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영재 회고록 3

 

떠나간 친구, 찾아온 친구

 

 


카르테노에서의 싸움은 무수의 사상자를 내고서 종결했다.
달의 위성 [달라가브]의 파편이 무수히 쏟아져 내린 평원은, 무참히 초토화되어 마치 [칠옥]이 지상에 나타난것같은 모양새를 보이고 있었다.

 

" 카느 에님! 생존자입니다! "

그 부름을 듣고서, 카느 에 센나는 돌아보았다.
진흙투성이의 군장에 몸을 싼 쌍사당의 병사가 크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 이쪽입니다. 마도 아머의 잔해 아래에서 신음 소리가! "

카느 에가 달려가보니, 확실히 검은 잔해 아래에서 작게 목소리가 들렸다.
5명 정도의 병사가 모여, 힘을 합쳐서 신중하게 잔해를 치웠다. 하지만, 그 아래에서 나타난건 쌍사당의 병사가 아니라, 심지어 에오르제아 동맹군도 아니었다.
마도 아머와 같은 색의 군복에 몸을 감싼 갈레말 제국군의 병사였다.
아직 소년이라 부를 정도의 젊은 병사가, 복부에서 피를 흘리며 고통스럽게 신음하고 있었다. 종족은 휴런족. 아마, 북부에서 징병당했을 청년이 에오르제아라는 이국에서 죽음에 면해 있었다.

 

" 아직 숨은 있는 모양이지만, 단 칼에... "

병사중에서 거구의 엘레젠족이 나서더니, 비취색의 검을 뽑아들었다.

" 그만두세요. 제국의 병사지만, 지금은 단지 부상자일뿐입니다.
무저항인 자를 죽이고, 그 손을 피로 더럽히는 것은 용서하지 않겠습니다. "

 

무언가 말하고 싶어하는듯 했지만, 병사는 물러났다.
카느 에는 규화목으로 만들어진 애장 [클라우스트룸]을 들고서 정신을 집중한다.

" 정결한 생명의 바람이여, 순환하여 이 자의 상처를 치유하라... "

속삭이듯 영창하니,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와 땅에 쓰러진 젊은이의 몸을 감쌌다.
고통에 의해 경직되있던 젊은이의 얼굴이, 눈에 띄게 풀려갔다.

" 이걸로 목숨은 건졌겠지요.
하지만 방심은 금물입니다. 즉시, 후방에 후송하여 안정시키세요. "

" 알겠습니다! "

쌍사당의 병사들은 축 늘어진 젊은이를 옮겨갔다.
그 후에도 카느 에는 적과 아군을 묻지 않고 수 많은 부상자의 목숨을 구했다. 하지만, 발견한 전사자의 수는 너무나도 많았다.

 

 

" 이정도의 희생을 치루고서도, 제7영재를 막지 못하다니... "

숲의 도시 그리다니아를 총괄하는 자로서, 카느 에는 많은 자의 전장을 이끌어왔다. 그것은, 제7영재라는 재앙을 사전에 막기위한 선택이었었다.
하지만 결과로서, 달라가브는 추락하고, 그 안에서 나타난 [검은 야만신]이 세계를 불태웠다. 제7영재는 막지 못했다.
자신은 헛되이 사람들을 사지에 몰아넣은게 아닌가. 싸움이 종결한 후에도, 카르테노에 남아서 생존자의 수색과 구조를 지도하고있는 카느 에는 자신의 결단이 올바른 것이었는지 자문자답을 계속하고 있었다.
물론 고향 그리다니아의 상황도 걱정되었으나, 그 땅에는 [삼중의 환술황]인 여동생이나 남동생, 또한 역전의 도사들이 남아있었다. 그들이 최선을 다해주고 있을거라 믿었기에 그녀는 싸움을 이끈 자의 책임으로서 전장에 계속 남아 있었다.
그 후에도 불면불휴의 구조활동은 이어지고, 적지 않는 수의 목숨이 구해졌다.
하지만 몇 일이 지날 무렵에는 생존자의 발견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동료의 목숨을 구할 가능성이 있었기에 남아있었던 장병들 사이에서, 귀국을 바라는 목소리가 점점 커져갔다. 그들중에는 고향에 가족을 남기고 온 자들도 많다. 걱정하지 말라고 하는 편이 무리였다.

 

 

" 슬슬 한계네... "

 

그렇게 느낀 카느 에는 고급장교를 모아서 부대의 철수 준비를 지시했다.
그리고 자신은 혼자, 다시 전장의 흔적에 발을 들였다. 그녀에게는 찾고 있는 것이 있었다.
신경이 쓰이면서도 구조활동이 바빠서 찾으러 가지 못했던 것. 기억과 잔류 에테르를 더듬으며, 그녀는 몇 시간에 걸쳐서 거친 대지를 해매고, 그리고 찾아냈다.

 

" 아아... 다행이다. "

 

죽은 회색처럼 바랜 바위의 그림자에 숨어, 부러져버린 지팡이가 남아 있었다.
명장 [트프시마티]. 카느 에 자신은 자세한 유래는 모르지만, 태어나면서부터 마법적 감성이 뛰어났기에 그녀는 그 지팡이에 담긴 힘을 감각적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현자 루이수아의 생환이 이루어지지 않은 지금, 적어도 그 유품만이라도, 그의 의지를 이을 자에게 건네고 싶다. 그 일심으로 찾고있던 것을, 철수에 가까워진 지금 겨우 찾아낸 행운에 그녀는 감사했다. 카느 에는 현자 루이수아의 인도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후일, 그리다니아에 귀환한 카느 에는 부흥활동에 협력하고 있던 샤레안의 현자들과 재회했다. 휴런족의 이다, 라라펠족의 파파리모, 어느쪽도 루이수아가 결성한 조직인 [구세시맹]의 일원이었다.

" 두 분에게 건네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

그렇게 말하고서 내민건 목공사 길드제의 상자에 담긴 [트프시마티]였다.

" 루이수아 할아버지... "

 

부서져버린 지팡이를 본것으로, 겨우 스승으로 여기던 자의 죽음을 실감한것인지, 둘은 울었다. 평소부터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이다뿐만이 아니라, 냉정한 독설가인 파파리모조차 타인의 눈을 신경쓰지 않고서 눈물을 흘렸다. 커다란 눈물을, 폭포처럼...

 

얼마 지나, 냉정함을 되찾은 파파리모는 [트프시마티]의 내력을 말해주었다.
그 지팡이의 머리는 고대에 새겨진 영험한 두 개의 석판과, 샤레안의 비보라 전해지는 뿔피리에 의해 만들어진 것. 그리고, [트프시마티]가 바로 [강신]의 비술을 이루기 위한 촉매라는 것을 현자 루이수아가 말했던 것을.

 

" 이미 부서졌지만, 이것이 타인의 손에 넘어가지 않아서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루이수아 할아버지를 제외하면, 트프시마티를 제대로 쓸 사람은 없겠지만
강신의 촉매가 되는 물건이, 악의 있는 자의 손에 넘어가면 어떻게 될지... "

 

" 감사합니다. 카느 에 님. "

" 이걸로 재출발 할 수 있을것같습니다.
저희들, 새로운 조직을, 만들기로 했거든요. "

 

두 명의 현자는 정해진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계획을 전해주었다.
이능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십이유적조사회]와 샤레안의 현자들이 결성한 [구세시맹], 그 두 조직을 결합하여 신조직을 만드는 것을.
현자 루이수아가 바랬던 [에오르제아의 구제]를 위해, 아직 이 땅에 남은 야만신 문제를 시작으로 여러 문제에 직면할거라는 것이라고 했다.
위대한 현자 루이수아는, 카르테노의 땅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그 의지를 잇는 자가, 에오르제아에 남아있다. 카느 에는 그들의 존재가 든든하게 느껴짐과 동시에, 앞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배우고자 결의했다.

그 이후, 5년이 지난 지금도, 카느 에는 자문할 때가 있다.
카르테노의 땅에서 죽어간 자들에게, 현자 루이수아에게
자신은 당당할 수 있는 삶의 방식을 하고 있는 것일까,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