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LCK가 대망의 프랜차이즈를 앞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두 번째 발걸음을 내딛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 중인 사람도 있죠. 바로 2020 LCK 섬머 스플릿에 새롭게 합류해 e스포츠 아나운서로서의 첫 도전을 마친 윤수빈 아나운서입니다.

본격적으로 찬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한 늦가을, 인벤은 한적한 교외에서 윤수빈 아나운서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밝은 미소와 함께 LCK와 e스포츠, 팬분들을 향한 진심을 거듭 강조한 윤수빈 아나운서의 이야기를 지금 바로 만나보시죠!

※ 본 인터뷰의 야외 촬영 당시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모든 기자가 마스크를 착용하고 소독을 진행하였으며, 윤수빈 아나운서도 소독을 마치고 사진 촬영을 제외한 시간에 마스크를 착용했음을 알립니다.



Q. 롤드컵 이후로 팬분들과 첫 만남이에요.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인사 드리네요. LCK 아나운서 윤수빈입니다. 최근에 프리 시즌 패치로 아이템이 엄청 바뀌었잖아요. 다음 시즌부터는 랭크 게임을 본격적으로 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며 LoL을 플레이하고 있어요.


Q. e스포츠 아나운서로 새로운 도전을 했는데, LCK 첫 시즌과 롤드컵을 마무리한 소감이 궁금해요.

이렇게까지 많은 관심을 받을 거라고는 생각 못 했는데, 시작하자마자 팬분들께서 정말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 주셨어요. 그 덕분에 LCK와 e스포츠 아나운서 역할에 더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고 봐요. 부족한 모습에도 많이 사랑해 주신 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첫 시즌을 통해 어느 정도 지식과 경험을 쌓았으니 앞으론 더 빠르게 발전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릴게요!


Q. 지난 LCK에서의 활동을 되돌아봤을 때 만족스러운 점과 아쉬운 점은 무엇인가요?

만족스러웠던 점은 스스로 조금씩 발전했다는 것? 롤드컵 기간에 제가 출연한 방송을 모니터링하는데, 농담도 하고 애드립도 하는 절 보면서 섬머 스플릿 때에 비해 어느 정도 편해졌다는 생각을 했어요. LCK의 환경과 분위기, 사람들에게 잘 적응해가고 있는 듯해요.

아쉬웠던 점은 당연히 경기가 무관중으로 진행됐다는 거죠. 팬분들과 함께 뜨거운 현장감을 느끼고 싶었는데 그러질 못했으니까요. 또 경기 후에 1:1 대면 인터뷰를 진행하지 않은 것도 아쉬웠는데요. 사실 이 부분은 아쉬우면서도 한편으론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인터뷰에 바로 투입됐다면 정말 힘들고 어려웠을 텐데, 지금은 어느 정도 준비가 됐으니까요. 내년에 MVP 인터뷰가 재개된다면 더 잘 해낼 수 있지 않을까요?


Q. e스포츠 아나운서라는 새로운 도전에 도움을 준 사람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다면?

살면서 운이 엄청나게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인복은 진짜 많았어요. 그리고 이번에도 주변에 정말 좋은 분들밖에 없어서 아나운서 활동을 재밌게 즐길 수 있었습니다. 자주 뵙진 못했지만 마주칠 때마다 좋은 피드백을 해주신 중계진분들,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며 도움 주신 분석 데스크 출연진분들, 직장 상사가 아닌 친근한 동료처럼 다가와 주신 PD, 작가님들께 감사드립니다.


Q. 기상캐스터를 비롯해 리포터, 라디오 뉴스 등 여러 활동을 하셨다고 들었는데요. 다른 직종과 e스포츠 아나운서의 차이점은 무엇이었나요?

가장 큰 차이점은 주어지는 원고 없이 모두 생방송으로 진행된다는 점이죠. 경기가 끝나자마자 원고를 빠르게 작성해야 하는데, 처음엔 지식이 부족해서 주변 분들께 도움을 많이 요청해야 했어요. e스포츠 방송 특성상 호흡이 빠르기도 하고, 작은 것 하나라도 틀리면 안 된다는 부담감도 컸고요. 또 지금까진 시청자분들의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아볼 일이 없었는데요. 갑작스럽게 너무 많은 반응을 접하게 되어 놀랍고 신기했어요.


Q. OBS 기상캐스터 활동은 꾸준히 한 거로 알고 있는데, LCK 아나운서와 병행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솔직히 체력적으로 정말 힘들었죠. 평일마다 새벽 3시 반에 일어나서 기상캐스터 업무를 했는데, LCK에 투입되는 날에는 곧바로 LoL 파크로 이동해 밤늦게까지 일한 다음 또다시 새벽 3시 반에 일어나야 했으니까요. 그래서 최근에 OBS에 퇴사 의사를 밝혔어요. 여러 이유가 있지만, e스포츠 아나운서로서 LCK에 더 집중하고 맘이 가장 컸죠. 프리 시즌 패치로 새롭게 공부해야 될 것들도 많이 생겼고, 게임을 직접 플레이하는 시간을 늘려서 LoL에 더 익숙해지려고요.


Q. 내년부터는 LCK 프랜차이즈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는데, 전망을 어떻게 보시나요.

이미 다른 리그에서는 이미 진행 중인 시스템이었고,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는 거다 보니 앞으론 더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봐요. 올해 담원게이밍의 롤드컵 우승을 시작으로 LCK가 계속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는 좋은 기반이 되지 않을까요?


Q. 어릴 시절의 꿈은 무엇이었나요? 언제부터 아나운서를 지망하게 됐는지도 궁금해요.

중고등학생 때는 공부를 계속해서 대학원까지 나온 후에 교수를 하고 싶었는데요. 그런데 삼수를 하고 대학에 입학하면서 진로에 대한 고민을 다시 하게 됐어요. 생각해보니 제가 가장 잘하고 좋아하는 건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이더라고요. 그런 직업들에 대해 알아보다가 무작정 아나운서 학원을 찾아갔고, 상담한 날 바로 등록까지 마치고 아나운서 준비를 시작했어요. 사실 처음엔 부모님께서 조금 반대하셨는데요. 일단 아나운서 학원을 다녀두면 나중에 무슨 일을 하든 분명 도움이 될 거라고 열심히 설득했어요.

학원에서 어느 정도 준비를 마친 후에는 방송사를 안 가리고 원서를 다 냈어요. 면접을 많이 보는 것 그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서요. 그러다가 2016년에 OGN에 입사하게 됐는데, 학업과 일을 병행하기가 너무 어렵더라고요. 결국 OGN을 퇴사하고 학업에 집중해 대학 졸업을 마쳤어요. 그런데 아나운서 일에 계속 미련이 남아서 기상캐스터 일을 시작하게 됐고, LCK 아나운서까지 된 거죠.


Q. 윤수빈 아나운서는 차분하다는 이미지가 있어요. 본인의 실제 성격은 어떤가요?

'누나 수업' 영상 때문에 그런 이미지가 생긴 것 같은데, 전 사실 살면서 차분하단 이야길 들어본 적이 없어요. 말도 많고, 잘 웃고, 되게 산만하고, 잘 넘어지고, 사고도 많이 치는, 계속 챙겨줘야 하는 사람이죠. 차분해 보인다는 말이 신기하면서도 되게 긍정적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팬분들께 더 새로운 매력을 보여드릴 수 있을 테니까요. 지금까지 방송에서 보여드린 제 모습은 전체의 2%도 안 된답니다.


Q. 방송에 출연한 날 팬분들의 반응을 모두 챙겨보는 편인가요?

커뮤니티 반응은 거의 보지 않는 편인데, 방송 때 팬분들이 올리는 실시간 채팅은 재방송으로 다 돌려 봐요. 가끔 안 좋은 이야기가 있으면 엄청 상처받는데, 잠깐 담아두고 빨리 잊어버리는 스타일이에요. 반대로 칭찬하는 내용의 채팅이 있으면 하루 종일 기뻐하죠(웃음). 또 SNS 메시지로도 팬분들께서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시는데 정말 좋아요. 일일이 답장은 못 해드려도 전부 다 빠짐없이 읽고 있으니 많이 보내주세요!


Q. LCK 아나운서분들의 각종 별명도 화제인데요. '리본누나', '입커누나' 외에 새롭게 듣고 싶은 별명이 있나요?

어떤 별명으로 불러주시든 다 좋아요! 팬분들께서 붙여주시는 별명은 모두 애정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하니까요. 앞으로 더 다양한 모습 보여드릴 테니 별명도 많이 만들어 주셨으면 해요.


Q. LCK 아나운서를 시작하고 겪은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나요?

친구들이나 남동생 친구들이 제 싸인이나 사진을 요청하더라고요! 지금까진 전혀 그런 일이 없었는데 말이죠. 그런데 열심히 돌아다녀도 막상 길거리에서 아는 척해 주시는 분은 한 분도 안 계세요(웃음). 또 LCK를 준비하면서 공부한 내용들을 정리해둔 노트가 있는데요. 그 노트를 택시에 두고 내린 적이 있어요. 그런데 다음에 탄 승객분께서 그 노트가 제 거라는 걸 확인하고 찾아준 적이 있어요.


Q. 특별한 취미나 본인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이 있다면?

혼자 영화 보는 것 외에는 딱히 취미랄 게 없고, 친구들을 만나서 이야기하는 일이 가장 많아요. 스트레스 해소법은 정처 없이 3~4시간씩 무작정 걷는 거예요! 걸으면서 계속 무슨 생각을 하긴 하는데... 기억은 잘 안 나요(웃음). 어디선가 몸의 좌우를 반복해서 쓰는 게 스트레스 해소에 좋다던데, 걸으면서 팔다리를 움직이는 게 실제로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Q. 개인 방송이나 유튜브 활동 등은 예정에 없나요?

물론 게임이나 V-로그 등으로 팬분들과 소통하고 싶긴 한데요. 아직 그럴 단계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e스포츠 아나운서로서 충분한 숙련도를 쌓고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기면 도전하겠지만, 지금 당장은 방송을 능숙하게 진행하는 것에만 집중하고 싶어요.


Q. 아직 방송에 공개하지 않은 TMI를 알려주세요.

12살 때부터 미국에서 2년 정도 살았는데요. 당시 전교 1등을 해서 유학생 최초로 부시 대통령상을 받고 학교 내 명예의 전당에 이름이 올라갔어요(웃음). 지금도 영어로 일상 대화는 가능한 정도입니다. 또 다른 TMI는... 팔다리 4개 모두 한 번씩은 부러져 봤고, 기브스를 총 9번 했다는 것?


Q. 본인의 멘토나 롤모델이 있다면?

이현경 아나운서님이요! 완벽한 지식을 바탕으로 편안하고 능숙하게 선수들을 대하는 모습을 닮고 싶어요. 사실 지난 인터뷰 때도 이현경 아나운서님을 롤모델로 꼽았는데,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응원해 주시더라고요. 이젠 아나운서님 팬까지 됐어요(웃음).


Q. e스포츠 아나운서가 본인과 어느 정도 맞는다고 보는지 궁금해요.

솔직히 처음 시작할 땐 어느 정도 의문이 들었어요. 과연 제가 게임과 잘 맞을지, 잘 해낼 수 있을지요. 그런데 이젠 진심으로 이 직업이 정말 재밌고 즐거워요. 한창 LCK에 출연할 때는 방송 며칠 전부터 맘이 설레고, 제 머리속은 어떤 옷을 입고 무슨 이야기를 할지로 가득 차 있었죠. 출근길이 이렇게 기뻐도 되나 싶을 정도였으니까요. 게임 자체도, 제게 생기는 변화도 모두 좋아요. 지금도 e스포츠 아나운서 외에 다른 생각이나 계획은 전혀 없는 상태고요. 이런 제 진심이 팬분들께 어서 닿았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말이 아닌 행동과 노력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Q. 먼 미래의 윤수빈 아나운서는 e스포츠 팬들에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까요?

최장수 e스포츠 아나운서요. 최근 어느 날 아침에 눈을 뜨는데 '레넥톤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번뜩 들더라고요(웃음). TV나 길거리에서 LoL과 연관지을 수 있는 단어를 보면 괜히 재밌기도 하고요. 지금까지 무언가에 푹 빠져본 적 없던 제가 이런 생각을 했다는 게 웃기기도 하면서 '내가 진짜 게임을 즐기게 됐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앞으로도 팬분들과 오래오래 만났으면 좋겠고, 또 궁극적으로 아나운서를 넘어 캐스터나 통역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며 더 많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Q. 이제 인터뷰를 마무리할 시간이네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자유롭게 해 주세요!

앞서 여러 번 반복했지만, 또다시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가장 많은 힘이 되어주시는 팬분들을 비롯해 중계진 선배님들, 분석 데스크 출연진들, 라이엇 게임즈 및 LoL 파크 직원분들, 그리고 이정현 아나운서에게도요. 부족한 점이 많았던 첫 시즌부터 과분한 사랑을 받은 것 같아요. 제 열정과 진심이 모든 분들께 닿을 수 있도록, 다음 시즌에는 더욱 발전된 모습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지금까지 보여드린 매력보다 보여드릴 매력이 훨씬 많으니, 앞으로도 꾸준히 지켜봐 주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