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자 (忍者, 忍の者:しのびのもの)

어슴푸레 비추는 달빛아래 검은 복면의 한 남자가 서 있다.

명상을 마치고 응시하는 곳은 대나무 숲 너머의 고성.

바람처럼 빠르게 달리고 깃털보다 가볍게 성벽을 넘어 군주가 있는 방까지 순식간에 도달한다.

인기척도 없이 천장에 매달려 번개 같은 속도로 수리검을 날리고 일섬! 인술로 연기처럼 사라진다. 펑!



이러한 닌자의 모습은 역사적 진실에 꽤나 풍부한 상상력을 더해 만들어 진 것일지 모르겠으나, 실상 대부분의 사람들의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는 닌자의 모습은 이러한 것이 사실.


[ 다들 이런 장면을 떠올리셨나요? - 닌자 가이덴 2 ]



영화나 게임에서 우리가 보아오던 닌자의 모습 또한 은신, 암살의 대가이며 정찰, 교란의 역할을 맡아왔다. (게이머들 사이에서의 닌자는 전혀 다른 의미일지도 모르겠으나, 하긴~ 그들도 번개처럼 아이템을 먹고 연기처럼 귀환해 순식간에 공대(파티)를 교란시키기는 하니까...)


하지만, 이런 고정적인 닌자의 이미지를 뒤엎는 게임이 등장했으니...
9월 8일 북미에 출시된 미니닌자(Mini Ninjas)라는 게임이다.


[ 쉿! 나는 다른 닌자라구요. ]



IO Interactive가 개발하고 Eidos Interacitve가 퍼블리싱한 미니닌자는 현재 9월 8일 북미를 시작으로 유럽에 PS3, Xbox 360, PC, Wii 그리고 닌텐도DS까지 거의 전 기종에 걸쳐 출시되었다. (안타깝게도 국내 발매 일정은 계획되어 있지 않다.)



2009년 1월 19일 첫 공식 트레일러 발표를 시작으로 ‘부모가 자녀들과 함께하기 위한 게임’이라는 모토아래 제작된 이 게임은 ‘그간 Hitman 시리즈와 Freedom Fighters 같은 현실적이고 폭력적인 게임을 만들어 왔던 IO Interactive가 맞아?’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건전하며 카툰 랜더링 기법을 사용해 게임하는 내내 쿵푸팬더와 같은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 게임 자체가 애니메이션이다 ]



게임의 첫 느낌도 지금까지 뿌리 깊게 박혀있던 닌자의 인식 - 은밀하게 다가가서 암살을 한다든지, 첩모의 임무를 띠고 지붕위에서 이야기를 엿듣는다던지 -을 거부하며 귀여운 SD 캐릭터와 함께 재미있는 스토리로 구성되어 있다.


[ 이 귀여운 닌자가 바로 주인공인 히로(Hiro) ]



ㅁ 히로(Hiro)의 탄생 배경





■ 미니닌자의 스토리

Hiro(히로)라는 젊은 닌자는 스승의 가르침 아래 열심히 성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악한 사무라이 군주의 위협을 막으려 먼저 임무를 받아 떠났던 4명의 친구들은 소식이 묘연해지고 이제 스승은 마지막으로 남은 닌자인 히로와 푸토에게 실종된 4명의 친구를 찾고 사악한 사무라이의 음모를 막으라는 임무를 내린다.


게임의 전반적인 진행 또한 스토리와 동일하게 진행된다. 사악한 사무라이들을 물리치면서 사로잡힌 동료들을 구출하고 그들과 함께 임무를 수행하는 것. 그러한 과정 속에서 레벨을 올리고 새로운 마법을 배우며 사악한 사무라이 보스들을 물리치고 결국에는 사무라이 군주를 처치하는 것이다.

[ 닌자 마스터의 부탁으로~ ]



[ 동료들을 구하고... ]



[ 레벨링도 하면서~ ]



[ 사무라이 군주를 무찌르는 이야기! ]




■ 첫 번째 임무는 바로, 동료들을 구출하라!

미니닌자는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실종되었던 동료들을 구출하고 그들을 직접 플레이 할 수도 있다.


[ 5명의 친구들을 구하라! 좌측부터 슌 - 스즈메 - 푸토 - 쿠노이치 - 토라 ]



Futo(망치), Suzume(단소), Shun(활), Tora(너클), Kunoichi(창)의 각각 특징 있는 공격을 하는 동료들을 활용, Futo로 거대한 사무라이를 잡는다거나 Shun의 원거리 공격으로 적을 쉽게 제압할 수 있기도 하다. 하지만 히로를 제외한 다른 닌자들은 인술을 사용하지 못하기에 활용도가 떨어지며 전반적인 진행은 히로가 주로 맡게 된다.


[ 푸토(Futo)만이 잡을 수 있는 몬스터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




■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미소를 짓게 하는 요소들

미니닌자는 액션, 아케이드, 롤플레잉의 모든 요소들을 활용하고 있다. 심지어는 게임 내에 등장하는 미니게임을 통해 스포츠 게임을 하는 느낌마저 든다.


ㅁ 미니 게임 - 스키를 타자~




아케이드에서 볼 수 있는 하트모양의 체력 게이지와 마나와 스테미나의 역할을 하는 Ki(기)를 비롯해 각종 아이템을 사용하거나 필살기를 통해 미니닌자 히로의 귀엽고 유쾌한 액션을 경험할 수 있다.


[ 액션 게임이지만 여러 장르가 믹스된 형태 ]



게임을 하는 내내 미소를 지으며 ‘이 게임 정말 잘 만들었는데~’라는 감탄을 수 없이 했던 것도 바로 이러한 아기자기한 시스템들 때문.


ㅁ게임의 전반적인 플레이 흐름




[ 너무 귀여운 닌자 히로 - 닌자 삿갓으로 강도 건너고 화살도 막고~ ]



나무에 올라타서 발로차면 과일이 떨어지고 인술 중 하나인 스피릿 폼을 활용해 곰에게 들어가 적들을 무찌르고 닌자 삿갓을 타고 강에서 낚시를 하면 스시(초밥)을 얻는다.


[ 나무를 발로 차서 과일을 먹는다거나... ]



[ 낚시를 하면 바로 초밥이?! ]




■ 원래는 착한 동물들이기에 잔인하게 죽일 수 없다!

적들을 무찌르는 과정 또한 잔인하지 않으며 조작법도 매우 간단하다. 칼로 베는 것과 발로 차는 것의 두 가지 버튼만 연타하면 대부분의 적들은 쓰러지고 귀여운 동물로 변해 도망간다.


[ 어디가 잘린다거나, 피를 뿜지는 않는다. 원래 동물이기에 다시 돌아갈 뿐 ]



ㅁ 스피릿 폼의 활용




최고 난이도로 설정하고 플레이해도 너무 쉬웠던 점이 바로 미니닌자의 단점이라고도 할 수 있는 부분이겠으나 ‘부모가 자녀들과 함께하기 위한 게임’이라는 모토를 생각한다면 더 이상 조작법이 어려워지고 몬스터들을 상대하기 어려워야 할 근거는 없다.



■ 모으는 재미를 자연스럽게 이끌어 내기도

게임을 진행함에 있어 스테이지 형식으로 강제로 연결을 끊거나 하지는 않지만 일정 진행 상황에 따라 그동안 모은 아이템들을 정산함으로써 ‘모으는 재미’도 연출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마법, 채집, 돈, 석상, 동물 풀어주기의 5가지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공략에 필수적이지는 않지만 마법을 배우면 적들을 쉽게 제압할 수 있고, 채집한 풀로 물약과 폭탄을 만들거나 돈을 모아 상인에게 아이템을 구입할 수도 있다.


[ 파이어 볼은 물론 아이스 스톰, 메테오 스웜까지 사용하는 닌자 등장! ]



[ 인벤토리 개념도 존재한다 ]



[ 상점까지 존재. 레시피를 사서 조합도 한다. 이거 액션게임 맞아? ]



이는 자칫 일직선 구조로 게임이 진행되어 게임이 단조로워 질 수 있는 진행을 모으는 아이템들을 잘 숨겨 놓음으로써 드넓은 미니닌자의 세계에서 모험하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실제로 1개의 아이템을 모으지 못해 스테이지 공략에 있어 뒤가 구렸던 기자는 이 한 개의 아이템을 찾으려고 1시간이 넘도록 해당 스테이지의 모든 곳을 뒤졌다는... 오기의 끝을 보게 된 당시의 쾌감은 당연히 말로 표현할 수 없으리라.


[ 이 상태에서 포기할 수는 없다! ]




■ 너무 쉬운 보스와의 전투

미니닌자에서는 보스도 물론 존재하지만 보스와의 전투는 전혀 거창하지가 않다. 컨트롤을 해서 잡는 것도 아니며 지금까지의 모은 아이템이나 배운 마법들조차 하등 필요가 없다.


[ 마지막 보스만 겨우 컨트롤이 필요한 정도? ]



각 보스는 특정 패턴이 있지만 이 패턴조차 친절하게 힌트로 알려준다. 공략 법을 알게 되면 주기마다 스페이스바의 연타나 마우스 클릭만으로 보스는 쓰러지게 된다. 눈은 즐거웠지만 머리는 멍해졌던 순간이라고나 할까?


ㅁ 보스와의 전투 영상




재미없다는 말은 아니지만, “보스가 보스다워야 보스지~” 라고 읊조리며, 보스가 너무 어려워 아버지 조차 보스를 이기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그 때 아버지를 바라보는 아들의 눈빛을 떠올리며 애써 인정하기도...


실제로 미니닌자를 해본 해외 유저들의 평가는 게임이 너무 쉽다는 의견들이 많았고, 그로인해 평점은 그리 후덕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들은 최소 15세 이상의 청소년들이리라...)



■ 플레이하는 대상을 분명하게 지목한 미니닌자

보통 신작 게임을 플레이 하게 되면 이 게임을 즐기는 유저가 과연 누구일지, 개발사는 어떤 유저들 대상으로 게임을 만든 것인지를 생각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궁금증에 대한 답변은, 미니닌자를 플레이하면서 그 대상을 지목하라면 10세에서 13세 정도의 초등학생과 그와 함께하고 싶은 아버지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겠다. 게임 개발 초기부터 ‘부모가 자녀들과 함께하기 위한 게임’이라는 모토로 개발한 것도 그러하겠지만 게임이 보여주는 비주얼도 누군가가 플레이 하고 있는 모습을 지켜본다면 "어?! 그거 무슨 게임이야? 재미있어 보이는데~” 하면서 흥미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한편의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 한 게임. 자신이 직접 게임을 하고 있지 않더라도 옆에서 구경하는 것만으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게임은 흔치 않으며, 그렇게 가족이 한자리에 모일만한 게임은 더더욱 없는 요즘의 현실을 감안할 때, 미니닌자는 충분히 가족을 위한 게임을 만들겠다는 개발자의 의도가 성공적으로 반영된 게임이라고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요즘 같이 혈흔이 난무하고, 모든 것을 파괴하며 아드레날린을 조금이라도 쥐어 짜내려고 노력하는 게임들이 대부분일 때 미니닌자 같은 게임의 등장은 반가운 일인 터.


오랜만에(정말~ 오랜만에)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게임을 한 것 같다.
이렇게 주말을 유쾌하게 보내게 해준 젊은 닌자 히로와 그의 친구들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 엔딩을 보면 특전으로 6명의 닌자들이 마스터와 만나게 된 계기를 애니메이션으로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