있는데 앞에 가던 경전이 순삭당해버리면

중전 입장에선 살짝 벙찌는것도 사실이니까요.-_-;;

 

 

아무튼 제가 경전 위주로 이것저것 수백판 타면서 느낀 점은

중전차와 경전 모두에게 여유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우선 중전차 및 중형 전차 플레이어에게는

아군 경전차가 적들을 찾아내고 시야를 제공해줄 것이라 믿고

한 발 뒤에서 적당한 엄폐와 사격하기 좋은 위치를 찾아 대기하는 여유가 필요합니다.

누구보다 빠르게 중앙을 점령해서 적들을 찾아서 박살내야해 ! 가 아니라

적들이 중앙에 올테니 난 멀리서 쏘면 되겠네 ? 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해요.

 

그리고 경전차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구보다 빠르게 적을 찾아내야 한다는 부담감을 떨쳐내고

보다 안정적으로, 그리고 은밀하게 적을 찾아낼 수 있는 그런 여유가 필요합니다.

아씨1바 존내 달려서 뒤지기 전에 한명이라도 더 스팟해야 하는데 ! 가 아니라

적을 발견하면 그쪽에 적들이 좀 더 있을거라는 생각과 함께 우선 동태를 살피는 침착성이 반드시 필요해요.

덤으로 내가 준 정보로 아군들이 지원사격이 가능한 위치인가 까지도 생각해봐야겠지만

이런거 쓰다보면 경전차 가이드로 글 분류가 바뀔테니 일단 넘어가구요.

 

 

 

위에 써놓은 말들이 어느 정도 과장된 해석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의 경전들이 아무 생각도 없이

그렇게 개돌산화를 일삼게 된건 절대로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결국 저런 개돌경전이 사라지기 위해서는

전체적인 플레이 양상의 변화가 필요하다는겁니다.

 

지금의 경전차는 여러모로 안타까운 위치에 놓여있습니다.

중전들 라인전하는데 갑자기 저 멀리서 혼자 달려가다 뒤지는 경전들 본 적 있죠 ?

왜 그러는지 아시나요 ?

 

적진에 있는 자주포를 스팟해내면 가급적 최우선적으로 아군이 쏴주니까

내가 스팟한 적을 아군이 잡아주는, 그 쾌감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으로선 경전차의 가장 큰 재미인 내가 스팟하고 아군이 쏴죽인다

안타깝게도 거의 느낄 수가 없는게 현실이에요.

 

 

그렇다고 제가 여기다가 글을 이렇게 쓴다고 해서

게임하시는 분들이 플레이 스타일을 맞춰줄 리는 더욱 더 없구요.

 

그저 이래저래 답답한 상황인데...

무튼 다들 조금이나마 여유를 가졌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