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일 뒤.

 

랜달 로랜스는 프론테라 성당의 밤프 사제를 개인적으로 단 둘이 시간을 내어 만나는 중이었다.

 

"호위... 임무 말입니까?"

"음. 그렇다네. 아무래도 조금 걱정이 되어서 말이지."

 

곧 있으면 프론테라의 성당 낙제생. 소린은 프리스트로 전직하기 위한 시험을 치르게 되었다. 항상 떨어지는 소린이기에 이번에는 엄청난 특례로 누구나다 붙을 수 있는 아주 간단한 시험이었다. 다만 가는 길이 약간 고되고 오래 걸릴 뿐이지 시험에 큰 장애가 되는 정도는 아니었다.

 

"글레스트 헤임까지만 뒤에서 몰래 미행하면 되는 겁니까?"

"오크 마을 근처를 중간에 지나가니 말이지..."

 

밤프 사제 역시 신에게 사랑받는 아이. 소린을 각별히 예뻐하고 있었다. 자신을 압도 하고 있는 그녀의 신성력 때문이 아니라 항상 밝고 웃으며 생활하고, 귀족이든 평민이든 항상 똑같게 대하는 여러 태도 등 소린은 여러가지로 매력적인 소녀라 그런 그녀를 싫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할 수 있었다.

 

"알겠습니다. 하겠습니다."

 

지금 현재 프론테라 왕궁은 겉으로 보기에는 너무나도 평온한 상태였다. 내부적인 상황에 대해 자세히 모르는 로랜스이기에 프론테라 왕궁의 분위기를 보고 수락을 한 것이었다.

 

"고맙네."

 

밤프의 감사 인사를 들은 로랜스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프론테라 남문으로 나와 이즈루드로 가는 길목.

그 곳에서 보이는 바닷물을 보고 있는 소린은 근심 투성이었다.

 

다시 보게 되는 프리스트 전직 시험.

또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 때문이었다. 벌써 몇 번째 낙제를 하고 있는지 셀 수가 없었다. 또 다시 낙제를 하기에는 도와주고 있는 높은 직의 프리스트 분들께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번에는 붙어야 하는데.'

 

소린은 한숨을 푹 쉬며 다시 바다를 바라보았다.

 

"뭐하냐? 여기서."

"히익!"

 

뒤에서 들리는 갑작스러운 소리에 소린은 깜짝 놀라며 몸을 돌렸다.

 

"뭐... 뭐야!"

 

소린은 세이렌을 보며 다시 숨을 고른 뒤 도끼눈을 뜨고는 세이렌을 바라보았다. 그다지 좋은 감정이 있는 사내가 아니었다.

 

"바다 본 다고 뭐가 달라져?"

"달라지는 걸? 내 마음이 편안해지니까."

 

소린은 전혀 신경쓰지 않고 다시 앞을 바라보았다. 세이렌같이 잘나가는 남자가 뒤떨어지는 자신을 이해 할 수 있을리 없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소린은 세이렌과 그다지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또 시험 떨어질까봐 그러는거야?"

"윽!"

 

정곡을 찔린 소린이기에 소린은 세이렌을 확 째려보며 대답을 대신 했다.

 

"애초에 검술에 타고난 천재님은 저의 이런 고민을 모르시겠죠. 네네."

 

소린은 세이렌을 비꼬면서 말했다. 세이렌은 기사단에서 내 놓을 수 있는 몇 안되는 실력자였다. 하지만 소린은 위에서는 엄청난 신성력에 관심을 가지고는 있지만 항상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니 감추고 싶은 치부라 할 수 있어서 이번에는 꼭 붙어야 한다는 목표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천재 같은게 아닌걸."

"응?"

 

세이렌의 작은 목소리. 바로 옆에 있었던 소린은 바닷바람에 의해 제대로 듣지 못했다.

소린은 세이렌이 강해지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얼마나 많은 좌절을 겪고 여기까지 왔는지 알지 못했다. 그냥 성당에서는 검술의 천재이며 기사단의 희망이라 불리는 멋진 기사님으로 소문이 난 상태였다. 그걸 아는 세이렌이기에 소린의 저런 말에도 기분 상하지 않았다.

 

"야. 그런데 뭐가 걱정이냐? 왜 맨날 시험에서 떨어지는거야?"

 

솔직히 전직 시험이라고 하는 것은 형식적인 것이 대부분이었다. 마음가짐을 물어보는 질문이야 그냥 대충 눈치껏 대답하면 아무 문제가 없고, 직업마다 나머지 전직 시험은 다르지만 세이렌이 듣기론 프리스트의 시험도 그다지 어렵지 않은걸로 알고 있었다.

 

"말하고 싶지 않아!"

"아니 그럼 그런 표정 짓지 말던가."

 

세이렌의 말에 소린은 세이렌을 다시 바라보았다. 자신의 표정이 어떻길래 세이렌이 이런 말을 하는 걸까. 소린은 자신의 얼굴을 만져보았다.

 

"그런다고 자기 표정을 아냐. 잔뜩 불안해 보이니까 그런거지."

"으...."

 

소린은 더 이상 아무말 하지 않고 다시 앞을 바라보았다.

 

"불사형..."

"불사형?"

"불사란 뜻은 죽지 않았다. 라는 뜻이잖아."

 

소린은 무릎을 끌어 모아 얼굴을 푹 묻은 뒤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세이렌이 있는 반대 방향으로 얼굴을 돌려 풀을 잡아 뜯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아직 죽지 않은 이들이잖아..."

"....."

"우리들은 그들을 발키리의 곁으로 보낸 다는 명목으로 퇴마하는 시험이 중간에 있어..."

 

소린은 다시 고개를 무릎안으로 푹 묻었다.

 

"난 그걸 못하겠어... 아직 죽지 않은 사람들인걸. 그들도 그렇게 되고 싶지 않았을꺼야. 만약에 병이라면? 고칠 수 있는거라면? 어떻게 해야 하는거야? 우리는 살아있는 생명체를 죽이는거잖아."

 

소린의 말에 세이렌은 머리를 긁적였다. 어째서 이렇게 까지 생각하는지 이해 할 수 없었다. 솔직히 말하면 세이렌은 언데드형 몬스터들에게 이런 생각을 가진 적도 없었고 툭하면 게펜 근처의 오크 마을로 가서 오크들을 토벌하는데 앞장 서고 있었다. 누군가를 죽인다는 것 보다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검을 든 세이렌이기에 당연한 행동들이었다. 정당화 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그것들로부터 피해를 받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

 

"프리스트가 되고 싶은 이유가 뭐야?"

"되고 싶은 이유?"

"응. 난 기사가 되고 싶은 이유는 동생을, 아버지를, 그리고 주변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지키고 싶어서였거든. 너도 프리스트가 되고 싶은 이유가 있을거 아냐. 그냥 단지 나이가 찼는데 아직도 프리스트가 안되서 부끄러워! 이런건 아니지 않아?"

 

세이렌의 말에 소린은 벙찐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프리스트가 되고 싶은 이유?"

"응."

 

소린은 멍하니 세이렌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프리스트가 되고 싶은 이유를 그동안 잊고 지냈었던 것 같았다.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을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싶어."

 

소린이 복사가 된 이유는 바로 그것이었다. 배고픔이나 가난에 찌들어 있는 사람들을 구해줄 수 있을 만큼 재력이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고통에서, 아픔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건 자신도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복사가 된 것이었다.

 

"불사형의 괴물들도 이런거야. 죽지 못하는게 아니라, 죽고 싶은데 죽지 못하는거야."

"...."

"이미 죽어야 할 사람들인데 너와 난 구원을 해주는거고."

"그냥 그건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잖아."

"그런가?"

 

세이렌은 씨익 웃으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난 말같은 건 잘 못하는데, 그래도 언젠간 내 말이 이해가 갈거야. 불사형 몬스터들이 대해서 말야.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 저주에 걸린 녀석들에 대해서 말야."

 

소린은 세이렌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장난끼도 심하고 자신의 속을 뒤집어 놓는 사람이기는 하지만 근본적으로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소린도 항상 세이렌을 편하게 대하곤 했었다. 형식에 매여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리고 말야. 프리스트 옷이 어콜라이트들의 옷보다 몸매가 잘 드러나거든. 빨리 입었으면 좋겠다. 그 때보다 얼마나 더 성장했나 궁금하거든."

"세이렌!"

 

소린은 세이렌의 이름을 확 부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는 자신의 옆에 있는 돌멩이를 들어 세이렌에게 던졌지만 세이렌은 가볍게 소린의 공격을 피하며 혀를 내밀었다. 더욱 화가나는 소린은 돌멩이를 몇개 더 던졌지만 세이렌은 소린의 공격을 모두 피하거나 건틀렛으로 튕겨내며 자신의 페코페코를 불렀다.

 

"풀 죽어 있는 모습보단 그렇게 짜증나있는게 훨씬 낫다."

"시끄럽거든!"

"프리스트 옷을 입게 되면 나한테 제일 먼저 보여줘야 한다. 얼마나 성장했는지 알려줄테니까."

"죽여버릴거거든!"

 

세이렌은 킥킥 웃으며 페코페코를 타고 프론테라 성안으로 들어갔고, 소린은 그의 뒷모습만을 눈으로 쫓았다.

 

"마음에 안들어 정말!"

 

그렇게 말한 소린이었지만 전직시험에 대한 걱정은 어느새 싹 사라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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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달아주신 아가륜님 감사드립니당.

 

꾸준히 써서 얼른 끝내야겠네요.

 

소린편은 약간 조금 많이? 길것 같아요

 

이해 부탁드릴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