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항해시대에서 쓰이는 화폐의 단위는 두캇이다.
알파벳 표기로는 ducat 이며, 두캇이나 두카토로 표기되곤 한다.


게임 내 화폐의 경우 그 가치는 대부분 기획자 임의대로 설정이 가능한 것이지만,
16 세기 전반기의 대항해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게임이니만큼
두캇이라는 화폐 역시 역사에 기반하고 있기에 한번쯤은 궁금증이 일어날 법도 하다.


두캇은 베네치아에서 만든 금화로 그 당시의 통용되던 국제 화폐이기도 했다.
각 나라마다 독자적인 화폐가 있었으나 마치 오늘날의 미국 달러처럼
국제 거래에서의 기준이 되었던 기축 통화 역할을 했던 화폐.


게임 내에서야 하루에 수십만 두캇을 벌어들이는 것이 그리 어렵진 않기에
그저 타 게임의 일반적인 골드 단위로 생각될 수도 있으나,
실제 역사속에서의 두캇이 지닌 가치는 그리 만만하지 않다.


ㅁ 세계사에도 등장하는 피렌체의 메디치. 1453 년 당시 메디치의 재산은 20 만 두캇.
ㅁ 1500 년, 지중해 최강의 경제력을 자랑하는 베네치아의 국고 수입은 연간 115 만 두캇.
ㅁ 1423 년의 베네치아의 수출 및 수입의 규모는 각기 1,000 만 두캇.
ㅁ 1423 년 당시, 베네치아에서 집세를 제외한 연간 생활비는 15~20 두캇.
ㅁ 15세기 중반 무렵, 유럽인들이 넉넉하고 여유있는 성지 순례를 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은 150 두캇.



만일 100 만 두캇을 가지고 있는 대항해시대의 유저라면,
당시 유럽 최고의 부호로 작은 왕국도 하나 세울 수 있는 금액이고
갤리선 수십척, 많게는 백척 정도의 전단을 꾸릴 수 있는 금액이다.


이 두캇이라는 금화가 처음 등장한 것은 1284 년이었다.
1251 년에는 제노바가 제노비노 라는 금화를 만들기도 했고
1252 년에는 피렌체가 피오리노 라느 금화를 만들기도 했었다.


당시 베네치아가 쓰던 은화는 그로소 디 아르젠토라고 했는데,
순도 0.968 에 2.18 그램의 무게를 지니고 있던 대은화였으며,
순도 0.25 에 0.362 그램의 무게를 지닌 비콜로 라는 소은화도 존재했었다.
물론 그 당시 지중해 세계의 국제 통화는 바로 이 그로소 라는 대은화였다.


유로화로 통합되기 전까지 이탈리아는 리라 라는 단위를 쓰고 있는데,
역사서를 보다 보면 리라 라는 단위도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리라 라는 통화 자체는 존재하지 않는 기재상 단위였다.
그 당시 1리라 디 그로소 하면 240 개의 대은화(그르소)를 뜻하는 것이었다.


국제통화로 통용이 되던 대은화를 쓰고 있던 베네치아가
두캇 이라고 불리우는 금화를 만든 해는 1284 년 부터였다.
과연 두캇이라는 금화가 지니고 있던 가치는 어느 정도였을까 ?


참고로 금의 단위는 14K, 18K, 24K 등 여러가지가 있는데,
금의 함유량이 24분의 18 인 것을 18K 라고 하며
마찬가지로 금의 함유량이 24 분의 14 인 것이 14K 이다.
그래서 24K 는 순금인 것이고 보석상에서 더 비싼 것이다.


ㅁ 두캇은 3.56 그램에 순도 0.997 로 24K (즉 순금) 금이 사용되었다.
ㅁ 두캇 발행 이후 베네치아가 망하는 500 년 뒤까지 순도는 변하지 않았다.
ㅁ 1328 년, 1 두캇 = 24 대은화(그로소) 로 고정되었다.
ㅁ 즉 금 3.56 그램 = 은 52.32 그램 으로 가치가 고정된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금의 가치는 과연 어느 정도일까 ?
현재 국내, 국제적으로 거래되고 있는 금의 시세는 대략 다음과 같다.


ㅁ 순금 1 돈의 국내 가격은 59,000 원
ㅁ 1 온스의 국제 거래 가격은 미국 달러 기준으로 436 달러 (443,000 원 정도)
ㅁ 1 돈은 3.75 그램, 1 온스는 31.1035 그램이다.
ㅁ 국제 시세와 국내 시세에서 약간의 차이가 발생하는데 이는 운송료 정도로 보면 될 것이다.



즉, 순금 1 돈에 해당하는 3.75 그램의 가격이 59,000 원 정도이니
순도 0.997 의 24K 금화 3.56 그램인 1 두캇의 현재 가치는 56,000 원 정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백만 두캇을 가진 당신은 560 억원이라는 거금을 소유한 백만장자인 것이다.




[ 이것이 그리 보기만큼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 ]



훗날 15~16 세기에 이르러 금화와 은화의 비율을 표기할 때 솔디라고 표기되어 있었다.
10세기경 콘스탄티노플의 입항 요금 계산에 솔디라는 금화가 사용된 적도 있다지만,
이 솔디라는 단위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파악이 힘들고 리라 라는 단위 역시 마찬가지이다.
(위에서 언급된 대로라면, 1 두캇 은 10 리라에 해당되나
1529 년의 미켈란젤로에 관련된 책에는 1 두캇이 14.7 리라, 1리라 = 20 솔디 라고 되어 있기도 하다.
화폐단위라는 것이 항상 바뀌기 때문에 전문 연구가가 아니라면 파악하기 힘든 점이 있다)


일단 위의 글을 작성하는 데 주된 자료로 쓴 바다의 도시 이야기(시오노 나나미 작)에 근거하자면,

ㅁ 1455 년, 1 두캇 금화 = 124 솔디 은화
ㅁ 1515 년, 1 두캇 금화 = 124 솔디 은화 (변동 없음)
ㅁ 1593 년, 1 두캇 금화 = 200 솔디 은화 (은 함유율이 3분의 2로 감소)

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미켈란젤로에 관한 책에 근거하자면, 1 두캇 = 294 솔디가 되어야 한다)



신대륙에서의 은의 유입으로 16 세기 유럽에는 인플레이션이 크게 일어났고
이로 인해 1570 년의 베네치아의 연간 국고 수입이 200 만 두캇으로 증가했다고 되어 있다.


하지만, 은의 함유율이 3분의 2로 감소했기에 실제로 금과 은과 비율은 별다른 변동이 없는 듯 한데,
전반적으로 금과 은의 유통량 자체가 대폭 증가하여 인플레가 발생했던 듯 싶다.


이 외에 책별로 단위가 다르거나 기록이 서로 다른 것도 있고
또 중세 화폐에 대한 전문 연구자가 아니기에 여기가 한계인 듯 하다.
참고로 1668 년의 베네치아의 연간 국고 수입은 300 만 두캇 가량이었다.


현실에서도 금은 일반 화폐와 동일하게 취급된다.
금은 여타의 일반 보석이 아니라 화폐 그 자체이기도 했으며,
그래서 현재도 재산 보관용으로 각종 금괴나 골드바를 사두기도 하는 것이다.


그래서 불과 삼십년 전까지만 해도 중앙은행이 보유한 금에 따라서 화폐 발행이 조절되었는데,
2차대전과 함께 성립된 브레튼우즈 체제가 바로 금을 근거로 한 체제였던 것이다.
(브레튼우즈 체제는 중고등학교 사회나 정치경제 시간에 들어보았을 것이다)


즉 1944년, 미국은 금 1온스(31.1035 그램) = 35 달러 로 가격을 고정시켜 놓은 뒤,
각국의 통화를 달러에 대해 고정적인 환율을 유지토록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만일 환율에 변동이 발생치 않게 미국을 위시한 각국이 개입을 하도록 한 것이다.
이 당시만 해도 달러를 가져가 금으로 바꾸어 달라면 바꾸어줘야만 했다.
(당시 전 세계에 있는 금의 60 % 를 미국이 가지고 있었다)
어찌보면 금을 중앙은행이 가지고 있는 대신, 이 금을 달리 표현한 것이 화폐였고
실 거래에서는 금이 아니라 금을 대체한 화폐가 사용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1971 년, 이 브레튼 우즈는 깨졌고 미국은 금과 달러의 교환을 중지해버렸다.
그래서 성립된 것이 1976 년의 킹스턴 체제이며, 바로 현재와 같은 변동환율제이다.
더 이상 화폐는 중앙은행이 보유한 금의 양에 비해 발행되지는 않는다.
다만 중앙은행, 즉 해당 정부의 신용과 공신력에 근거를 두고 가치를 지닌다.


하지만 금과 은에 근거한 수천년의 화폐 제도의 역사가 있기에
여전히 금은 현실의 화폐와 동일하게 취급이 되고 있는 것이다.


참고삼아 언급하자면 항해에서 중요한 것은 바람인데,
그 당시 쓰이던 바람의 명칭은 다음과 같다.


ㅁ 북풍: 트라몬타나, 트란스 몬타나의 약칭으로 산 저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라는 뜻이다.
ㅁ 북동풍: 그레코, 그리스를 뜻한다.
ㅁ 동풍: 레반트, 태양이 뜨는 동쪽을 뜻한다. 그래서 동지중해 시장을 레반트 시장이라고도 한다.
ㅁ 남동풍: 시로코, 시리아 방향에서 불어온다는 뜻이다.
ㅁ 남풍: 아우스트로, 오스트레일리아 라는 국명의 유래라고 한다.
ㅁ 남서풍: 리베치오, 리비아 방향에서 부는 바람이라는 뜻이다.
ㅁ 서풍: 포넨테, 태앙이 지는 방향이라는 뜻이다.
ㅁ 북서풍: 마에스트랄레, 로마가 있는 방향에서 불어오는 바람이라는 뜻이다.



추가 참고사항으로 16세기 중반 유럽 세계의 인구를 살펴보자면 대략 다음과 같다.


ㅁ 스페인: 800 만
ㅁ 포르투갈: 100 만
ㅁ 독일: 1,000 만
ㅁ 프랑스: 1,600 만
ㅁ 이탈리아(베네치아 제외): 1,100 만
ㅁ 베네치아(본토 속령 포함): 145 만 (도시의 인구는 20만을 넘은 적이 결코 없었다)
ㅁ 영국: 300 만
ㅁ 오스만 투르크(이집트, 북아프리카 제외): 1,600 만



당시 후추의 단위가 칼리코였는데, 칼리코는 과연 어느 정도일까 ?

ㅁ 15 세기 전반기 베네치아의 후추 구입량은 2,100 칼리코 가량
ㅁ 당시 1 칼리코를 베네치아 상인들이 레반트 시장에서 구매하는 가격은 40~50 두캇
ㅁ 베네치아가 구매했던 후추의 량은 대략 3만톤 내외.
ㅁ 아마도 1 칼리코는 15 톤 내외가 아니었을까 하며, 후추의 가격은 톤당 3 두캇 정도가 될 듯 하다.



현재 게임상에서야 두캇이 일반적인 화폐 단위로 수만, 수십만 두캇도 거래되고
클로즈 베타를 지나 오픈베타, 상용화에 이르면 수백만, 수천만 두캇을 지닌 유저도 나올 터이다.
물론 거래의 단위 자체가 다르기에 비교를 한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일이 될 것이다.


대항해시대의 배경이 되는 중세로 되돌아가자면,
앞서 말했던 대로 백만 두캇만 하더라도 당시 유럽 최고의 부자가 되기에 충분한 금액이며,
지중해 최고의 부국이었던 베네치아의 연간 수입과 맞먹는 금액이었던 것이다.
(인구 차이에도 불구하고 당시 베네치아의 국고 수입은 다른 나라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았다)


이쯤되면 대항해시대가 아니라 대제국건설이 되어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역사를 뛰어넘는 지중해 최고의 부호를 한번쯤은 꿈꿔보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ps: 혹 16 세기 초엽의 유럽과 지중해의 역사적 상황에 궁금하다면 일전에 쓴 기사가 있으니 참조하길 바란다.

ㅁ 1520 년대, 그때의 유럽 세계는 ?





Inven LuPin
(lupin@inv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