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게임의 라이프 사이클은 짧다. 하루에도 수십, 수백 개의 게임이 쏟아져 나오고 트렌드 변화 역시 빠르기 때문이다. 살아남는 게임은 극히 일부로 그 일부가 트렌드를 주도한다. 최고가 아니면 살아남기 힘든 시장이다.

그 가운데 '갓 오브 하이스쿨(이하 갓오하)'의 행보는 이례적이었다. 현재 모바일 게임의 트렌드랄 수 있는 MMORPG가 아닌 수집형 RPG인 데다가 반짝하고 사라진다는 웹툰 IP임에도 불구하고 무려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사랑받고 있다. 단순히 웹툰 IP를 이용하는데 그치지 않고 게임으로서의 재미를 추구한 덕분이다.

여기에 출시 이후 꾸준히 이어져 온 유명 IP들과의 콜라보도 큰 힘이 되고 있다. 작년에는 2주년을 기념해 일본 인기 만화인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이하 히로아카)'와의 콜라보를 진행했는데 기존 유저들은 물론이고 원작 만화 팬들도 만족시켰을 정도다.

'갓오하'는 올해 3주년을 맞이해 다시금 일본 IP와의 콜라보를 진행하고 있다. 라이트노벨 원작 애니메이션 '이 멋진 세계에 축복을(이하 코노스바)'이 그 주인공이다. 얼핏 어울리지 않는 콜라보같기도 하다. '히로아카'의 경우 능력자 배틀물인 만큼 '갓오하'와도 잘 어울렸지만, '코노스바'는 섹시 코미디로 장르 상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과연, '갓오하'가 '코노스바' 콜라보를 결정한 이유는 뭘까. 그리고 올해 3주년이 된 '갓오하'는 빠르게 변화하는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앞으로 어떤 길을 나아갈까. 여러 궁금증을 갖고 와이디온라인을 찾아 김동균 PD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 와이디온라인 김동균 PD


윤홍만 기자 : 지난 '히로아카' 콜라보에 이어 두 번째 일본 IP 콜라보다. 일본이라고 하면 만화나 라이트노벨 등 IP의 천국이랄 수 있는데 그 중 '코노스바'를 선택한 이유가 뭔가?

김동균 PD : '갓오하'에서 부족한 게 뭔가 살펴보니 여캐가 부족했다. 아무래도 원작 웹툰 자체가 남캐 위주이지 않나. 거기에 섹시 콘셉트의 캐릭터도 거의 없었다. 그래서 이 부족한 캐릭터성을 메우고자 콜라보할 IP들을 찾아보니 '코노스바'가 눈에 들어왔다. 애니메이션이 뭐랄까, 섹시 코미디로 국내에선 보기 힘든 장르여서 부족한 캐릭터성을 보완하기 딱 맞지 않을까 싶었다.

물론 하렘물이 '코노스바'만 있는 건 아니었다. 사실 일본의 유명 IP를 보면 하렘물이 많다. 그런데 대부분은 일상적인 하렘물이었다. 큰 개성이 없달까? 그에 반해 '코노스바'는 섹시 코미디 하렘물로 여타 하렘물과 달리 개성이 있더라. 주인공인 카즈마는 능력은 없는데, 운이 좋고 아쿠아는 능력은 좋은데 머리가 부족하다던가 해서 일본 내에서도 상당히 독창적이란 평가를 받을 정도였다.

아무튼, 이런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니만큼, '갓오하'에 녹이기도 좋을 거로 생각해서 '코노스바'를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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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홍만 : 보통 신규 캐릭터의 경우 능력치가 좋은 경우가 많다. 이벤트 한정 캐릭터라면 말할 것도 없고. 카즈마나 아쿠아 등 '코노스바' 캐릭터들의 능력치는 어떤가?

김동균 : 좋은 질문이다. 우선 간단히 설명하자면 질문한 데로 '코노스바' 캐릭터들의 기본 스펙은 높다. '갓오하'는 3년이나 된 게임이다. 기존 유저들과의 격차가 존재할 수밖에 없는데, 기존 유저들도 신규 유저들이 들어왔으면 싶어 했다. 신규 유저들이 들어와야 더 왁자지껄 해질테니까. 그런데 그런 격차가 있으면 신규 유저는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겠구나 싶었다.

그래서 기존 유저와 신규 유저들의 격차를 메우기 위해서 다소 능력치를 높게 설정했다. 물론, 그렇다고 '코노스바' 캐릭터 하나로 종결이란 의미는 아니다. 어디까지나 기존 유저와 신규 유저의 차이를 다소 메꾸는 정도다.



윤홍만 : 원작 스토리를 다룬다고 했는데 어떤 에피소드인지 들을 수 있을까?

김동균 : '히로아카'나 다른 콜라보를 할 때처럼 원작 에피소드를 녹였는데, 자세한 건 직접 해보길 추천한다. 이렇게 에피소드를 '갓오하'에 녹인 이유로는 이를 통해 유저가 더 게임에 관심을 보이기 때문이다. 아마 한국 유저 중 상당수가 '코노스바'를 모를 텐데 게임을 통해 애니를 알게 되고, 애니를 본 후 다시 '갓오하'를 즐긴다면 단순히 콜라보를 즐기는 것 이상으로 몰입하지 않겠나.

한편, '갓오하'의 가장 큰 특징이 원작의 특징, 연출을 잘 녹여내는 건데 이번 '코노스바' 콜라보에서도 그런 연출을 잘 녹여냈다고 자신한다.


▲ 아쿠아 안습 행보의 시작


윤홍만 : 성우 더빙에 대해서는 지난 대격변 업데이트 때 밝힌 것처럼 많이 신경 쓰고 있는데 '코노스바'는 어떤가. 원작 성우에 대한 기대감이 클 것 같다.

김동균 : 아쉽게도 원작 성우들을 쓰진 못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유명한, 오랫동안 '갓오하'를 통해 손발을 맞춘 성우분들을 기용해 성우로 인한 아쉬움은 없도록 할 생각이다.


윤홍만 : '외모지상주의'를 시작으로 6번째 콜라보다. 여러모로 기대하는 유저도 있고 내부적으로도 성과를 냈으니 계속하는 게 아닌가 싶다. 지금까지의 성과는 어땠나?

김동균 : 이전 '히로아카' 콜라보 때도 신규 유저가 꽤나 유입됐다. 질문한 것처럼 원작 팬들의 관심을 끌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편, 올해로 '갓오하'가 서비스 3년 차가 됐기에 '코노스바' 콜라보를 하기에도 시기가 적절했다고 본다.

▲ 학원물, 배틀 장르라는 점에서 '히로아카' 콜라보는 게임 및 원작 팬들에게 큰 호평이었다


윤홍만 : 아무래도 콜라보를 많이 하지 않았나. 다른 IP를 보는 눈이 높아졌을 것 같다. '저건 될 거 같다' 뭐 이런 식으로 말이다. 혹시 눈 여겨둔, 콜라보하고 싶은 IP가 있나?

김동균 : 개인적으로는 '리제로'를 해보고 싶다. 인기는 좀 식었지만, 차기작이 나온다는 얘기도 있고 국내 유저들의 경우 한 번 좋아하면 인기가 좀 식어도 계속 좋아해 줘서 콜라보를 한다면 많은 관심을 끌 것 같다.


윤홍만 : 일본의 경우 원작 IP를 사용할 경우 원작자의 입김이 강하게 반영된다고 하던데 '코노스바'는 어땠나?

김동균 : 점프는 엄청 심하다. 도트 하나도 신경 써서 깜짝 놀랄 정도다. 그런데 카도카와는 그렇지 않더라. 뭐랄까 떠오르는 샛별 같은 회사라 그런지 좀 더 대범하고 관대하다. 거기에 우리도 콜라보를 계속 진행한 덕분에 어떻게 어레인지해야 좋은지 노하우가 쌓인 것도 있어서 '코노스바'는 편하게 진행했다. 원작자가 콜라보한 것 중에서 가장 잘 나왔다고 좋아하더라.

▲ 원작의 특징을 그대로 구현해냈다. 아쿠아가 뿜는 건... 성수?


윤홍만 : '히로아카' 콜라보부터 일본 IP를 사용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김동균 : 한국 웹툰에서 소년물, 그러니까 유저가 좋아할 만한 장르와의 콜라보는 거의 다 했다고 판단했다. 거기에 아직 '갓오하'를 즐기지 않은 신규 유저들을 끌 만한 콘텐츠가 필요했는데 그때 눈에 들어온 게 일본 IP였다.


윤홍만 : 올해로 ‘갓오하’가 3주년이 됐다. 일반적인 모바일 게임보다 훨씬 오랜 시간 서비스를 이어올 수 있었는데 이건 개발진의 애정과 노력, 그리고 갓오하를 사랑해준 유저들 덕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만큼, 3년간 함께 해온 유저들을 보면 남다른 생각이 들 것 같다. 워낙 오래 즐겨주셨으니까.

김동균 : 사실 유저들이 항상 좋아해 준 건 아니었다. 많은 사건·사고가 있었고 그걸 극복하고자 많이 노력했다. 그 덕분에 유저들이 지금까지 사랑해준 것 같다.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유저들의 마음을 파악하는 건 어렵다. 항상 유저들을 위한 업데이트, 이벤트를 준비하지만 아직도 부족한 것 같다.

한편, 유저들이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갓오하'는 다른 게임과 비교해 상당히 많이 퍼주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앞으로도 어떻게 하면 더 유저들은 위한 '갓오하'가 될 수 있을지 많이 고민 중이다.



윤홍만 : '코노스바' 콜라보의 경우 시기상 3주년 콜라보랄 수 있는데 의도한 건가?

김동균 : 의도한 거다. 원래 목표는 6개월에 한 번씩 대형 콜라보를 진행하는 거였는데 IP 계약을 체결하고 게임에 구현하는 일 등이 만만치 않더라. 한 번은 콜라보가 무산되기도 할 정도였다. 그래서 이번 '코노스바' 콜라보에는 더 심혈을 기울였다. '히로아카' 콜라보가 끝난 직후부터 만전의 준비를 한 콜라보이니 만큼, 유저들도 좋아해줬으면 좋겠다.



윤홍만 : 원작도 언젠가 연재 종료할 텐데, '갓오하'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어떻게 되나?

김동균 : 원작이 끝나도 즐길 수 있는 게임이 목표다. 그렇기에 좀 더 콘텐츠에 힘을 실을 생각이다. 사실 수집형 RPG가 으레 그렇겠지만 매력적인 일러스트와 스토리텔링이 핵심이지 않나. 그런데 다른 게임들에선 그런 콘텐츠가 미흡했다. '갓오하'는 3년간 서비스한 게임으로 그런 유저들의 니즈를 어느 정도 충족시켰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더 유저들을 위한 '갓오하'가 되려고 하며, 유저들이 좋아해 주는 이상 계속 나아갈 생각이다.


윤홍만 : 그래도 원작이 있는 만큼, 완결 후 서비스에도 변화가 오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선이 많다.

김동균 : 걱정할 필요 없다고 전하고 싶다. 유저들이 있는 한 '갓오하'는 원작과는 별개로 끝까지 서비스할 거다.


윤홍만 : 그렇다면, 원작이 연재 종료한 후 업데이트는 어떻게 가져갈 계획인가. 콜라보레이션으로 신규 캐릭터를 추가하는 것 외 와이디온라인에서 자체 생산한 신규 캐릭터를 넣을 계획도 있나.

김동균 : 완결 후에는 오리지널 스토리를 보여줄 생각이다. '드래곤볼'의 경우도 만화책이 완결났다고 끝난 게 아닌 것처럼 말이다. 이런 오리지널 스토리에 대한 건 이미 원작자인 박용제 작가도 알고 있는 부분이다.

▲ 콜라보 역시 계속된다


윤홍만 : 혹시 박용제 작가가 참여할 가능성이 있을까?

김동균 : 아직 원작이 연재 중인 만큼, 그 부분에 대해선 확답하기 어렵다.


윤홍만 : 일반적으로 유명 IP를 활용한 게임은, 해당 IP의 인기가 최상일 때 함께 인기를 끌고, 원작 IP의 인기가 떨어질 때 쯤 조용히 서비스를 종료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갓오하는 그런 우려를 뒤로 하고 3주년을 맞았다. 기존 모바일 게임들과 비교해도 상당히 긴 기간 서비스하게 된 건데, 그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김동균 : 역시 함께 한 동료들 덕분이 아닌가 싶다. 모두들 '갓오하'를 정말 좋아한다. 그렇기에 열심히 해도 욕먹는, 의도치 않게 멘탈이 흔들릴 상황이 많았는데도 잘 버텨줬던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쉬운 성격이 아닌데, 잘 따라와 줘서 항상 고맙게 생각한다.


윤홍만 : '갓오하'가 처음 출시된 해가 2015년이었다. 당시 모바일 게임 시장은 액션 MORPG, 그리고 수집형 RPG가 대세였다. 이후 모바일 MMORPG가 주류로 자리매김했는데, 이러한 변화를 보면서 느낀 점도 많을 것 같다.

김동균 : 기존 게임의 라이플 사이클을 그대로 따라가는 모습이다. PC, 콘솔 게임도 여러 게임이 나오다가 결국은 IP로 시선을 돌렸고 이후 완전히 새로운 장르의 게임이 나오면서 발전해나갔다. 모바일 게임도 비슷한 것 같다. 다만, 아직은 다음 단계로 갈 시기는 아닌 것 같다. 약 70% 정도 도달했달까? 아직 30% 정도 더 남았다고 본다. '갓오하'는 남은 30%에 집중할 생각이다. 트렌드는 바뀌지만 그렇다고 모든 유저가 새로운 건 좋아하는 건 아닐 테니 말이다.


윤홍만 : MMORPG에 지친 유저가 수집형, 액션 RPG로 회귀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긴가?

김동균 : 그렇다. 사실 회귀라고 말할 것도 없이 잘 만들고 유저들의 마음에 들었다면 어떤 장르든 상관없이 가능성이 있다. 다만, 중소 개발사의 경우 자금, 인력 등의 문제로 도전보다 안정을 추구하고 있고 대형 개발사는 이미 성공 사례가 있으니 도전하지 않고 기존 장르를 답습하기만 하니 유저들이 불만인 것 같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국내에도 슈퍼셀 같은 개발사가 나왔으면 좋겠다. 실패해도 걱정하지 않고 도전을 지원하는 회사 말이다. 그렇게 도전해 '클래시 오브 클랜', '클래시 로얄' 같은 게임이 나오지 않겠나. 그런 의미에서 이제 국내 게임업계도 단순히 잘 만드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다음 단계인 장인 정신이 필요한 시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 "이제는 장인 정신이 필요한 시기가 아닐까 싶다"


윤홍만 : 개인적으로 '갓오하'에 꼭 넣고 싶은 시스템이나 콘텐츠가 있나.

김동균 : 준비 중인 게 있는데 아직 공개하긴 이르다. 하반기에 공개할 예정인 콘텐츠로 고심을 거듭한 것이니 만큼, 기대 바란다.


윤홍만 : 유저들이 '갓오하'의 어떤 콘텐츠를 가장 많이 즐기는지, 또 어떤 캐릭터를 가장 많이 키우는지 궁금하다.

김동균 : 제일 선호하는 건 학교대항전이다. 우리가 봐도 잘 만든 것 같은데 이렇게 즐겨주시니 기쁘다(웃음). 이런 PvP 요소가 '갓오하'가 3년간 꾸준히 서비스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아닐까 싶다.


윤홍만 : IGC 2015에서 강연자로 선 적이 있었다. 당시 유저와 연애하듯 만들라고 한 바 있는데, 지금 '갓오하'는 유저와의 연애 몇 단계라고 생각하나?

김동균 : 오래 사귄 여자친구 같다. 새침하다고 할까? 그래서 어떻게 해야 즐겁게 해줄 수 있는지, 기분을 풀어줄지 항상 고민하고 있다. 그런데 오래 사귄 만큼, 이미 할만한 건 다 해봤다는 거다. 이번 '코노스바' 콜라보와 추후 공개할 콘텐츠는 그런 오래 사귄 여자친구를 즐겁게 해줄 수 있는 비장의 업데이트니 많은 관심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