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이하 히오스) 2.0 소식을 듣고 PTR서버에 들어가 봤다. 다른 게임에서 많이 본듯한 부가 기능들이, 히오스의 분위기에 잘 녹여담겨 있었다. 기존의 유저로서 아쉬운점이 없지 않으나, 나쁘지않다고 생각한다. 히오스 2.0을 기점으로 히오스는 이전보다 좀 더 예뻐지고 수집욕구를 자극하는 "덜 만들어진 게임"이 될 것이다. 

 이 게임이 "덜 만들어졌다"고 느끼는 점을 설명하기 위해, 투사의 이야기를 해보려한다. (여기서의 투사는 히오스 초기맵들에 있는 도끼를 든 3명의 전사형투사와 1명의 마법사형투사로 이루어진 투사) 투사를 잡아본 유저라면 알겠지만, 근접형투사와 원거리형투사의 공격력과 체력이 다르다. 근접형투사는 체력이 높지만, 공격력은 낮다. 반대로 원거리형 투사는 체력은 낮지만, 공격력이 높다. 따라서 투사를 잡을 때 원거리형 투사를 먼저 잡아야 가장 효율적으로 투사를 잡을 수 있다. 상대가 먹은 투사를 정리할때도 마찬가지이다. 여의치 않으면 원거리형 투사만 잡아도 된다. 투사무리중에 실질적인 딜러는 원거리형 투사여서, 탄약은 좀 빠지겠지만, 근접형 투사들은 알아서 정리된다.

 원거리형 투사가 근접형 투사에 비해서 딜이 더 강하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안다. 하지만 얼마나 더 강한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건 게임내에서 제공해주지 않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는 원거리형 투사가 더 공격력이 높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만' 안다. 투사를 잡으며 몸으로 때워봤기 때문에 안다. 나는 이 사실이 당혹스럽다. 블리자드가 지향하는, '배우기는 쉽게 숙련되기는 어렵게'의 요체라면, 난 더 할말이 있다.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발표가 난김에 스타 이야기를 잠시 해야겠다. 테란의 마린메딕 조합과 저그의 울트라저글링 조합에 취약하다. 이 문장이 맞다고 생각하시는 분은, 아마도 스타를 덜 해보신 분일거다. 두 조합의 상성관계는, '업그레이드가 잘 된 울타라저글링 조합은 마린메딕 조합을 압도한다' 이다. 

 테란 유저는, 상대하는 저그가 울트라리스크가 나왔다고 하더라도, 업그레이드가 전혀 안 되어있다면, 싸워볼만하다. 업그레이드가 되어 있다면, 싸움을 피하는 것이 좋다. 이 사실을 스타크래프트 유저라면, 상대 울트라 유닛을 클릭 한번 하는 것으로 확인 할 수 있다. 싸워야 할 지 말아야 할지 결정할 판단할 지표가 게임내에 구현되어 있다. 

 다시 히오스의 이야기를 해보자. 히오스의 인터페이스에는 상대방과 싸울지 말지를 판단할 지표들이 결여되어 있다. 어떠한 지표도 주어지지 않은 채, 상대의 체력바에 의지해서 싸움을 해나가야 한다. 심지어는 상대방 유닛을 클릭할 수 조차 없다. 상대방 뿐만 아니라, 아군 요새 체력도 모른다. 그저 미루어 짐작해가며, 그동안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싸워야 한다.

 마나가 거의 없는 리밍이 공물을 먹고 있다고 가정하자. 나는 이 리밍을 공격해도 될까? 이걸 판단하기 위해서는 리밍의 마나바를 보고 '마나바가 대충 3mm정도 되니까 e를 못쓸꺼야'라고 판단해야 하는 게 지금 히오스의 시스템이다. 리밍을 공격하기전에 탭을 눌러(화면의 반 이상을 가리고) 상대가 '구름밟이'를 찍었는지도 확인해야 하는 건 덤이다. 

 탄약은 많지만, 거의 다 부서진 포탑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내 영웅도 체력이 적고 아군 돌격병은 밀려서 오고 있지 않다. 이 상황에서 나는 저 포탑을 깰 수 있을까? 확인할 지표들이 전혀 제공되어있지 않음으로, 경험에 기초해서 판단할 수 밖에 없다. 내 체력이 얼마이고 포탑의 공격력이 얼마이니 몇대 맞고 부술수 있다는 판단같은 건 이 게임에서는 불가능하다.
 
상대를 클릭하여, 상대의 체력, 공격력, 방어력, 공격속도, 선택한 특성 등등을 보이게 만드는 시스템은 구현하기 어려운건가? 아니면 지표를 제공해주기 싫은 걸까? 출시가 된지 2년이 지난 게임에 아직도 구현은커녕 언급조차 안 되고 있다. 
 
19년전 스타크래프트에선 클릭 한 번으로 가능한 시스템이, 2년전에 나온 게임에서 구현이 안 되는 걸 보면, 이런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이게 블리자드가 지향하는, '배우기는 쉽게 숙련되기는 어렵게'의 핵심인 거다. 따라서 블리자드는 여름에 출시 될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에서 상대방 유닛클릭해도 아무런 지표가 나오지 않게 만들어야 한다. 모든 테란 유저들이 마린메딕으로 울트라를 상대할때, 그 간의 경험으로 업그레이드 상황을 유추해서 싸움을 결정하게 만들어야한다. 그래야 공평하지 않은가?

 이제 4주 남짓 남은 히오스 2.0이 조금도 기다려지지 않는다. 여전히 덜 만들어진 게임일게 뻔하니까. 그저 블리자드에게 물어보고 싶을뿐이다. 내 적의 친구 투사의 공격력은 얼마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