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된 주민등록법이 9월 25일(월) 부로 발효되었습니다.


각 게시판들을 둘러보니 개정된 주민등록법과 관련해 계정거래를 둘러싸고 여러가지 질문들이 많이 나오고 있으며, 예전에 판 계정을 다시 회수하겠다는 내용의 글이나 과거에 계정을 판 것으로 인해 처벌을 받지 않겠는가 하는 질문글들이 종종 보이더군요. 심지어는 계정을 구매하여 사용하다가 캐릭터를 모두 삭제하거나 계정 자체를 포기했다는 내용도 보았습니다.


물론 현재로서는 모든 것이 가능성(확률)의 높고 낮음일 뿐이며, 모든 것이 정확하게 법적으로 판단이 내려진 것은 아니지만, 추정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이번 개정된 주민등록법과 계정거래와의 관계를 몇가지 질문으로 꾸며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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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오래전에 계정을 사거나 팔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개정된 법률로 인해 처벌을 받을까요?


2006년 9월 25일 이전에 계정을 거래한 것으로 인해 처벌을 받지는 않을 것입니다.

법률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소급적용을 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과거에 진행된 일을 가지고 처벌하진 않는 것이 일반적이며, 소급적용을 할 경우에는 소급적용을 한다는 별도의 규정을 두는 것이 보통입니다. 이번 개정의 경우 소급적용에 관련된 이야기가 없기 때문에 과거의 거래내역으로 인해 처벌을 받을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 2. 오래전에 계정을 샀습니다. 그런데 법률 개정 이후에도 계속 그 계정을 사용한다면, 처벌을 받을까요 ?


이 부분이 조금 애매하긴 한데, 처벌을 받을 확률은 별로 없어보입니다. 처벌을 받게 된다면 오히려 모순적인 문제가 발생을 하기 때문입니다.

판매자와 구매자가 서로 합의하여 계정을 원 소유자에게 (다시 댓가를 받고) 돌려주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나, 이 경우 계정 거래를 역으로 다시 하라고 하는 셈이 되어 모순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고 원 소유자 임의대로 회수를 하게 되면, 이 경우 원 소유자는 사기죄를 저지르는 셈이 됩니다.

또한 (과거에) 계정 거래가 불법으로 명시되지 않아 오랫동안 실질적으로 거래가 이루어져왔는데, 어느 날 갑자기 기존에 거래된 수많은 계정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면 이 역시 구매자들의 이익을 침해하고 원 소유자가 부당 이득을 취하게 될 소지가 높습니다. 그리고 구매자가 처벌을 두려워 해 신고하지 못할 것을 이용, 판매자가 계정을 임의대로 회수할 수 있는 사태가 벌어지기 때문에 이 역시 새로운 문제로 대두됩니다.

따라서 기존에 구매해서 사용하던 계정을 계속 사용하는 것이 처벌대상이 된다고 하면, 위와 같이 파생되는 문제점들이 많기 때문에 기존 구매 계정의 사용에 대해 처벌을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오히려 9월 25일 이후에 계정을 거래한 것에 대해서 처벌하는 것이 논리적으로는 더 쉬운 편이죠.

아래 질문에서도 자세히 말을 하겠지만, 만일 처벌 대상이라고 하면 법적으로 조정 기간을 두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입니다. 법이 바뀌어 불법이 아닌 것이 불법이 된다고 할지라도, 기존에 거래되었던 것을 그대로 인정해주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입니다. (쉬운 예로, 친일파 재산 환수를 하려 해도 친일파의 부동산이 오래전에 거래를 해서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 있다면, 그 부동산을 가져 오지 못하고 대신 친일파의 다른 재산을 환수해와야 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또한 법률 규정을 살펴보면, 부정 사용에 대해서 처벌한다고 되어 있는데, 이 부정 사용의 범위가 어디까지인가에 대해서는 아무런 내용이 없습니다. 시행령과 시행규칙에도 아무런 내용이 없지요. 이런 경우 죄형법정주의의 차원에서 계정거래를 처벌하기 어려운 구석이 있습니다. 그리고 본인의 동의 여부를 부정 사용에서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문제도 전혀 해석이 되어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처벌을 받을 가능성은 별로 높지 않으며, 설사 처벌을 받더라도 매우 낮은 수준의 벌금이 아닐까 합니다.



■ 3. 과거에 계정을 팔았습니다. 그런데 이번 법률이 마음에 걸려 회수를 할까 하는데 가능할까요?


계정을 회수하고 싶다면, 계정을 산 사람과 반드시 합의를 보아야 합니다. 이 합의라는 것은 물론 금전적인 대가를 전제로 하는 것입니다. (돈을 받고 판 것이니까요!)

그렇지 않고 임의대로 회수한다면 이것은 100% 사기죄이며, 그간의 여러 판례들은 이런 경우를 사기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혹, "주민등록법 개정으로 인해 구매자도 처벌을 받을 것이기 때문에 신고를 못하지 않을까"라고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과거의 구매 행위에 대해서는 소급 적용이 되지 않기 때문에 처벌받을 가능성이 별로 없고, 또 9월 25일 이후의 접속에 대해서도 2번 질문의 답변처럼 처벌받을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에, 임의로 회수한 원 소유자만 사기죄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계정 거래 및 9월 25일 이후의 접속이 처벌 대상이 되든 되지 않든 무조건 사기죄이며, 계정 거래 및 9월 25일 이후의 접속에 대해서 처벌을 받게 되더라도 사기의 처벌 강도가 훨씬 더 높을 것입니다. (이 경우 계정을 구매한 사람은 자신이 계정 거래에 따라 물어야 할 벌금보다 훨씬 더 많은 금액을 합의금으로 받게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임의회수는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 4. 이번 법률로 인해 모든 계정 거래가 처벌을 받는 것입니까?


정확한 대답은 "아무도 알 수 없다"입니다.

정확한 답이 나올려면 판례가 나와야 합니다. 판례가 나오려면 계정 거래한 사실에 대해 소송이 붙어야 하는데, 소송이 붙고 나서도 재판 결과가 나오려면 몇개월에서 1년 이상 가는 것이 보통입니다. 현재도 법률가들 사이에서 서로 의견이 갈리고 있는 부분이라고 하는군요.

대신 유추해서 해석할 수 있는 것이 하나 있는데, 9월 25일 이후에도 각종 거래 사이트들은 계정 거래를 여전히 지원하고 있습니다. 명확하게 계정거래가 불법이고 처벌 대상이라면, 당연히 계정 거래를 지원하고 있는 거래 사이트들은 불법 알선에 해당되기 때문에 9월 25일부터는 계정 거래 자체를 지원하지 않아야 합니다. 지원한다면 "영업 정지 + 대표자 구속"의 조치가 내려질 것입니다.

하지만, 거래 사이트들이 계정 거래를 여전히 지원하고 있는 것을 보면, 거래 사이트들 역시 이런 법적 가능성을 모두 검토했고, 또 처벌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결론이 나지 않았나 추정을 해볼 수 있습니다.

이번 주민등록법 개정이 계정 거래 금지를 위한 것이라면, 계정 거래를 지원하는 사이트들에 대한 제한, 처벌 조치도 같이 포함되었어야 할 것이나, 거래 사이트들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이 없었습니다. 이번 주민등록법 개정의 경우, 개인정보를 다루는 기관이나 사람(핸드폰 판매업자나 금융권 등등)의 개인정보 불법 유출, 이런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구매해서 영업 목적으로 활용하는 사람, 작업장처럼 대규모로 타인의 개인정보를 도용하여 수익을 올리는 사람을 타겟으로 한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개인간의 거래에 대해서는 기존의 법률과 별반 다를 바 없습니다.



■ 5. 군대간 친구가 계정을 주고 갔습니다. 제가 사용하면 처벌될까요?


이 경우에는 처벌되지 않습니다. 설사 계정 거래가 처벌 대상이라고 해도 이 경우에는 처벌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부정 사용의 범위를 넓게 해석한다고 할지라도, 이 경우에는 금전적인 댓가가 오간 것도 아니고 그만한 사정이 있었으며 자발적 동의였기 때문에 이를 부정 사용으로 볼 수는 없을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금전적인 대가 없이) 상대의 동의하에 계정을 사용하면 처벌받지 않을 것입니다.



■ 6. 계정을 샀는데, 판 사람이 가져갔어요. 사기죄로 고소하면 저도 처벌받을까요 ?


이 경우에 구매자가 처벌받을 가능성은 별로 높지 않습니다.

2번과 3번 질문에 대한 답변을 참조하시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법적으로 불명확한 경우, 사기죄로 신고했을 때 경찰에서 먼저 계정 거래를 가지고 처벌을 추진할 가능성은 꽤 낮습니다.

법적으로 따져보았을 때 사기죄를 오히려 방조하도록 하는 규정은 모순이 되기 때문에, 설사 처벌을 받더라도 임의로 가져간 판 사람이 훨씬 더 큰 처벌을 받을 것입니다.



■ 7. 산 계정에 있는 캐릭터를 (캐릭터 이전 서비스가 있기 때문에) 임의대로 판 사람이 가져가면 ?


6번과 같은 문제입니다. 역시 사기죄입니다.

계정 거래의 경우 해당 계정의 독점적 사용권을 기본 전제로 하고 있으며, 당연히 캐릭터와 아이템의 독점적인 사용권을 넘기는 것입니다.



■ 8. 정말 그렇게 형량이 높은가요 ?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은 단지 최대치를 말할 뿐입니다. 즉 상한선을 말하는 것입니다.

곧 사안의 경중에 따라 20 만원도, 50 만원도, 100 만원도 될 수 있다는 뜻으로, 최고 형량이 나오는 경우는 상당히 악질적인 경우가 아닌 한 드뭅니다. 따라서 계정 거래 자체가 처벌이 대상이라고 결정되어 계정을 판 사람도, 산 사람도 모두 처벌 대상이 된다고 할지라도 무조건 1천만원을 무는 것이 아니라 상당히 낮은 금액의 벌금을 물 확률이 높습니다.



■ 9. 만일 개인간 계정 거래가 처벌대상이라고 나중에 판결이라도 나면 그간 키워온 것이 무위로 돌아가는데 어떻게 해야 하죠 ?


2번 질문에서도 언뜻 이야기를 했는데, 만일 처벌 대상이라고 하면 법적으로 조정 기간을 두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입니다. 법이 바뀌어 불법이 아닌 것이 불법이 된다고 할지라도, 기존에 거래되었던 것을 그대로 인정해주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입니다. 또 계정 거래를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법률 자체가 없었으며, 계정 거래가 몇년간 쭉 이어져왔음에도 이를 법률적으로 제지한 바 없습니다.

이미 그간 많은 게임들에서 무수히 많은 계정 거래가 있어왔으며, 단지 원 소유자와 구매자와의 관계뿐만 아니라, 3대 본주, 4대 본주 등등 많은 관계가 얽혀 있고 이미 많은 금전들이 오간 상황입니다. 이 상황에서 불법이라고 판결을 하면 8년 넘게 진행되어 온 현실 그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상당한 혼란이 오게 됩니다.

유사한 예로 호주제의 위헌 판결을 볼 수 있는데, 호주제가 위헌이라고 해서 바로 호주제가 완전 폐지되거나 모든 기록이 없어지거나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에 따른 대체 입법을 만들고 현재 호주제를 그 시스템에 맞게 변형할 수 있도록 기간을 두고 (비록 호주제가 위헌이라 할지라도) 한정적으로 그 효력을 유지시키는 방식입니다.

"계정 거래가 불법이고 개인간 거래도 처벌 대상이다"라고 판결이 난다고 할지라도, 기존에 이미 무수히 많이 거래가 되어왔던 현실을 감안해서 현재 사용하고 있는 사람의 이익을 지켜주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따라서 (처벌 대상으로 판결이 나더라도) 이를 조정할 기간을 두지 않을까 추측하고 있습니다. 쉬운 예로 현재 네이버와 한게임에서 하고 있는 계정의 명의 변경 서비스처럼 조정 기간을 두리라는 것입니다.

이런 조정 기간을 두지 않으면 원 소유자가 계정을 찾는 것을 막을 방도가 없기 때문에, 계정을 구매한 사람은 돈과 계정을 모두 날리게 되면서, 원 소유자는 금전적으로도 이익을 보고, 계정 내 캐릭터와 아이템도 이익을 보는 불합리에 직면하기 때문입니다.


Inven LuPin - 서명종 기자
(lupin@inv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