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벤 게시판에 싸질러진 글들 100개 중에 101개가 망무새 글로 도배가 돼있는데,

걔들한테 하기싫으면 하지말라고 하면, 발작버튼 눌려서 옘병떨고 ㅈ랄하겠지.

근데 솔직하게 그거 밖에 할말이 없다.



나는 억빠도 아니고 대깨블도 아니다.

나도 지금 디아블로4의 완성도가 씹창수준이라는데는 이견이 없다.

그 오랜 개발기간과 같은 장르의 수많은 선례들, 그 자본력, 인력을 가지고도 출시 단계의 완성도가 이 정도면 꽤 처참하게 박살난건 맞다고 생각한다.

각종 편의성이나 선택지의 부족, 깊이 면에서 까라고 하면 누구보다 다양하고 신랄하게 깔 수 있다.

앞으로도 나는 이 게임의 불합리한 문제점들에 대해 욕하고 지적하고 비판할 생각이다.

왜냐하면 디아블로4는 시즌제 라이브 서비스게임이니까.  앞으로의 행보와 발전을 기대하니까.

그런 의미에서 보면 망무새 글들도 일정부분 건설적으로 수용할 만 한 가치가 있는 의견들이 꽤 있긴 하다.

사실 개발자나 게임사 입장에서는 그 어떤 븅신같은 억까도 피드백으로서 쥐좆만한 가치는 있기 마련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것도 아니고 '더 이상 할게 없다.'는 소리는 진짜 개소리다.

하기 싫으니까 할게 없다고 느끼는거지, 진짜 할게 없는게 아니다.

동기부여? 

게임이 마음에 들고, 하고 싶으면 동기는 스스로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다.

이런 류의 게임에서는 특히나 동기가 될만한 요소가 거의 무한에 가깝다.




나는 POE를 한국 서비스가 시작된 3.09 군단 리그부터 해왔고,

시즌 마다 최소 2달 이상, 못해도 만시간은 족히 처박았을 것이다.

POE에서 엔드컨텐츠라고 하면 각종 5환영을 비롯해서 각종 우버보스들과 챌린지 도전 같은것이 있는데,

그것들은 빌드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최소 2~3주 정도만 되도 전부 떡을친다.

그렇게 되면 시기적으로 보나 뭘로 보나 현재 디아블로4에서 100렙찍고 악몽 90단쯤 클리어한 상태랑 비슷한 상황이라 볼 수 있는데,

지금 디아블로에서 할게 없다는 망무새들은 당연하게도 POE 또한 2~3주면 할게 없다 할게 뻔하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건 할게 없는게 아니라 더 하기가 싫은거다.



앞서 나는 POE를 시즌마다 최소 2달은 즐겼다고 했다.

빠르면 2주만에 모든 엔드컨텐츠를 클리어 하는데, 그렇다면 그 이후엔 어떻게 망무새들이 말하는 '할게 없음'상태로 번아웃 하지 않고 즐긴 것일까?

심지어 그 2달을 즐기고 시즌 오프를 한 것도 '할게 없음'은 전혀 원인이 되지 않았고, 고려사항도 아니였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 시점에도 하고싶고, 해야하는 것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존나 까마득하게 멀다고 느꼈으니까. 실제로도 그렇고.



엔드 컨텐츠를 클리어 하고서 우선 가장 쉽게 떠올 릴 수 있는건, 새로운 캐릭터와 새로운 빌드로 2회차, 3회차 플레이를 하는거다.

똑같이 한번더 액트를 밀고, 맵핑을 하고, 템을 맞추고, 엔드 컨텐츠를 도전하고...

현재 디아블로4에는 캐릭터 종류만 5가지가 있다.

할게 없다는 사람들 중에 진심으로 다섯가지 캐릭터를 다 '할게 없는'상태까지 키워 본 사람은 몇 이나 될까?

대충 한캐릭 정해서 유튜브에서 좋다는 빌드 고대로 배껴서 깨작깨작 아무 생각 없이 렙업이나 하고,

70단 80단쯤 가서 막히면 이제 스스로 '할게 없는'상태로 전환하는거지.

왜냐하면, 본인이 스스로 생각해서 빌드를 짠것도 아니고, 빌드를 새로 짜는 능력도 없고, 모르고, 관심도 딱히 없고, 그러니까 다른 캐릭 다른 빌드는....

한 마디로,

"하기 싫으니까."

그러면서 게시판에 ㅈ망겜 망해라~ 이런 똥글이나 싸지르고 키배나 뜨고있고...



그래 뭐, 최대한 양보해서 다른 캐릭터는 취향에 맞지 않아서 하고 싶지가 않을 수 있다 치자.
(물론 직접 해보지도 않고 취향이니 나발이니 말하는게 설득력은 좆도 없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다른 빌드로 2회차, 3회차 플레이 하는것보다 더 재미를 느끼고 흥미를 가지는 부분이 있는데,

이른바 빌드 최적화와 민맥싱.

흔히 빌드를 깎는다고 말하는데, 사실상 이게 진정한 엔드 컨텐츠고, 이 컨텐츠야 말로 무한에 가깝다고 할 수있다.

물론 디아블로에 비해서 POE는 구조적으로 깊이와 다양성, 선택지에 있어 엄청난 차이가 존재하긴 하지만,

디아블로 역시 무한에 가깝다고 부르기에 부족한게 아니다.

예를들어 체력이 1만에 dps가 100만쯤 되는 빌드가 있다.

수치만으로 딱잘라서 판단할 수 없는 거긴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이 수치에 집중할 수 밖에 없는 건데,

아무튼 저 스펙으로 모든 엔드컨텐츠를 클리어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할 지라도,

dps를 1%더 올리기 위해 몇 백시간을 갈아 넣어도 나 같은 사람에겐 그게 충분한 가치를 가지는 행위가 된다.

아니면 dps는 그대로, 혹은 더 낮아지더라도, 두번 클릭해야 되는걸 한번만 클릭하게 끔 한다던가,

더 오래 걸리지만 더 단단하게 만드는 과정 같은,

어떻게 보면 오히려 더 약해지는 것 처럼 느껴지는 방향도 최적화라는 범주에서는 굉장히 의미있는 행위이다.

재밌는건 POE에서 그런 것들에 수 천 수 만 시간을 갈아 넣었지만, 

빌드를 만족 할만큼 완성시키고 진정한 '할게 없음' 상태로 단 한번도 가본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다만 다음 시즌에는 부디 개미 오줌만큼이나마 좀 더 완성에 가깝게 갈 수 있기를 바라면서 시즌을 계속 반복할 뿐.




POE를 비롯하여 디아블로... 이런 류의 게임의 근본적인 재미는 거기에 있는거다.

이게 취향에 안맞고, 그렇게까지 해야하나 싶고, 항상 새로운 극적인 변화를 원하는 사람은

그냥 그 단계에서 그만 두고 다른 게임을 하거나, 계속 그냥 그 정도에서 만족하고 적당히 캐주얼 하게 즐기면 된다.

하기 싫으니까 할게 없는거고,
하기 싫으면 그만 하면 된다.




PS. 강령술사 버프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