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여름, 검은 마법사 소멸 이후의 이야기를 다룬 세르니움 지역이 공개되면서 봉인석의 비밀이 밝혀졌습니다.







위 이미지는 세르니움 퀘스트 도중에 공개된 왕립 도서관 고문헌 중 일부로, 봉인석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 적혀 있습니다.



여기에서 고대의 병기로 지명된 신의 창이 바로 봉인석입니다.



참고로 봉인석=신의 창이라는 사실은 애런의 부연 설명을 들어 보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애런은 세계의 의지가 고대신을 상대하기 위해 봉인석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이때 애런이 언급한 봉인석과 위 고문헌에 서술된 신의 창이 유사하게 묘사되며, 세계의 의지가 만들어 고대신을 상대하는 데 사용되었다는 공통점이 있는 것으로 보아 신의 창=봉인석임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신의 창을 봉인석으로 치환하여 다시 한 번 고문헌을 읽어보면, "세계의 의지가 봉인석을 만들어 지성체와 융합시켜 고대신과 싸우게 하였고, 이것이 고대 전쟁의 시작이다." 라는 문장을 만들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세계의 의지가 직접적으로 고대신과 싸운 것이 아니라, 봉인석을 품은 대적자를 대량 생산하여 고대신을 잠재웠다는 결론을 얻게 됩니다.



대적자가 검은 마법사와 마주하고 창세의 알을 부숴 검은 마법사를 소멸시켰던 것과 유사한 과정을 반복함으로써 고대신들을 한 명씩 봉인시켰던 셈이죠.



세계의 의지가 만들어 낸 신의 창을 들고 고대신과 맞서 싸운 고대인들 모두가 대적자였던 겁니다. (단어 혼동을 피하기 위해 이하 문단에서 이들을 선대 대적자라고 표현하겠습니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이상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 고대 전쟁에 관한 글은 아직까지도 남아 세르니움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는 반면에, 고대신들을 잠재운 선대 대적자들에 대해 적힌 문헌은 찾을 수 없었다는 겁니다. 



고대신을 몰아낸 선대 대적자들의 업적은 당시 고대인들에게서 찬사를 받기 충분하였을 것이고, 그에 따라 선대 대적자들을 예찬하는 영웅 소설이나 그들의 행보를 기록해놓은 고문헌이 남아 있었을 법도 한데, 이상하게도 그런 글을 찾을 수 없었다는 것이죠.



이렇듯 세르니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의문점은 많으나 세르니움이 정식으로 출시되지도 않았고 열린 결말로 끝나버린 관계로 더 이상의 추측은 불가능하리라 생각했습니다만, 저는 이번 어웨이크 이벤트 때 호영을 키워보면서 어느 정도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호영 4차 전직 퀘스트로 넘어가서 사부님의 말씀을 들어봅시다.







호영은 꿈 속에서 사부님의 사념체를 만나게 됩니다.



호영은 사부님을 만난 김에 아무리 길을 찾아도 선유산 암자로 돌아갈 수 없었던 이유를 묻는데요, 사부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사부님의 말씀에 따르면 호영이와 사부님이 함께 지내던 선유산 암자는 선계 영역이며, 선계는 일반인에게는 접근이 허가되지 않는 곳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사부님은 자신이 선계의 부름을 받은 선인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정황상 선계는 선인들만이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이며 호영이 같은 경우는 사부님 권한으로 선계에 들어올 수 있었으나 선인이 아니기 때문에 선유산에서 한 번 나가면 다시 돌아올 수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호영 200레벨 퀘스트에서는 사부님의 활동명이 '태을선인'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는데 이로 미루어 보아 선인은 사부님 한 명만이 아니며, 여러 선인들이 각자의 활동명을 가지고 ○선인으로 불리는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이제 선인들이 뭐 하는 분들인지 추측해 보겠습니다.







그란디스 테마던전인 여우 골짜기와 탐정 레이브의 사건일지에서는 '위쪽 영감들'이 언급됩니다.



여우 골짜기, 여우 마을에 거대한 비구름이 몰려와 마을이 물에 잠길 뻔한 사고가 일어나지만 여우 마을의 수호신인 여우신은 이를 전혀 눈치채지 못 하고 있었습니다. 플레이어의 활약으로 사건이 일단락된 이후에 여우신이 눈을 뜨게 됩니다. 여우신은 이 지경이 되기까지 눈을 뜨지 못 했던 이유를 생각해내며, 갑자기 '위쪽 영감들'을 만나 보겠다고 독백합니다. 여우신의 독백을 마지막으로 여우 골짜기 이야기가 마무리됩니다.



탐정 레이브의 사건일지에서는 레푸스라는 사람이 등장하는데, 이 사람도 마지막에 '위쪽 영감들'을 만날 때가 된 것 같다며 독백합니다. 레푸스는 새비지 터미널을 공격한 앵글러 컴퍼니와 제른 다르모어의 사도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이야기합니다. 앵글러 컴퍼니와 사도, 위쪽 영감들을 같이 언급한 것으로 보아 위쪽 영감들은 앵글러 컴퍼니와 사도를 물리치기 위해 협력을 구해야 할 분들인 것으로 추측됩니다.



앞뒤 상황을 살펴 보았을 때, 위쪽 영감들은 선인을 지칭하는 단어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호영 퀘스트에서 '선계'라는 금단의 영역이 언급되었다는 부분에서 선계에서 살고 있는 선인들은 위쪽의 영감이라는 이명을 가지기 충분한 분들이라고 생각되네요.



그리고 한 발 더 나아가서 저는 위쪽 영감님들이 고대신을 상대했던 선대 대적자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호영이의 사부님 (태을선인)은 혼란을 바로잡는 일을 하신다고 했는데, 이것은 고대에 이루어졌던 고대신 봉인 과정과 유사합니다. 고대신은 혼란을 발생시켰기 때문에 질서를 원하는 세계의 의지와 충돌했다고 하죠.


2. 호영이는 태을선인 영웅담이 실린 책 여러 권을 돌려 읽으며 뒹굴거리면서 따분함을 달랩니다. 고대의 영웅인 태을선인을 주제로 한 영웅담이 선계 영역인 선유산 암자에만 보관되어 있다는 점과 고대 문헌을 다량 소장 중인 세르니움 도서관에 선대 대적자들의 활약상을 담은 책이 없다는 점이 겹칩니다.


3. 태을선인은 사흉을 봉인했다고 전해집니다. 사흉은 그란디스를 혼란하게 했던 고대 괴물 4마리를 일컫는 말입니다. 고대에 존재하였고 그란디스를 혼란에 빠뜨린 괴물들이 지나가는 도사 (태을선인)에게 봉인당했다는 일화는 혼란을 일으켰던 고대신들이 봉인석을 품은 선대 대적자들에 의해 봉인되었다고 알려진 그란디스 고문헌의 내용과 비슷한 면이 많습니다. 사흉도 고대신의 일원일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4. 호영 200레벨 퀘스트에서 카링은 호영에게서 도철을 빼앗으려고 하는데, 그 이유는 도철을 비롯한 사흉들을 날뛰게 하여 그란디스에 재앙을 선사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카링은 그란디스에 재앙을 내리는 것이 도철의 존재 가치라고 말 합니다. 이는 마구 날뛰면서 고대 세계에 혼란을 일으켰다고 전해지는 고대신들의 행보와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카링의 대사는 사흉=고대신 가설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저는 태을선인 = 위쪽 영감 中 1인 = 사흉을 봉인한 선대 대적자라고 생각합니다.




플레이어 대적자의 주적은 검은 마법사와 제른 다르모어지만, 초월자가 나타나기 전인 고대에는 사흉을 비롯한 고대신들이 대적자들의 상대였던 것이죠. 




그리고 태을선인처럼 그란디스의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 파견된 선대 대적자들을 '선인'이라고 부르며 이들은 과거에 신을 상대했던 자들이기 떄문에 속세와 떨어진 공간인 선계를 드나들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자들인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세계의 의지는 고대 전쟁의 진상이 알려지지 않게 하기 위해 선대 대적자들에 관한 기록을 속세에서 들어내고, 세계에 혼란이 찾아 올 때마다 일을 처리하기 위해 선대 대적자들을 파견시키는 존재일 것입니다. 고대 전쟁 이후 그란디스의 어딘가에 살아있었던 선대 대적자들이 선계에 자리를 잡아 속세와 떨어져 살게 되었다는 게 제 추측입니다.



사실상 선대 대적자들은 자신이 세계의 의지에게 놀아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그저 혼란을 바로잡는 것이 자신의 사명이고 정의를 실현하는 방법이라며 굳게 믿고 살아가는 입장이겠지만요.



이제 세르니움의 결말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세르니움 마지막 스토리에서, 애런으로 숨어 있던 제른 다르모어는 자신의 정체를 밝히고 대적자의 봉인석을 깨뜨립니다.








초월자인 제른 다르모어가 왜? 봉인석을 회수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깨 부숴버린 거였을까요?





고대 문자를 읽을 수 있고 세르니움 도서관에 소장된 고문헌 수만 권을 전부 해석할 수 있는 뛰어난 지식을 가진 그는 고대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알고 있습니다.




선대 대적자들이 고대신을 상대했던 것처럼, 검은 마법사를 상대한 대적자 (플레이어)도 세계의 의지가 만들어 낸 봉인석을 몸 안에 지니고 있었던 만큼 선대 대적자들과 같은 길을 걸었을 것입니다. 세계에 혼란을 일으킨 존재 (고대신/검은 마법사)를 물리치기 위해 대적자 (선대 대적자/플레이어 대적자)를 이용한 세계의 의지. 그리고 선대 대적자들과 같은 무의미한 짓을 반복하면서도 무엇이 진짜 악인지조차 인지하지 못 하는 대적자.



이런 의미없는 짓만 반복할 거면, 굳이 대적자가 남아 있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리멘 막바지에 대적자는 운명을 깨닫고 검은 마법사보다 위에 있는 존재가 세계의 운명을 쥐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지만 검은 마법사를 소멸시키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대적자는 봉인석을 몸에 품고 있었습니다. 진짜 적은 '검은 마법사를 구속한 어떤 존재' 라는 것까지 알아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대적자는 봉인석을 이용해 검은 마법사를 물리치고 말았습니다.




제른 다르모어는 검은 마법사와 마지막 결전을 벌일 때까지 봉인석을 포기하지 못 한 어리석은 대적자를 멜랑을 보내 지켜보았고, 세르니움에서는 본인이 직접 나서서 대적자를 만나고 왔습니다.




제른 다르모어는 봉인석만 믿고 나대기만 하는 대적자가 아닌, 운명에 맞서기 위해 몸과 마음을 바칠 줄 아는 영리하고 대담한 대적자를 기다리고 있었던 겁니다. 하지만 세르니움에서 만난 대적자는 전자의 케이스였죠.



봉인석을 깬 행위는 대적자가 스스로의 한계를 깨달을 수 있도록 대적자를 시험해 본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의 스토리에서도 제른 다르모어의 시험은 계속될 것입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봉인석을 부순 것이 앞으로의 전개에 어떤 복선이 될 지 추측해 보겠습니다.




다르모어는 고대신 연구에 몰두했습니다. 일례로 아델 스토리에서는 베로니카를 시켜 리스토니아의 고대 열쇠를 가져오라고 명령했습니다. 고대의 열쇠는 신을 깨우는 열쇠라고 설명되는데, 이 신은 리스토니아에 잠든 고대신을 지칭하는 것일 겁니다. 세르니움에서는 "구원은 너의 손 안에 있다" 라는 결정적 단서를 제공하면서 세렌이 신성검을 뽑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죠. 결과적으로 태양신 미트라를 불러냈습니다.



이렇듯 현재 다르모어는 고대신을 깨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고대신을 깨우고 있는 걸까요? 자신에게 도움을 줄 신들도 아닌데 왜 갖은 수고를 하면서 고대신을 불러내려고 하는 걸까요?




그건 위에서 나온 선계 이야기와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








위쪽 영감들이 살고 있는 곳으로 추정되는 선계는 허락받은 자만이 들어갈 수 있는 영역입니다.



초월자라고 해도 선계의 허락이 떨어지지 않으면 출입할 수 없을 겁니다. 그러니 선계에 거주하는 분들을 상대하려면 그 분들이 속세로 내려오게끔 유도해야 하겠죠.



위에서 이야기했듯이 선인은 속세에 혼란이 발생했을 때 이를 바로잡기 위해 출동하는 분들입니다. 다르모어는 선인 (선대 대적자)들을 속세로 불러내기 위해 고대신을 깨우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선인들을 불러낸 다음에는 세르니움에서 대적자의 봉인석을 부쉈던 것처럼, 고대신을 미끼로 삼아 선인들의 힘을 무력화시킬 계획을 세우고 있지 않을까 합니다. 



다르모어는 세계의 의지가 개입한 흔적인 봉인석과 대적자란 존재 자체를 없애버리고 본격적으로 세계의 의지에게 대항할 대안을 모색하고자 하는 대적자 박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을 것입니다.



1) 고대신을 깨울 기회가 생길 때마다 적극적으로 나서서 고대신을 깨운다.
2) 고대신이 깨어나면 세계의 의지는 고대신을 다시 봉인하기 위해 선대 대적자들을 파견할 것이다.
3) 속세로 내려온 선대 대적자들과 고대신을 맞붙여 무력화시킨다.



위와 같은 과정을 반복하면서 대적자를 하나씩 죽여 나가겠죠. 



모든 대적자들이 힘을 잃고, 봉인석의 씨가 마를 때까지 제른 다르모어는 그란디스를 가만히 두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