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터스, 디모 등의 게임을 선보이며 리듬게임의 대명사로 거듭난 '레이아크'(Rayark)의 게임 개발스토리가 한국 게임 컨퍼런스(KGC 2014)에서 소개됐다. 금일(7일) 대만의 게임 개발사 레이아크의 공동 설립자이자 CEO인 유밍양(Ming-Yang, Yu) 총괄 디렉터는 그동안 레이아크가 성장해온 과정과 더불어 싸이터스, 그리고 디모의 제작 과정을 소개했다.

그는 먼저 자신이 예전에 설립한 레이아크의 전신, '하이파'에 대해서 소개했다. 2008년 첫 문을 연 하이파는 11년 9월까지 대형 아케이드 머신의 게임을 개발하던 회사였다. 그는 '싸이터스'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리듬게임, 'THEIA'를 처음으로 선보였지만, 처음에는 그래픽과 음향 수준이 높지 않아 좋은 성과를 얻지는 못했다고 전했다. 그래서 그들은 그래픽과 음향에서도 더 높은 수준을 갖추고 차기작을 선보이고자 했다.

하이파는 'THEIA'의 실패를 바탕으로 신작을 개발해 같은 장르의 리듬게임 '모자크(MOZARC)'를 발표했다. 유저들을 끌어들이는 방법에 대해 고심한 끝에 내린 결론은 '그래픽'. 게임의 그래픽은 유저들에게 첫인상이 되기에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전작보다 훨씬 그래픽에 공을 들여 많은 발전을 이뤘으며 스토리까지 넣었다. 그러나 그들은 모자크 이후 다른 후속작을 내지는 않았다.

▲ 'THIEA'와 'MOZARC'

"모자크는 많이 발전한 게임이었고, 유저들이 직접 오락실에서 모자크를 플레이하는 걸 봤습니다. 스토리 부분도 생각해서 넣었지만, 후속작을 만들진 않았어요. 우리의 장점은 소프트웨어 개발에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때 음악과 스토리를 게임에 함께 결합시키는 것을 생각했고, 지금의 '레이아크'를 세우고 새로 다시 시작했습니다.

레이아크는 2011년 9월에 처음 설립된 회사이고, 현재 47명의 직원이 7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직원이 10명 정도였죠. 회사의 규모도 크지 않았지만, 우리는 계속해서 작업 환경을 최적화시키는데 많은 힘을 쏟았습니다. 새 사무실로 이전하면서 공간도 넓히고, 게임을 즐겁게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려고 노력했죠."


싸이터스는 레이아크 설립 당시, 2011년 9월에 함께 개발했던 게임이다. 레이아크로써는 처음 선보이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당시의 시장은 모바일 게임이 큰 인기를 끌고 있을 때가 아니었기에 유저들이 어떻게 게임을 즐겨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유저들이 인식을 바꾸는 것이 첫 번째 목표였다고 한다.

그래서 싸이터스를 제작할 때 다양한 요소들을 게임에 삽입했다. 유명한 작곡가들과 함께 곡을 제작했으며, 이 과정에서 한국에서 유명한 작곡가들이 참여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들은 이 훌륭한 음악들을 어떻게 게임에 접목할지를 고민했고, 캐릭터를 통해 좀 더 멋지고 신비한 느낌을 줄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았다.

하지만 이런 설계 단계를 지나, 동작과 기능이 많은데다 그래픽까지 좋은 게임을 제작하는 건 당시 레이아크에게는 부담이었다. 그래서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다른 특색있는 인터페이스를 만들까 고민했고, 일본 만화 '에어기어'에서 영감을 얻었다. 근사하면서도 특색있는 문양들은 사람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제작에 돌입했다.

▲ CYTUS의 초기컨셉. 신비로운 분위기와 캐릭터를 강조하고자 했다.

▲ 특색있는 문양을 제작해 컨셉을 수정했다.

"그래서 싸이터스를 처음 개발할 때 이런 컨셉을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게임을 제작하면서 차츰차츰 업그레이드했고, 인터페이스에서도 여러 가지 화면을 고민했고요. 기본은 블랙&화이트였고, 독특한 토템과 블랙&화이트의 컨셉을 초점으로 게임의 인터페이스를 제작했습니다.

게임이 출시되고 나서는 더 많은 그래픽적 요소를 사용했습니다. 기존의 블랙&화이트의 기조는 유지하되, 좀 더 컬러와 일러스트를 풍부하게 사용했죠. 어떤 노래는 심플한 인터페이스를 보여주지만, 애니메이션 느낌을 주는 노래도 있습니다."

싸이터스에서 선보인 인터페이스는 정말 심플하고 보기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동시에 깊은 인상을 받지 못한다는 문제점이 남았다. 그래서 그들은 유저들의 의견을 받아들였고, 싸이터스 버전 1.0에서는 여성 로봇 V를 삽입하면서 스토리도 함께 접목했다. 그는 스토리를 통해서 유저들을 더욱 끌어들이는 효과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렇게 캐릭터가 생기고 난 이후, 여러 가지 아이콘을 설계할 때 있어서도 캐릭터를 활용해 유저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 아이콘을 제작했다.

▲ CYTUS의 초기 디자인.

▲ 색감이 풍부해졌지만, 블랙&화이트의 컨셉은 유지되고 있다.




이어서 유밍양 PD는 '디모'의 제작 스토리도 공개했다. 싸이터스를 성공적으로 런칭한 이후, 그는 레이아크는 고민에 빠졌다. 어떻게 하면 싸이터스와는 다른 모습을 가진 게임을 개발할까, 유저들이 우리 회사에서 출품한 게임이 똑같지 않다는 인상을 받게 하려면 어떤 형태의 게임을 만들어야 할까에 대한 고민이 깊었다고 한다.

'디모'는 동화의 느낌이 강한 리듬 게임이다. 초기에는 3D의 느낌을 많이 주는 형태라 지금과는 많이 달랐다. 이후 캐릭터와 스토리, 그리고 게임의 전체적인 디자인이 바뀌면서 현재의 디모가 탄생했다.

"디모의 핵심은 피아노고, 블랙&화이트가 피아노를 대표하는 색입니다. 그리고 디모 역시 미니멀리즘을 지향해서 가장 심플한 스타일로 게임을 만들려고 노력했어요. 그런데 초기 디자인으로 3~4개월쯤 개발하면서 많은 문제점을 발견했습니다. 그림은 예쁘지만 인상적이지 않았고, 유저들에게 더 강렬한 인상을 심어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DEEMO의 초기형태. 그리고 캐릭터 디자인 초안

그들은 새롭게 캐릭터를 디자인했고, 블랙&화이트의 컨셉을 유지한 현재의 디모캐릭터가 탄생했다. 그는 디모는 굉장히 고독한 존재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만들었지만, 너무 외로워서 여자아이 캐릭터를 하나 새롭게 추가했다고 전했다. 귀여운 여자아이가 디모의 세계로 오면서 게임의 느낌이 많이 달라졌다.

디모의 세상에서는 디모와 여자아이 둘 뿐이지만, 굉장히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을 받을 수 있게 제작됐다. 그리고 유저들이 게임에 좀 더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탐색 요소를 넣어 노래를 얻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스코어 화면에서 디모와 소녀의 동작을 좀 여러가지를 넣어볼까 했어요. 점수가 좋으면 예쁘고 포근한 화면이 나오지만, 점수가 낮으면 소녀가 디모를 발로 찬다든가 하는 동작을 넣어보고 싶었는데…이 부분은 넣지 않게 됐습니다.

아무튼, 그리고 디모에서의 그래픽을 좀 더 강화했습니다. 노래를 선택할 때 인터페이스는 노래의 스타일에 따라 맞춰서 디모와 소녀로 분위기를 냈습니다. 스토리에 중요성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죠."


▲ 초창기 Deemo의 스코어 화면.

그는 유명한 일화를 소개했다. 1920년대 뉴욕, 장님 걸인이 있었다. 그는 "나는 장님입니다. 도와주세요"라는 글로 구걸을 했지만, 지나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광고 기획자 한 명이 그를 도와주었다.

기획자는 그에게 적선하지 않았다. 그가 써놓은 메시지를 살짝 바꾸었을 뿐이었다. 처음에는 걸인도 화를 냈다. 하지만 기획자가 도와준 덕분에 걸인은 많은 적선을 받을 수 있었다. 광고 기획자는 그가 써놓은 글귀를 "아름다운 날입니다. 하지만 나는 볼 수 없습니다."로 바꾸었던 것이다.

그는 메시지의 느낌이 바뀜으로써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더욱 감정을 이입하게 만들었다고 전했다. 그리고 이는 싸이터스와 디모를 개발할 때 중점을 두었으며, '게슈탈트 심리학'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인간의 정신은 전체와 구조에 중점을 두고 파악한다는 게슈탈트 심리학의 원리에서 부분적인 정보를 주더라도 사람들은 자신의 머릿속에서 더욱 생각하고 전체적인 부분을 채워넣게 된다. 게임에서도 마찬가지로 유저들은 제한적인 정보로 스스로 이야기를 상상하거나 부족한 부분을 채워 넣는다고 한다.





레이아크는 게임을 제작하면서, 마케팅 및 홍보에 대해서도 고민했다. 일단 페이스북과 트위터, 바이두 등 커뮤니티를 중시하면서 홍보를 진행했다. 싸이터스는 수많은 작곡가가 참여한 작품인 만큼, 작곡가들이 적극적으로 커뮤니티 활동을 진행했다. 작곡가들이 싸이터스를 추천하고, 그들의 팬들이 가장 먼저 싸이터스를 알게 되고 게임을 즐겼다.

게임이 인기를 끈 이후에는 어떻게 이 인기를 유지하느냐가 문제였다. 그는 싸이터스에 100만 다운로드 계획을 시행했고, 다운로드수가 10만이 넘을 때마다 10개, 혹은 무료로 음악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유저들이 직접 친구들에게 게임을 홍보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게임을 하면 플레이할 수 있는 곡이 많아지는 선순환 구조가 이뤄진다.

또 다른 방법은 '스토리'다. 그는 유저들이 게임의 스토리에 관해 계속 토론할 수 있도록 기능을 마련했다. 게임을 플레이한 후 스코어를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통해 게시할 수 있게 했는데, 여기에 추가로 게임 스토리에 대한 언급을 넣기도 했다. 이런 방법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게임의 스토리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고, 활발히 토론을 이어갈 것으로 생각했다.

게임을 개발하는 것 말고도, 회사 차원에서 자사의 게임을 소재로 하는 소장품을 만들기도 했다.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을 제작해 판매하거나, 시장에 수요에 따라서 스마트폰 케이스나 장식품을 판매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레이아크의 게임을 선호하는 유저들에게 보답하면서도, 자신들이 게임을 사랑하는 마음을 전해줄 수 있었다.


오프라인을 통해 대만, 일본 등에서 라이브 콘서트를 진행하기도 했으며, 게임 파티를 개최해 유저들에게 게임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런 행사를 통해서 유저들의 피드백을 좀 더 직접적으로 들을 기회도 마련할 수 있었다. 끝으로 그는 게임 개발에 있어서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요소를 다섯 가지로 요약했고, 신작 임플로전(Implosion)과 디모의 PS VITA 버전을 소개하면서 강연을 마쳤다.

"스토리텔링은 게임 개발에 있어서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게임의 스토리에 대해 유저들이 깊게 몰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게임 브랜드 경영도 중요하고 파트너십도 중요합니다. 우리도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국적을 불문하고 우리가 충분히 협력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협력 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유저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그래야 게임 컨텐츠를 향상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레이아크는 유저들의 의견, 충고가 있으면 메일로 답장하기도 합니다. 다양한 루트를 통해 유저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신을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스스로를 잘 알아야 정확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강점을 유저들에게 보여주는 것 역시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Deemo - The Last Recital' 티저 영상

▲ 레이아크의 유밍양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