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주현 전 카자흐스탄 주재 대사는 최근 펴낸 저서 '핵무기를 버리고 경제건설하는 카자흐스탄'(280쪽·글로벌콘텐츠)에서 이같이 밝혔다. 2012∼2015년 주(駐)카자흐스탄 대사를 지낸 저자는 구소련 해체에 따른 독립(1991년)과 함께 '일약' 세계 4위 핵무기 보유국이 됐던 카자흐스탄이 핵무기를 버리고 경제, 대외관계 측면에서 성공 스토리를 써 내려 가고 있는 과정을 소개했다. 1991년 당시 1천 410개의 핵탄두와 104개의 대륙간탄도탄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말해주듯 카자흐스탄은 소련 시절 핵 개발의 요충지이자 핵무기의 중요한 '저장고'였다는게 저자의 설명이다. 핵실험장과 우라늄 탄광, 우라늄 가공공장도 있었다. 1949년 소련의 첫 핵실험이 이뤄진 세미팔라틴스크 핵실험장도 카자흐스탄 안에 있었다. 독립 후 '결단의 순간'에 카자흐스탄은 결국 비핵화의 길을 걸었다. 핵무기를 유지할 기술 인력과 자금이 부족한 현실적인 상황 속에서 핵무기를 포기하고 외자를 유치하는 한편 안보 면에서는 러시아의 핵 억지력에 의지하는 길을 택한 것이다. 








카자흐스탄의 핵무기 포기를 전제로 미국 에너지기업 셰브런이 카자흐 유전개발에 본격 투자하고 기술협력을 하기로 했고 러시아는 핵우산을 제공키로 했다고 저자는 소개했다. 그런 결단에 따라 1993년 카자흐스탄은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하고 미국과 협력협정을 체결했다. 이어 1994년 '사파이어 프로젝트'에 의해 동카자흐스탄 외스케멘에 있는 울바 철강공장으로부터 581kg의 무기급 고농축우라늄을 미국으로 이전했고 미국으로부터 현금과 기술원조를 받았다. 그와 더불어 1994년 관련 법안을 발의한 미국 의원들 이름을 딴 '넌-루가 협력협정'에 따라 1995년까지 모든 핵탄두, 1996년까지 모든 대륙간탄도탄을 러시아로 이전했다. '핵무기 기득권' 포기로 대의명분을 축적한 카자흐스탄은 이후 국제사회의 비핵화 노력에 의미 있는 목소리를 냈다. 중앙아시아 비핵화 및 군축 노력에 적극 동참하면서 2006년 중앙아시아 비핵지대화 선언을 주도했고 2018년 3월 핵무기금지조약에 서명했다. 30년간 장기집권하다 지난 19일 사임한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은 2018년 안보리 순회 의장국 정상으로서 안보리에서 대량살상무기 비확산을 주제로 한 토론을 주재한 계기에 자국의 자발적 핵포기 사례를 따를 것을 북한에 촉구하기도 했다. 아울러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미·중·러·영·프)에 의한 대북 안전보장 방안을 제안했으며 카자흐스탄이 협상의 장을 제공할 용의도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