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스투(ustwo)의 케빈 하퍼(Kevin Harper) 개발자

올해 10주년을 맞이한 PlayX4(이하 플레이엑스포)에서는 재밌게 즐길 수 있는 게임 외에도 유익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컨퍼런스가 함께 진행됐다. 금일(10일) 진행된 플레이엑스포 컨퍼런스는 개발자, 기획자, 마케터 등 다양한 게임 업계 종사자를 위해 마련됐다. 산업의 미래와 글로벌 시장을 전망하기 위해 국내외 게임 전문가가 연사로 나섰다.

VR 게임 산업의 미래를 조명하기 위해 개발사 어스투의 케빈 하퍼 개발자가 ‘미래 VR 게임 챌린지에 대한 탐구’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어스투는 아름다운 그래픽과 퍼즐 게임으로 유명한 ‘모뉴먼트 밸리’ 시리즈의 개발사이다. 현재 어스투는 게임뿐만 아니라 다양한 디지털 플랫폼의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케빈 하퍼 개발자는 먼저 VR 개발의 답을 제시하기 위해 강연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VR 개발에 있어서 해결되지 않은 과제를 개발자들끼리 함께 머리를 맞대기 위해 자리에 섰다고 전했다. 그래서 새로운 시각을 조명하고 어디서 우리의 생각을 바꿔야 하는지, 또 새로운 매체에 어떻게 적응해야 하는지 함께 고민하길 원했다.

그는 개발사 어스투의 개발 방식을 먼저 소개했다. 어스투에서는 본격적인 VR 프로젝트 시작 전에 한 시간 내외로 프로토타입을 만들어본다. 개발자나 기획자의 어떤 아이디어라도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확인해 보며, 만약 한 시간 내로 ‘뭔가’를 할 수 있다면 상당히 생산적인 과정이라고 평가한다. 앞의 ‘뭔가’는 프로토타입으로 기존의 난제를 해결하거나 해결한 팁을 얻게 되는 것이다.

케빈 하퍼 개발자는 과거 어스투의 사례를 한 가지 소개했다. ‘VR 수영 콘텐츠’ 프로토타입을 개발할 적에는 수영에 대한 역학적인 요소를 어떻게 구현할지가 난제였다. VR로 사람이 물에 뜨는 화면을 구현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어려운 것은 ‘뜬 느낌’을 사용자에게 주기 어렵다는 점이었다. 그는 “사용자가 (컨트롤러를) 가만히 두면 가라앉게 되며, 어떻게 해도 수영하는 느낌을 주기 힘들었다”고 전했다. 아무리 VR 영상이 물 속이나 수영하는 장면을 보여주더라도 현실은 컨트롤러만 휘젓고 물 안에 없기 때문이다. 현실과 VR 경험의 이질감이 컸다.

▲ 현실에서 아무리 휘저어도 진짜 수영 느낌을 주기 힘들었다

프로토타입에서 문제를 찾고, 해결하기 어려웠더라도 어스투는 ‘의미가 없다’고 평가하지 않았다. 그들은 수영하는 느낌을 주기 위해 ‘물에 대한 두려움’에서 힌트를 얻었다. 만약 물에 빠져 수영하기 어려운 상황에 빠지면 누구나 두려움을 가지기 마련이다. 어스투는 이 두려움을 콘텐츠로 이용했다. 예를 들어 밤에 파도가 높고 폭풍이 몰아치는 VR 경험을 주고 10m 앞에 있는 NPC에 가면 튜브를 얻을 수 있게끔 만들었다. 그렇게 되니 사용자는 ‘살기 위해’ 물에 뜨도록 팔을 보다 더 격하게 휘저었다. 두려운 VR 경험이 현실의 행동으로 이끈 것이다.

“난제를 피하고 가능한 것만 만든다면, 어쨌든 게임을 나올 것이다. 잘 팔릴 수도 있다. 그러나 오래도록 사랑받는 게임을 만들 수는 없다. 속칭 AAA급 게임을 만드는 회사는 난제에 직접 부딪히고 해결해왔다. 그 덕분에 유저에게 오래도록 사랑받는 게임을 만들 수 있었다. 그래서 성공했다. ‘블리자드’ 같은 게임사는 우연히 생기지 않는다.”

또 다른 사례는 VR FPS 개발 중에 있던 일이다. 어스투는 소총을 다루는 VR FPS 게임의 프로토타입을 만들었는데, 기존 리모콘으로는 소총의 느낌을 주기 힘들다는 문제가 있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소총의 무게와 리모콘의 무게가 너무 차이 났다. 또한 소총은 일체형인 데 반해 리모콘은 양손에 각 하나씩 다뤄 이질감이 생겼다. 당시 어스투는 ‘이건 단지 불편한 거’라고 여겼다.

▲ VR 기기 오타쿠 브랜든

난제의 해결 방안은 포기하고서 2개월 뒤 브랜든(Brandon J Laatsch) 개발자가 올린 영상에서 찾았다. 케빈 하퍼는 “그는 다소 오타쿠같은 개발자”라고 소개했다. 다양한 VR 기기를 만드는 브랜든은 모형 소총을 이용해 VR FPS 컨트롤러를 제작했다. 소총은 드는 거 외에도 어깨 견착으로 주는 느낌이 중요했는데, 브랜든은 어깨 견착 후 움직임을 게임 내 캐릭터 이동으로 활용했다. 이 아이디어를 참고해 프로토타입을 새로 만드니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케빈 하퍼는 “하루아침에 대단히 좋은 결과가 나왔다”라며 “양손으로 잡는 느낌과 물리적인 느낌까지 제대로였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그는 VR 개발의 세 가지 어려움을 소개했다. 이 문제는 아직 어스투 개발자들도 해결하지 못했음은 물론 많은 VR 개발자의 난제라고 설명했다.

VR 개발의 첫 문제는 ‘인벤토리’이다. 게임 ‘애리조나 선샤인’의 방식은 괜찮지만, 가상현실 게임의 인벤토리는 직관적이지 못하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나왔지만 “아직까지 만족할 만한 방법은 나오지 않았다”고 그는 전했다. 허리에 마법 주머니와 같은 인벤토리를 만드는 방안도 생각했지만, 굉장히 큰 무기를 허리에 넣는 장면은 부자연스러웠다. 케빈 하퍼 개발자는 “이미 나온 접근 방식을 취하지 않고 관점을 달리해야 할 거 같다”고 말하며 어스투 역시 새로운 관점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소개했다.

▲ VR로 깔끔하게 보여줄 방법이 있을까?

다음으로 ‘무게감’이다. 과거 ‘에버퀘스트’에서는 캐릭터가 장비나 아이템 등으로 ‘무거워지면’ 움직임이 느려졌다. 그리고 느려진 속도로 인해 다른 유저로부터 공격받을 위험이 커졌다. 그런데 VR 게임의 경우 무게감을 주기 힘들다. 캐릭터가 아무리 무거워져도 현실의 장비는 가볍기 때문이다.

어스투는 무게감을 주기 위한 시도로 ‘진동’을 택했다. VR 콘텐츠 속 오브젝트의 무게에 따라 떨리는 이미지를 준 것이다. 프로토타입으로 만들어 시험해보니 꽤 효과적이었다. 그는 “진동 애니메이션을 추가하니 사용자가 정말 무거운 물건을 드는 거처럼 힘을 주어 컨트롤러를 쥐었다”며 한 시간을 하니 손이 얼얼했다고 전했다. 그리고 이외에도 무게감을 줄 수 있는 다른 물리적인 방안을 찾길 원했다.

마지막은 ‘헬프 시스템’이다. 캐릭터의 에너지양을 볼 수 있는 ‘HP 바’나 게임 중간마다 뜨는 도움말이 해당된다. 현재 VR 게임의 경우 캐릭터 피가 닳거나 위험한 수준까지 떨어지면 시야 자체를 가리는 방식으로 보여준다. 그런데 이 방식은 ‘다소 지저분하다’고 케빈 하퍼는 평가했다. 그리고 VR에 맞는 ‘HP 바’나 상태 표현을 같이 고민해보자고 권했다. 끝으로 그는 “향후 몇 년 동안 우리 VR 개발자가 이 문제들을 해결하고 다음 주제로 넘어가길 바란다”며 강연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