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아프리카 대회를 정말 재밌게, 그리고 또 감사하게 보고 있다.

히오스에 대해 여러 안좋은 말을 할 수야 있겠지만,

누구도 이 대회 수준이 낮다는 말은 하지 못할것이다.

이번 대회는 이제는 추억이 되어버린 세계대회에 비교하여도 그리 모자라지 않는 명경기들을 보여주고 있다.

내가 부끄러울 정도로 적은 돈이지만 그래도 대회 보며 몇푼이라도 후원 하는 이유는, 이런 즐거운 경기를 보여준 이들에 대한 아주 작은 감사이다. 가장 고생했을 신정민도, 선수들에게도 모두에게 감사한다. 덕분에 즐겁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대회를 보지 않으며, 히오스에 대한 욕을 하는 분들께 부탁드리고 싶다. 이 대회는 우리들에겐 무척 즐거운 이벤트이다. 우리가 당신들에게 딱히 폐끼치는 것도 아닌데, 굳이 찾아와서 잿가루를 뿌릴 것 까지야 없지 않은가? 그건 참 심굴맞고 고약한 짓이다. 그저 마음 좋게 "아, 저들의 즐거운 잔치구나. 좋은 일이네."하고 넘어가면 될 일 아닌가?)


그런데 그 중에서도 가장 훌륭했던 경기는 최근에 치뤄진 패자조, 트로그 VS 덕페스트 3SET이다.

여러분 아직 그거 안보셨으면 꼭 보시라.

정말 숨도 못 쉴 정도로 재밌다. 정말로, 블컨 결승급 경기가 패자조에서 나왔다!

그런데 그 대회가 끝나고 트로그의 주장, 이삭 선수의 인터뷰 역시 무척 인상깊었다.

트로그는 참 불운한 팀이다. 죽어라 고생해서 2부리그에서 1부로 올라가려던 바로 그 순간 리그가 폐지되어버렸으니.

이삭은

"꼭 대회를 하고 싶었다."

라고 말하였다.

그리고 정말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난 이 이후에도 트로그가 선전하길 무척 바라고 있다. 응원하면서 말이다. 히오스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이삭의 그 설운 다짐에는 울컥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 이번에 리치 사건이 터졌다.

히오스 대회를 보는 사람이라면 리치를 모를 순 없을것이다. 그는 명실공히 히오스 최고의 실력자다.

난 물론 그를 응원했고, 그의 플레이를 좋아했다. 정말로 기가 막힌 컨트롤이었으니까! 리치가 플레이하는 영웅은 내가 알던 영웅이 아니었다!

다만 이번 사건을 통해, 아니, 이번 사건과 아무 상관없이, 꽤 전부터 리치는 나에게 씁쓸함만을 주었다.

별 다른 이유는 아니다. 리치가 히오스를 그리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참으로 역설적이다.

이 게임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이 게임을 가장 잘 하는 사람이라니.

물론 리치도 처음 부터 그랬을리야 없다. 최근들어 흥미를 잃은 것이겠지. 당연히 이해되는 일이다. 그 사정 누가 모르겠는가.

다만 내가 좋아하는 게임에서, 내가 좋아하는 가장 뛰어난 플레이어가, 이 게임을 좋아하지 않는다?

뭔가 정말. . . 기운 빠지는 상황이기도 하고, 한 발 더 나가면. . . 모욕적인 느낌도 든다. 리치의 플레이는 여전히 감탄이 나오지만, 그와 동시에 그가 히오스를 별로 재미 없어 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서, 그게 너무 씁쓸해서, 나는 이제 그의 방송을 보지 않는다. 

그런 반면 이삭은, 팬 입장에서는 같이 불타오르고, 환호 할 수 있어 즐겁다. 이걸 열정이라고도 말할수 있겠지.

난 그렇게 이삭과 리치를 이리저리 비교하며 참 복잡한 심정에 휩싸인다.


에휴. 씁쓸한 마음에 뻘글을 쓰긴했지만, 사실 내 관심사는 이 대회다.

나는 리치가 욕먹는 이 사건이 너무 불안하다. 왜냐하면 리치도 대회에서 빠질까봐 무섭기 때문이다. 만약 그렇다면 대회는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또' 받는 셈이다.

멜리즈 하나 빠진 것도 큰 일이다. 하지만 그래도 대회는 진행된다. 그런데 리치팀까지 빠진다면, 진행 자체가 거의 불가능해지지 않는가?

내가 바라는 건 하나뿐이다. 대회가 이 이후로 별다른 사고없이 무사히 치뤄지는 것이디. 그래서 내가 집에서 맥주 마시며, 혼자서 미친놈처럼 "대박!!" "우와 저걸 살어??!!" 라며 소리지르고 싶다.

부디 대회가 더 이상 변고 일어나지 않고 무사히 결승까지 치뤄지길. 그래서 우리가 보다 즐거울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