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VR, AR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산업의 미래에 대해 토의하는 VR 엑스포(VR EXPO)가 금일(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됐다.

9일부터 11일까지 3일간 진행되는 이번 VR 엑스포는 VR(가상현실)과 AR(증강현실), MR(혼합현실)을 다루는 국내 최대 규모의 민간 주도 행사다. 이날 행사는 글로벌 VR 시장의 트렌드를 알아보고 국내 산업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본격적인 컨퍼런스가 시작하기 전에 진행된 두 번째 키노트는 'HTC VIVE'의 앤디 김 부사장이 자리해 '우리가 주목해야 할 가상 현실의 핵심 트렌드 및 진화방향'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시시각각 변화하는 VR 업계에 대해서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 HTC VIVE 앤디 김 부사장

연단에 자리한 앤디 김 부사장은 "VR은 융복합에 가장 적합한 산업이라고 생각한다"며, VR이 인간의 모든 감각을 담아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VR은 시각에만 집중했다는 것을 아쉬움으로 꼽았다. 하지만 지난 6개월 동안 다양한 벤처와 스타트업 업체들을 만난 앤디 김 부사장은 나름의 희망을 찾았다. "미팅에서 만난 업체들이 고민하는 것을 보면, 최근 들어 VR에서 청각과 촉각에 대한 진보가 이루어지는 것 같다"며 긍정적인 시선을 보냈다.

하지만 미각이나 후각과 같은 감각에 대해서는 별다른 개발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또한, 이러한 개발들이 업체, 기기마다 따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은 업계가 해결해야 하는 과제로 꼽았다. 다양한 VR 기기들이 쏟아지는 추세에서 모든 기기에 같은 전달 방법을 구현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김 부사장은 일부에서 이야기하는 '이미 VR이 안정화되었으니, 사업화를 진행해도 되는 시기'라는 주장에 대해서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아직은 미지의 것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지금 상태로는 가상은 될 수 있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가상현실이라고 이야기하기는 어렵다"며, 진정한 의미에서의 VR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인간의 오감을 기기에 옮기려는 각고의 노력은 업계가 당면한 과제이자, 트렌드로 떠오르는 상태다. 그렇다면 앞으로 VR 업계가 맞이하는 미래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 앤디 김 부사장은 문제와 예상을 모두 고려해 봤을 때, 크게 네 가지 측면에서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첫 번째 방향 - 새로운 디바이스가 쏟아질 것이다.

김 부사장은 얼마 전 GDC2017에서 LG가 스팀과 제휴하여 공개한 VR기기와 삼성이 컨트롤러와 함께 공개한 VR 기기를 언급했다. 두 기업을 예로 들어, 하드웨어 개발사들이 기기 외에도 다양한 액세서리까지 출시하고 있다. 그리고 계속해서 컨트롤러가 발전한다면 후각이나 미각과 같은 감각들을 VR에서 구현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또한, 파편화되어있는 개발 상황을 해결하고 플랫폼 간의 연결을 노리는 업체들이 등장한 사실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미국 시장에서는 이미 후각과 촉각을 VR에 구현하려는 업체와 기기들이 등장하려는 상태다. 하지만 이처럼 디바이스 전반적으로 변화를 주고 있는 타국과 달리, 국내는 소프트웨어 개발에 치중하고 있는 모습을 보인다. 이에 대해 강연자는 국내 업계가 '플랫폼 사업자로서의 시각'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 GDC 2017에서 공개된 LG VR


두 번째 방향 - 힘겨운 앞날이 펼쳐질 것이다.

수익화, 돈을 벌기 위한 노력은 맨 꼭대기에 위치한 콘텐츠 제작 업체들보다. 하드웨어를 만드는 개발사들에게 더 중요한 문제가 될 전망이다. 김 부사장은 "VR 하드웨어는 결국 하이엔드와 로우엔드만 존재할 것 같다"고 예상했다.

최근 상황에서 비교적 단순한 모바일 VR 하드웨어는 기기의 성능을 개선하고, 컨트롤러까지 내놓으면서 하이엔드로 기기의 장점을 흡수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반대로 하이엔드 기기는 모바일 기기처럼 장소의 제약을 벗어나기 위한 움직임이 존재한다. 김 부사장은 이러한 모습에 봤을 때, 두 시장의 거리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올해 하반기 즈음에는 두 시장이 충돌하고 말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와 같은 변화는 한편으로는 기회이기도 하다. 그는 서로의 장점을 흡수하는 형태의 성장이 통신사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빠른 속도를 기반으로 통신 지연 없이 서비스해야 하는 콘텐츠가 VR 외에 어떤 것이 있느냐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서비스 중인 5G 통신망의 핵심 서비스가 VR이 될 수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세 번째 방향 - VR에도 멀티플레이, 소셜 개념이 도입될 것이다.

세 번째 방향성으로는 '멀티플레이'를 꼽았다. 이제 VR 게임에서도 멀티플레이어에 대한 고민이 대세가 되고, 개발 로드맵이 있는지가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김 부사장은 "현재 VR 게임의 평균 플레이 타이밍이 15~20분을 넘기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혼자보다는 그룹으로 게임을 즐기고 싶은 욕구들이 대두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또한, 페이스북이 오큘러스를 인수하면서 VR만의 독특한 기능에 특화된 SNS를 보여주리란 추측을 남겼다. 아직 어떤 형태인지는 알 수 없으나, VR에서만 보여줄 수 있는 방식으로,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와는 다른 경험의 SNS가 등장하리란 전망이다.

이외에도 VR이 여행은 물론,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할 수 있음을 설명했다. 구글 맵에서 특정 공간을 클릭하면 VR로 건물 안을 돌아다닐 수 있으며, 더 나아가면 인테리어를 변경하고 타국의 상품이나 특산물을 구입하는 VR과 커머스의 융합도 가능할 것이란 예측이다.

이렇듯, 혼자서는 채울 수 없는 인간의 욕구는 VR을 만나서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다. 강연자는 "우리가 17년에 만날 VR에서는 소셜 기능에 대한 욕구가 두드러지게 나타날 것이다."라고 정리한 뒤, 여기에 다양한 감각들을 더하는 것이 앞으로의 차별화 포인트가 될 것이라 봤다.



네 번째 방향 - VR방의 리스크와 포인트.

마지막으로 앤디 김 부사장은 VR방 사업이 가지고 있는 잠재적인 리스크와 포인트를 설명했다. 화두로 떠오른 'VR'이지만, 개인이 HMD를 구입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등장한 'VR방'은 이제 하나의 사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특히, PC방과 같은 성공사례가 남아있는 아시아권에서의 열기가 뜨거운 상태다.

강연자는 첫 번째 포인트로 'VR방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을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언급했다. VR방이 안착했다는 가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그는, "현재 AAA급 VR 콘텐츠를 제작할 때 50~100억 정도가 들어간다. 하지만 그만한 비용으로 제작한다고 하더라도 마켓에 출시했을 때 100~200카피만 팔린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플레이할 것이다. 왜냐하면, 구입은 하지 않고 VR방에서 플레이할 테니까."라며 게임을 출시하더라도, 콘텐츠 제작자는 별다른 수익이 없을 수 있음을 지적했다.

김 부사장은 "현재 이러한 점을 아무도 지적하지 않는다. 일단은 사업이 활성화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문제를 언급한 뒤, "적절한 수익 구조가 없는 이 방식으로는 산업이 지속되지 않는다. 개발사가 돈을 못 벌면 결국엔 제작을 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단언했다. VR방을 사업으로 이끌어가고자 한다면, 수익 부분에서 적용할 수 있는 해결점을 갖춰야 함을 역설한 것이다.

두 번째 포인트로는 'B2B에 적합한 기기를 선택해야 한다'는 점을 꼽았다. 사용권이나 콘텐츠의 문제도 있으므로, 기반이 될 수 있는 기기가 여러 환경에서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자는 의미다. 또한, '합법적인 사업을 하기 위한 법적인 기반'과 '기술적인 지원'도 필요함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는 '장소'를 언급했다. 현재 VR방은 입지조건에 따라 수익 모델이 달라진다. 과거 PC방처럼 운영하는 곳도 있으며, 그저 기기만 덩그러니 가져다 놓은 곳, 쇼핑몰이나 영화관 등 다양한 장소에 자리잡을 수 있는 기기가 되었다. 문제는 장소에 따라 BM모델이 적절하지 않다는 점이었다.

과거 PC방 처럼 저렴한 가격으로 VR방을 운영하는 유형에서는 익숙한 BM모델이 발목을 잡았다. 가격을 내려서 경쟁하는 구조는 하이엔드 기기가 필요한 VR방 사업엔 적절하지 않았다. 반면, 기존의 공간에 기기를 가져다만 놓는 형태에서는 별다른 차별화를 보여줄 수 없었다. 전략도 없이 그저 기기만 가져다 놓는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었다는 이야기다.

이외에도 영화관이나 쇼핑몰 등에서 VR을 활용하는 형태를 예로 들기도 했다. 김 부사장은 "미래의 영화관은 VR의 모습이 아닐까"라고 언급한 뒤, VR을 통해서 대형 스크린을 개인적으로 즐길 수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아직 사례가 없는 상태이지만, 올 상반기 중 많은 사례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설명을 마친 앤디 김 부사장은 "VR방 사업은 굉장히 중요한 영역이라고 생각한다"며, "유저들의 눈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투자가 필요한데, B2C는 투자가 부족해 경쟁력 있는 가격을 갖추는 것이 어렵다"고 발언했다. 그러므로 B2B로 시장을 주도할 필요가 있고, B2B의 기반이 되는 VR방 산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강연의 마지막에서는 "VR은 이미 경험한 것보다는 해야 할 것이 많은 미지의 영역이다" 라고 말한 뒤, "더 발전해야 하는데, 이를 혼자서 극복하기는 어렵다. 앞으로도 많은 협의와 콜라보레이션, 공동 투자와 노력이 있기를 바란다"고 전하며 강연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