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매운맛은 그대로지만 다른 무언가가 부족하다



누구나 한 번쯤은 추억 속의 그 게임을 플레이하고 싶은 생각이 들 것이다. 특히 그 장르가 지금은 시장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마이너 장르라면 더욱 그럴 거다. 그래서 크라우드 펀딩에 일부 추억의 작품을 다시 만든다는 글이 뜨면, 어쨌든 투자하는 셈 치고 돈을 지불한 뒤 오매불망 기다리기도 한다.

'알타입 파이널2'도 그런 작품 중 하나였다. 코어한 난이도의 사이드 스크롤 비행 슈팅하면 첫 손에 꼽힐 만한 작품이었지만, 사이드 스크롤 비행 슈팅이라는 장르가 서서히 사장되면서 맥이 끊긴 시리즈다. 중간중간 옛날 작품의 신규 플랫폼 이식과 전략 시뮬레이션 장르 신작 '알타입 택틱스'가 나오긴 했지만, 팬들이 바라던 형태의 고난도 사이드 스크롤 비행 슈팅 신작은 나오지 않고 18년이 넘게 흘렀기 때문이다.

오랜 기다림 끝에 거짓말 같이 티저가 공개되고, 크라우드 펀딩과 한 차례 연기 끝에 나온 '알타입 파이널2'. 그 매운맛은 먼 옛날 추억을 바로 눈앞으로 데리고 올 만큼 화끈했다. 그렇지만 뭔가 아쉬운 뒷맛이 남았다.

게임명 : 알타입 파이널2(R-Type Final2)
장르명 : 사이드 스크롤 슈팅
출시일 : 2021. 4. 30.
개발사 : Granzella Inc.
서비스 : NIS America, Inc.
플랫폼 : PC, PS4, Xbox One, 닌텐도 스위치

관련 링크: '알타입 파이널2' 오픈크리틱 페이지



무자비한 난이도와 다양한 기체로 선보인 알타입의 그 맛


사실 알타입의 시작은 87년, 아케이드 판부터였다. 아케이드 판이라고 하니 뭔가 짐작이 갈 것이다. 아케이드 게임 모두가 다 그렇진 않지만, 대체로 동전을 최대한 긁어모으고자 도전 욕구를 자극하는 묘한 난이도를 보여주지 않던가. 사이드 스크롤 슈팅 일편단심으로 오던 알타입 시리즈는 첫 작품 이후로 꾸준히 특유의 디자인을 갈고 닦아 고난도 슈팅하면 빼놓을 수 없는 작품으로 자리 잡았다.

비교적 최근까지 신작들이 이어진 장르인 비행 슈팅이 종스크롤 슈팅, 특히 '탄막'이라고 불리는 유형인 터라 보통 어려운 비행 슈팅하면 이쪽이 떠오르곤 한다. 유튜브를 조금만 뒤져봐도 화면을 빼곡히 메운 탄 사이를 어떻게든 비집고 들어가서 칼같이 딜을 넣는 고수의 플레이를 찾아볼 수 있고, 그만큼 친숙해진 유형이기 때문이다.

▲ 처음부터 눈이 돌아갈 정도로 탄막이 쳐져 있진 않아서 쉬워 보이겠지만

▲ 가면 갈수록 후방 및 사각에서 덮쳐오는 적 비중이 꽤 높아서 신경 거슬린다

그렇지만 알타입의 어려움은 그쪽과는 맥락이 좀 다르다. 사이드 스크롤 비행 슈팅은 해상도 특성상 종스크롤과 다르게 화면 전체를 다 쓰게 되고, 그 넓은 시야각을 좌우뿐만 아니라 위아래까지 다 살펴봐야만 하는 장르다. 자연히 넓은 화면을 다 훑어보다보면 종종 사각이 생기기 마련이고, 그 빈틈을 찌르는 갑작스러운 일격에 허탈하게 터져나가는 일도 흔하다.

게임마다 다르긴 하지만, 고난도라 하는 게임들은 대다수가 중간중간에 닿으면 터지는 오브젝트까지 설치해뒀으니 오브젝트 보랴 적탄 보랴 뒤에서 기습하는 적 보랴 머리가 아프다. 그렇게 과부하 걸린 사이에 또다시 빈틈을 찔러오는 일격에 펑, 기체가 터져나가곤 한다. 알타입은 그 중에서도 이 빈틈을 교묘히 찌르는 것에 도가 튼 게임이고, 알타입 파이널2 역시도 그랬다.

1스테이지는 맛보기 삼은 수준이긴 하지만, 의외로 빠른 적의 공격에 이동을 제약하는 오브젝트 사이로 계속 비집고 들어오는 흉탄이 손과 머리를 꼬이게 했다. 2스테이지에서는 본격적으로 뒤꽁무니에서 자기를 노리는 적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하게 만든다. 사이드 스크롤 슈팅 자체가 좌에서 우로만 공격하는 양상이다 보니, 후방 사각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적은 대처하기 어렵다. 그런데 알타입에선 2스테이지 이후로는 마치 기본 옵션으로 줄곧 나온다. 모르면 맞아야지, 거의 이런 느낌에 가깝다고 할까.

▲ 비트 디바이스 쓰는 요령이 없으면 여긴 못 지나간다

▲ 무작정 피한다고 안 죽는 게 아니다. 세팅과 패턴 분석까지 해야 한다

그나마 알타입은 벽에 닿으면 튕겨 나가는 레이저가 있고, 비트 디바이스를 후방으로 배치하면 후방 사격이 가능해서 대응은 할 수 있다. 다만 그 개념이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효율적으로 후방에 있는 적을 못 처리하고, 그 적이 걸림돌이 돼서 이동을 제한하다 보니 사각에서 날아오는 흉탄을 피하지 못하고 고스란히 맞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뒤와 앞을 신경 쓰는 사이에 하단에서 바로 위로 들어오는 기습 공격에 터지는 식이랄까.

또 탄막 게임은 아니지만 탄막 패턴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뒤쪽의 적을 처리 못 해서 동선이 꼬인 사이에 뒤로 빠지지 않으면 무조건 맞을 수밖에 없을 정도로 탄막 세례가 날아올 땐 그저 손을 놓을 수밖에 없다. 거기다가 한 번 터지면 체크포인트부터 다시 시작하는데, 체크포인트도 굉장히 듬성듬성 있어서 그 지점까지 다시 가는 것도 고역이다.

설명을 들으면 굳이 이런 게임을 왜 하냐고 물을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어려운 게임일수록 난관을 극복하고 클리어하는 쾌감이 크지 않던가. 난해한 패턴을 파악하고 칼같이 대응해서 클리어하는 알타입 시리즈의 그 맛이 알타입 파이널2에서는 확실히 녹아 들어있었다. 또 로그라이크처럼 무작위는 아니다 보니 한 번씩 죽으면서 패턴을 암기하고, 그에 맞춰서 차곡차곡 대응하면서 한 단계 한 단계 올라가는 맛도 여전했다.

그래픽이 아주 최신은 아니고, 눈이 조금 아픈 이펙트가 있긴 하지만 전후좌우에서 닥쳐오는 적들을 하나하나 뻥뻥 터뜨려가는 느낌은 나름 살린 편이었다. 그래서 하나하나 밟아가면서 난관을 극복하고, 적들을 폭파해나가는 그 알타입 특유의 재미는 새롭게 잘 살렸다고 할까. 더군다나 알타입 특유의 다양한 기체를 커스터마이징하는 재미도 여전하다. 아직 다 업데이트된 건 아니지만, 최대 99개의 기체에 비트 디바이스, 미사일 등을 이리저리 교체하면서 스테이지마다 최적화된 세팅을 만들어갈 수 있으니 그 폭도 넓고 다양하다. 비록 지금은 99개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기체 세팅에 따라서 체감상 스테이지 난이도가 달라지는 만큼 이를 연구하는 재미는 어느 정도 보증되어있다.

▲ 플레이하면서 모인 재화로 다양한 기체를 모아서

▲ 세팅하고 도전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 3번 죽어서 게임오버된 뒤에 다른 기체로 바꿔서 도전해볼 수 있으니, 여러 가지로 시도해보자



고전의 부활이라는 말로도 설명하기 어려운 불편함

보통 고전 게임하면 플레이타임을 늘리기 위해, 혹은 그 당시 하드웨어 용량의 한계 등 여러 이유에서 어렵고 불편한 게 당연시 여겨지곤 했다. 옛 콘솔 게임을 보면 지정한 곳에서만 데이터를 세이브하게 되어있다거나, 그렇지 않은 게임은 외부 저장장치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해결하지 않았던가. 굳이 그럴 필요가 없어진 지금도 이를 하나의 스타일로 받아들이고 종종 채택하곤 한다. 게임이 편하기만 한 게 능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불편함의 미학을 논하기엔 알타입 파이널2의 불편함은 좀 궤가 다르다. 기본으로 갖춰야 할 요소들이 안 갖춰졌기 때문이다. 특히 PC 버전은 더욱 그랬다. 보통 키보드-마우스로 게임을 시작하기 마련인데, 처음에 키 아이콘은 콘솔에만 대응한다. 그래서 어떤 키를 눌러야 할지 몰라서 애먹기 일쑤다. 이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고, 옵션을 겨우겨우 들어가서 설정을 고쳐야만 안다. 그렇게 해서 키 배열을 보면 키보드 유저가 하기엔 다소 난해한 배치다. WASD에 Q, F, I, X, N, G, H, C, P, 스페이스 키라는 배열은 한 손으로 쓰기엔 뭔가 애매한 배치 아닌가.

▲ 키 배열이야 그러려니 하지만

▲ 아이콘마저도 수동으로 안 바꿔주면 키보드-컨트롤러에 맞춰서 보여주질 않는다

키 배열을 다시 한번 확인한 뒤에 컨트롤러를 연결하면 또 이번에는 키 아이콘이 키보드에 대응한 상태다. 컨트롤러-키보드 아이콘뿐만 아니라 키보드-컨트롤러 전환도 수동으로 해야만 되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키보드 키 세팅 지원은 잊지 않았다는 점이랄까. 다만 키 세팅을 한다고 해도, 키 배정 자체가 기믹과 활용도를 다 상정하고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플레이하다 보면 어떻게 해도 안 쓰이는 버튼이 있었기 때문이다.

고전 게임 시리즈가 부활하면 그래픽에 대해서도 평가가 좀 후해지는 편이지만, 그렇다고 쳐도 알타입 파이널2는 그냥 넘기기는 어려웠다. 기체나 오브젝트의 투박한 그래픽은 그럴 수 있다고 하지만 이펙트가 문제였다. 화려하게 폭발하는 그 느낌은 괜찮지만, 광원 효과를 너무 과하게 준 나머지 일부 빔 공격은 자극이 너무 셌다. 광자극 자체가 사람에 따라서 다르게 느껴지긴 하지만, 유저 평가 역시도 이펙트에 대해서는 그리 좋지 못한 터라 문제가 있는 건 확실했다.

앞서 펑펑 터져가는 느낌은 살렸다고는 하지만, 일반 공격이 아닌 특수 공격 효과는 좀 미흡했다. 가끔씩 보게 되는 터라 인지하긴 어렵지만, 체인 포스 같은 공격기를 어렵사리 쓰게 되면 그 실망감은 좀 컸다. 과장 한 번 보태자면 그냥 한 번 화면이 반짝이면서 단순한 이펙트가 몇 번 일렁이다가 적이 터져나가고 끝 이런 느낌이었으니 말이다. 스킬에 대한 언급이 제대로 안 되어있어서 이를 못 쓸 때는 인지하지 못하다가, 쓰다 보면 조금씩 부족한 점이 눈에 밟히곤 했다.

▲ 패턴 모르면 백날 쳐봐야 대미지가 없다. 그런데 나름 절기인데 이펙트가...



빈약한 스토리, 추억을 메우기 위해서 필요해진 DLC


알타입이 그냥 어렵기만 한 사이드 스크롤 슈팅이었다면 팬들의 뇌리에 남아있긴 어려웠을 거다. 어려운 사이드 스크롤 슈팅 게임이 알타입만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알타입 시리즈는 여기에 각종 기체를 커스터마이징하는 맛과, 그 기체의 설정 그리고 그 전체를 아우르는 세계관 설정이 뒷받침되어있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팬들의 머릿속에 남아있을 수 있었다.

생물인지 무생물인지도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괴물 '바이도'와 그에 맞서는 알 파이터들의 악전고투, 그리고 충격적인 결말까지 삼위일체를 이룬 알타입의 세계관은 지금도 아주 간혹 고전 게임 팬들 사이에서 회자되곤 했다. 그런 만큼 알타입 파이널의 후속작, 알타입 파이널2에서는 이에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길 기대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을 거다.

그러나 그 기대감은 딱, 초반에 경례하고 알 파이터를 몰고 우주로 출격하는 그 장면까지만 이어진다. 그 이후에는 의미 있는 스토리 연출이 없어서 그냥 흘러가듯 지나가 버리기 때문이다. 개발사에서는 후속작이 아니라 알타입 파이널과 택틱스 스토리의 총집편의 느낌이라고 하지만, 그런 느낌조차 희미할 정도로 연출도 스토리 맥락을 파악할 대사도 크게 없었다. 스토리에 대한 경중은 사람마다 다르다고는 하지만, 적어도 충격적인 결말이 종종 언급될 정도의 시리즈의 최신작이라면 이런 점에서도 신경을 써야 하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 수밖에 없다.


▲ 바이도와 일전을 앞둔 순간까지는 괜찮았다. 그 뒤가 문제일 뿐

그런 실망감을 그나마 완화시켜주는 것이 명작 스테이지를 오마주한 DLC들이다. 그때 그 시절 손에 꼽혔던 스테이지들을 더 화려한 그래픽으로 만나볼 수 있는 게 그나마 위안이면 위안일까. 그러나 아직 스테이지가 3개밖에 없고, 이를 다 구매하려면 2만 천 원가량이 든다는 것이 좀 눈에 밟힐 수도 있다. 물론 어렵기로 소문난 알타입 시리즈 내에서도 엄선한 스테이지인 만큼, 이를 깨겠다고 도전하는 플레이타임의 총량이나 추억의 그 느낌을 산정해보면 좀 다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옛 추억을 살리고 도전정신을 충족하는 것 외에 그 볼륨 자체로 만족스러울지는 다소 의문이긴 하다.

▲ 오마주 스테이지 세트는 추억과 도전 욕구를 자극하기엔 충분하지만, 아쉬움도 남았다





게이머들 중 때때론 추억의 게임에 웃돈을 주고 사는 사람도 있다. 추억이라는 건 돈 주고 살 수 없고, 그 게임을 하면서 그때 그 시절을 떠올리고 당시의 느낌을 조금이나마 받는 듯한 위안이 들기도 한다. 아니면 옛날보다 성장한 자신을 체감하는 것만으로도 여운이 남는다고 할까. 때로는 전보다 굳은 손을 탓하고 야속한 세월을 탓하기도 하겠지만 말이다.

알타입 파이널2는 그런 의미에서 봤을 때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타이틀이다. 머리와 손 모두 풀가동해야 겨우 깨는 그 옛날의 어려운 맛을 고스란히 살렸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체를 커스터마이징하는 그 느낌도 살렸으니, 온몸이 마비될 듯한 추억의 매콤함에 토핑을 이리저리 얹어 먹는 즐거움을 다시 느껴보고 싶은 유저에겐 반가운 소식 아닐까.

그렇지만 종종 크라우드 펀딩으로 내놓은 작품이 그렇듯, 이 작품 역시도 뒷마무새가 아쉬웠다. 특히나 이제는 기본이라고 생각되는 키보드 배열부터 전환, 초보를 위한 약간의 배려나 조금 더 욕심을 부리자면 광원 조절 기능 등이 더 곁들어졌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안 그래도 어렵기로 소문나서 신규 유저들이 입문하기가 두려운데, 거기다 진입로까지 거칠어진 셈이니 말이다.

그리고 18년간의 갈증을 풀기에는 미흡한 설정이나 세계관, 스토리라인도 아쉽다. 다만 작품이 출시되면서 추후에 DLC나 업데이트로 추가하는 빌드업이 가능해진 만큼, 앞으로를 기대해도 되지 않을까. 적어도 알타입스러움, 그것만큼은 확실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