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 시즌이 시작됐고 10.23 패치로 라이브 서버가 굴러간 지도 꽤 됐다. 새로 생기거나 효과가 바뀐 아이템들도 처음에는 우리를 혼란스럽게 하더니 어느 정도 정립되기 시작했다. 어떤 챔피언으로 어떤 아이템을 가야 하는지 예상보다 빨리 정해졌다. 다만, 아직도 기존에 존재했던 아이템들의 하위 아이템들이 바뀐 건 적응하기 힘들었다. 되돌리기를 누르는 빈도수가 늘어났다.

매 패치가 그랬듯이 이번 프리 시즌 첫 패치 버전에도 대놓고 '꿀'인 챔피언들이 많다. 라인별로 이미 더없이 높은 승률과 픽률을 자랑하는 챔피언들 말이다.

모두가 다 아는 챔피언들 말고, 잘 드러나지 않는 곳에 숨어있는 꿀 챔피언들도 있다. 이번에 다뤄볼 챔피언은 그리 깊숙한 곳까진 숨지 않은 챔피언이다. 꼭꼭 숨지 못해 머리카락이 보여 다음 패치 버전에서 너프까지 예고된 케일이 주인공이다.

케일은 리워크 후에 항상 꼬리표처럼 '16레벨 왕의 귀환'이라는 별명을 달고 살았다. 패시브 스킬 거룩한 승천 때문이다. 여기엔 궁극기를 배울 때마다 케일의 능력이 크게 향상되는 효과가 붙어있다. 16레벨이 되면 케일이 고정 대미지를 넣을 수 있었는데 지난 9.17 패치에서 해당 효과가 삭제됐다. 그 이후, 케일의 16레벨은 예전만큼의 파괴력은 보여주지 못했고 케일에 대한 유저들의 관심은 시들해졌다.

몇몇 장인들만 케일을 플레이했는데 이번 프리 시즌 패치로 케일의 성적이 크게 올랐다. 케일에게 알맞은 아이템이 등장했기 때문.


신화급 아이템인 균열 생성기가 케일의 새로운 친구가 되어줬다. 3,200골드로 주문력과 체력, 스킬 가속, 피해 흡혈 효과를 주는 아이템으로, 케일과 잘 맞는 옵션이 다 붙어있다. 또한, 균열 생성기에서 케일이 가장 반길만한 건 '공허의 부패'다. 이는 일정 스택이 쌓이면 대미지가 고정 피해로 일부 전환되는 효과다. 과거 케일의 16레벨과 비슷한 성능을 낼 수 있게 해주는 내용이다.

현재 케일로는 균열 생성기와 내셔의 이빨에 이어 리치베인 혹은 구인수의 격노검을 장착하는 게 일반적인 빌드업이다. 이렇게만 아이템이 나오면 케일은 상대 딜러쯤은 약 2초 안에 저 세상으로 보내버릴 수 있는 파괴력을 뽐낸다. 3코어 말고 2코어까지만 완성해도 준수하다.

▲ 3코어까지 케일의 승률 (출처 : lolalytics)

이처럼 강력하지만 케일의 인기는 아직 그리 높지 않다. 한국 서버 기준으로 픽률 약 2.7% 정도를 기록 중이다. 하지만 승률이 꽤 높다. 약 52% 수준. 누구나 다 아는 꿀 챔피언들의 승률과 픽률에 비하면 빈약하지만, 이 정도 데이터라면 케일은 잘 숨어있는 꿀 챔피언이라고 볼 수 있다.

케일에서 달콤한 꿀 냄새가 나는 또 하나의 이유는 현재 탑 라인에 탱커 챔피언들이 대세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다시 고정 대미지 효과를 아이템으로나마 누릴 수 있게 된 케일은 탱커 챔피언 학살자로 등극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챔피언이다. 성적이 그리 좋진 않았어도 프로들 간 경기에서 케일이 오른의 대항마로 선택된 시절도 있었다. 이번 패치 버전에서도 케일은 말파이트를 제외하곤 탱커 챔피언들 상대로 전적이 좋다.

대놓고 꿀이 아니기에 단점도 존재한다. 아마 예전부터 케일을 했던 유저들이라면 이골이 났을 법한 단점이다. 케일은 여전히 라인전 최약체 중 하나다. 케일에게 잘 맞는 아이템이 추가됐지만 그건 라인전엔 별 힘이 되어주지 않는다. 지금 케일을 시작하려는 유저들은 아래 문장들을 상기하자. 라인전에선 딜교환을 거의 하지 말고, CS를 포기할 줄 알아야 하며 포탑에 박혀 다이브를 경계해야 한다. 그럼 케일의 힘은 나중에 꼭 드러난다.

한 가지 또 아쉬운 점은 다음 패치에서 케일의 너프가 예고됐다는 거다. 또한, 케일의 단짝과도 같은 내셔의 이빨 아이템도 너프된다. 너프의 폭이 크진 않아 갑자기 케일이 고꾸라질 것 같진 않다. 케일은 여전히 숨어있는 꿀 챔피언으로 유저들의 선택을 기다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