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조기 대선에서 권위주의적인 포퓰리즘(대중주의)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받는 사디르 좌파로프가 집권한 중앙아시아 국가 키르기스스탄에서 대통령 권한 강화를골자로 한 개헌안이 국민투표에서 통과됐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현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12일(현지시간) 98% 개표 상황에서 79% 이상이 개헌안을 지지했다고 밝혔다. 투표율은 37%로 잠정 집계됐다. 현지 선거법에 따르면 360만명 유권자 가운데 30% 이상이 참여하면 국민투표는 유효하다. 개헌안 통과로 좌파로프 대통령은 전임자들에게는 없던 강력한 권한을 확보하게 됐다. 전날 치러진 개헌 국민투표는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를 혼합한 기존 국가 통치체제를 강력한 대통령제로 전환하기 위한 것이었다.

















인구 650만 명의 키르기스스탄은 지난 2010년부터 이전의 순수 대통령제 대신 제한적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를 섞은 혼합형 통치체제를 유지해 왔다. 이번 개헌안은 대통령 권한을 강화하고 의회 권력을 줄이는 한편 의원 수를 기존 120명에서 90명으로 축소하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6년 단임인 대통령의 임기를 5년 중임으로 바꾸고 동일 인물의 세 차례 이상 집권을 금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같은 개헌안이 채택되면서 좌파로프 대통령은 장관 임면권을 포함해 내각에 대한 완전한 통제권을 확보하게 됐다. 좌파로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치러진 조기 대선에서 79.23%의 득표율로 압도적 승리를 거뒀다. 지방 주지사 감금 사건으로 11년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던 그는 지난해 10월 야권의 총선 불복 시위 과정에서 전격적으로 풀려났다. 뒤이어 총선 부정 논란으로 촉발된 정치적 혼란에 책임을 지고 소론바이 제엔베코프 당시 대통령이 사임하면서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뒤 조기 대선에 출마해 당선됐고 1월 말 공식 취임했다.

















그에겐 만성적 빈곤과 실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극복 등 만만찮은 과제가 산적해 있다. 취임 연설에서 다자 외교전략을 강조했던 좌파로프는 취임 한 달 뒤 첫 외국 방문 일정으로 러시아를 찾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동맹 관계 강화에 합의했다. 러시아는 대통령 권한을 강화하는 키르기스스탄의 개헌도 지지했다. 반면 서방은 이번 개헌에 부정적 입장을 밝혀와 서방 투자 유치와 경제 협력이 절실한 키르기스스탄의 대서방 관계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