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 오브 세이비어(이하 트오세)의 스킬 레벨을 올리는 방법은 여러가지다. 클레릭의 디바인마이트를 받아 +1 효과를 받거나, 직접 스킬 포인트를 투자해 최대치까지 올릴 수 있다. 아니면 특정 클래스의 스킬 레벨을 올려주는 특수 장비를 착용하거나, 몬스터 젬을 통해 기존 스킬의 한계치를 올리는 방법이 존재한다.

이번에 파밍 하려는 아이템은 몬스터 젬이다. 평소 파드너 주문서 상점을 페디미안 1채널에서 운영하는데, 디바인 마이트를 받아도 아스퍼션과 블레싱은 레벨 16, 사크라멘트는 레벨 11밖에 되질 않았다. 남들보다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법은 가격보다 품질! 주문서 스킬들의 레벨을 +1을 올리는 것으로 목표를 잡았다.

아스퍼션 스킬 레벨을 올려주는 젬은 로델린의 젬. 로델린은 테넷 성당 지하 1층에 서식하고 있는 저레벨 몬스터다. 메인 퀘스트를 진행하는 라인이라 사람들이 항상 지나치는 지역, 그래서 1채널을 피하고 4채널로 이동해 몬스터 젬을 얻기 위한 도전을 시작했다.


▲ 주문 상점을 차별화 하기 위해선, 몬스터 젬이 필요했다.



■ 시작이 반이다? 아니, 시도하질 말았어야 했다.

몬스터 젬 카운팅은 채널 카운팅이며 8,000 ~ 10,000마리를 잡으면 획득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말이야 쉽지 시간당 약 1,000마리를 잡는다면 대략 10시간, 엄청난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마켓에 매물은 없고, 파밍 할 때 유용한 캐터프랙트가 있으면 좋겠지만, 캐터프랙트는 아직 육성하지 못했다.

마침 가시 숲 던전으로 일터를 나가는 스카우트 3서클이 눈에 들어왔다. 스플릿 애로우라면 저레벨 몬스터들을 한순간에 삭제할 수 있으니 몬스터 젬 파밍에 최적화된 캐릭터였다.

이제 어떤 몬스터를 잡아야 할지 결정만 내리면 된다. 아스퍼션을 올려주는 로델린의 젬, 블레싱의 도요르의 젬, 사크라멘트의 푸른 프라가라스의 젬 3개 중 하나면 선택하면 된다. 아무래도 저레벨부터 고레벨까지 모두 사랑받는 아스퍼션 스킬을 올리는 게 나아 보여, 곧장 로델린을 잡으러 테넷 성당 지하 1층으로 나섰다.

로델린의 분포는 생각 이상으로 많았다. 웬만한 방에 들어가면 로델린이 가득히 리젠되어 있어 몬스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포기하겠다는 핑계를 댈 수 없을 정도였다.


▲ 목표 몬스터, 로델린을 잡아라.


▲ 개체 수는 넉넉해서 큰 어려움은 없었다.


▲ 소소하게 젬이 드랍, 초반 분위기는 굿!



1시간쯤 사냥했을까? 킬 카운팅을 점검해봤다. 숫자를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생각 이외로 많이 잡아서 놀란게 아니라, 1시간에 겨우 1,000마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이 속도라면 앞으로 9시간 동안 파밍 해야 몬스터 젬을 얻을 수 있다.

정말 운이 나쁘면, 지나가던 유저가 퀘스트를 하다가 젬을 가져갈 수 있다. 예전 위브슬 파밍때 채널 눈치싸움이 기억났는데, 당시엔 1~2시간이면 충분했지만 이번에는 9시간! 급이 달랐다.

이걸 왜 시작했을까 하고 후회할 쯤에 후다닥 2시간이 지났다. 신기한 건 항상 수면제 효과가 찾아와 파밍을 방해했지만, 이번 파밍 때는 졸린 것보다 무료하고 고통스러웠다. 다른 모니터로 동영상을 틀며 나름대로 이 상황을 모면하려고 했다.


▲ 슬슬 카운팅이 쌓이고 있었다.


▲ 잡템과 장비는 젬으로 연성했다.


▲ 1시간이 안되서 1천마리 달성.



■ 은근히 득템 운은 있었다. 여러가지 레어 아이템이 드랍되다

몬스터 젬이라는 카운팅이 높은 아이템을 도전하다 보니, 반대로 다른 아이템들을 획득하는게 매우 쉬웠다. 저레벨 장비부터 각종 젬, 황금 모루와 인스턴스 소탕권까지, 용돈이 되는 아이템들이 수두룩하게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심심할쯤에 미스릴이 한 번씩 드랍되다 보니 나름 재밌었다. 푸른 빛 미스릴이 빛나면서 드랍될때마다 '아싸 용돈!'을 외치며 무료한 파밍에 희망을 준 것.

그렇지만 여전히 후회했다. 무슨 패기로 몬스터 젬 파밍을 하겠다고 다짐했을까? 몬스터 젬 파밍 시간에 가시 숲 온라인을 진행해도 확정적인 100만 실버를 얻는데 뭔가 손해 보고 아쉽다는 생각만 들었다. 마켓에 몬스터 젬이 매물이 없고 비싼 건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게 맞았다.


▲ 소탕권 득템!


▲ 쌓여가는 젬을 보니 흐뭇했다.


▲ 미스릴도 가끔씩 얻었으며.


▲ 5성 젬도 금방 만들었다.


▲ 하지만 주 무기 내구도가 0이 되어 출장 수리가 필요했다.




■ 허무하게 날아간 6시간, 절대 연출이 아니다

이제 테넷 지하 성당 1층의 BGM을 다 외울 정도로 오래 자리 잡았다. 가끔 메인 퀘스트를 진행하기 위해 지나가던 초보유저가 있었지만, 아직까진 경계하지 않고 오히려 반가웠다. 지겨운 로델린만 안본다면 뭐가 보여도 행복했기 때문.

약 6,000마리 카운팅에 다가서자 희망이 생겼다. 앞으로 약 4시간만 집중하면 꿈에 그리던 로델린의 젬 획득이니, 페디미안에서 오매불망 스킬 강화를 기다리며 버프를 팔고 있는 파드너 계정이 눈에 아른거렸다.

퀘스트 달성률 60%! 남은 40%를 채우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뎠다. 그리고 3류 드라마에 나올듯한 상황이 눈 앞에 펼쳐지자, 간신히 잡고 있던 정신줄을 놓치고 말았다.


▲ 띠용?


▲ 팅긴 서버는 이 너굴맨이 확인했으니 안심하라구!


▲ 안돼에에에!! (출처: 레바티스토리)



혼자서 테넷 성당 지하 1층 4채널을 유지했지만, 오류 메시지를 받고 강제로 종료되니 채널 카운팅은 리셋이 됐다. 그동안 획득한 5성 젬 1개, 4성 젬 1개, 인스턴스 소탕권과 황금모루, 미스릴 4개가 아무 말 없이 위로해줬지만, 투자한 6시간이 너무 아까울 지경이었다.

당분간은 몬스터 젬 파밍은 안 하려고 마음먹었다. 부계정을 통해 채널 폭파 방지 보험을 들지 않는다면 몬스터 젬 파밍은 0포텐 +15 장비 강화 도전이나 다름없었다. 파밍을 마치고 페디미안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은 매우 무거웠다. 언제쯤 돌아올지 항상 기다리던 파드너의 낯을 당당히 볼 수 없어, 구석진 곳에서 조용히 캐릭터 선택 창으로 이동했다.


▲ 6천마리를 넘기지 못하고 카운팅은 종료.


▲ 씁쓸히 숙소로 이동, 다음을 기약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