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인벤에 라이즈에 대한 여러 평가나 분석들도 보이고, 저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점도 많았기에 새벽 감성 살려서 한 번 주저리 주저리 떠들어보고자 합니다.
다른 분들이 많이 말씀하시는 밸런스나 컨텐츠 면이 아닌 다른 부분을 한 번 말해보려고 해요.

제가 라이즈에서 느낀 아쉬웠던 점은 바로 '자연'입니다.
라이즈의 자연은 뭔가 자연스럽지 않습니다. 너무나도 친절해요.
헌터에게 위해가 가는 방해물은 없고, 전투는 오로지 거슬릴 것 없는 평지에서 이뤄집니다.
그리고 모든 환경요소는 오로지 헌터가 원하는대로 취하여 사용하며 오로지 헌터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만 효과를 발휘합니다. 심지어 용조종하면 몬스터조차 우리 편입니다.

제가 월드를 했을 때 스토리에서 가장 인상깊게 느꼈던 은 바로 '헌터도 자연의, 생태계의 일부이다.' 라는 점입니다.
이는 월드 이전의 구작에서도 마찬가지였다고 알고 있습니다.
몬스터 헌터의 대전제부터가 '헌터도 생태계의 일부'라는 것인 거죠.
생태계의 일부라 함은, 바꿔말하면 생태계 안에서는 몬스터든 헌터든 다를 바 없이 공평하다는 뜻도 됩니다.
대자연 앞에서 누구나 평등하다고들 하잖아요?

이를 월드에서는 제한적으로나마 잘 구현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월드는 맵의 다른 곳도 그러하지만, 전투지역조차 지형이 헌터에게 친절하지 않습니다. 
단차지형으로 괴롭히거나, 슬라이딩 지역으로 헌터의 행동에 제약을 걸거나, 더위와 추위 혹은 부식액 등등 헌터를 괴롭힐 요소가 가득했습니다.
수면/마비/폭탄 두꺼비는 헌터에게 치명적인 장애물이 될 수도, 몬스터를 제압할 유용한 도구가 될 수도 있었죠.
낙석은 일방적으로 헌터에게 유리해보이지만, 헌터도 아래에 있으면 같이 처맞고 구르죠. 
토석류에 휩쓸리면 대미지는 입지 않을지언정 몬스터도 나도 같이 허우적대면서 쓸려내려갑니다.
몬스터 난입이 벌어지면 새로운 위협이 될수도, 세력다툼을 통해 더 큰 기회가 될 수도 있었습니다.
이렇듯 월드에서 자연은 헌터에게도 몬스터에게도 일방적으로 유리하지 않은, 공평한 모습으로 표현되어졌습니다.
그리고 그렇기에 더 진짜 자연에 있는 듯한 몰입을 주고, 그러한 자연 속에서 우리가 자연을 극복하고 이용함으로써 수렵을 유리하게 이끌어나갈 때 더욱 큰 쾌감을 느낄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러나 라이즈는 앞서 말했듯 모든게 헌터에게 친절합니다.
오로지 헌터를 위해 존재하는 세트장, 놀이터같은 느낌에 가깝다고 저는 생각해요.
내가 있는 곳이 실제 자연이 아니라 세트장 같은 느낌이 든다면, 당연히 몰입이 깨질 수 밖에 없습니다.
'나는 몬스터를 사냥하는 헌터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특촬물 배우였더라' 같은 거죠.
모든게 연기이고 가짜라고 생각이 든다면, 그 뒤에 오는 것에서 큰 쾌감과 성취감을 느끼기는 어렵다고 전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라이즈가 굉장히 아쉽습니다. 제가 헌터로서 몰입할 수 있는 요소를 여럿 빼앗아간 느낌이 들어요.
이상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