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드라이프' 홍민기는 서포터를 향한 시선을 바꾼 인물이다. 어느 게임에서든 서포터라는 포지션은 한정적인 역할만 수행할 뿐이다. 그리고 항상 최후방에 있거나 맨 앞에서 팀원을 위해 희생하는 게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매드라이프'는 일반적인 서포터 롤을 거부했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리그 오브 레전드 최고의 스타로 거듭났다.

그리고 6년 뒤, '매드라이프'가 작별을 고했다. 20대의 절반 이상을 고스란히 프로게이머로 보냈고, 그 시간 동안 숱한 영광을 누렸다. 전부 나열할 수 없지만, '매드라이프'의 명장면은 여전히 회자될 정도다. 잔나, 알리스타, 블리츠크랭크, 소나, 쓰레쉬까지 '매드라이프'의 플레이를 보고 누구나 한 번쯤 설렜을 것이다.

그의 은퇴 소식을 접한 이들은 연신 아쉽다는 말을 내뱉었다. 아직은 여운이 남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곧 '매드라이프'가 만들어 낸 멋진 장면들을 떠올렸다. 2012 LoL 인비테이셔널, 롤챔스 섬머 결승전 CLG.EU와의 명승부 그리고 형제팀인 CJ 블레이즈와의 경기에서 꺼낸 블리츠크랭크 등 '매드라이프'를 향한 마지막 찬사가 쏟아졌다.




강현종은 MiG 시절부터 CJ 엔투스 LoL팀까지 '매드라이프'와 함께했던 감독이다. 동네 형과 동생으로 만났고, 본격적으로 프로게이머 생활이 시작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감독과 선수가 아닌, 형과 동생으로 서로를 끊임없이 응원하고 있다.

강 감독은 '매드라이프'를 LoL에서 가장 많은 사랑과 상처를 받은 선수라고 정의했다. '매드라이프'는 '매멘', '매라신' 등 최고의 수식어를 얻었지만, 그만큼 많은 질타와 비난을 받았다. 그래서 강현종 감독은 그의 은퇴 시기가 더욱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매드라이프'의 다음 인생을 응원하겠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강현종 감독은 "2012 롤챔스 섬머 결승전 CLG.EU와의 대결이 생각난다. 0:2로 지고 있을 때, (홍)민기가 정말 힘들다고 했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하고 싶은 플레이를 다 하고, 지더라도 후회 없는 경기를 펼치자' 뿐이었다"며, 함께 했던 최고의 순간을 꼽았다.

당시 '매드라이프'는 알리스타를 골라 '프로겐'의 다이애나를 시종일관 괴롭혔다. 이 경기가 끝난 뒤, '매드라이프'가 '프로겐'에게 악몽을 선사했다며, 팬들을 열광케 했다.




'클템' 이현우 해설위원은 선수 시절 '매드라이프'와 함께 최고의 인기 스타였다. 두 사람은 롤챔스 우승과 롤드컵 준우승까지 여러 대회에서 팀을 이끈 에이스였다. '클템'이 꼽은 명경기는 2012 롤챔스 스프링이었다.

지금과는 달리, 당시에는 마지막 5세트가 블라인드 픽으로 진행됐다. MiG 프로스트는 제닉스 스톰과 풀세트 혈투를 벌였고, '클템'은 자신의 시그니처 챔피언 쉔을 택했다. '매드라이프'는 소나를 골라 일명 '매라센도'라는 또 하나의 별명을 얻었다.

제닉스 스톰과 MiG 프로스트의 전면전이 벌어지기 직전, '매드라이프'의 소나가 '크레센도'로 '매니리즌'의 아리를 묶으면서 순식간에 경기가 끝난 명승부였다. 비록 해당 시즌에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지만, 이후 '매드라이프'를 상징하는 챔피언에 소나가 추가된 순간이었다.




'캡틴잭' 강형우는 '매드라이프'의 형제 팀인 블레이즈 소속이었다. 그래서 두 사람이 함께하기 보다 맞붙은 경우가 허다했다. LoL 초창기 프로스트와 블레이즈는 형제 팀이자 최고의 라이벌로 중요한 경기에서 자주 마주쳤다.

'캡틴잭'은 2012-13 롤챔스 윈터 4강전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뽑았다. 유독 풀세트가 많았던 아주부 프로스트는 4세트와 5세트에 '매드라이프'에게 블리츠크랭크를 쥐여줬다. 지금이야 전략적인 챔피언으로 종종 등장하지만, 그때는 블리츠크랭크가 등장한 순간 현장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그중 최고의 명장면은 4세트였다. '매드라이프'는 블리츠크랭크로 '캡틴잭'의 케이틀린을 적재적소에 끌어당겨 승부를 원점으로 만들었다. 시야가 없는 지역에서의 그랩 활용 그리고 상대의 움직임을 예상하는 예측 그랩은 그야말로 센세이션이었다.

당시 MiG 블레이즈는 '매드라이프'를 의식해 앞선 경기에서 블리츠크랭크를 밴했었다. 그런데 4세트에 '매드라이프'에게 블리츠크랭크를 열어주면서 판세가 뒤집혔고, '매드라이프'는 블라인드 픽으로 진행된 5세트에도 블리츠크랭크로 활약하며 팀을 결승 무대로 이끌었다.




시기적으로 '샤이' 박상면은 '매드라이프'와 가장 오래 한 팀원이다. 팀의 전성기를 함께 했으며, 힘든 시기에도 두 사람은 늘 한 팀에서 분투했다. 지난 2017년 12월에 은퇴를 선언한 '샤이'는 '매드라이프'를 "언제 어디서나 빛날 수 있는 존재였다"고 평가했다.

그리고 "동생이었지만, 많이 의지할 수 있었다"며, '매드라이프'의 앞날을 응원했다. 두 사람은 롤챔스 우승과 준우승 그리고 롤드컵 준우승을 기록한 바 있다. 이후 두 사람은 꾸준히 4강권에 들며, 팀 최고참의 역할을 수행했다.

경기 외적으로도 두 사람은 여러 에피소드가 있었다. 불화설의 주인공들이기도 했지만, 실제로 두 사람은 공식적인 자리나 사적인 자리를 함께할 정도로 사이가 좋은 편이다. 또한, '샤이'는 데뷔 초에 '매드라이프'가 가장 많이 격려해줬다고 밝혔다.




현재는 클라우드 9(C9)의 감독인 '래퍼드' 복한규는 팬들에게 생소한 2012 LoL 인비테이셔널을 되돌아봤다. 복한규 감독의 말에 따르면 "그 날 이후 '매멘'이라는 별명이 생겼다"며, 전설의 시작이었음을 귀띔했다.

2012 LoL 인비테이셔널은 이제 막 한국에 리그 오브 레전드가 알려지던 시기이자 아직 정식 대회가 없던 시절이다. 복한규 감독은 '매드라이프'와 한 팀을 이뤘고, 대회 기간 내내 '매드라이프'의 신개념 서포팅이 빛을 발했다.

극단적인 수비형 서포터로 분류됐던 잔나가 '매드라이프' 손에서 재탄생한 일화로 유명하기도 하다. 당시 '매드라이프'는 이니시에이팅 능력이 전무한 잔나로 '점멸-계절풍'을 활용해 이니시에이팅은 물론, 팀의 진형을 붕괴하는 명장면을 만들었다. 지금은 운영과 플레이의 개념이 많이 바뀌었지만, 2012년에는 충격적인 플레이였다.



'웅' 장건웅은 1세대 게이머 중 여러 포지션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뛰어난 선수로 꼽힌다. '매드라이프'와 함께 팀을 이뤘을 때, 탑으로 활약했다. 이후 '로코도코' 최윤섭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두 사람은 본격적으로 듀오를 이룬다.

원거리 딜러로서의 '웅'은 100점 만점의 활약은 아니었으나, 활발히 협곡을 돌아다니는 '매드라이프'와는 꽤 좋은 호흡을 보였다. '매드라이프'가 '매멘'으로 추앙받기 위해서는 원거리 딜러의 희생이 필요했는데, '웅'은 그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매드라이프'의 은퇴 소식을 접한 '웅'은 "팀 생활을 할 때 민기에게 늘 도움을 받았다. 같이 성장했던 사람으로서 앞으로도 잘되길 바란다"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프레이' 김종인은 '매드라이프'에게 강력한 적이자 유쾌한 동료였다. 과거에는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의 더비 명칭인 '엘 클라시코'를 빗댄 '롤 클라시코'라는 말이 유행이었다. 리그 오브 레전드 초창기 MiG(CJ 엔투스)와 EDG(나진e엠파이어)는 라이벌을 형성하며, 많은 명경기를 쏟아냈다.

MiG 형제 팀에게 최고의 적수는 나진 소드였다. '프레이' 김종인을 필두로 '막눈' 윤하운, '쏭' 김상수 등 어느 하나 빠짐없는 열 명이 소환사의 협곡을 달궜다. '쏭'의 이블린, '프레이'의 트위치 등 MiG 형제 팀을 괴롭힌 선수와 챔피언은 꽤 많았다.

그런데 나진 소드에게 가장 까다로웠던 존재는 '매드라이프'였다. MiG 프로스트와 나진 소드는 총 15번의 맞대결을 펼쳐 8:7로 MiG 프로스트가 근소 우위를 점했다. 나진 소드는 '롤 클라시코'에서 블리츠크랭크를 무려 여섯 번이나 금지했으며, 쓰레쉬같이 '매드라이프'가 잘 다루는 챔피언들도 밴 리스트에 올렸다.




'고릴라' 강범현은 '매드라이프'에게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은 서포터다. 20세에 데뷔한 '고릴라'는 처음 리그 오브 레전드를 접했을 때, 서포터 유저가 아니었다. 그러다 우연찮게 '매드라이프'의 플레이를 보게 됐고, 이후 서포터에 흥미를 갖게 되면서 지금의 서포터 '고릴라'가 데뷔할 수 있었다.

간접적으로 스승과 제자일 수 있는 두 사람은 무려 28번의 맞대결을 펼쳤다. '고릴라'가 21승(7패)를 거뒀으나, 언제나 두 사람은 치열하게 맞붙었다. '고릴라'의 데뷔 초만 하더라도 '매드라이프'가 전매특허 소나로 3전 전승을 거뒀다.

이후 '매드라이프'가 정상에서 내려왔지만, '고릴라'는 "같이 경기를 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며, '매드라이프'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