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1년. 스포츠 게임의 수명은 생각보다 짧습니다. 매년 새로운 시리즈가 나오니까요. 신규 콘텐츠도 있습니다만, 다음 시즌이 시작되며 이적에 트레이드에 로스터는 완전히 바뀌죠. 다음 시리즈로 남들 다 떠나가고 혼자 과거에 살 수만도 없으니 당연히 나도 따라가야 하고요.

기업 입장에서 보면 인기만큼 투자도 많아야겠지만, 중간 이상만 해도 어쨌든 매년 코어팬들이 시리즈를 사주니 굳이 해를 건너뛸 필요가 없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매년 나오지 못하는 스포츠 타이틀은 그 중간을 하지 못했다는 거고요. WWE가 딱 그랬습니다. 2K는 WWF 스맥다운을 시작으로 거의 20년 동안 시리즈를 개발해온 유크스를 보내고 자사 스튜디오인 비주얼 콘셉츠를 통해 직접 신작을 만들었습니다.

준비 자체는 야심 찼지만, 결과물은 한심했죠. 단독으로 만든 WWE2K20는 유크스가 만든 마지막 작품인 WWE2K19보다 그래픽이며 연출이며 심각하게 모자랐고, 버그 만나는 건 해머링 한대 주고받기보다 쉬웠죠. 평단이고 유저고 악평 줄줄 쏟아냈으니 식은땀 흘렸던 2K는 결국 1년을 쉬기로 하고 더 나은 작품 개발에 매진. 2년 뒤를 기약했습니다.

그리고 그 2년이 지났습니다. AEW 같은 대안 단체도 떠올랐고 WWE는 실망스러운 행보를 이어왔죠. 축구 인기가 바닥을 뚫고 맨틀을 칠 때 FIFA 시리즈가 2년 만에 출시된다고 생각해보세요. WWE2K22는 안팎으로 걱정 시기에 나오는 신작이 됐죠.

그래서 결과는 어떠냐고요? '그래도 역시 북미 프로레슬링 게임은 2K 시리즈야'라는 말로 대신합니다.


게임명: WWE2K22
장르명: 스포츠
출시일: 2022. 3. 11.
개발사: 비주얼 콘셉츠
서비스: 2K
플랫폼: PC / PS / XBOX
관련 링크: 'WWE2K22' 오픈크리틱 페이지

◼︎ 리뷰는 PS5 버전을 기준으로 작성됐습니다.


쉽고, 빠르고, 그럴듯하게

경기라는 플레이 경험 측면에서 본다면 WWE2K22는 가장 많은 변화와 진화, 그리고 최적화를 이뤄냈습니다. 아마 경기 자체를 직관적이면서도 아케이드 성향과 시뮬레이션 성향을 동시에 챙기기 위한 그간의 노력이 이번 작품에서 어느 정도 완성을 이뤘다고 보면 될 거 같습니다.

▲ "애그널리지 미"

일단 변화의 시작은 타격과 잡기 기술의 변화입니다. 잡기 자체는 시리즈를 거듭하며 꽤 많은 시도가 있었습니다. 강한 공격과 약한 공격을 따로 구분하거나 잡기 후 커맨드를 입력하지 않고 약한 잡기로 바로 기술을 시도하도록 변주를 가하기도 했죠.

방법이야 어쨌든 잡기 기술은 게임의 맥을 끊어놓기 충분했습니다. 일단 잡기 기술은 서로 손을 맞잡는 그랩 후 다시 여러 공격 버튼을 눌러 진짜 공격 기술을 시전하는 식입니다. 던지고 메치고 차고 뛰고 해야 할 시간에 깍지나 끼고 있어야 합니다. 물론 이런 테크니션 공방도 분명 프로레슬링의 재미 중 하나입니다. 문제는 2미터가 넘는 파워하우스 레슬러도, U계 레슬러로 불리며 타격과 관절기로 실전 격투기 분위기를 내는 선수도 일단 한번 잡기 한 번 걸고 그 다음 기술 쓰니 맥이 빠질만도 하죠.

타격 버튼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킥이든 해머링이든 공격 몇 번 하는 게 전부였고 연속으로 공격하면 바이오닉 엘보 같은 미리 정해진, 특별한 기술 하나 시전하는 게 전부였습니다. 그걸 해결하려고 체인 레슬링 같은 미니 게임을 추가하기도 했는데 한두 번 할 때나 재밌지 되려 게임의 템포를 떨어트려 결국 옵션에서 OFF행 열차를 탔고요.

▲ 이 콤보가 게임을 제대로 바꿨습니다

WWE2K22의 핵심이자 이런 단점을 줄인 요소는 타격의 세분화. 그리고 그걸 잡기와 자유롭게 연계하는 콤보입니다.

이번 작품은 타격기를 약공격과 강공격, 둘로 나눴습니다. 기존의 WWE2K 시리즈를 생각하면 당연히 찹 연타나 킥 연계 정도쯤이 적용됐을 법하죠. 하지만 여기에 버튼 입력 순서에 따른 콤보 시스템이 더해지며 보다 직접적이고, 다양한 무브 활용이 가능해졌습니다.

약공격, 강공격, 잡기를 어떤 순서로 쓰고 스틱을 어느 방향으로 뒀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무브가 나가죠. 약공격 2번, 강공격 1번, 그리고 잡기를 누르면 유러피언 어퍼컷이 나가는 식으로요. 이것도 레슬러마다 전부 다르게 구현되어 있고요. 또 테크니션은 콤보 가짓수도 많지만, 파워 하우스 레슬러 등은 콤보 횟수도 3회로 제한적이죠. 보통 이런 레슬러들은 큰 기술을 많이 사용하지만, 기술 자체는 적은 편인데, 콤보가 4회로 강제됐다면 평소 쓰지 않는 기술을 게임에서 써야만 했겠죠. 몰입도는 당연히 떨어질 테고요.

이런 콤보 기술은 단순히 타격만이 아니라 수플렉스 같은 잡기 기술로도 이어집니다. 그래서 꼭 타격 기술이 아니더라도 선수를 상징하는 기술들을 버튼 입력 몇 번으로 흐름을 깨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거죠. 경기 자체에 흐름이 끊기는 일도 적습니다. 그러면서도 잡기를 통해 템포를 늦추고 테크니션 기술을 사용할 수도 있고요.

▲ 반격 피해 잡고, 기술 걸고가 아니라 공격으로 시작해 자연스럽게 연계되는 식

타격 메커니즘의 변경으로 반격도 일부 변경이 이뤄졌습니다. 그리고 이건 좀 더 게임을 격투 게임에 가깝게 만드는 동시에 플레이어에게 선택 권한을 많이 주는 방향으로 바뀌었죠.

이제 반격은 타격 반격과 잡기 반격, 그리고 타격을 몸을 움직여 피하는 더킹이나 위빙 무브 등으로 변경됐습니다. 타격 막기는 ▲버튼으로, 잡기 막기는 타이밍에 따라 상대와 같은 버튼을 누르는 식으로 이루어지죠.

그간 반격 시스템도 여러 차례 변화가 있었지만, 별도의 반격 버튼 하나, 혹은 둘을 가지고 타이밍에만 의존하는 방식은 그대로였죠. 반격 자체가 쉽다 보니 아무런 방해 요소가 없다면 무한 반격이 나오고 공격자가 되려 불리한 상황에 처하기 쉬웠죠. 대전 게임에 만능 반격이 버튼 하나로 가능하다면? 모두가 '네가 와'를 시전할 겁니다.

그래서 게이지를 소모하는 방식을 두거나, 옵션으로 반격 정도를 유저가 직접 옵션에서 조절하는 등 적당한 꼼수로 이걸 해결하고자 했죠. 공격자가 상대 심리를 파고들어 다른 잡기나 타격을 하고 그걸 예측해야 하는 등 억지로 걸린 제한이 아니라 플레이어의 역량에 따라 조작이 가능해졌습니다.

그리고 큰 공격에 따라 반격이 추가되는 스턴 게이지를 통해 아예 반격을 봉쇄할 수도 있고요. 실력에 따른 편차가 전보다 더 커지는 셈이죠. 그러면서 불필요한 스태미너나 옵션 제한 없이 게임의 속도감은 유지할 수 있는 거고요.

▲ 스턴 상태로 만들고 공격을 몰아넣는 식의 플레이가 가능합니다

시뮬레이션 요소를 넣으려는 시도가 프로레슬링이라는 콘텐츠와는 영 맞지 않았던 만큼 그래픽이나 플레이 방식은 달라도 파이어 프로 레슬링처럼 좀 더 실력 게임, 대전 게임에 가까워졌다고 볼 법합니다. 이제야 프로레슬링답다는 느낌도 들고요.


아, 누구인지 알겠네

1년 전 출시됐던 WWE2K19보다 그래픽 만족도가 떨어졌던 WWE2K20. 이번작은 그 아쉬움을 많이 지웠습니다. 일단 차세대 콘솔의 등장 때문인가 싶기도 하지만, 현세대 콘솔과 극적인 차이는 없는 편입니다. 해상도 정도의 차이랄까요? 대신 현세대 콘솔 기준으로 본다면 확실히 모든 역량을 활용했다 평가할 수 있을 정도겠고요.

경기 도중 자연스럽게 흘러 피부를 덮는 땀이나 광원효과 등의 진화도 눈에 띄지만, 선수 자체의 모델링 향상이 크게 이루어졌죠. 기존 시리즈에서는 유명세에 따라 모델링 완성도가 크게 차이가 났는데 이번에는 능력치 낮고 그다지 잘 활용되지 않는 선수들의 모습도 꽤 그럴싸하게 구현됐습니다. 사실 경기도 잘 못 뛰는데 게임이라고 오버롤도 낮고 얼굴도 대충 만들면 이것보다 서러운 게 또 없을 테니까요.

▲ 이제 나이도 적용된 더 락

▲ 실제 게임 플레이 중에도 이 정도 연출 가능하고 프레임도 유지합니다

특히 나이를 먹고 주름이 가득한 슈퍼스타나 여성 선수들의 외형 구현은 특히 눈에 띕니다. 매 시리즈 레전드로 등장했지만, 이제는 나이가 눈에 보이기 시작한 더 락 드웨인 존슨은 최근 모습으로 꽤 그럴듯하게 그려졌죠. 누구세요 소리가 절로 나왔던 여성 슈퍼스타들도 더 현실적으로 표현되기도 하고, 비교적 구현도가 떨어지는 선수도 누군지는 알 수 있을 정도가 됐습니다.

캐릭터의 구현도도 높아지며 덩달아 유저들이 만드는 슈퍼스타의 만듦새도 높아졌습니다. WWE 떠나거나 로스터에 포함되지 않은 선수들은 직접 만들거나 커뮤니티 기능을 통해 다운받고는 하는데요. 그 생성 슈퍼스타들의 완성도 상한선이 높아졌죠. 못 만들면 전작들과 큰 차이 없지만, 금손 크리에이터들이 올린 몇몇 슈퍼스타나 경기장, 벨트는 로스터에 그대로 넣어도 손색없을 정도고요.

커뮤니티는 여전히 로딩 길고, 화면 전환도 오래 걸리지만, 적어도 하루 다운로드 제한은 사라져 원하는 로스터와 복장을 갖추기 쉬워졌습니다.

▲ 언제 신일본하고 협업했죠? 표현 가능도에 페이스 스캔 기능도 좋아지며 그럴듯한 오카다도 만들어졌죠



34년차 '레전드' 레이 미스테리오

▲ 역사에 남을 경기들을 따라가는 쇼케이스

매 시리즈 특정 선수의 역사와 여정을 함께하는 쇼케이스의 주인공은 패키지 모델이기도 한 레이 미스테리오입니다. 이제는 아들 도미닉 미스테리오와 함께 태그팀으로도 활약하며 실력만큼은 여전하지만, 은퇴를 서서히 준비하고 있는 레전드인만큼 레이 미스테리오는 쇼케이스의 주인공으로 손색없는 인물이죠.

레이의 이야기는 WCW 할로윈 해벅에서 크루저웨이트 챔피언십을 걸고 펼쳐졌던 에디게레로와의 혈전을 시작으로 숀 마이클스, 바티스타, JBL, 언더테이커 등과의 역사적 경기를 레이 미스테리오의 시점으로 플레이하게 됩니다.

플레이 방식 자체는 로프 반동을 하거나 특정 무브 수행, 대미지 주기 등 주어진 미션을 수행하는 식입니다. 그리고 실제 경기 장면들을 적절히 섞어 아는 이에겐 과거의 추억을, 해당 경기를 보지 않은 사람들에겐 그 당시의 분위기를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번에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당시 실제 경기 장면을 게임 장면과 자연스럽게 배치했습니다. 아마 실제 경기를 봤다면 이제는 은퇴했거나, 세상을 떠난 레전드와의 대결이 퍽 감격스럽게 느껴질 법도 하고요.

▲ 게임플레이에서 실제 경기 장면으로, 또 거기서 다시 게임플레이로 자연스럽게 연출했습니다

그래서 단순히 게임을 플레이한다는 느낌보다는 레이 미스테리오 커리어의 여정을 함께 한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물론 그냥 실력으로 핀을 따낼 수도 있지만, 그럼 보상도 없고, 쇼케이스를 플레이하는 이유도 없을 테니, 오히려 이런 선택이 더 적절하다 보이고요.

한국어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점은 아쉽지만, 레이 미스테리오의 영어 발음이나 빠르기가 듣기 쉬운 편이라 이해가 어려운 편은 아닙니다. 간혹 라틴어를 섞긴 하는데 그것 때문에 이해가 어렵다면 자막을 켜놓으면 되고요.

사실 한국어보다 아쉬운 점은 로스터에 따른 일부 경기의 포함 여부입니다. WWE에 인수된 ECW에서 펼쳐졌던 후벤투드 게레라와의 레슬링 옵저버 5성 경기. 그리고 레슬매니아22에서 펼쳐진 랜디 오튼, 커트 앵글과의 트리플 쓰렛 매치도 레이 미스테리오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경기니까요.



큰 기대, 그리고 조금씩 부족한

게임의 도입부인 쇼케이스를 끝내고 나면 이번 작품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 도드라집니다. 과연 내가 뭘 하고, 또 어떻게 해야 재미있게 프로레슬링을 즐길 수 있는지에 대한 부분 말이죠.

분명 콘텐츠 자체는 꽤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습니다. 기존의 유니버스 모드라든지, 나만의 선수를 키워나가는 마이 라이즈라든지. 여기에 보다 단체 경영에 집중된 GM 모드도 있고 선수 카드를 뽑아 여러 임무들을 클리어해나가는 마이 팩션과 멀티플레이 대전도 있죠. 다만 이런 모드들은 대개 즐거움보다는 '조금만 더 가다듬었다면'이라는 아쉬움을 품게 하고 있습니다.

▲ 드래프트도 있고 특수 기능도 있고 이것저것 신경 쓴 GM 모드

출시 전부터 가장 주목받은 GM 모드는 FM이나 여러 시뮬레이션처럼 깊이 있는 경영을 기대케 했지만, 현실은 보다 미니 게임에 가깝습니다. 한 쇼에 준비할 수 있는 경기는 3개에 마이크웍 같은 프로모 2개가 전부죠. 경기는 1vs1과 2vs2 태그 매치가 전부입니다. 당연히 많은 로스터가 필요하지도 않고 또 재미있는 라이벌리를 구성하기도 어렵습니다. 벨트도 남녀 메인급 타이틀 1개씩만 존재하고요. 플레이할 수 있는 최대 길이도 50주로 그다지 길지 않은 편이라 레슬매니아까지의 1년 정도를 담아낸 수준이죠.

그렇다고 이게 마냥 잘못 만들었다는 건 아닙니다. 선수들의 요청에 따라 적당히 색다른 태그 조합이나 선수 기용도 있을 수 있고 몇몇은 라이벌을 제안하고 타이틀샷을 원하는 등 다양한 이벤트가 발생하죠. 스태미너 개념도 있어 마냥 잘나가는 선수들만 붙이기보다는 가진 자원으로 로스터를 돌려가며 상대 단체보다 시청률 잘 뽑아낼 방법을 궁리해야 하고요.

▲ 하지만 전체적인 볼륨이 부족한 느낌이죠

반대로 유니버스 모드는 경기수도 넉넉하고 다양한 밸트 활용, 라이벌 조합 등이 가능한데 이 모든 걸 플레이어가 직접 구성해야 합니다. 샌드박스형 플레이에 완전히 집중된 요소죠. 처음 한두 번이야 실제 WWE가 해주지 않는 선수를 띄워보고 챔피언 벨트도 주는 등 뭐든 가능하지만, 그에 따른 피드백이 없는 수준입니다. 그래서 경영 시뮬레이션 요소가 강한 GM모드가 좀 더 큰 규모로 그려지는 등 유니버스 모드와 보다 가깝게 만들어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죠.

카드 까서 선수 수집하는 마이 팩션은 선수 수집 외에는 플레이 동기 부여가 낮은 편입니다. 경쟁 요소가 없어 여타 스포츠 게임처럼 현금 부으면서까지 플레이할 마음은 그다지 들지 않는 편이고 보상으로 얻은 포인트로 선수 직접 획득도 가능하죠. 카드로 여러 임무를 수행하면 상위 등급으로 올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목표가 결국 더 많은 선수 카드 수집으로 엮여있는 데다 주어지는 임무에 따라 플레이타임이 십 수분을 넘겨 지루한 면도 있고요.

▲ 팩으로 선수 구성하고 그걸로 경기하는 등 수집 위한 마이 팩션

▲ 카드 팩에서도 센터를 고수하는 인싸 신닐, 아니 오닐

반대로 선수 한 명만 온전히 키우는 마이 라이즈는 이야기 자체에 몰입할 수만 있으면 재미있을 요소를 다수 더했습니다. 프로 운동 선수 출신인지, 인디 레슬러 출신인지에 따라 자잘한 이야기나 진행도 달라지고 여러 선택지에 따라 선역인지 악역인지도 결정되죠. 생각보다 이벤트도 많아서 어떤 브랜드에 입단하고 어떤 선수와 엮이는지에 따라 뒤통수를 두들겨 맞는 배신이나 처절한 대립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는 만족스러운 엔딩으로 끝을 내는 식은 아닙니다. 다른 단체로 적을 옮기며 여러 이벤트를 마주하게 했죠. 사실 프로레슬링이라는 종목 자체가 경기가 아니라 멋진 경기를 소화하는 선수에게 초첨이 맞춰져있습니다. 여러 팀에서 경력을 쌓고 기록을 세우며 최고를 향해 올라가는 NBA 2K나 MLB 더 쇼와 다를 수밖에 없죠. 그래서 경기 중심이 아니라 계속 새 이야기를 체험할 수 있게 했고요. 종목의 특성을 고려한 비교적 영리한 선택이고 그런 점이 바로 WWE2K20과 이번 작품이 다른 점일 겁니다. 뭘 좋아할지 생각은 했다는 거니까요.

▲ WWE 입성 전 어떤 배경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 대사나 선택지, 방향 등 다양한 부분이 결정됩니다



출시 전 수많은 선수 이탈과 해고로 로스터 구성부터 우려를 낳았던 WWE 2K22는 타 단체에서 뛰는 여러 선수를 포함해 로스터를 지켜냈습니다. NWO, 스톤콜드, 더 락 같은 레전드에 비정기 출연이기는 해도 골드버그, 브록 레스너도 아직 현역이죠. 국내에서 WWE 인기가 정점에 있던 시절의 슈퍼스타나 레전드들이 다수 참여하고 있는 셈입니다.

▲ 최근 세상을 떠나며 다시는 만날 수 없는 볼 스캇 홀의 모습

여기에 그간 갈피를 잡지 못하던 게임의 방향성도 이번 작품을 통해 인기 높던 고전 작품 시절로 돌아가며 만족도를 높이고 있죠. 전작과 같은 심각한 버그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어설픈 모델링도 만나기 어려웠습니다.

결국 비주얼 콘셉츠는 거센 비판으로 대신한 2년의 시간을 비교적 좋은 게임으로 갚아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연간 콘텐츠로의 복귀도 가능하고 이번에 부족했던 콘텐츠를 재정비할 수도 있겠죠. 적어도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았던 시리즈를 다음이 기대되는 작품으로 반전시킨 것만으로 WWE2K22는 그 역할을 충분히 수행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