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즈1부터 3까지, 한 해 동안 쉴 틈 없이 달려온 2019 PUBG 코리아 리그(이하 PKL)의 모든 일정이 종료됐다. 치열한 승부와 짜릿한 반전이 가득했던 2019 PKL이었고, 페이즈1의 OP 게이밍 레인저스(현 오피지지 스포츠)와 페이즈2의 젠지에 이어 OGN 엔투스 포스(이하 OGN 포스)가 마지막 페이즈의 주인공이 됐다.
한편, 매 페이즈 최상위권 팀들에겐 국제 무대 진출이라는 특권이 주어졌다. 페이즈3 역시 마찬가지였는데, 2019년의 마지막이었던만큼 가장 특별한 국제 대회가 걸려 있었다. 바로 전 세계 배틀그라운드 프로 팀들의 꿈의 무대인 2019 PUBG 글로벌 챔피언십(이하 PGC)이었다. 페이즈3에 참가한 모든 팀이 같은 목표를 바라봤고, 6주 간의 혈전 끝에 OGN 포스-아프리카 프릭스 페이탈-젠지-디토네이터-SKT T1이 대망의 PGC 진출권을 획득했다.
이와 더불어 우승 팀 OGN 엔투스 포스를 포함해 각 팀이 저마다의 스토리를 써냈다. 사녹의 추가와 함께 등장한 새 강팀과 전통 강호의 선전과 몰락, 마지막까지 결과를 알 수 없었던 한 끗 차 승부 등 그 어느 때보다 흥미진진한 페이즈였다. 이에 2019 PKL과 페이즈3, PGC에 대한 이모저모를 정리했다.
OGN 엔투스 포스
'도야' 합류, 후반 뒷심으로 날아오르다
2019 PKL의 주인공은 단연 OGN 포스가 아닐까. 페이즈3에서 '도야' 김도경이 합류한 OGN 포스는 페이즈3 후반부 3연속 데이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페이즈3 우승과 누적 PKL 포인트 1위를 동시에 달성했다.
2018년 초 창단된 OGN 포스는 리빌딩 이후 약 1년간 최상위권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아프리카 PUBG 리그 시즌2 우승을 시작으로 올해 4월에 열린 페이스잇 글로벌 서밋까지 5위 밑으로 내려간 적이 없다. 그러나 지난 2019 PKL 페이즈2에서 10위라는 중위권 성적을 기록했는데, 이는 그들에게 있어 큰 오점으로 남았을 것이다. 이에 자극받은 듯한 OGN 포스는 페이즈3에서 다시금 날아오르며 독보적인 강팀의 면모를 뽐냈다.
페이즈3에서 OGN 포스가 뽐낸 운영과 교전의 조화는 과연 PGC에서도 이어질 수 있을까. 국내에서의 독보적인 성적에도 불구하고 국제 대회 우승 기록이 없는 그들이기에 이번 PGC 무대에 거는 간절함은 그 어느 팀보다 클 것이다. PGC까지 약 한 달간의 준비 기간이 주어진 상황, 더욱 강하고 완벽해질 OGN 포스의 경기력을 기대해 보자.
페이탈-젠지-디토네이터
PKL서 강팀 입증한 세 팀... PGC에서의 성적은?
한동안 기복을 보인 아프리카 프릭스 페이탈은 오더 교체로 한층 단단해졌고, 디토네이터는 '이스코' 제호진의 부재를 극복하며 PGC 무대를 밟는 데 성공했다. 두 팀이 각 페이즈에서 꾸준히 300점 이상을 챙긴 데 반해 젠지는 페이즈1에서 261점에 그쳤다. 그러나 '피오' 차승훈의 합류로 페이즈2서 419점이라는 대기록과 함께 MET 아시아 시리즈까지 접수했고, 페이즈3에서도 312점을 추가하며 누적 PKL 포인트 3위를 기록했다.
2019년의 가장 큰 무대를 앞둔 세 팀은 전성기의 폭발력을 되찾아야 한다. 이미 우승 기록이 있는 아프리카 프릭스 페이탈과 젠지는 물론 화끈한 한 방을 자주 선보인 디토네이터도 충분히 PGC의 주인공이 될 가능성이 있다. 국내 무대를 지배한 베테랑 팀들은 과연 전 세계 강팀들이 모이는 PGC에서 어떤 성적표를 받을까.
한편, 지금까지 치러진 국제 대회와 달리 PGC는 그룹 스테이지-세미 파이널-그랜드 파이널로 구분되어 다소 긴 호흡의 승부를 벌인다. 이에 아프리카 프릭스 페이탈과 젠지, 디토네이터 모두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마지막 순간까지 집중력을 발휘하는 게 그 무엇보다 중요하겠다.
SKT T1
짜릿한 PGC 막차 탑승
SKT T1은 페이즈3에서 가장 큰 반전을 만든 팀이다. 창단 이후 만년 중위권이었던 SKT T1이었지만, '헬렌' 안강현의 합류에 포텐셜이 터졌다. 후반부 약간의 부진과 OGN 포스의 괴력에 우승은 놓쳤지만, 준우승을 통해 마지막 남은 PGC 진출권을 따내며 페이즈3를 기분 좋게 마무리했다.
SKT T1은 개막전을 포함한 초반 세 경기서 131점을 획득했다. '제프로카'-'헬렌'이 만들어내는 깔끔한 동선과 '아카드' 임광현의 슈퍼 플레이, '애더' 정지훈의 꾸준한 활약이 돋보였고, 교전에서의 팀 호흡은 그 어느 팀보다 뛰어났다. 이후 줄곧 최상위권을 유지하던 SKT T1은 5주 3일 차와 6주 2일 차 경기서 각각 15점, 6점 획득에 그치며 역전 위기에 놓였다. 하지만 폐막전 마지막 라운드서 보란 듯 치킨을 가져가며 2위 굳히기에 성공했다.
창단 이후 맞이한 첫 국제 대회가 전 세계 최강 팀들이 집결하는 PGC란 사실은 SKT T1에게 어떤 의미를 남길까. SKT T1이 한 페이즈에서 반짝 떠오른 팀으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근본 팀'으로서의 한 걸음을 내디딜 것인지는 PGC를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미디어 브릿지 스퀘어
제대로 눈도장 찍은 최강 '여포'팀
사녹이 추가된 페이즈3에는 어느 팀이 가장 화끈한 '여포' 팀의 면모를 뽐낼 것인지에 많은 관심이 모였다. 이러한 기대와 달리 다수의 팀이 사녹에서 수비 위주의 안정적인 운영을 택한 가운데, 첫 경기부터 마지막 경기까지 부트 캠프로 향한 미디어 브릿지 스퀘어는 무한한 공격력을 뽐내며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미디어 브릿지 스퀘어의 중심에는 단연 '서울' 조기열이 있다. 일찍이 팬과 선수들에게 기량을 인정 받았던 '서울'은 페이즈3서 오더를 맡으며 플레이에 날개를 달았다. 자신감 있는 운영을 앞세운 '서울'은 '화랑' 배준성과 함께 다수의 슈퍼 플레이를 연출했고, 페이즈3 최종 312점으로 6위에 오르며 지난 페이즈1, 2에서의 부진을 깨끗이 떨쳐냈다.
한편, 공격 일변도였던 미디어 브릿지 스퀘어는 페이즈 중반부터 깔끔한 운영을 선보이며 어느 정도의 생존 포인트까지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2020 PKL에서 완전체가 되어 돌아올 미디어 브릿지 스퀘어의 활약을 지켜보자.
오피지지 스포츠
최악의 부진... 선발전서 기량 회복 가능할까
그 누가 이런 결과를 예상했을까. 페이즈1 우승에 이어 페이스잇 글로벌 서밋: PUBG 클래식까지 제패한 오피지지 게이밍이 페이즈3를 20위로 마감했다. 페이즈2에서 8위를 기록하며 의문을 남긴 오피지지 게이밍은 페이즈3서 '매버릭' 이성현의 합류에도 불구하고 역대 최악의 부진을 기록했다.
문제점은 확연히 줄어든 '밀베 원'과 불완전한 오더였다. 오피지지 게이밍은 에란겔 본섬에 변화무쌍하게 생성되는 안전 구역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다. 자신들의 장점인 운영을 통한 생존 포인트 확보와 우월한 원거리 교전 능력이 발휘되기도 전에 허무하게 전멸당했다. 2주 1일 차 경기부터 진행된 세 경기 동안 각각 6점, 2점, 5점을 획득하며 한때 종합 꼴찌를 기록하기도 했다.
간신히 강등권을 벗어난 오피지지 게이밍에게 남은 것은 19일에 진행되는 2019 PGC 한국 대표 선발전 뿐이다. 페이즈3 내내 데이 우승엔 실패했지만, 각 선수들의 빼어난 기량은 여전하다. 과연 오피지지 게이밍은 선발전에서 정상에 올라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까.
DPG 다나와-쿼드로
꾸준함과 폭발력, 그러나 아쉬운 마무리
DPG 다나와는 페이즈2에서 리빌딩과 함께 혜성처럼 떠올랐다. '이노닉스' 나희주의 출중한 사격 실력과 '청각' 이일호의 날카로운 판단력, '캐치'-'야차'의 백업이 어우러진 DPG 다나와는 페이즈2 후반 5경기에서 평균 39득점을 몰아치며 단번에 2위에 올랐다.
쿼드로는 확실한 한 방이 있는 팀이다. 다수의 치킨을 챙기며 페이즈1에서 두 번, 페이즈2에서 한 번의 데이 우승을 기록했고, 페이즈3 2주 3일 차 경기에선 무려 70점을 몰아쳤다. 하지만 너무나 큰 기복이 단점으로 꼽히며, 특히 중후반부에 집중력이 크게 떨어지는 경향을 보인다.
상반된 색깔의 두 팀은 페이즈3에서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다나와 DPG의 경우 꾸준함을 잃진 않았지만, 평균 득점이 크게 낮아졌다. 개막전에선 10점, 5주 3일 차 경기에선 6점을 챙기는 부진을 겪기도 하며 끝내 최상위권 경쟁에서 밀려났다. 쿼드로 역시 70점을 챙긴 후로는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하며 최종 10위로 페이즈3를 끝냈다.
강등과 승격... 희비 갈린 4개 팀
더욱 치열해질 2020 PKL 양상은?
이번 2019 PKL 페이즈3와 PKC 페이즈3에서도 어김없이 8개 팀의 희비가 갈렸다. 긱스타 PDV와 스타덤 e스포츠, MVP, 그리핀 레드가 PKL에서 PKC로 강등됐고, 아수라워크, E-STATS e스포츠, 블라썸, 스피어 게이밍이 PKC에서 PKL로 승격했다.
한편, 지금까지 PKC에서 승격한 팀의 행보는 두 갈래로 나뉘었다. 계속 하위권에 머물며 강등 경쟁을 하거나 KST(현 그리핀 블랙)나 미디어 브릿지(현 미디어 브릿지 스퀘어), 월드 클래스처럼 인상적인 경기력과 준수한 성적을 기록하는 것이다. 과연 2020 PKL 페이즈1에 합류한 4개 팀은 어떤 경기 양상을 연출할까. 매 페이즈 큰 반전과 함께 새로운 강팀이 등장하는 PKL이기에 많은 기대를 걸어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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