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초에 새로운 사건이 하나 터졌습니다. 일명 '크리링 사태'!!

비슷한 상황(?)에 처한 아이템들은 여럿 있지만,
그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바로 '크리티컬 링(크리링)'입니다.




1. 사건의 개요


사건의 개요를 설명하자면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ㅁ 이벤트를 통해 크리티컬 링과 같은 계정 귀속 아이템이 지급되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ㅁ 계정 귀속이니만큼 타 캐릭터와는 거래가 불가능하며, 착용 이후에는 캐릭터 귀속이 됩니다.
ㅁ 그런데, 이런 아이템을 바닥에 떨구었다가 다시 줍게 되면 계정 공유 1회 옵션이 부활합니다.
ㅁ 이런 버그를 통해 이미 착용한 아이템을 동일 계정의 다른 캐릭터로 이동시키거나
ㅁ 혹은 아예 다른 유저에게 일정한 댓가를 받고 판매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한마디로, 버그로 인해 귀속 아이템의 귀속이 해제되어 거래/교환이 가능해져버린 것입니다.
그래서 크리링 같은 아이템의 판매를 통해 이득을 취했다는 글들도 올라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2. 버그인가, 아닌가?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게임사의 실수가 내재되어 있긴 하지만) 시스템의 오류를 활용한 버그가 맞습니다.


동일 계정 내의 다른 캐릭터로 이동시킨 것은 정상참작의 여지가 있을 수 있지만,
다른 유저에게 해당 아이템들을 판매한 것은 버그 악용에 있어서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따라서 계정이 제재를 당해도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이 버그를 알고 있으면서 아직 쓰지 않은 유저라면,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이러한 사태를 파악한 유저 중 일부가 게임사에 신고/문의를 접수했고
이에 대해 게임사는 사태를 파악, 계정 제재조치가 진행될 것이라 언급하였습니다.









3. 지금 필요한 건 뭐? Speed!!


게임도 하나의 프로그램이고, 그 프로그램은 사람이 만듭니다.
따라서 버그나 오류는 충분히 발생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런 버그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위의 이미지중 게임사가 버그 악용자를 제재하겠다는 말은, 문의에 대한 답변이었습니다.
이번 사안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 발표, 즉 공지는 아직 올라오지 않은 상태입니다.


따라서 직접 문의를 한 유저가 아니라면,
과연 이것이 버그인지 아닌지, 허용되는 것인지 아닌지 혼란이 올 수 있습니다.
그리고 며칠간 아무런 입장 발표가 없다면, 혹시 괜찮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남들 다 쓰는데 자기만 안쓴다면 무언가 초조해지고 손해보는 느낌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Speed, 즉 신속한 대응입니다.


과거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 에서도 유사한 버그가 하나 있었는데,
바로 인스턴스 던전(인던)의 최종 보스 몬스터로 직행할 수 있는 루트가 존재했었습니다.
이때 블리자드는 공지를 통해 '이 내용은 버그가 맞으며, 버그를 수정하는데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버그 수정 후 버그 사용자들을 제재할 것이니, 이 버그를 사용하지 말아달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후 유저들은 계정 제재를 각오하고 해당 버그를 사용하는 소수와 그냥 정상적으로 플레이하는 다수로 나뉘었습니다.
버그가 수정되고 버그 사용 계정들이 계정 압류를 당했음에도 그 어떤 불만의 목소리도 들려오지 않았으며,
버그의 존재와 사용법을 알고 있음에도 정상적으로 플레이하는 유저들은 어떤 소외감도 느끼지 않았습니다.
버그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보면서도 '쟤네들 곧 블럭될 건데 뭘' 하면서 정상적으로 플레이했을 뿐입니다.


무언가 문제가 발생하고 최종 정리된 입장이 나오거나 버그가 수정될 때까지는 일정한 시간이 걸립니다.
그런데 그 시간이 걸리는 동안 이런 버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기하급수적으로 확산되며,
따라서 혼란속에서 이를 사용하다가 나중에 제재를 받게 되는 유저의 숫자도 증가하게 마련입니다.



따라서 지금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ㅁ 이것이 버그인지 아닌지,
ㅁ 버그를 사용한 경우 나중에 어떤 결과가 발생할 것인지
ㅁ 이런 아이템을 구매한 유저는 어떻게 되는 것인지


세 개를 명확하게 유저들에게 알려주는 것입니다.



방침만 명확하고 빨리 공지된다면, 그 다음부터는 유저들의 선택 사항이 됩니다.
계정 제재를 각오하고 그냥 버그를 쓸 것인지, 아니면 그냥 맘 편하게 정상적으로 플레이할 것인지.


조기 대응은 버그의 확산 자체를 방지하는 효과도 가지고 있습니다.
크리링을 사고 싶어도 버그 사용으로 나중에 제재받거나 아이템이 회수될 것이라면,
굳이 높은 가격을 주고 크리링같은 아이템을 사려는 생각 자체가 사라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것이 바로 운영에 대한 평가를 좌우하는 요인입니다.







한가지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작년 말에 있었던 아이템 복사 사건과 관련된 일입니다.
아이템 복사 사건 발생 이후, 후속 조치에 대한 어떠한 공지도 볼 수 없었습니다.
복사 아이템들은 어떻게 처리가 되었는지, 복사한 사람들에게는 어떤 제재가 내려졌는지
선의로 (혹은 알면서도) 이 아이템들을 구매한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는지 찾지 못했습니다.
복사 사태에 대한 게임사의 입장 그리고 사과를 담은 공지 역시 없었습니다.


기자 역시 궁금합니다. 대체 어떻게 되었습니까 ?


사건이 발생했다는 흔적 자체를 남겨놓지 않고
유저들의 기억속에만 있게 하는 것은 결코 옳지 못한 일입니다.
투명하게 안이 들여다보이는 것이 아니라, 안개처럼 보이지 않을 따름입니다.
사건의 과정, 처리의 이유, 후속 조치, 이에 대한 입장들을 근거있고 명확하게 알 수 있다면,
게임에 대한 유저들의 불만 역시 그만큼 줄어들게 마련입니다.



운영을 잘하느냐 못하느냐를 판단할 때는 여러 요소가 작용합니다.
개발이나 패치를 유저들의 상황이나 심리에 맞게 잘 배치하는 것은 기본인데,
그 외 이런 문제들이 발생할 때마다 투명성, 그리고 신속성 있게 처리하느냐 역시 기본입니다.


투명하게, 그리고 신속하게, 이 두가지를 만족시키지 않는 한 운영에 대한 좋은 평가를 얻기는 어렵습니다.


지금 메이플을 하는 다수의 유저들은 어립니다.
그러나 10년 뒤 이 어린 유저들은 성인이 되어 있을 것이고 게임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한마디로 지금의 메이플 유저들은 현재의 고객에 그치지 않고,
10년, 20년 뒤 미래의 고객이자 평생 고객이 될 수 있습니다.


시간이 흐른만큼 아마도 메이플이 아닌 다른 게임일 가능성이 높은데,
어느 회사의 게임에 남아있느냐 하는 결정 요인에는 어린 시절의 게임 기억 역시 영향을 주지 않을까요 ?



Inven Helka
(Helka@inv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