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부여사 미리암이 네팔렘들에게 슬그머니 "축재자의 보석"이 어디 있는지를 일러준 것은

철저하게 계산된 일이었다.

(미리암이 금화를 모아 트리스트럼의 주인이 되려는 야망을 가졌다는 것은 지난 기록에서 밝힌 바 있다.)

 

100억이 넘는 금화를 쏟아붓고도

화살통에 "자동쇠뇌 공격력 12%증가" 마력에서 멈춘

한 네팔렘의 불만을 듣고 나서 나는 미리암과 네팔렘의 행동 주의깊게 살펴보았다.

그 네팔렘은 전 재산을 날린 후 몹시 허탈해 하였지만,

"나에게는 "축재자의 보석"이 있어. 그 정도 금화는 하루이틀 정도 열심히 사냥하면 다시 모을 수 있을거야. "

라고 말한 후 묵묵히 사냥터로 향하였다.

 

차라리 그냥 사용하거나 새로운 화살통을 구해보는 것이 어떠냐는 동료의 조언에

네팔렘은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지만,

나는 그 다음날 다시 미리암 앞에 서있는 그 네팔렘의 흔들리는 눈동자를 보았다.

또다시 헛된 희망으로 비쌀대로 비싸져버린 12%의 화살통에

50억 정도의 금화를 단 30초만에 쏟아부어 날려버린

그 가엾은 네팔렘은 

대장장이 히그리드 앞에서 잠시 머뭇거리다가

다시 무엇을 결심한 듯 굳은 얼굴로 사냥터로 향하였다. 

 

미리암의 수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마력이 좋아보이는 물건의 마법부여 의뢰가 들어오면

슬쩍 "공격속도 7%증가" 정도의 능력을 최대치로 부여해보고,

이후로도 계속 마법을 더 부여해달라는 요청을 받으면 

다시 "극대화 피해 86%증가"정도를 주어보는 것이다.

 

이 때, 최대치 능력을 포기하고

약간 부족한 "극대화 피해증가"능력을 택했다면 그 네팔렘은 이제 미리암의 손에서 놀아나게 된다.

그 네팔렘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게 된 미리암은

이제 "극대화 피해 100%증가" 라는 최대치를 절대 주지 않는다.

사냥에 지치고 금화에 영혼까지 탈탈 털린 네팔렘이

대장장이 히그리드 앞에서

뜻대로 되지 않으면 장신구를 차라리 부수어버리겠다는 맹세를 하고난 뒤에야 슬쩍

"아마 다음번에는 분명히 될 수 있을거야"라고 한 후

최대치를 주는 식이다.

 

미리암의 마법부여 방식을 눈치챈 네팔렘들이

사실은 자동쇠뇌 15%를 바라면서도 최대치의 능력이 나오기 전까지는

엉뚱하게도 "활력"에 모든 금화를 쏟아붓는 모습도 보았지만 이제는 소용없는 일이다.

미리암은 수많은 경험을 통해 이제 네팔렘의 직업과 장신구만 보아도 

그 네팔렘이 무엇이 부족해서 자신을 찾아왔는지를  잘 알기 때문이다.

 

내가 미리암에게 적당히 하는 것이 좋겠다는 조언을 했을 때

그녀는 뻔뻔하게도

예전에 네팔렘들이 "초기화 버그"를 사용하여 자신을 속인 것에 대한 복수라고 말하였는데,

버그라는 것이 벌레라는 뜻인지 아니면 또다른 어떤 마력을 의미하는 것인지,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졌던 것인지,

......

나로서는 도저히 알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