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일(2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부산 VR페스티벌 컨퍼런스' 현장에서 게이머들에게 익숙한 '언리얼 엔진'을 이용해 360도 VR 인터랙티브 영상을 제작하는 과정에 대해 설명한 강연이 열렸습니다. 부산 VR페스티벌 현장에서도 직접 시연해볼 수 있는 '거제도'입니다.

실제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 있었던 사건을 재구현하여 체험할 수 있던 이 무비는, 거제도 포로수용소 유적 공원에 배치되어 관람객들이 체험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담당한 '매크로그래프'는 언리얼 엔진을 이용해서 가상의 세계를 구현했고, 모션 캡쳐와 페이셜 캡쳐를 이용해서 인물들을 구성하고 사건을 체험하는 영상을 제작했습니다.

매크로그래프의 조성호 VR본부장

부산 VR페스티벌에 전시된 '거제도'

본 강연에 앞서 회사를 간략하게 소개한 조성호 본부장은, 이어서 본격적으로 '거제도'를 제작한 과정을 설명했습니다. 매크로그래프에서 제작한 VR 인터랙티브 무비 '거제도'는, 1952년 한국 전쟁 당시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 있었던 폭동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도록 제작됐습니다. 이는 KOCCA의 지역 특화 콘텐츠 사업의 일환이었죠. 프로젝트에 착수하여 본격적인 '거제도' 영상 제작에 앞서 기획한 콘텐츠를 돌아보며 매크로그래프는 몇 가지 사항을 체크했습니다.


1) "목표에 충실한가"
=우선을 목표를 다시 한 번 체크합니다. 영상 제작의 목표는 거제도 포로수용소 폭동 사건을 자연스럽게 '체험'하는 것입니다.

2) "목표를 이루기 위해 VR로 제작할 필요가 있는가?"
=실제로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는 폭동이 있었습니다. '반공' 포로와 '친공'포로가 함께 있어서 다툼도 매우 잦았고, 이 콘텐츠는 '팩트'를 다룬 첫 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3) 예산, 인원, 시간에 핑계대지 않을 수 있는가?
='양'을 줄이고 '퀄리티'를 올려서 예산과 인원, 기한에 맞춰 콘텐츠를 제작을 결정했습니다.

"실제로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는 폭동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걸 VR로 만들어보자는 게 목표였고, 자연스럽게 전달하기 위해서 게임과 어트랙션 요소를 넣기로 정했습니다. 목표는 '라스트 오브 어스'의 반은 가도록 만들어보자는 거였죠. 시간이나 예산은 많이 부족했지만 그래도 비슷하게 나오면 성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거제도'는 실제 사건을 재구현했다.

이어서 조성호 본부장은 제작을 위한 다섯 가지 요건을 설명했습니다. 쉽게 말하면 스토리텔링에 필요한 다섯 가지 요소인 배경과 인물, 복선, 사건, 그리고 결말입니다. 영화에서도 아주 자주 사용되는 일반적인 스토리텔링 요소이지만, 실제로 VR 영상을 제작하는 것과 매우 달라집니다.

영화나 영상을 제작할 때, 배경은 '시간과 공간'을 고민해야 하고, 인물은 '캐릭터를 선택'하면 됩니다. 그리고 복선은 '이야기 구조'로 풀어 나갈 수 있고, 사건에 몰입하도록 '극적인 연출'을 가미할 수 있죠. 그리고 '갈등이 해소'되면서 결말을 맞게 됩니다. 하지만 VR 영상 제작은 이런 요소에서 우선적으로 생각할 부분이 조금 다릅니다.

영화 제작과 VR영상 제작에서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할 부분이 다르다.

배경 - "드로우콜"

우선 배경을 만들면서 '드로우콜' 개념을 생각해야 합니다. 프레임이 끊어지면 유저들은 크게 거부감을 갖고 멀미 현상도 발생하죠. 하지만 디바이스의 사양은 한계가 있기에, 한꺼번에 많은 사물이 그려지는 와중에 가장 합리적으로 데이터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야 됩니다. 멋진 배경을 만들 순 있어도 멀미가 쉽게 발생할 수 있죠.

메크로그래프가 '거제도'를 제작하면서 맞춘 드로우콜은 90프레임, 120Hz에 맞추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포로수용소에는 1만 개가 넘는 텐트가 있었지만 이를 크게 줄이고, 다른 부분은 '숲'으로 구현해서 렌더링 되는 개체들을 줄였습니다. 그리고 원경을 덜 보이도록 탱크나 주변에 큰 사물들을 배치했죠.


인물 - "모션, 페이셜 캡쳐는 어디서 초점을 맞출 것인가"

메크로그래프는 그동안 많은 VR 영상들을 제작해왔는데, 한가지 깨달을 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미녀는 VR을 싫어한다"는 사실이죠. 실제로 VR 콘텐츠를 제작하면서 현실과 거의 유사한 미녀들을 가상공간에 구현할 수 있었지만, 사실상 엔진이 표현하는 한계도 있고 실제로 이렇게 만들면 제대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폴리곤을 줄이게 되는데, 그러면 현실보다는 좀 '덜 예쁜' 사람이 만들어지게 되는거죠.


그동안의 제작 경험에서, 메크로그래프는 나름대로의 비법을 터득했습니다. 캐릭터 제작을 하면서 '특성을 강조할 수 있는 부분'을 강조하고 나머지는 날리는 것이었죠. 예를 들어서 피부의 주름이나 검버섯, 흰머리 같은 부분요. 악당 캐릭터의 경우는 표정과 옷이 접히는 부분을 디테일하게 만들고, 나머지는 생략의 과정을 거치니 폴리곤을 적게 쓰고도 좋은 퀄리티를 확보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모든 결과를 '프리 비주얼' 작업으로 완성했습니다. 완성된 모습이 아닌 '마네킹' 같은 모습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동영상을 만들고, 이를 똑같이 재현하는 방식인데 이는 영화에서도 자주 쓰이죠. 이에 맞춰서 모션과 페이셜 캡쳐를 진행합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배우가 할 수 있는 건 60% 정도입니다. 나머지 40%는 애니메이터의 역할이죠. 프로젝트의 기간과 인력이 있었으므로 가급적으로 캐릭터에 대한 세밀한 작업은 짧게 진행하려고 했다고 합니다.

디지털 액터가 모든 것을 해줄 순 없다.

복선 - "유저 인터렉션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

VR 콘텐츠답게, '거제도'는 복선으로 유저 인터랙션을 선택했습니다. 이를 잘 이용해서 멀티 엔딩을 만들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실패했다고 하네요. 제작하는 입장에서는 인터렉션이 있음을 강조했지만, 그걸 안내하는 UX가 부족해 불친절했던 점을 실패 요소로 꼽았습니다. 추가로, '거제도'는 유저들이 현재 여기가 어디이고, 이 사람은 누구인지 안내하는 자막을 옆으로 길게 세워 넣음으로써 사건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도록 구조를 짰습니다.


사건 - "시뮬레이터의 움직임"

VR 시뮬레이터를 이용한 영상인 만큼, 시뮬레이터의 움직임도 경험에 큰 영향을 줍니다. 유저들에게 시간을 부여해서 이리저리 움직이거나 주변을 둘러볼 수 있게 했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시 사건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콘텐츠를 구성했습니다. 그리고 시뮬레이터가 마냥 흔들리는건 좋지 않기에, 사람들이 가장 인상을 깊게 받을 수 있는 시작과 끝에 비중 있는 큰 움직임을 넣었습니다. 중간중간 흔들리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처음과 끝을 포함해 강렬한 기억으로 남을 수 있는 움직임은 총 네 번이었습니다.


결말 - "확장 콘텐츠, 체험이 끝나도 더 '놀 수 있는 무엇인가'가 필요하다"

영화에서의 결말은 간단합니다. 죽거나 혹은 살거나로 요약할 수 있겠죠. 하지만 '거제도'는 '회상'으로 마무리하면서 시뮬레이터 체험을 마치고 나서도 '무엇인가'를 더 할 수 있도록 계획합니다. 이를 위해서 현재 '거제도'와 관련된 VR 게임을 제작 중이며, 5분 내로 끝낼 수 있는 콘텐츠를 기획하고 있다고 합니다.

메크로그래프가 제작중인 '거제도' 프리퀄 VR게임.

조성호 본부장은 향후 'HMD'가 개선되지 않는 이상 낙관적인 미래는 예측하기 힘들 것 같다고 견해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HMD가 획기적으로 좋아지기 전에도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죠. 아직은 HMD를 이용해 VR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는 PC의 보급량이 전 세계에서 0.8% 정도뿐이기에, 그만큼 '특별한 경험'을 만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끝으로 그는 '스타워즈'의 조지 루카스 감독의 멘트를 빌려 콘텐츠 제작 능력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며 강연을 마쳤습니다.

"스타워즈의 제작자 루카스는 이런 말을 했죠. '특수효과로는 돈을 벌 수 없다. 영화를 만들어라'라고요. 저는 이게 의미가 있는 메시지라고 봅니다. VR을 디바이스나 기술, 그래픽카드에 의존하기 시작하면 미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기기 성능이 좀 떨어지더라도, 이걸 가지고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로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