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하면 생각나는 인물은 누구인가?

게이머들의 머릿속에 수많은 인물이 스쳐 지나갈 것이다. 프로게이머, 게임 BJ 등 유명인이 될 수도 있고, 어릴 적 함께 게임을 즐기던 친구가 될 수도 있으며, 불법복제 CD를 팔던 동네 게임가게 아저씨일 수도 있다. 게임은 놀이이며, 놀이는 추억을 만든다. 지금 내 머릿속에 '게임' 하면 떠오르는 사람의 수만 해도 셀 수없이 많다. 게임업계에 입문하고 나서도 그 폭만 넓어졌을 뿐, 과거의 인물들이 지워지지는 않았다.

그 많은 게임 관련 인물 중에서도 가장 핵심에 서 있는 인물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GDC(Game Developer Conference)'. 세계 유수의 게임 개발자들이 모여 개발에 대한 노하우를 나누고, 전달하며, 배우는 장이다. 물론 게임을 취미로 즐기는 유저들에게 게임 개발자는 약간 멀리 있다. 게임업계 입문 전, 순수 게이머로서 내가 알고 있던 게임 개발자는 많지 않았다. '빌 로퍼', '게이브 뉴웰', '존 카맥', '리처드 게리엇' 정도일까? 추가하자면 '시드 마이어'정도가 생각난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게임 개발자들도 대중들 사이에 널리 퍼지게 되었다. 프로그램명과 출연진들만 알려지던 예능 프로그램들이 이제 PD의 이름까지 알려지는 수순과 비슷하다. '게임'이 단순히 스쳐 가는 놀이에서 머물지 않고, 깊이를 가진 문화 콘텐츠로 거듭나면서 멋진 작품들을 만들어내는 게임 개발자들에 대한 관심도 올라갔다. 이제 많은 게이머가 적어도 한 명 이상의 게임 개발자를 알고 있을 거다. 인자하게 웃는 '게이브 뉴웰'의 얼굴은 게이머들 사이에서 유명한 짤방이니까.

2015년의 봄과 함께 진행될 'GDC2015'. 3월 2일부터 5일간 진행될 개발자들의 장. 올해는 과연 어떤 이슈가 개발자들 사이를 뜨겁게 달구게 될지, 한번 짚어 보았다.



'게임'을 바라보는 '미국'의 시선, 백악관에서 바라본 '게임'이란?


2015년 GDC에서 가장 관심을 받고 있는 강연을 먼저 꼽아 보았다. 강연자의 이름은 'Mark DeLoura' 처음 듣는 이름이지만, 이 사람의 직책은 그리 간단치 않다. 미국의 대통령이 기거하는 백악관. 그중에서도 'Mark DeLoura'는 과학, 기술 개발국의 게임 산업 부문 자문을 맡고 있다.

강연의 주제는 '게임과 교육에 대한 과학적인 접근'이다. 강연자는 게임이 가지는 사회적 파급력을 인정한다. "미국 청소년의 90%가 게임을 즐긴다." 강연 소개란에 쓰여 있는 내용이다. 놀이로서의 게임은 이미 문화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으며, 이는 더욱 다양한 용도로 게임이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 강연의 핵심 내용이다. 영화, 그리고 책. 두 미디어 역시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강연자는 이런 현실에 입각해, 게임이 '교육'이라는 측면에서 얼마나 효율적인 전달 수단이 될 수 있는가를 말한다.

실제로 2014년 9월, 백악관은 '비디오 게임을 통한 교육 방법 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게임 개발의 장인 '게임잼'을 진행했던 바 있다. 과학 기술 개발국의 주최로 이뤄졌던 당시 '게임잼'에는 EA와 레드스톰 엔터테인먼트 등 유명 게임사의 개발진들도 함께 참여해 직접 제작했던 교육용 게임을 선보였던 바 있다.

[▲ 게임잼 출품 작품 중 하나인 'Rare Earth'의 티저 영상]

강연자가 말하는 '게임'의 활용은 단순히 '교육'에 한정된 것이 아니다. 강연 요약의 마지막 줄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How is your government exploring games as a form of media, and how can you get involved to shape that future?"

"당신들의 정부가 '게임'을 미디어의 한 종류로서 어떻게 연구하고 있는지, 그리고 당신이 그로 인해 바뀌게 될 미래의 모습에 어떻게 관여하게 될지 알고 싶지 않은가?"





존 카맥, 그리고 필 스펜서...네임드 업계인들의 등장


이번 GDC2015에서 단연 돋보이는 개발자라면 역시 '존 카맥'을 꼽을 수 있다. 존 카맥의 대표작은 게이머들 사이에 적잖은 인상을 남겼고, 지금도 회자되고 있는 작품인 '울펜슈타인3D'와 '둠 시리즈', 그리고 '퀘이크 시리즈'다. '이드소프트웨어'의 공동 창업자이자 그 자신도 천재적인 프로그래머인 존 카맥은 31세의 나이로 게임업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상 중 하나인 'AIAS(Academy of Interactive Arts and Sciences)'의 평생 공로상을 받은 바 있다.

▲ 오큘러스VR의 CTO로 강단에 서게 될 '존 카맥'

이드소프트웨어를 퇴사한 후, VR 시장에 눈을 돌려 '오큘러스'의 CTO로 자리 잡은 존 카맥은 이번 GDC2015에서 '모바일 VR 시대의 여명'을 주제로 개발자들 앞에 서게 된다. 20년 만에 GDC 현장을 방문하는 존 카맥, 전부터 개발한 게임의 소스를 공개하는 것으로 유명했던 그가, 개발자들을 상대로 어떤 이야기를 풀어나갈지 기대해도 될 듯싶다.

'필 스펜서'는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소프트웨어 개발사 중 하나인 '마이크로스프트'의 부사장이자 MS게임 스튜디오,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의 게임용 콘솔인 'XBOX'의 모든 분야를 총괄하는 직책을 맡고 있다. 차세대 기종인 'XBOX ONE'은 국내 시장에서 소니의 'PS4'에 주도권을 빼앗겼지만, 여전히 북미 시장에서는 큰 인기를 끌고 있으며 넓은 유저 풀을 가진 게임 콘솔이다.

▲ MS의 부사장이자 XBOX 관련 총 책임자를 맡고 있는 '필 스펜서'

필 스펜서는 GDC2015 현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시스템 환경 속에서 이뤄질 게임의 미래'에 대한 내용을 주제로 강단에 서게 된다. 얼마 전, 윈도우10에 대한 미디어 브리핑 당시, 필 스펜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모든 소프트웨어가 클라우드로 연동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며, 동시에 XBOX ONE과 PC로 게임을 즐기는 두 유저가 함께 게임을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점점 넓어지는 윈도우와 마이크로소프트의 게임 환경이 게이머들에게 어떤 생활을 제공할지, 미리 알아볼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



차세대 출력 디바이스의 대두? VR시장을 논하다.


오랜 기간, '게임'과 뗄 수 없었던 영상 출력 장치는 '모니터'였다. 아니 사실 '모니터'라는 장비는 시작점과 종말점 모두에 가장 가까운 시각 제공 장비가 아닐 수 없다. 단순하다, 그리고 편하다. 사각의 평면 안에 직접적인 화면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모니터를 넘어설 출력 장치는 사실 생각부터가 힘들었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고, 이제 또 다른 개념의 영상 출력 장치가 대두되고 있다. 직접 머리에 쓰고, 두 눈에 각각 스크린을 제공해 입체감을 극대화한 장비, 바로 'VR(Virtual Reality)'장비다. GDC2015에 개설된 VR 관련 강연은 총 17종. 소프트웨어나 새로운 게임 엔진이 아닌, 출력 장치 하나만으로 이 정도 수의 강연이 개설되었다는 것은 현 게임 개발자들이 VR장비에 가지는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는 손쉬운 지표다.

▲ 오큘러스, 삼성, 소니, 그리고 레이저

가장 유명한 VR 관련 개발사는 역시 '오큘러스VR'. 상기했던 '존 카맥'역시 이번 GDC2015에서는 오큘러스VR의 CTO로서 강단에 오르게 된다. 물론 '오큘러스VR'에서 그치지 않는다. 소니의 '프로젝트 모피어스', 삼성의 '기어 VR'등, 차세대 시장을 선도하는 대기업들도 VR 시장에 참전을 알렸으며, '레이저'와 같은 게이밍 하드웨어 전문 개발사들도 VR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더불어 세계 최대의 PC게임 온라인 플랫폼인 '스팀'의 '밸브 코퍼레이션' 역시 얼마 전 스팀 유니버스를 통해 VR 장비인 '스팀VR'을 GDC2015에서 공개할 거라 알렸다. VR 장비를 실제로 착용해본 측면에서 볼 때 아직 완벽하다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산재해 있는 문제점이 해결된다면, 우리는 PC방에 모니터 대신 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가 하나씩 놓여 있는 것을 보게 될 수도 있다.

VR장비, 과연 차세대 영상 출력 장비로 바로 설 수 있을까? GDC2015를 통해 미리 한번 살펴보자.



자유로운 개발, 그리고 도전... '인디'게임의 부흥


2014년을 달구었던 게임들은 많았다. 하지만 우리가 보통 말하는 '대작'의 라인업을 생각해보면, 과거에 비해 조금 손색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게임업계가 쉴 틈 없이 뜨거웠던 것은 다양한 인디 게임들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 '민간인'으로서의 전쟁을 그린 '디스 워 오브 마인'

인디 게임은 약하다. 어떻게 보아도 인디 게임이 대형 게임사의 상업적 대작들과 비교해 보았을 때 강할 수는 없다. 자금의 규모가 다르고, 개발자들의 경력이 다르며, 개발진의 인원수 부터가 차이가 난다. 그럼에도 인디 게임이 게임 시장이라는 정글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까닭은 인디라는 이름 속에 숨겨진 참신함이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충분한 자원은 없을지언정, 개발진의 창의력을 제한할 요소가 없기 때문에 기발하게 터져 나오는 게임성들. 인디 게임들은 그것을 무기로 대중들 앞에 바로 서고 있다.

GDC2015에서 인디 게임을 소재로 개설된 강연의 수는 20종 이상이다. 단순히 개발 환경과 리소스 배정을 논하는 강연부터, 마케팅 방법, 그리고 성공한 인디 게임들의 성공기까지, 스타트업을 준비하고 있는 게임 개발자 지망생들에게 GDC2015는 배움의 장이 되기에 충분하다.

▲ 레트로 감성을 제대로 자극한 '쇼블 나이트'도 좋은 평을 받았다.



이제 '사이드'가 아닌 '메인 디쉬'. 모바일 게임 관련 강연


'모바일 게임'은 오랜 시간 일종의 '사이드 디쉬'로 여겨졌다. 메인스트림을 이루는 것이 PC, 콘솔, 온라인 게임이었다면, 모바일 게임은 그보다는 완성도나 볼륨 면에서 모자라지만, 휴대성이 용이한 게임 정도였을까? 사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강력한 하드웨어에서 뿜어져 나오는 완성도 높은 게임들의 퀄리티에 비해 모바일 기기가 가진 한계점은 명확했으니까.

단순히 하드웨어적인 측면도 아니었다. 기존의 대형 게임사들은 여전히 기존의 PC, 콘솔 게임의 개발에 주력했다. 모바일 게임으로의 길을 닦던 개발사들은 소규모 게임사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럼에도 모바일 게임 시장은 점점 커졌고, 현재는 이름만 들어도 아는 대형 개발사들 역시 모바일 게임 개발을 위해 적지 않은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이제 모바일 게임 시장은 메인스트림의 주변에 산재되어 있는 양념통 같은 시장이 아니다. 아니, 기존 시장의 규모를 무색하게 할 만큼, 거대한 시장으로 성장해 있다.

▲ '모바일'은 이제 게임시장의 주류 중 하나로 보아도 손색이 없다.

GDC2015에서 개설되는 모바일 게임 관련 강연은 약 50여 종. 그만큼 모바일 게임에 대한 관심, 그리고 모바일 게임이 가지는 '게임 업계'에서의 무게가 무거워졌다는 뜻이다. 강연의 주제도 다양하다. 모바일 게임을 즐기는 수요층에 제공할 서비스에 대한 강연, 순수하게 '개발'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래밍 강연부터, PC, 콘솔 등 타 게임 플랫폼과의 크로스오버, 나아가 동서양 시장에 적합한 모바일 게임 시장 공략법까지, 다양한 강연이 준비되어 있다.

단순함, 대중성, 그리고 보급력. 모바일 게임이 가지는 무기는 점점 더 날카로워지고 있으며, 앞으로의 잠재력은 더 뛰어나다. 앞으로 게임시장에서 점점 더 큰 영역을 갖추게 될 모바일 게임. GDC2015에서 모바일 게임을 소재로 한 심도 있는 토론과 강연들을 접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