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마지막 날 진행된 '2019 LoL 챔피언십 코리아(이하 LCK)' 스프링 스플릿 정규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kt 롤스터의 승강전행이 확정됐다. 이날 kt 롤스터는 담원게이밍을 상대로 반드시 승리해야만 탈출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시즌 내내 보였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경기력으로 씁쓸한 패배를 맛봐야 했다.

그렇게 2018 LCK 서머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고, 롤드컵서는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기도 했던 kt 롤스터는 불과 반 시즌 만에 2부 리그로 강등될 위기에 놓였다.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아니 스프링 스플릿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다.

이번 대회로 kt 롤스터는 디펜딩 챔피언이 최초로 승강전에 가게 되는 나쁜 의미의 새 기록을 썼다. 팀에게도 역대 최악의 성적표다. kt 롤스터라는 빅클럽, 그리고 그런 kt 롤스터의 주축이라고 할 수 있는 '스멥' 송경호, '스코어' 고동빈, '비디디' 곽보성. 승강전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그들은 어쩌다 이런 최악의 상황에 놓이게 됐을까.


시작부터 삐그덕, 순탄치 않았던 스토브 리그
'스맵' 중심의 리빌딩, 그런데 봇 듀오는?

2018 롤드컵에서 8강 탈락의 고배를 마신 kt 롤스터는 2019 시즌을 위한 대규모 리빌딩을 단행했다. 당초 예상은 롤드컵 막바지에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에이스 역할을 충실히 했던 루키 '유칼' 손우현을 중심으로 재정비를 하지 않을까 했으나, kt 롤스터의 선택은 달랐다.

뉴 kt 롤스터의 중심은 '스맵' 송경호였다. 여기에 '스코어' 고동빈도 잔류를 택했고, 미드와 봇은 공석이 됐다. 이제 남은 건 차기 시즌을 위해 남은 자리를 잘 메우는 것이었는데, 문제는 여기서부터였다. 일찌감치 S급, A급 선수 영입 소식을 알리며 로스터를 차근차근 완성해 가는 타 팀들과 달리 유독 kt 롤스터의 소식은 늦었다.

가장 큰 문제는 원거리딜러 포지션이었다. 2018 KeSPA컵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시점까지도 여전히 kt 롤스터는 여전히 주전 원거리딜러를 확보하지 못했다. FA 신분의 원거리딜러 선수들이 하나둘 자리를 찾아가면서 kt 롤스터를 향한 걱정 어린 시선은 커졌고, 시간이 더 흐를수록 걱정은 비판으로 변했다.

게다가 유일하게 남아있는 탑급 매물인 '프레이' 김종인을 놓쳤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비판의 강도가 거세졌다. kt 롤스터에게 남아있는 선택지는 거의 없었고, 결국 KeSPA컵이 시작되기 5일 전, '강고' 변세훈으로 그 공백을 메웠다. 냉정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S급 원거리딜러인 '데프트' 김혁규의 후임으로는 분명 한참 부족했다.


사실 kt 롤스터의 프론트와 코치진이 리빌딩을 위해 얼만큼의 노력을 기울였는지를 평가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FA 기간이 시작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걸출한 선수들과 손을 잡고 척척 로스터를 채우던 다른 팀과 달리 kt 롤스터는 버벅거렸고, 완성된 로스터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노력 여하와 관계없이 준비 과정은 분명 미흡하고, 부족했다.

스타크래프트 시절부터 오랜 기간 e스포츠 팀을 운영한 명문 게임단에서 한 해 농사의 시작인 스토브 리그 동안 이런 움직임을 보였다는 것 자체가 비판의 여지를 만들 수밖에 없다. 프로는 결과로 이야기해야 한다는 말처럼 이후 경기력이 좋았다면 모를까, 승강전까지 내려앉은 이제는 그때의 미흡함이 더 큰 비판을 받는 게 당연하다.


하체는 역시나, 상체는 왜?
믿었던 상체의 부진+무기력한 하체

2019 시즌을 위해 완성된 kt 롤스터의 로스터는 탑 '스맵' 송경호와 '킹겐' 황성훈, 정글 '스코어' 고동빈과 '엄티' 엄성현, 미드 '비디디' 곽보성, 원거리딜러 '강고' 변세훈과 '제니트' 전태권, 서포터 '스노우플라워' 노회종과 '미아' 최상인이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가장 부족해 보이는 요소는 안정감이었다. 신예 선수들에게 안정감을 기대하기는 당연히 힘들고, '스맵'과 '엄티', '스노우플라워'는 경력은 기나, '쓰로잉' 기질이 약점으로 꼽히는 선수였다. 이를 탄탄하게 묶어주는 존재가 결국 미드-정글인 '스코어'와 '비디디'였는데, 문제는 '스코어'의 부상이었다.


시즌 초, 아직은 호흡을 맞추어 나가야 하는 시점에서 '스코어'의 부재는 생각보다 타격이 컸다. 상체 쪽에서 초반 이득을 가져가더라도, 이를 제대로 굴리지를 못했다. 운영 단계에서 계속해 문제가 발생했고, 자주 등장하는 '쓰로잉' 장면도 역시나 발목을 잡았다. kt 롤스터는 순식간에 최하위권으로 떨어졌다.

특히, 믿었던 리빌딩의 중심이었던 '스맵' 송경호는 자신의 가치를 좀처럼 드러내지 못했다. 개인 기량은 확실히 이전만 못했고, 그렇다고 실수나 던지는 플레이가 줄어든 것도 아니었다. '스코어'가 없을 때에는 분명 팀을 이끌어야 하는 위치였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아보였다.

중반부터 다시 주전차리를 꿰찬 '스코어'도 동선이나 갱킹에서는 준수한 모습을 보였으나, 흔들리는 팀 전체를 이끌만한 캐리력은 보여주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또다른 에이스 '비디디'는 부담감 때문인지 시간이 흐를수록 폼이 점점 망가져갔다.

봇 듀오는 역시나였다. kt 롤스터의 원거리딜러가 주목받았던 순간은 비원딜 챔피언이 등장하던 시기의 '제니트'였는데, 이마저도 승리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주전이었던 '강고'는 약한 라인전, 최악의 한타 포지셔닝 등 모든 면에서 단점만을 보여주며 혹평을 받았다.

'스노우플라워'는 오더와 초반 플레이메이킹이 장점이라고 평가받던 선수였는데, 좀처럼 빛을 발하지 못했다. 서포터의 기본이 되는 시야 장악에서 약점을 드러냈던 게 더 큰 문제로 작용해 팀의 운영 미숙과 직결됐다. '강고'와 함께 라인전에서부터 무너지는 모습을 자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하체는 사실상 예견된 문제였고, 더 큰 책임은 되돌아가 베테랑 선수가 포진한 상체에 물을 수밖에 없다. 중심을 잡아주는 것을 넘어서 승리를 이끄는 에이스가 되어야 했던 상체가 힘을 전혀 쓰지 못했기 때문에 승강전행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함께 승강전 경합을 벌였던 젠지 e스포츠-아프리카 프릭스가 kt 롤스터와 다른 점은 하나다. 그들에게는 '룰러' 엔딩과 '기인' 열전이 있었다. 팀의 부진 속에서도 승리의 열쇠가 되어주는 특급 에이스가 존재했다는 것이다. kt 롤스터에서 그 역할을 해냈어야 하는 건 '스맵'과 '비디디'다.

이제 kt 롤스터는 정말 벼랑 끝에 몰렸다. 한발만 더 미끌어지면 그대로 2부 리그다. 지금보다 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스맵'-'스코어'-'비디디'라는 이름이 2부 리그에 있는 장면은 상상이 되지 않지만, 지금 눈 앞에 놓인 승강전도 상상 밖의 일이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