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의 시대는 정말 열릴까? 최소한 2016년 GDC에서 이 질문에 '아니오'라고 대답하는 이는 없었던 것 같다. 모두가 VR에 열광했고, 앞으로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모두가 궁금해했다.

이런 VR 시대에 맞추어, 누구보다 발 빠르게 움직이는 이들이 있다. 바로 언리얼 엔진의 에픽 게임즈다. 이제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게임 엔진이 된 언리얼 엔진과, 그 제작자 에픽 게임즈는 VR 이라는 폭풍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이번 GDC2016 에서 에픽 게임즈는 또 다른 소식들을 들고 왔는데, 언리얼 엔진의 기능으로 VR을 통해 실시간으로 맵을 제작할 수 있는 '언리얼 VR 에디터'와 새로운 게이밍 데모 '불렛 트레인'이 공개 된 것이다. 그리고 운 좋게도 기자는 이들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었다.

더불어 이 모든 어플리케이션과 관련한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는 에픽 게임즈의 닉 와이팅(Nick Whiting)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볼 수 있었다. 대화는 비록 짧았지만, 많은 기대를 가지게 했다.



체험 - 언리얼 VR 에디터 & 불렛 트레인


언리얼 VR 에디터

▲ 언리얼 VR 에디터 설명 영상

오큘러스 리프트 헤드셋을 쓰자 보인 풍경은 황량한 서부개척시대의 황량한 사막마을이었다. 일체의 인터페이스는 없었고, 게임 내 그래픽 외에 인터페이스적인 부분이라고 할만한 것은 두개의 오큘러스 터치-화면 상에 구현된-에서 나오는 레이저 빔 뿐이었다. 그리고 이 레이저 포인터 빔이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었다.

전반적으로 '언리얼 VR 에디터'의 느낌은 손보다는 젓가락에 가까웠다. 무엇을 집어들고 조작할 때 손으로 직접 만지는게 아니라 한손에 한쌍씩 젓가락을 들고 들었다 놨다 하는 느낌이랄까? 현재 나와있는 컨트롤러들로서는 최선의 선택으로 보였다.


레이저 포인터가 무엇을 가리키고 있느냐에 따라 조작법이 달라졌다. 가장 궁금했던 것 중 하나는 에디터로서 필요한 다양한 기능을 담은 메뉴를 불러내는 것이었는데, 한쪽 컨트롤러로 레이저 빔을 다른 컨트롤러 위로 조준하면 메뉴가 팝업되고, 이 메뉴를 골라 원하는 기능을 선택하면 됐다.

본질이 에디터인 만큼 오브젝트를 세심하게 조작하는게 중요했겠지만, VR인 이상 평범한 키보드나 마우스는 상대적으로 확장성이 떨어질 터. HTC 바이브의 컨트롤러아 오큘러스 터치를 어떻게 활용할까한 고심의 흔적이 보였다. 그 결과로 레이저 포인터를 기반으로 해 세밀한 조작을 가능하게 했고, 해당 위치로 순간이동을 하거나, 오브젝트를 선택하거나, 기울이거나, 다시 놓거나, 복제하거나, 크기를 바꾸거나 이 모든 것이 레이저 포인터를 기반으로 이루어졌다. 즉, 이 레이저가 개발자의 손이었다.

▲ 모두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조작법은 '마이너리티 리포트'와 같은 방식일 것이다.

조작방식이 더이상 버튼 입력과 좌표 설정 수준이 아닌, 모션 컨트롤러로서 가능한 조작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상당히 신선하고, 무엇보다 재미가 있었다. 다만, 생각한 것보다 조작의 정확성이 조금 떨어졌다. 마우스나 키보드, 펜처럼 확실히 무게를 지지해놓고 세밀한 입력이 가능한 도구가 아닌, 허공에서 휘두르게 되는 컨트롤러이고, 또 물리적인 반동이 없이 VR 안의 시각적 피드백만으로 조작을 해야하기 때문이었다. 또 그만큼 시각적 피로감도 우려되었다.

'언리얼 VR 에디터'는 확실히 신선했으나 아직은 세세한 조정이 필요했다. 또한 하드웨어 제조사들이 아직 극복하지 못한 문제들의 영향도 있었다. 하지만, 바로바로 맵을 만들어내고, 그 맵의 실제 모습과 플레이어에게 주는 느낌을 플레이어와 완벽히 동일한 관점에서 체험하고 만들어나갈 수 있다는 것은 그 어떤 에디터도 대체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앞으로 더 발전한 컨트롤러의 등장과 정확도, 조작 피드백의 개선이 이루어진다면 굉장히 높은 퀄리티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불렛 트레인(Bullet Train)

▲ 불렛 트레인 트레일러

'불렛 트레인'에서 가장 놀랐던 것은 오큘러스 터치 컨트롤러를 활용한 총기 조작의 디테일이었다. 군필자라면 모두 아는 사실이지만, 실제 총기로 사격을 할 때는 기계식 조준기의 가늠쇠-가늠자를 눈에 정렬해서 조준을 한다. 이런 과정이 있음에도 현실적인 문제상 그동안 비디오 게임에서 FPS는 별도의 조준선을 화면에 인터페이스로 그려넣어 조준을 하게 했다.

하지만 '불렛 트레인'에서 조준을 하기 위해선, 플레이어가 알고 있는 상식에 따르면 된다. 들고 있는 총을 들어서, 기계식 조준기를 눈에 대고 적을 조준하고, 방아쇠를 당겨 쏜다. 이 지극히 상식적이고 전체 게임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 재현 요소가 이 게임 전체의 느낌을 설명해준다.


권총은 양손에 하나씩 잡고 건카타를 벌일 수 있고, 샷건은 두손으로 잡아서 쏘고, 재장전하는 펌핑 액션이 된다. 소총도 양손으로 잡아서 두 손의 각도로만 조준할 수도 있다. 중간중간 총알을 손으로 잡아 던지는 것도 직관적이다. 게임의 모든 조작감은 익숙하고 친숙해서 금방 적응이 된다. 그런데 익숙한 부분이 좀 다르다. 기존의 게임과 닮아서 익숙한게 아니라, '우리의 세상'과 닮아서 익숙하다.

손에 집히는 총이 무엇이건 들어서 난사를 하고, 날아오는 총알과 미사일을 집어서 다시 던지는 오큘러스 터치의 조작감은 생각보다 좋았다. 기성 컨트롤러 만큼 대단한건 아니지만 진동 피드백도 들어가 있었다. 손에 잡히는 부분이 작아서 별로일까 하는 걱정은 사라졌다. 이너 트리거는 생각보다 핵심적인 조작 버튼 중 하나였다.

▲ 시각적으로는 대단했지만, 게임으로서 재미는 전혀 없었던 '이브 건잭'

사실 지금 VR로 할 수 있는 '게임'들 중 대다수는 아무리 봐주어도 테크 데모 수준이거나, 굳이 이것을 VR로 개발해야 했나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들이 너무나 많았다.

그러나, '불렛 트레인'은 당장 'VR 게임들은 이럴 것입니다' 라는 독특함과 가능성을 가장 잘 보여준 게임이었다. 물론 이 슈팅 감각을 위해서 다른 부분들-자유로운 이동, 무기의 창조적인 디자인 등-을 포기해야 했지만 말이다. VR 슈팅 게임은 많이 해보았지만, 단지 테크 데모에 지나지 않는 수준이었던, 게임으로선 '대충 만든 스페이스 인베이더' 수준이었던 '이브 건잭' 같은 게임과는 차원이 달랐다.



닉 와이팅(Nick Whiting) 인터뷰


▲ 닉 와이팅(Nick Whiting)

Q. 오큘러스 리프트와 바이브를 비롯해 다양한 VR 기기가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이러한 기기들은 스펙에서도 세세한 차이가 있고, 컨트롤러가 완전히 다른 경우도 있다. 이러한 다양한 플랫폼 중에서 어떤 것을 골라야할지 게이머도 개발자도 어려운데, 이런 기기간의 차이가 엔진에 끼치는 영향이 얼마나 되는가?

A. 우선 에픽은 각 VR 기기의 제조사들과 모두 가까운 협력관계에 있다는걸 확실히 말하고 싶다. 플랫폼 제조사들은 각 기기들의 새로운 업데이트나 변경 사항이 있으면 우선적으로 우리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접근할 수 있도록 별도의 리소스를 할당해주는 등 다양한 지원을 해준다.

그리고, 이런 디바이스 간의 차이를 엔진을 쓰는 사람이 신경쓰지 않아도 되도록 하는 것이 바로 엔진의 역할 중 하나다. 각각의 세부적인 차이들, 이런 복잡한 고려사항들을 엔진 단에서 가려주고, 통합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개발자들은 플랫폼 간의 차이에 대해서 고민하기 보다는 자신의 게임이 어떻게 더 재미있어지고, 더 많은 콘텐츠를 담을 수 있을지 고민하는데 시간을 써야 한다.

기술적으로 차이들이 있는건 사실이지만, 모두 엔진에서 커버가 가능한 수준이다. 언리얼 엔진을 쓴다면 플랫폼 걱정 없이 콘텐츠에만 집중할 수 있다.




Q. 그런가? 같은 것을 개발할 때, VR로 만들기 위해서는 약 4배 이상의 성능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이런 요구 성능 격차를 줄이기 위해 엔진 단계에서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A. 음, 항상 같은 것은 아니겠지만 일리는 있는 수치다. 기존의 디스플레이보다 보다 높은 해상도가 필요하고, 여러가지 보정을 위한 추가 스펙이 필요하기에 프레임도 90프레임이 기본이다.

언리얼 엔진 내에서 굉장히 많은, 기술적으로 이런 부분에 도움을 주는 것들이 정말 많다. 몇가지 예로 들자면, 디폴드 렌더러(default renderer) 기능이나 인스턴스드 스테레오 렌더링(instanced stereo rendering) 등이 그것이다. 이를 비롯한 기능들은 언리얼 엔진을 통해 작업을 할 때, 또 엔진을 통해 게임을 구동할 때 모두 도움을 주는 기능들이다.

우리는 VR 제작사들 뿐만 아니라 GPU 제작사들과도 잦은 소통을 한다. 직접 연결을 해주지는 않지만, VR과 GPU 제작사 양측에서 빠르게 정보를 습득하고 지원을 해 나가는 것을 통해서 보다 융합된 성능 향상을 이끌어내고 있다. VR 콘텐츠 제작자들이 이런 수많은 GPU 관련 문제들을 굳이 애써 신경쓰지 않아도 되도록하는게 우리의 일이다.


Q. VR 에디터를 사용해보았는데, 재미있었지만 정확도가 작업용으로서는 조금 불충분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현재 알파 버전 소프트웨어인 만큼, 앞으로 얼마나 많은 개선의 여지가 있을까?

A. 정확도 관련 문제는 인지하고 있고, 계속 개선 작업중에 있다. 이 '언리얼 VR 에디터'는 약 1년전에 우리의 스탭과 개발자들이 필요성을 느껴 시작한 프로젝트로, 당시 여러가지 조작법을 시험해보았고, 그 결과 이것이 최선의 결과물을 내기에 적합하다는 판단 하에 레이저 포인터 방식을 채택했다. 물론, 이후 과정에서 개선점이 계속 생겨났다.

여기서 우리는 선택을 할 수 있었는데, 우리들끼리 계속해서 묵히고, 테스트해 가면서 오랜 시간이 걸려 완성한 다음 내놓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아직 VR은 태동기에 있는 플랫폼이고, 많은 이들이 여기에 뛰어들고 싶어하기 때문에, 우선 많은 이들이 체험하고 다양한 피드백을 받아가면서 다같이 완성해나가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당장 알파버전의 에디터부터 많은 이들이 사용할 수 있고, 수많은 개발자들이 데모와 직접 체험을 통해 많은 의견을 주고 있다. 이것이 이 에디터를 더 완벽하게 해줄 것이라 확신한다.




Q. 이번 질문은 게이머로서 꼭 드리고 싶었던 질문이다. 과거 에픽은 Xbox 플랫폼에서의 '기어즈 오브 워' 처럼 한 플랫폼의 기술과 재미를 선도하는 리더 역할을 톡톡히 맡아왔다. 모두들 또다른 '기어즈 오브 워 시리즈'를 기대하고 있다. 과연 VR 에서도 이런 에픽 게임즈의 멋진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을까? '불렛 트레인'이 과연 VR의 '기어즈 오브 워'가 될 수 있을까?

A. 먼저 Xbox360 시기에 '기어즈 오브 워'가 가능했던 것은, 그만큼 XBOX 라는 확실한 하드웨어 플랫폼이 구축되었고, HD 그래픽 시대로 이행이 확실해진 시점이었기에, 그만큼 '기어즈 오브 워' 라는 게임니 나오기 위한 모든 조건이 갖춰져 있었던 때문이었다. 하드웨어와 게이머들의 요구 모두에 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VR은 아직 태동기에 있다. 정식으로 출시된 하드웨어도 없고, 여러가지 플랫폼이 경쟁하며 자신의 성능을 끌어올리고자 노력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VR이라는 플랫폼이 안정화되는 것이 가장 먼저라고 생각한다. 물론, 에픽은 게임 개발사이고, 우리는 게임을 만든다. '불렛 트레인'도 그런 시도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언제라고 확답할 수는 없지만, 확실한 것은, 우리가 언젠가는 VR 에서도 '기어즈 오브 워' 같은 플랫폼 리딩 게임을 만들 것이란 점이다.


Q. 만족할만한 답변인 것 같다. 그렇다면 엔진 제작사로서, VR 게이밍이 얼마나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나?

A. 3년전 오큘러스가 GDC에 처음 출전했을 때 그들의 부스는 정말 조그만했다. 그런데 지금은 엑스포에서 가장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지금 모두가 VR에 열광한다. 마치 과거에 콘솔, 온라인, 새로운 플랫폼들이 그랬듯이 비슷한 과정을 거쳐가고 있다. 이제는 VR이야말로 정말 넥스트 제네레이션, 다음 세대의 플랫폼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몇년의 시간만 지나면 게이밍에서 VR이 리딩 플랫폼으로 올라설지 모른다. 그만큼, 게임에서 가장 강력한 모습을 보이는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