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칭 EU메타란 게 정착될 무렵, 라이엇에서는 계속 자기네들이 인정하는 공식적인 포지션은 없다며 고집을 부렸죠.

그 당시에도 와우의 파티매칭 시스템처럼 각자 자신이 원하는 포지션을 픽해서 큐를 돌렸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매우 많았지만 라이엇은 고집스럽게도 자신들은 공식적으로 메타를 인정하지 않으며, 자유로운 메타들이 공존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나름 새로운 매칭 방식인 [편리한 팀구성] 시스템을 업데이트했었습니다.

뭐 물론 대부분 EU메타로 팀을 구성했지만 [편리한 팀구성]은 라이엇의 말대로 2미드가 설 수도 있고, 2정글을 돌 수도 있고, 극단적으로 5미드도 가능한 시스템이긴 했습니다. 이건 정말로 라이엇의 고집이었죠.

하지만 어느샌가 대놓고 CS먹지 말라는 서폿템들이 등장했으며, 6시즌에 들어와서는 결국 와우의 파티매칭 시스템과 유사한 1,2지망 포지션 큐가 도입되면서 기존의 편리한 팀구성 시스템은 삭제되었습니다.

즉 사실상 그들의 고집을 꺽고 EU메타란 것을 인정했다고 볼 수 있겠죠.


지금 라이엇은 또 다시 고집을 부리고 있습니다. 다인큐의 장점이나, 단점은 차치하고라도 최소 전체 유저의 50% 이상은 솔랭의 추가를 바라고 있는 시점임에도 불구, 다인큐와의 공존이 어렵다거나 다인큐/새로운 매칭 시스템을 고쳐야 한다는 핑계를 대며 솔랭 업데이트를 사실상 취소하려는 움직임까지도 보이고 있는 상태죠.


하지만 이전에도 그랬듯이, 라이엇도 대세를 따라야 할 땐 따를 줄 아는, 아직은 유연한 회사인 편입니다. 즉 유저들이 더욱 강력하게 원하면, 그리고 액션을 취한다면 포지션 선택큐는 유지한 채 다인큐를 롤백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그럴려면 논리보다는 행동이 함께 해야 합니다.


보통 회사에서 의사 결정을 할 때 참고하는 것은 결국 여론보다는 데이터입니다. 물론 여론도 참고자료로 쓸 순 있겠지만 그 여론을 뒷받침하는 데이터가 없다? 그럼 그 여론은 신뢰성이 떨어지게 됩니다.

아무리 어디 투표 올라오고 솔랭 찬성 99% 반대 1%가 나오더라도 동접이 그대로다? 전체 유저 대비 랭크 유저 인구는 오히려 늘고 있다? 라이엇에선 절대로 문제라고 안봅니다. 그냥 어디 개, 돼지가 짖나보다 하는 거죠.

즉 인벤이 됐든 레딧이 됐든 아무리 솔랭이 필요한 이유와 다인큐의 폐해를 지적해도 데이터에 반영되지 않으면 라이엇은 콧방귀도 안뀔 겁니다. 이건 라이엇 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회사가 그런 식으로 돌아갑니다.

곧 선거철이니 선거에 빗대 말하자면 아무리 인터넷에 어디 당은 쓰레기니 킹무성이니 해대도 정작 20대 투표율 50%도 안찍힌다? 그럼 그냥 개돼지 되는 거랑 마찬가지입니다. 여론 조사같은 건 아무 의미도 없는거죠. 행동에 나서야 데이터에 반영되고, 데이터에 반영이 되야 "아 이게 문제구나"하게 된다는 겁니다.

기존의 편리한 팀구성을 희한한 꼬라지로 만들면서까지 인정하지 않았던 EU메타를 암묵적으로 인정한 이유가 뭐겠습니까? 지들이 뭔지랄을 해도 서폿은 CS안 먹더라 이겁니다. 원딜은 어떤 판이든 꼭 끼더라 이겁니다. 인정을 안할래야 안할 수가 없습니다. 현실이 그런데요.

그런데 솔랭? 풋 웃기지 말라고 해요. 국내만 한정하더라도 여전히 굳건히 PC방 점유율을 압도적인 차이로 1위를 달리고 있고, 솔랭해서 접은 사람보다 다인큐로 랭겜 접근성 자체는 더 높아지다보니 전체 유저 대비 랭크 유저의 비율은 더 높아진 상태일 겁니다.

회사에선 어리둥절하고 있을 겁니다. [아니 이게 뭔 소리야 다인큐 출시하고 모든 지표가 다 좋아졌는데 얘네들 왜 이러는거야?] 하면 결국 [대중은 개, 돼지입니다. 지껄일줄만 알지 그냥 할 수 밖에 없을 겁니다] 란 결론이 나오는 겁니다.

그러니 제발 솔랭이 좋은 이유라던가, 다인큐의 폐해라던가, 뭔가 논리로 승부하려 하지 마세요. 개중에는 맞는 논리도 있지만 대부분은 말도 안되는 소리들입니다. 다인큐때문에 내 티어가 내려갔다느니, 정치질이 늘 것이라느니, 다인큐라 트롤이 늘 것이라느니, 솔랭이 더 공평하다느니 하는 거 다 논리적인 기반이 약해 반박이 쉬운 이야기들을 하며 롤 유저들끼리 싸울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물론 그냥 싸우고 싶어 싸우는 건 별개지만 결국 라이엇의 정책을 결정하는 건 데이터, 엄밀히 말하면 숫자입니다. 의도대로 노말만 하던 라이트 유저의 랭크 유입이 늘고 있고, 동접과 매출은 그대로다? 정책을 바꿀 이유가 전.혀. 네버 없습니다. 

결국 솔랭을 정말 원한다면, 해야 할 말은 이것 뿐입니다.

"아 다 필요없고 솔랭 내놔"

솔랭은 이래서 조쿠요, 저래서 조쿠요, 다인큐는 이래서 나쁘구요, 저래서 나쁘구요, 그래서 솔랭이 나와야함다 다 필요없습니다. 라이엇이 리그 오브 레전드를 소유하고 있고, 리그 오브 레전드의 판매자로서 리그 오브 레전드를 자기네들 입맛대로 만들 권리가 있다면 우리는 사용자고, 우리는 소비자입니다. 우리는 원하는 것을 원할 권리가 있고, 원하지 않는 것을 거부할 권리가 있습니다.

솔랭을 원한다면 다인큐를 거부하십시오. 혼자서는 결코 랭크를 돌리지 마십시오. 할 수 있다면 노말도 잠시 쉬십시오. 또한 할 수 있다면 과금도 잠시 중지하십시오. 그리고 활동하는 모든 LOL커뮤니티에 꼭 글을 써야겠다면 어떤 논리도 필요없이 "아 다 필요없고 솔랭 내놔"를 외치십시오. 그럼 동접과 매출을 포함해 현 다인큐의 평균 매칭 시간도 늘 것이고, 특히 4인큐는 거기에 끼워 줄 1인을 매칭할 수 없어 게임을 할 수가 없을 겁니다.

그런 지표가 시사하는 바는 뭘까요? 그건 바로 유저들이 원하는 솔랭과 더불어, 다인큐는 2/3인, 그리고 5인큐만 지원하게 정책을 바꿔야 된다는 겁니다. 어쨌든 솔큐를 돌리는 유저가 줄어도 2/3인은 서로 매칭이 될 것이고, 5인은 5인대로 별 문제없이 매칭되고 있다는 지표가 나올 테니까요. 문제가 되는 건 4인큐의 마스터 피스인 1인이 없다는 지표가 되고 이는 결국 솔랭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될 겁니다. EU메타를 그렇게도 인정하지 않던 라이엇이 결국 서폿템을 만들고, 포지션큐를 만들었듯이요.

다시 한 번 말하겠습니다. 솔랭을 원하는 유저분들, 행동하십시오. 논리를 앞세워 "내가 왜 솔랭을 원하는지"는 회사 입장에서 전혀 궁금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 몰랑 솔랭 내놔요 현기증난단 말이에욧"을 외치며 보이콧하는 게 훨씬 더 원하는 결과를 만들기가 좋을 겁니다.

게임 디자이너의 입장에서는 사실 대부분의 솔랭을 원하는 논리가 다 이해가 되지 않을 겁니다. 그들은 우리가 못 보는 데이터를 보고 있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논리들이 사실 정말로 말도 안되기도 하니까요. 근데 솔랭 원하는 얘들의 논리는 말도 안되는데, 데이터는 좋다? 그럼 그냥 나가리되는 겁니다. 절대 안나와요 솔랭.

근데 논리는 없고 "우리는 솔랭을 원한다!"는 목소리만 있을 뿐인데 매출이, 동접이 뚝뚝 떨어진다? 매칭 대기 시간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럼 움직일 수밖에 없습니다. 회사란 그런 곳이에요. 결코 논리로 움직이는 곳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도저히 논리적으로 이해도 안되고 말도 안되는 방법인데 매출이 잘나온다? 혹은 동접이 올라갔다? 내지는 어쩄든 결과가 의도한대로 되었다? 그럼 그건 맞는 방법이 됩니다. 반대로 논리적으로 맞는 방법인데 어째선지 의도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그럼 폐기됩니다. 편리한 팀구성이 그랬듯이요. 물론 실패한 이유에 대한 분석은 하겠죠. 다만 그 뿐, 논리적으로 맞다는 건 어떤 정책 결정에도 도움을 주지 않습니다.



명심하세요. 솔랭을 원한다면, 논리는 필요없습니다. 그냥 원하세요. 솔랭이 더 공평해서? 솔랭은 대리가 없어서? 솔랭은 정치질이 없어서? 솔랭은 내가 티어를 올리기가 더 쉬워서? 이상한 소리 하지 마시고 그냥 원하세요. 그리고 원치 않는 것을 거부하세요. 그것이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는 가장 빠른, 그리고 가장 좋은 방법이 될 것입니다. 이런데서 갑론을박하며 논쟁하는 것보다도 더요.




솔직히 솔랭의 장점과, 다인큐의 단점을 주장하는 글들은 90% 이상이 잘 이해가 가지 않아서 그것들- 솔랭하면 이게 좋아요 저게 좋아요 등등 + 다인큐는 이게 나빠요 저게 나빠요 등등-에 대한 반박을 요목조목해보려다가 사실 솔랭을 원하는 사람들은 솔랭이 논리적으로 맞아서가 아니라, 그냥 솔랭을 원하고 있을 뿐이고, 또 사실 논리는 필요없고 그냥 원한다면 그 뿐이란 사실을 깨달아서 끄적여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