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주춤해진 한국 서버 클랜전 지도에 3차 클랜전 캠페인 '대전쟁 : 참호 속으로'가 시작되며 다시 한 번 불을 지폈다. 3차 캠페인은 그동안 10티어 보상 전차 하나만을 놓고 경쟁을 벌였던 기존 캠페인과는 달리, 보상 전차 3종 중 하나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되었기에 한국 서버에서 획득할 수 없었던 희귀 전차를 얻기 위해 많은 클랜들이 인원 확충에 열을 올리게 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러나 모처럼 클랜전 지도에 활기를 불어넣었던 3차 캠페인은 초반부터 부정 의혹에 시달리고 있다. 총 3단계로 진행되는 캠페인 진행 단계 중 첫 번째 단계인 6티어 클랜전이 종료된 시점부터 각종 어뷰징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 6티어 클랜전이 종료되는 시점, 어뷰징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월드오브탱크의 클랜전은 '외교'라는 이름 아래, 클랜전 지도를 벗어나 게임 외적인 협상이나 공조가 일상화 되어있다. 우호 관계인 타 클랜의 도움을 받아 병력 운용이 가능한 시간대로 전투 시간을 조정하거나 영토를 '주고받는' 등의 행위까지 가능했고, 이러한 것들이 부정행위로 지탄받지 않는 정상적인 외교로 인정받아왔다.


하지만 캠페인은 영토의 점령 현황에 따른 골드 수급만이 보상의 전부였던 일반 클랜전과는 그 양상이 다르다. 캠페인 보상인 골드와 보상전차를 받을 수 있는 기준은 '명예 점수'다. 상륙 임무를 제외하고 어느 한 쪽이 전투에 참가하지 않아 몰수패 처리되는 전략승리, 전략패배로는 명예 점수를 얻기가 어렵다. 때문에 점수 획득을 위해 두 클랜이 모두 병력을 투입시켜 전투를 만들고, 해당 클랜간의 협약으로 인해 전투의 결과를 임의 조작하는 방식으로 명예 점수를 몰아주는 어뷰징이 가능하다는 것.


클랜전 지도 위의 영토를 점령하면 이에 상응하는 골드를 클랜 단위로 획득할 수 있었던 일반 클랜전과는 달리, 클랜전에 참가했던 각 유저들의 개인 명예점수 순위를 바탕으로 보상 지급이 결정된다. 실제 1~2회의 전투로도 명예 점수가 큰 폭으로 오를 수도 있어서 명예 점수 순위는 수시로 뒤바뀌고 있는데, 많은 유저들이 어뷰징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명예 점수를 다량 획득하기 위해서는 많은 전투에 참가하는 것이 유리하다


월드오브탱크 커뮤니티에는 최근 이러한 방법으로 부당한 명예 점수를 획득한 클랜이 있다는 제보가 이어져 논란이 되었다. 이 중 큰 이슈로 떠올랐던 사례는 두 가지다.


사례 1: A 클랜은 클랜의 명예 점수 획득을 위해서 우호 클랜과의 승부 조작을 감행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이를 뒷받침 하는 증거들이 속속 제보되었으며, 실제 해당 지역의 전투에서 승리하여 명예 점수를 획득한 것이 확인되었다. 해당 클랜은 3차 클랜전 보상에서 제외되는 제재가 가해졌다.

사례 2: B 클랜은 자매 클랜과 하나의 영토를 두고 15:15 조우전을 진행했고, 해당 전투에서 승리해 명예 점수를 획득했다. 이 사실을 통해 어뷰징 의혹이 불거지자 B 클랜은 해당 전투의 리플레를 공개하며 어뷰징 의도가 없음을 밝혔지만, 리플레이에는 점령중인 아군을 팀킬하는 모습이 포착되어 논란이 가중되었다. 해당 클랜은 리플레이 판독을 통해 고의적 승부 조작을 하지 않았다는 결론이 내려졌으며,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았다.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이 두 사례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다수의 우호 클랜에 도움을 요청, 최대한의 명예 점수를 획득하기 위해 승부 조작을 시도한 1번 사례의 클랜은 리플레이 판독을 통해 정상적인 전투를 진행하지 않았음이 공식적으로 판명되었다. 결국 이 클랜은 이번 캠페인에서 얻은 명예 점수를 모두 회수 당하고 클랜 및 클랜원 모두가 입상 자격을 박탈 당했다.


두 번째 사례는 자매 클랜끼리 칩을 소모해 가면서 하나의 영토를 두고 전투를 벌여야만 했는지에 대한 의혹과 함께 공개된 리플레이 속의 팀킬이 승패 조작을 위한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생겼던 경우다. 해당 클랜에서는 명예 점수 획득을 위해 고의적으로 승부를 조작하려는 의도가 없었으며, 자매 클랜과의 협의된 움직임이 아닌 독자적 결정에 의한 일이었다는 점을 밝혔다. 이후 게임사에서도 리플레이 판독 결과 전투 내에서의 승패조작은 없었다고 공지하며 일단락 되었다.


▶ [공식 홈페이지] 명예 점수 이슈에 대한 최종 결정을 알려드립니다



▲게임사의 어뷰징 관련 결정 공지


우호 클랜간의 승부 조작이 논란은 해외 서버에서도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지난 2차 클랜전 캠페인 당시, EU서버의 모 클랜이 사전 협의된 것으로 판단되는 승부 조작성 전투를 진행한 것이 밝혀져 제재를 받은 것이다.



▲지난 2차 캠페인 당시 EU 서버에서 어뷰징으로 대규모 제재를 받은 사례도 있었다



게임사의 공지를 통해 어뷰징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하지만 두 번째 사례는 아직 논란의 여지가 남아있다. 자매 클랜을 여럿 두고 있는 대형 클랜의 경우, 인접한 영토를 점령하고 반복적으로 15:15 전투를 진행해 명예 점수를 대폭 획득할 수도 있다. 자매 클랜은 시스템에서는 별개의 클랜으로 구분되지만, 내부 정보 등을 상시 공유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타 클랜과의 협상 없이도 은밀하고 치밀하게 승부 조작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자매 클랜간의 전투 그 자체를 어뷰징으로 결론지을 수는 없다. 사전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았거나, 서로 경쟁 관계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사례의 클랜이 제재를 받지 않은 것도 전투에서 승리하기 위한 정상적인 플레이를 진행했다는 점이 인정되었기 때문. 하지만 동맹 클랜이라는 개념이 월드오브탱크 내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는 점과, 추후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이와 같은 의혹이 계속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는 분명 클랜전 시스템의 맹점으로도 볼 수 있다.


개별적인 확인을 통해 패널티 부여 혹은 이상이 없음이 밝혀졌지만 유저들은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에 불안해 하고 있다. 다시 말해, 누군가가의 고의로 비슷한 문제가 재발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는 것이 현재 상황이라는 것이다.


앞으로 세계 지도에서 하루에도 수십, 수백 건씩 발생하는 모든 전투의 기록을 뒤져보고 의심되는 전투를 게임사에 제보하여 리플레이 심사를 거친다 한들, 모든 이들이 심사 결과에 만족할 수 있을까. 게임 외적인 동맹 관계에 대한 명확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지금과 같은 문제는 얼마든지 다시 재발할 수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게임사의 발표 이후, 자매 클랜간 전투에 대한 논란은 더욱 가중되었다


동맹 클랜간 어뷰징을 원천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시스템에서 자매 클랜이나 동맹 관계의 클랜을 인식할 수 있도록 설정하고 이러한 우호 클랜간 전투를 통해 얻는 명예 점수를 제한하거나 줄이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도 있다.


클랜전에 참가한 모든 유저들을 대상으로 순위를 매기는 보상 시스템이 과도한 경쟁을 유발한 것일까? 그렇다면 보상 지급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특정 클랜전 캠페인에서 상위 500위 내에 랭크된 유저에게만 주어지는 보상 전차의 희소성이 사라진다는 아쉬움은 있겠지만, 더 많은 유저들이 보상 전차를 획득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됨으로써 상대적으로 부담을 덜게 되고, 어뷰징과 같은 부정 행위의 발생 빈도도 낮아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사건이 일어난 후 정당한 후속조치가 취해지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하지만 앞으로도 어뷰징의 가능성이 열려있고, 그 중 일부는 현 시스템 내에서 의혹을 살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면, 근본적인 대책 마련도 필요하지 않을까.


※ 현 클랜전 시스템의 보완을 통해 어뷰징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을 무엇이 있을까요. 댓글을 통해 다양한 생각을 들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