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를 결정한 후, 가장 눈에 걸리는것은 레벨과 장비 꼬라지였다.
2달여가 지난 카마엘 서버에는 76레벨이 되어야만 달성할 수 있는 3차 전직 자들이 무수했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캐릭터가 3차 전직을 완료한 뒤에는 36가지 전 직업 중 몇가지를 제외하곤 어느 것이나 기호에 맞게 선택하여 최대 75레벨 까지 키울 수 있는 서브클래스라는 제도가 있었다.
한개 이상의 서브클래스가 75레벨에 도달한 캐릭터는 어렵지 않은 퀘스트를 통해 '노블레스'라는 등급을 받을 수 있었다.

게임 시스템적으로 노블레스를 돌파한 자들을 위한 혜택이 존재했는데 이는 다음과 같다.
첫째, 게이트키퍼에서 기존의 텔레포트 지점보다 좀 더 세밀한 곳까지 지원하는 노블레스 전용 텔레포트.
둘째, 전장의 판정을 받는 공성 지역에서 쓸 수 있는 노블레스 특유의 자체버프.
셋째, 버프에 대한 의존이 높은 리니지2에서 사망해도 버프가 사라지지 않고 유지 하게 하는 블레스 오브 노블레스.
넷째, 대인전시 HP보다 선 차감되는 CP를 회복시켜주는 CP물약 생성 스킬.
마지막으로, 노블레스를 돌파한 자들만이 참가 가능한 올림피아드.

속칭 줄여, '올림'이라고 부르는 올림피아드는 한달에 한번 유저들끼리 경합을 치루어 각 직업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한 한 명씩 즉, 총 36명의 영웅을 배출하는 대회다.
같은 클래스 끼리만 결투할 수 있는 클전, 모든 직업이 만나 겨룰 수 있는 무관전으로 나누어지는 이 대회는 최소 참가 인원이 정해져있어 서버 전체의 수준이 어느정도 도달해야 가능한 컨텐츠였다.

올림피아드 자체는 매달 첫 주를 제외한 어느때에나 진행이 가능하지만, 보통은 편의상 유저들끼리 매월 마지막날에 치룬다.
점수 집계에 대한 기준은 상대와의 결투에서 승리하게 되면 점수를 얻고, 패배하게 되면 보유한 점수에서 일정부분 차감이 되는 시스템이다.
말일이 31일이라고 가정하면, 31일 23시50분까지 해당 클래스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한 자들의 목록이 익월 자정이 지나 업데이트 된다.
이 시간쯤에는 대부분의 유저들이 모두 올림피아드 주관 NPC근처에 바글바글 모여 있는 관경을 볼 수 있었다.

영웅이 되면 가히 혜택이 대단했다.
'올림피아드 토큰'은 대회 참가만해도 주어지는 교환 수단이었는데 이로 엄청난 효율의 기간제 장비와 유저간 거래가 가능한 각종 비전,소모품 등등을 교환할 수 있었다.

웅에 등극한 캐릭터에게 엄청난 점수가 주어진다.
당시 영웅을 달성하면, 거래 아이템으로 교환할 수 있는 포인트가 현금가치로 보통 6,70만원 정도였다.
영웅 캐릭터에겐 또 몸에서 황금빛이 뿜어져나오는 이펙트가 있었다.
어느 맵에 사람들속에 있어도 눈이 갈 수 밖에 없는 멋진 효과 였다.
거의 모든 종류의 '인피니트' 무기류는 영웅 만이 30일 동안 사용할 수 있는 혜택이었다.


복귀 당시 카마엘 서버에서는 노블레스를 달성한 자들의 수가 많아서 이미 영웅 캐릭터들도 간간히 보였다.
서른여섯 직업중 열 몇기의 클래스가 그 해당자들 이었는데.
모두 무관전으로 진행하여 영웅을 달성한 이들 대부분이 생과사 연합이었다.
비 생사 연합의 인원은 4명 가량이었다.

당시에는 모든게임이 그러하겠지만, 서버내 전 지역으로 채팅을 출력하는 이른바 메가폰 시스템이 없었기 때문에
전 월드로 대화를 출력하게 하는 영웅 메시지가 커뮤니티에 있어 그 영향이 지대했다.
파란색의 독창적 색깔로 출력되는 영웅 메시지는 보통 일반유저들이 아이템을 매매하거나 어느 사냥터 파티원을 구하기위해 영웅들에게 부탁해서 영웅플레이어가 이를 대신 광고 해주는 일종의 서비스로도 활용됐다.
험한 말로 나대기 좋아하는 인물이 영웅에 달성하면, 안해줘도 될 서비스도 본인이 나서 유난스레 오지랖을 떨기도 했다.

그런 파란색 영웅 메시지가 채팅창에 드문드문 보이는 와중에 기란성에서 모든 장비를 다시 구매했다.
오랜만에 온 기분에 선물이 될까 A급 다탈 이도를 인벤토리에서 꺼내 러쉬를 시작했다.
+5, +6, +7 기분좋게 3연타에서 성공하여 A,S급 무기에서만 적용되는 검기 이펙트가 흘렀다.

셋팅은 이 정도면 충분했다.
어찻피 76레벨이 되면 S급으로 가야 한다.

서버내의 판도는 이미 지인이 말한 바와 같이 영웅 현황에서도 뚜렷이 나타났다.
생사 연합이 모든 컨텐츠를 장악해가고 있었고, 
저레벨의 레이드인 '여왕개미','해적왕 자켄' 만이 유일하게 통제 받지 않는 컨텐츠였다.

파티 매칭창의 상태는 처참했고, 서버 게시판은 온통 생사 연합을 욕하는 부캐릭들의 글이 판쳤다.
어떠한 혈맹도 생사연합과의 전쟁에서 생존 하지 못했기에, 모두가 생사 연합을 욕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모두가 조용히 숨죽이며 그들의 통제에 따랐다.

'핏빛게이샤'의 밸리가 건설됐다.
온갖 동,식물이 뛰놀던 푸르른 녹음은 이미 파괴될 대로 파괴되어 흔적도 없이 고요한 폐허만 남았고,
거대한 쇠창살 뒤로 생사연합 그들만의 시추가 땅에 박힌체 엄청난 굉음을 내며 작동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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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