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메이플을 너무나도 좋아했던 소년이
이제는 성인이 되어 다시 메이플을 시작했다.

무슨직업을 할지, 닉네임 고민만 한시간을 붙들다
캐릭터 선택창에 텅텅 비어있던 자리에 첫 캐릭터가 서 있다.

리부트에서 마주하는 몬스터들은 하나같이 체력이 많아 잡기힘들었다. 하지만 이겨냈다. 200레벨을 달성하고 5차전직을 했다.
하지만 보스들은 너무나도 강력했다.
링크 캐릭터를 키웠다. 유니온을 올렸다.

비어있던 캐릭터 슬롯이 가득차고  레벨이 250이 되었다.

20분씩 사투를 벌여서 잡던 보스를 5분도 안되어 잡게되었다.

매일같이 잡던 아카이럼에서 처음으로 도미를 먹었을때,
스타포스 강화를 하며 혹여나 파괴될까 심박수가 올라가고 손을 벌벌 떨며 강화하던,
처음 21성을 달성하고 그 누구보다 성취감과 기쁨에 젖었던 그때가 그립다.
길드에 가입하고 길드원과 힘을 합쳐 평생 잡아보지 못할 하드보스들을 하나씩 격파했을 때,
칠흑이 나와 블링크 한번으로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절망하던 그때가 그립다.
함께 게임하던 친구들과 웃고 떠들면 지루하던 재획도 금방 지나가던 그때,
몇시간이고 사냥하고 번 돈을 자랑하며, 서로가 얼마를 모아두었는지, 나는 무엇을 강화할 것이고, 어떤 아이템을 큐브돌릴것인지
함께 이야기하던 그때가 그립다.

너무나도 재미있었다.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사냥을 했다. 보스를 잡았다. 부캐를 키웠다. 언제 뜰지 모르는 칠흑을 기대하며 목요일이 되기만을 기다렸다.
나보다 강한 사람들을 보며 성장 욕구를 불태웠다. 조금씩 성장하며 밝은 미래만을 그리고 있던 중 조금씩 변화가 시작되었다.

경험치 배율 조정이 들어왔을 때, 나는 꾸준히 그리고 천천히 레벨업 하면 상관없다 생각했다.

보스 신호등 패치가 들어왔을 때,  나는 약한 파티원을 조금 더 기다려주면 된다고 생각했다.

최종데미지 조정이 들어왔을 때, 나는 조정된 만큼 내가 더 강해지면 된다고 생각했다.

메소 배율 조정이 들어왔을 때, 나는 조금씩이지만 매주 차곡차곡 모으면 어느정도 게임을 즐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많은게 바뀌었지만 나는 괜찮았다. 아니, 나만 괜찮았다.
변화의 바람이 조금씩 불어올때마다 내 곁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사라져갔다.
끝까지 함께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던 사람들도 내려놓았다.
길드가 사라졌다.
고확도,  경뿌도, 보스 파티도 사라졌다.
채널을 3바퀴씩 돌아도 찾기힘들었던 사냥터 자리도 텅텅 비었다.

혼자남아 무표정한 얼굴로 컴퓨터 앞에 앉아 기계처럼 일퀘를 하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이걸 계속 한다고 해서 달라지는게 있을까?'

나는 메이플을 하면서 더이상 즐겁지 않다.
너무나도 좋아했고, 즐거웠기에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했던 게임이지만, 이제는 내려놓을때가 된것같아 추억으로 남기며 마지막으로 글 하나 쓰고 갑니다.
남아계신분들 화이팅입니다.  즐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