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가 근래 이토록 많은 관심을 받았던 적이 있나 싶다. 8만 명 남짓한 도시. 그 도시가 전국의 포켓몬 트레이너들의 선망 도시가 되었다. 이병선 속초 시장 역시 반기는 분위기다. 전국에서 가장 뜨거운 도시에 가장 먼저 뛰어들어 취재했던 인벤팀의 소회다.



당신의 꿈과 당신의 동료가 있어요
지하철에서 꾼 꿈이 이렇게 커져버렸다. 꿈은 현실이 되었고, 속초에는 동료와 감동이 살아 숨쉰다.

[글= 정필권(Pekke)] 12일 저녁 퇴근길 지하철에 앉아, 잠깐 눈을 감았다. 그리고 꿈을 꿨다. 퇴근 즈음부터 속초 유저들의 플레이 인증샷이 올라왔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포켓몬 GO에 대한 열망이 너무 컸기 때문이었을까? 그 짧은 찰나에 나는 포켓몬 GO를 플레이하는 꿈을 꿨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 이미 속초행 버스표를 예매하고 있었다. 토요일 첫차. 그게 첫 번째 예매였다.

그리고 현수 기자와 이야기를 하다가 '목요일 속초행' 계획이 세워졌다. 이제는 혼자가 아니라 동료와 함께 속초행 버스에 몸을 맡길 계획이었다. 취재 계획서도 썼고 구체적인 코스까지 다 완성해뒀다. 정말 즐거웠다. 전역했을 때도 이렇게 즐겁지는 않았던 것 같다. 소풍을 앞둔 초등학생마냥 즐거운 마음으로 노트북과 카메라를 충전시키며 설레는 이 마음을 진정시키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저런 사정에 의해, 새벽 속초행이 결정됐다. 인원도 세 명으로 늘었다. 그만큼 기대감의 크기도 늘어났다. 그리고 아무도 없는 고속도로를 달려 새벽 네 시에 도착한 속초는 나에게 꿈만 같은 동네였다. 지하철에서 꿈을 꾸고 난 지 정확하게 5시간이 지난 뒤... 나는 속초에 서 있었다.

하루 취재를 전부 마친 지금에는 속초행 택시를 탄 것이 정말 큰 기회가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곳엔 꿈에 그리던 포켓몬 GO가 있었고, 나와 같은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들이 '정말로 많았다.' 서로 눈이 마주친 순간, 멋쩍은 눈웃음을 지었던 기억은 내 인생의 마지막까지 회자할 것만 같다.

혹시라도 속초행을 망설이는 트레이너가 있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지금 이곳엔 포켓몬이 있고, 당신의 꿈이 있고, 이를 공유할 수 있는 동료들이 있다고 말이다. 떠나려는 지금, 마음 같아서는 더 속초에 머물고 싶다.

▲ 이런 장난도 칠 수 있다. 얼마나 좋은가!




어리바리한 막내의 속초기행
일하는 것 재미있니? "물론이지. 진심으로 재미있다고!"

[글= 전상후(Nelta)] '포켓몬 GO'가 속초에서 플레이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진지하게 연차를 쓸까도 고민했다. 포켓몬 마니아들이 보기에는 포켓몬에 대한 애정이 부족해 보일수도 있지만 그래도 유년기를 함께 했던 포켓몬스터를 현실에서 만나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마음은 속초에 가있었다.

취재를 시작했을 때는 그저 신나는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예상보다 더 큰 유저들의 성원에 놀랐다. 이번 취재는 정말 큰 경험이 되었다. 사실 기자로서 아직 여러모로 부족한데도 중요한 취재를 맡게 되면서 부담감도 있었고 매 순간이 중요하다보니 힘들다고도 느꼈다. 그러나 힘든만큼 보람찼던 취재였다. 다른 걸 제쳐두고라도 스마트폰 화면에서 어릴적 추억이 담긴 포켓몬이 나오는 순간의 희열만으로도 이번 취재는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취재를 마치면서 인벤에 입사했을 때 친구들의 질문이 문뜩 떠올랐다. '일하는 것 재미있냐?' 그렇다. 힘들 때도 있지만, 이순간만큼은 진심으로 재미있다고. 이번 취재를 양분으로 삼아 앞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겠노라고.

▲ 점심을 먹기 위해 들어간 식당에서 구구를 만났을 땐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취재는 역시 재밌어!
정갈하게 준비된 취재가 아닌 예상치 못한 일들이 발생하는 취재는 언제나 재밌다.

[글= 이현수(Valp)] 이렇게 일이 커질지 몰랐다. 본래 필권 기자가 토요일에 속초를 가야겠다고 말했고, 나도 토요일에 속초까지 설렁설렁 자전거 라이딩을 해서 피카츄나 잡아올 생각이었다. 내 나이 또래가 으레 그러하듯 초창기 포켓몬밖에 모르지만, 파이리와 피카츄를 좋아하기에 잡아올 요량이었다.

빨리 가고픈 마음에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필권 기자에게 “우리 내일 편집장님께 보고 드리고 모레 출장 갔다 올까?”라고 물었다. 빨리 출근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러나 이미 그 시간 사장님은 '포켓몬 GO'의 가능성을 높이 판단하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출발했다. 그 다음은 여러분이 읽은 기사 그대로다.

재밌었다. 전국에서 모여든 트레이너들 같은 매니아는 아니지만, 아는 포켓몬을 발견할 때마다 재미있었고 그게 내 눈앞에 환경에서 벌어진다는 사실에 흥분됐다. 사실 ‘포켓몬 GO’와 같은 게임 방식은 혁신적인 새로운 기술은 아니다. 그러나 감성을 기술과 잘 접목했다. 물론 포켓몬스터가 가지는 IP의 힘이 컸지만.

자전거를 가지고 오지 못한 게 아쉽다. 더 트레이너 같은 느낌을 만끽할 수 있었을 텐데. 차선책으로 선택한 도보도 나쁘지 않았다. 아마 죽을 때까지 속초를 이렇게 샅샅이 걸어볼 기회는 오지 않을 테니까.

▲ 묘한 경계선이 생겼다. 마치 속초, 고성과 그 외의 지역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