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게임즈 김미림 밸런스 기획자

'밸런스'란 게임에 있어서는 매우 중대한 사안이다. 또한, 단순히 아이템이나 캐릭터의 강약을 의미하는 것만이 아니라, 게임 전반에 등장하는 보상과 기한을 결정하는 것까지 전부 밸런스의 영역에 들어간다. 그리고 밸런스 기획자는 우리가 게임을 플레이하며 만날 수 있는 대부분의 숫자와 획득 기간 등 다양한 영역에 관여한다.

그렇다면 밸런스 기획자는 구체적으로 어떠한 업무를 진행하며, 업무 과정에서 어떤 점들을 주의해야 할까? 넷게임즈의 김미림 기획자는 NDC2018 강연을 통해 '밸런스 기획이란 무엇을 의미하며 어떻게 업무를 진행하는지'를 수치 밸런스 사례들을 통해 전달하고자 했다.



■ 밸런스 기획은 무엇을 말하나요?

먼저, 게임에서 밸런스란 두 종류로 구분할 수 있다. 게임 내에 등장하는 수치와 기간 등을 조절하는 수치 밸런스, 스테이지의 밸런스를 조절하는 레벨 밸런스가 그것이다. 강연에서는 이 중 수치 밸런스에만 집중해서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했다.

그렇다면 '밸런스 기획'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밸런스란 '균형'을 의미한다. '어느 한 쪽으로 기울거나 치우치지 아니하고 고른 상태'라는 사전적 정의처럼, 플레이어가 경험하는 보상과 노력 등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기획하고 조정하는 역할이 결국 밸런스 기획인 셈이다.


또한 밸런스는 선택을 의미하기도 한다. 게임을 플레이하며 우리는 계속해서 선택의 과정을 겪는다. LOL에서 챔피언, 룬, 전략, 아이템 트리 등을 선택하는 것. 그리고 다른 장르의 게임에서도 어떠한 보상을 선택할지 고민하는 과정 등도 밸런스의 영역이다. 그리고 밸런스 기획자는 각 선택지에 대한 균형을 맞는 역할을 담당한다.

기획자가 균형을 맞추는 과정을 통해 '좋은 밸런스'가 만들어질 수 있다. '좋은 밸런스'란 무엇이고 어떻게 조절을 해야 할까? 강연자는 여기서 한 가지 예를 들어 설명한다. 여기 10분의 플레이타임에 30만 골드의 보상을 주는 '던전A'와 20분 플레이타임에 10만 골드의 보상을 주는 '던전B'가 있다. 분당 얻을 수 있는 골드를 비교하자면, 압도적으로 A의 효율이 뛰어나다. 좋은 밸런스가 아닌 상태다.


깨진 밸런스를 조절하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보상을 주는 B 던전에 추가적인 보상을 지급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의미가 없던 선택지에 새로운 가치가 부여된다. 좋은 밸런스는 이처럼 선택지를 가치 있게 만들어준다. 또한, 좋은 밸런스는 성장에 대한 피드백을 제공한다. 초반 대미지가 낮다가 후반 대미지가 늘어나는 과정을 통해서 플레이어에게 강해졌다는 느낌이 들 수 있다.



■ 밸런스 기획은 어떻게 일을 하나요?

밸런스 기획자의 실제 업무 과정은 크게 세 단계로 나눌 수 있다. '1. 밸런스 기준 선정 / 2. 데이터 입력 / 3. 결과 확인 및 피드백 반영'의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첫 번째인 밸런스의 기준 선정은 '이상적인 상태를 정의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최종장비를 얻는 시간을 정하거나, 희귀아이템을 지급하는 기간 등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시기에 아이템을 지급하는 것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기준을 설정해도 부족한 면은 존재한다. '왜 그만큼의 시간을 결정했는가'라는 의문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밸런스 기획자는 이유를 각 기준에 대해 이유를 들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밸런스 기준을 정할 때는 효용을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 앞서 이야기한 던전 A와 B의 예시는 결국 B의 효용이 낮다고 할 수 있는 상태였다. 따라서 겹치지 않는 보상을 제공함으로써 효용을 만드는 선택을 할 수 있다. 이외에도 입장 횟수 제한이나 이용권을 통해서 다른 선택지로 유도하는 선택도 해볼 수 있다. 반대로 A의 플레이타임과 보상을 늘려서, 짧은 플레이타임을 원하는 유저들을 던전B로 유도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음으로 밸런스 기준을 정하며 반드시 시뮬레이션을 해보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수치화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수치화 해서 개발자에게 전달하는 것이 좋다. 수치 외에도 그래프를 통해 그림으로 표현한다면 더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외에도 실제 게임을 플레이하며 유저들의 느낌을 경험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대안을 마련할 수 있는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 신규 레이드를 업데이트한다고 가정한다면, 3주는 예상했던 레이드가 3일 만에 공략이 완료되는 사례가 있을 수 있다. 예상보다 매우 빨리 콘텐츠가 소모된 상황은 결국 다음 콘텐츠에 대한 부담감으로 이어지기 마련이고, 시간에 쫓겨 낮은 완성도로 마무리되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유저들의 공략 속도를 예상하기 어렵다면, 아이템 드랍률을 낮추거나, 몬스터를 강력하게 만들었다가 나중에 완화하는 보수적인 밸런스가 낫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두 번째인 '데이터를 입력하는 과정'은 많은 노력과 시간이 들어가는 과정이다. 밸런스 기획자가 설정해야 하는 데이터는 매우 많다. 또한, 사소한 데이터 입력 실수가 큰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푸시 보상으로 1만 골드를 지급하려다 1만 다이아를 지급했던 사례도 데이터 입력 실수에서 일어난 일이다. 이러한 문제들이 발생했을 때에는 수습하기도 어렵다. 그렇기에 실수를 줄이려는 방법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데이터 입력 과정은 자동화 과정을 거치는 것이 실수를 줄이기 위한 선택이 된다. 기준점을 잡고, 가중치만 밸런스 기획자가 입력하면, 각 팀에 적합한 툴로 실제 데이터가 변화하는 구조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이러한 시스템에서는 던전 내 아이템 드랍률을 직접 수정하는 것이 아니라, 기준값을 바꾸는 것을 통해 자동으로 아이템 드랍률이 변경되는 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 그리고 당연히 실수는 줄어들기 마련이다.


자동화할 수 없는 데이터는 같은 내용의 데이터를 두 사람이 입력하고 확인하는 방법을 택할 수 있다. 소위 말하는 무식한 방법일 수 있지만, 두 번 입력하는 과정을 넣으면서 실수는 확연히 줄어든다. 이외에도 의도한 값이 제대로 입력되었는지 자주 확인하고 의심해야 한다. 수천 수만 개의 데이터를 수정하는 과정이 실수 없이 잘 되기는 어렵다. 의심하고 확인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마지막은 '결과 및 피드백을 반영'하는 과정이 수반된다. 유저들의 피드백을 받았다면 설정한 밸런스 기준과 비교해야 한다. 밸런스 기준에서 설정한 것보다 빨리 장비를 얻거나, 너무 늦게 준다는 피드백이 나왔다면 이는 기준을 잘못 설정한 것이 된다. 그리고 이를 수정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밸런스 기준을 만들 필요가 있다.

밸런스 기준과 실제 결과가 다르다면, 이유를 찾아서 데이터를 변경한다. 유저들이 아이템을 너무 늦게 획득할 경우에는 게임 내의 안내와 같은 것이 빠져있을 수도 있다. 그리고 수정을 마친 뒤, 다시금 배포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따라서 밸런스 기획은 다시 첫 단계인 '밸런스 기준 선정'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새로운 데이터를 입력하고 다시 피드백을 받고 이를 반영하는 과정을 거친다. 밸런스 기획은 끊임없이 피드백을 받고 수정을 반복하는 과정이다. 강연자는 이와같이 각 단계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계속해서 수정하는 과정이 밸런스 기획자의 고민 과정임을 강조하며 강연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