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24일에 2.3패치 미리 보기가 공개되면서 많은 유저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나 디아블로2의 '호라드릭 큐브'가 업그레이드된 형태인 '카나이의 함'(가칭)이라는 신규 유물이 추가되어 화제입니다.

카나이의 함의 주요 기능은 전설 아이템의 고유 능력을 추출해 지속 기술처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인데요, 각 캐릭터가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지속 기술들과 별개로 적용된다는 점에서 큰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전설 양손 철퇴인 '용광로'의 고유 속성 '정예에게 주는 피해 증가 50%'를 추출할 경우, 용광로를 착용 중이 아니더라도 해당 속성 효과를 볼 수 있게 되는 것이죠. (단, 같은 속성이 중복으로 적용되지는 않습니다.)

더군다나 추출 가능한 전설 아이템 속성은 무기, 방어구, 장신구별로 하나씩 총 세 가지가 됩니다. 이 때문에 유저들 사이에서는 어떤 전설 속성들을 조합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일지에 대한 논의가 오가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에 데이터마이닝을 통해 알려진 2.3패치 비공식 정보에 의하면, 카나이의 함을 이용해 전설 아이템 옵션을 재구성하거나 착용 레벨 제한을 없앨 수도 있다고 합니다.


▲ 카나이의 함을 이용하면 용광로의 고유 속성을 지속 기술로 획득할 수 있는 셈이다

▲ 부위별 고유 속성을 각 슬롯에 등록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내용은 어디까지나 '미리 보기'일 뿐이므로, 얼마든지 카나이의 함 기능이 변경되거나 추가될 여지가 있습니다. 카나이의 함 오리지널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호라드릭 큐브 역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숨겨진 기능이 밝혀지고, 신규 콘텐츠에 맞춰 추가 기능이 생기기도 했죠.

그래서 이번 시간에는 디아블로2의 '호라드릭 큐브'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오래된 게임이지만, 여러분들이 디아블로3를 즐기는 동안에도 디아블로2와 호라드릭 큐브는 꾸준히 발전해왔습니다. 특히 카나이의 함이 호라드릭 큐브를 모티브로 하고 있는 만큼, 의미있는 탐색이지 않을까요?



▣ 디아블로2 초기의 호라드릭 큐브

최초의 호라드릭 큐브는 디아블로 2편의 두 번째 막에서 만나볼 수 있는 퀘스트 아이템에 불과했습니다. 두 번째 막의 최종 퀘스트인 '7개의 무덤'을 완수하려면 탈 라샤가 바알의 영혼을 품은 채 갇혀 있는 묘실을 열어야 했죠. 하지만 묘실 열쇠인 '호라드릭 스태프'는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어 호라드릭 큐브를 이용해 복원 해야 했습니다.

이에 따라 데커드 케인이 번역해준 호라드림 스크롤의 내용에 의지해 호라드릭 큐브와 '스태프 오브 킹스', '아뮬렛 오브 더 바이퍼' 등을 찾아 묘실을 여는 것이 두 번째 막의 내용이었죠. 호라드릭 큐브는 다른 퀘스트 아이템과 달리 모든 퀘스트를 완료해도 사라지지 않았던 관계로, 많은 유저들이 창고 대용으로 즐겨 쓰곤 했습니다.

물론 호라드릭 큐브를 얻은 직후 데커드 케인과 대화를 하면 큐브의 추가적인 활용법에 대해 들을 수 있었는데요, 한동안 그리 대단한 조합법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3개의 매직 링을 넣고 조합하면 무작위 옵션의 매직 아뮬렛이 나온다거나, 동종의 같은 등급 보석을 3개 합치면 상위 등급 보석으로 업그레이드되는 수준이었죠.


▲ 아이템처럼 인벤토리나 창고에 보관이 되며, 우클릭으로 열 수 있다

▲ 썩 도움되는 정보는 아니다

▲ 자가학습을 권하는 故데커드 케인




▣ 장비뿐만 아니라 포탈도 만든다?!

추가 인벤토리 취급을 받던 호라드릭 큐브가 다시 조명을 받게 된 것은 히든 스테이지인 '카우방'(시크리트 카우 레벨)의 존재가 알려지면서부터입니다. 디아블로를 해치운 캐릭터로 '워트의 다리'와 '타운포탈 책'을 호라드릭 큐브에 넣고 조합하면 상상조차 못 했던 붉은 색의 포탈이 열렸습니다. 큐브의 전혀 새로운 기능이 발견된 순간이었죠.

'Diablo Fans'의 데이터마이닝 정보에 의하면, 카나이의 함에도 알록달록 동산이나 고블린 보물창고 등의 포탈을 여는 조합식이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것뿐일까요? 소문만 무성하던 '스코보스'로 연결되는 포탈을 생성하는 방법이 카나이의 함 안에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워트의 의족과 타운포탈 책을 조합하자

▲ 할버드를 움켜쥔 젖소들로 가득하다

▲ 스코보스에 대한 언급이 적혀 있는 디아블로3의 쪼개진 노
※ 출처 : 라이라마 유저 게시물




▣ 호라드릭 큐브로 지존검을 제작하다

호라드릭 큐브의 진짜 가치는 2001년에 디아블로2 확장팩 '파괴의 군주'가 출시되면서 드러났습니다. 1.0.8패치가 적용되어 아이템의 능력치가 전반적으로 상향되었고, 상위 장비인 '엘리트' 아이템 개념이 적용됐습니다.

특히 매직 아이템에 붙을 수 있는 옵션이 늘어나면서, 레어 아이템이 아니더라도 매직 등급의 옵션만으로 높은 공격력을 자랑하는 경우가 생겼습니다. 이를 이용해 매직 등급인데도 확장팩 초기에 '지존검'으로 명성이 자자하던 '할배검'을 넘어서는 아이템이 등장했는데요, 다름 아닌 '크루얼 퀴크검'입니다.

당시 호라드릭 큐브 조합법 중에서 최하급 보석 3개와 검 종류의 매직 아이템을 조합하면, 무작위 옵션의 매직 검 아이템에 소켓이 뚫려서 나오는 이른바 '칩보석 돌리기'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이론상으로 옵션 접두사가 크루얼(Cruel : 대미지 증가 201~300%), 접미사로 퀴크니스(Quickness : 공격속도 증가 40%)가 붙을 경우 엄청난 결과물이 나왔죠.

여기에 조합 재료를 양손검인 콜로서스 블레이드를 사용할 경우 훨윈드 최적화 공속을 맞추기가 수월해서, 당시 바바리안 유저들은 소위 '크루얼 퀴크 콜블'을 최상템으로 여겼습니다. 최하급 보석으로 최상급 아이템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기적이었던 셈입니다.


▲ 하루 일과가 최하급 보석을 넣고 조합하는 게 전부인 때가 있었다




▣ 드랍으로 얻지 못하는 옵션의 아이템 제작

시간이 흘러 1.10패치가 이루어지자 강력한 룬워드 아이템들이 등장하면서 크루얼 퀴크검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습니다. 그러나 호라드릭 큐브는 여전히 유용했죠. 소켓에 장착된 보석이나 룬을 제거하거나, 수리비가 비싼 아이템의 내구도를 회복시켜주는 조합식이 등장해서 상시 활용하는 오브젝트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역시 아이템 제작이었죠. 예전처럼 매직 아이템이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대신 유용한 옵션을 고정으로 두는 '크래프트 아이템' 제작이 주목을 받게 됐습니다.

크래프트 아이템은 캐스팅 속도 증가나 밀치기, 강타 등 주요 옵션을 확보한 상태에서 무작위 옵션이 부여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룬과 매직 아이템, 보석을 호라드릭 큐브에 넣고 합성해서 제작했는데요, 크루얼 퀴크검과 마찬가지로 옵션이 잘 배합되면 필드에서는 획득할 수 없는 아이템을 얻을 수 있었죠.


▲ 장갑에 강한 타격 옵션을 부여하면서도 일반적인 레어 옵션을 확보할 수 있다




▣ 호라드릭 큐브를 이용한 신규 콘텐츠

1.11패치에 들어서는 '세 악마의 재결합'이라는 콘텐츠가 추가되었습니다. 헬 난이도의 카운테스, 소환술사, 니라트하크가 드랍하는 열쇠 세 가지를 모아 호라드릭 큐브에 넣고 조합하면 우버 보스가 기다리고 있는 포탈을 생성할 수 있게 됐죠. 우버 보스 역시 릴리스, 이주얼, 듀리엘까지 세 명으로, 각각 '디아블로의 뿔', '메피스토의 뇌', '바알의 눈'이라는 아이템을 드랍했습니다. 이 아이템을 다시 호라드릭 큐브에 넣고 조합해 우버 트리스트럼으로 가는 포탈을 여는 게 '세 악마의 재결합'의 내용이었죠.

우버 트리스트럼 안에서는 강화된 디아블로, 바알, 메피스토가 한꺼번에 등장하며, 각종 원소 공격에 면역 상태인 몬스터들을 소환하는데 이들을 모두 물리치면 '지옥의 횃불'이라는 유니크 참을 얻을 수가 있었습니다. 일반적 매직 등급의 참으로는 절대 가질 수 없는 옵션들로 구성되어 있어 한때 '세 악마의 재결합' 공략을 위한 연구가 열성이었습니다.


▲ 유니크 등급의 참답게 놀라운 효과를 가지고 있다

▲ 획기적인 보상을 주는 만큼, 강화된 대악마들의 전투력은 엄청났다
※ 출처 : Diablo Wiki


이후 1.13패치에서는 헬 난이도의 보스들을 쓰러뜨리면 고유의 정수 아이템이 드랍됐습니다. 이 정수들을 모아 호라드릭 큐브에 넣고 조합하면 능력치 및 스킬 초기화가 가능한 '면죄의 징표'를 얻을 수가 있었는데요, 스킬을 잘못 선택하거나 장비 변화로 능력치 변경이 필요했던 유저들에게 환영을 받았습니다.


▲ 1.13패치의 가장 큰 변화는 면죄의 징표를 이용한 능력치, 스킬 초기화다




▣ 미래형 호라드릭 큐브: 카나이의 함

십수 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보면 호라드릭 큐브의 조합법들은 일반적인 NPC들이 수행하는 기능과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소켓을 비워준다거나, 새로운 아이템을 제작해주는 것들 말이죠.

하지만 주목해야 할 점은 따로 있습니다. 호라드릭 큐브가 끊임없이 발전해왔다는 것입니다. 초기에는 보석을 업그레이드시키거나 물약을 변환하는 수준이었지만, 패치를 거듭하면서 상위 장비를 제작하거나 큐브를 통하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희귀한 아이템을 획득하는 방식으로 진화했습니다. 종래에는 '세 악마의 재결합'같은 최상위 콘텐츠로 유저들을 안내하는 매개체 역할을 했죠.

그리고 2015년, 후속작인 디아블로 3편에서 '카나이의 함'이라는 이름으로 호라드릭 큐브가 다시 등장하게 됐습니다. 3편은 전작보다 게임 요소가 다양하고 진보된 콘텐츠들이 있는 만큼, 새로운 큐브인 카나이의 함 역시 보다 더 놀라운 형태로 발전해나가지 않을까요?

최근 데이터마이닝 등을 통한 비공식 정보에 의하면 카나이의 함 역시 놀라운 효과의 조합식들을 가지고 있다고 하니, 향후 2.3패치로 인한 대격변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 카나이의 함과 함께 공개되는 신규 지역 세체론의 폐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