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롤을 한 탓일까
참지 못하고 팀에게 욕을 한 탓일까
그 끝에 채금을 당한 탓일까
아니면… 그 모든 일이 있고난 후에
오늘 출근을 한 탓일까
아침부터 내 기분은 썩 좋지 않았다.

화창한 일요일 아침 햇살이 내 눈을 선명하게 핥고있었다.
‘뚠 뚠뚠 뚠뚜르둔뚠 뚠뚜루 둔든둔~’( 구 아이폰 기본알람)
‘하 ㅅㅂ… ㅈㄴ 피곤하네’
나지막하게 그러나 분명하게 내 마음속 반항심을 토해내고 무거운 몸뚱이를 일으켜 나갈 준비를 한다. 젊었을땐 알람소리만 들으면 벌떡벌떡 일어났지만 요즘엔 의미가 있는지 싶은 알람이 10분 간격으로 십수개가 맞춰져있다. 그나마도 듣고 일어나면 다행이랴. 현대인의 게으름은 만성피로라는 보기 좋은 탈을 쓰고 개개인을 좀먹는 바이러스가 되어 몸과 마음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그렇듯 일요일 아침은 썩 달갑진 않았다.
일요일이 지나면 출근을 해야하니까 예정된 파멸을 향해 달려가는 느낌을 받고는 한다. 물론 난 아니다. 난 월요일에 쉰다.
왜냐하면 일요일에 근무를 하기 때문이다.

일찍이 하느님이 세상만물을 창조하실때 7번째 날은 쉬셨다 했다. 그리고 아마 십계명인가에도 7번째 날은 안식일로 지정하여 쉬고 자신을 찬양하라 하셨다. 그런데 왜 나는 출근을 해야만 하는가? 나는 기독교는 아니지만 화가났다. 하지만 돈을 받고 일하는 월급쟁이는 욕을 할지언정 출근을 안 할 수는 없다.

어찌저찌 준비를 마치고 집을 나선다. 햇살이 조금 강하긴 하지만 그렇게까지 덥진 않은 것 같다. 그렇게 한 오분을 걸었을까 어느덧 회사까지 횡단보도 하나만 남겨두고 있었다. 그런데 며칠전부터 그 근처에서 보이던 노숙자로 보이는 남자 한 명이 횡단보도 앞에서 당당하게 담배를 피고 있었다. 눈살이 절로 찌푸려진다. 나는 담배 냄새를 싫어한다. 담배야 늘상 피는 사람이지만 이렇게 대놓고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곳에서 피지는 않았는데…

‘아 ㅅㅂ 담배냄새;;’
이번엔 속으로 욕을 삼킨다. 요며칠 오다가다 그 남자를 마주치면서 알게된 사실이 있다. 그 남자는 눈깔이 돌아있다.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면 좋은 꼴은 못보리라 나는 생각했다. 순간 날카로운 경적음이 울리고 나는 화들짝 놀라 주변을 살펴보았다.
그 남자가 빨간불에 횡단보도 한 가운데를 유유히 지나가고 있었다. 속으로만 욕하길 잘했다고 난 생각했다.

무사히 출근을 마치고 누적된 피로와 쏟아지는 졸음을 참으며 오전을 보낸다. 일요일에는 그래도 한가한 편이기에 조금 편하게 시간을 보내며 몸을 깨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점심을 먹고오면 어김없이 졸음이 나를 덮친다. 정제탄수화물을 때려박은게 원인임에 틀림이 없다. 이대로라면 분명 나는 오후에 자리에 앉아 앞뒤로 머리를 꼴사납게 흔들며 졸게되리라.

나는 커피라도 타마실까 하여 자리에서 일어났다.
맥심과 카누. 나는 카누 두 스틱을 집어 텀블러에 털어넣으려는 찰나 어제 메벤에서 본 글이 생각났다. 대충 믹스커피랑 카누를 섞어 먹으면 달지 않아서 좋다는 내용의 글이었다. 평소에는 달아서 먹지 않던 커피믹스를 바라보며 고민 끝에 카누 하나를 내려놓는다. 믹스커피와 카누를 하나씩 넣고 잘 저어서 녹여준다.

아침부터 많은 일이 있었고 너무나도 힘들고 고단했지만 너무 달지도 쓰지도 않은 이 커피 한 잔이 내 모든 피로를 씻어가리라 나는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의심했어야 했는데….

커피는 굉장히 맛이없었다. 커피는 예상대로 달지도 쓰지도 않았다. 하지만 적당히 달면서 씁쓸한 맛도 느껴지는것과 달지도 쓰지도 않은 이상한 맛이 나는건 엄연히 다르다. 나는 참을 수가 없었다. 일요일 아침에 출근하려고 일어났을 때 나는 참았다. 나는 자본주의의 노예였기 때문이다. 횡단보도 앞에서 담배를 피는 노숙자를 봤을 때에도 나는 참았다. 내 목숨은 소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일련의 사건들에 대한 위안으로 넘긴 커피 한 모금이 맛이 없었을 때 나는 세상이 나를 배신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렇게 나는 흑화했고 흑화한 보딱이 되어 똥글을 쓰기 시작했다.

나는 오늘 인벤러 한 명을 묻었다.
오늘 철없고 순진한 인벤보딱 ‘야간근무자’는 죽었다. 내 가슴속에 묻었다. 이젠 허구한날 똥글에 추천누르고 똥글을 쓰기도 하고 분탕이나 치는 세상이 만들어낸 괴물만이 있을뿐…

내 마음을 하늘도 알아주는 걸까? 올해 장마는 유독 빠르게 온다고 했다. 하늘에 구름에 어둠이 들이치고 있었다. 여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