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좀 있다고 하는 게임들이 공통적으로 직면하는 문제가 하나 있다.


첫번째로 아이템, 게임머니의 현금화를 위한 전문적인 작업장의 존재이며, 두번째로 이익 극대화를 위해 비용이 싼 중국인이나 동남아 사람들을 고용하여 운영하는 작업장의 존재이며, 세번째로 이들 작업장의 업무 효율을 위해 사용하는 자동 사냥(일명 오토) 프로그램의 존재이다.


리니지가 한창 인기 있고, 리니지의 아데나가 현금으로 높은 가격에 거래되던 시절 한때는 한국에서, 한국 사장에 의한, 한국 사람들을 고용한 형태의 작업장이 성행했었고, 그 당시 이들은 상당히 높은 수익을 올리곤 했었다. 당시 리니지나 리니지2 에서의 어지간한 유명 혈맹은 대부분 작업장, 사무실이라는 말이 떠돌았었고, 또 실제로도 그러한 경우를 발견할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작업장은 더욱 확산되었고, 이제 작업장 대부분이 중국이나 동남아 지역으로 본거지를 옮기고 오토 프로그램을 사용하면서 어느 게임에서나 이들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이들이 없는 게임이란, 인기가 상당히 없거나 현금 거래가 잘 안되거나 하는 게임 뿐. 그래서 한편으로는 현금 거래의 활성화 정도 및 중국인 작업장의 존재가 게임의 인기를 가늠하는 척도로 사용되기도 한다.


실제로 게임을 하는 게이머들이 게임사에 대해 가장 많이 항의를 하는 주제인 중국인과 오토 사냥, 게임사는 단속을 한다고 해도 단속은 되기는 커녕 그 존재는 요지부동이다. 그래서 "게임사가 계정비를 위해서 일부러 단속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냐"라는 글들이 상당히 유력하게 떠돌고 있기도 하다.



■ 중국인 작업장의 성행 - 비용 절감으로 인한 수익의 극대화


한국 작업장이 중국으로, 때로는 동남아 지역으로 대거 이주를 한 이유는 다름 아니다. 많은 작업장의 존재는 필연적으로 게임 머니의 대량 생산을 가능하게 한다. 즉 작업장이 없을 때에 비해 몇배 이상 게임 머니의 생산량이 많아지는 것이다.


화폐량이 많아지게 되면 경제 법칙에 의거, 필연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며, 이는 곧 아이템 거래 사이트에서 거래되는 현금 가치의 하락으로 이어진다. 현금 가치가 하락하게 되면 작업장들은 자연히 새로운 수익원을 찾게 되는데, 문제는 게임 머니의 생산량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나온 것이 바로 비용의 절감. 한국에 사무실을 마련해서 한국 사람을 고용하는 것에 비해, 중국에 사무실을 차리고 중국인을 고용하여 캐릭터를 돌리게 되면, 그 비용은 몇분의 일 수준으로 떨어지게 되고, 그 사무실의 사장은 그 차액만큼 새로운 수익을 얻게 된다.



[자동사냥, 중국인에 관련한 리니지의 시위 장면]



환율 변동의 여파가 있긴 하지만, 2005 년 기준으로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16,500 달러. 이에 비해 중국의 1인당 국민 소득은 2005 년 기준으로 1,740 달러 정도이다. 한국의 일인당 국민소득이 중국에 비해 9.5 배 가량 높은 것이다. 일인당 소득의 비율로 일괄 계산할 순 없지만, 적어도 인력 고용 비용에 있어서 중국이나 동남아가 한국에 비해 상당한 메리트를 지니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회선비, 사무실 임대료 등 각종 부대비용을 합하면, 굳이 한국에서 한국인을 고용해 작업장을 차릴 이유가 없는 셈이다.



■ 한번 더 업그레이드 - 자동 사냥 프로그램의 도입


그들의 비용 절감 노력은 계속된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바로 자동 사냥, 일명 오토의 등장. 사람이 직접 조종하지 않아도 자기 혼자 알아서 사냥하고 아이템을 획득하고, 심지어 물약이나 화살등이 떨어지거나 인벤토리가 다 차면 혼자 마을로 와서 자기가 혼자 판매하고 창고를 정리한 뒤, 다시 물약과 화살 등을 챙기고 사냥터로 나간다.


일상적으로 우리가 "노가다"라 부를 수 있는 게임 플레이의 전 과정을 거의 대행하는 것이다. 일일이 컴퓨터 한대에 사람을 한명씩 앉혀놓고 게임 플레이를 시키는 것보다 컴퓨터 혼자 알아서 그 과정을 대행해주면 (사람을 고용하든 고용하지 않은 실제로 캐릭터가 하는 내용은 거의 같으므로) 수익 자체가 훨씬 더 높을 터. 자동 사냥 프로그램을 구입하는 비용이 있다고 치더라도 사람을 고용하는 비용보다 더 훨씬 더 싸기 때문에, 작업장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경우 지극히 당연한 경제적 효율성에 의거해 자동 사냥 프로그램을 사용하게 된다.


이제 그 자동 사냥 프로그램을 관리할 소수의 인력만 배치하면 된다. 기자가 확인한 모 자동프로그램의 경우, 클라이언트를 설치할 필요도 없이 서버와 클라이언트에서 오가는 패킷 정보만 가지고도 게임 플레이를 원활하게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심지어는 채팅까지 가능했고, 창고 정리 등등 화면 그래픽만 다르다 뿐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기 때문에 컴퓨터 사양도 최신 고급으로 갖출 필요도 없었다.



[검색사이트에서 검색만 해도 오토 프로그램을 판매하는 사이트를 쉽게 찾을 수 있다]




■ 아무리 눕혀도 그들은 불사신처럼 재생한다.


이렇듯 중국인(혹은 동남아) 작업장이 성행하고 이들이 오토 프로그램으로 게임을 점령(!)할 지경에 이르게 되면, 보통의 평범한 게이머들이 받는 피해는 이만 저만이 아니다.


자동 사냥 프로그램이나 중국 작업장 사무실 요원이 돌리는 캐릭터의 경우 게임 내의 평판이나 매너에 전혀 신경을 쓸 이유가 없다. 단지 제한된 시간 내에 가장 많은 게임 머니와 아이템의 획득일 뿐이다. 그래서 먹자와 스틸 등 보통의 게이머들에게 배척받는 행위가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이로 인해 다수의 게이머들이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단지 먹자와 스틸에 대한 피해 뿐만이 아니다. 이들은 24시간 캐릭터를 돌린다. 그것도 게임머니와 아이템의 획득이 용이한 명당 자리에서. 대부분의 짭짤한 사냥터를 이들이 점령하고 있기 때문에 대다수의 게이머들은 이들이 하지 않는 곳을 찾아가야 한다.


설사 이들과 싸운다고 할지라도 얼마 지나지 않아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이들을 죽인다고 할지라도 이들은 경험치나 레벨에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에 다시 그 자리로 날아온다. 다섯번을 죽든 열번을 죽든 다시 온다. 죽으면 그 자리로 다시 오는 기능까지 있을 정도이니.


그래서 여러번 죽이다 죽이다 결국 게이머는 카오가 되고, 카오를 풀기 위해 혹은 지쳐서 다른 곳을 찾아가게 된다. 이 과정이 몇번 더 반복되다 보면 다수의 게이머들은 이제 중국인 캐릭터나 자동 사냥 캐릭터를 보고 아예 다른 곳에 가게 된다. 아무리 죽여도 죽여도 그들은 불사신처럼 재생하고, 결국 죽인 자기에게는 시간과 카오수치의 압박만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똥은 무서워서 피하는 것이 아니라 더러워서 피하는 것이라 하지만, 중국인 작업장이나 오토 사냥 캐릭터의 경우 지쳐서 피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게이머들의 참여도가 낮다고 혹자는 비판할 수 있겠지만, 이런 상황에서 게이머들에게 Always 척결을 요구한다는 것은 상당히 무리일 수 밖에 없다.



[유저가 직접 오토 플레이어를 '단속'하러 다니기도..]




■ 게임 자체의 문제 - 단순하고 반복적인 사냥 패턴


그러나 또 한가지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이런 오토 사냥 프로그램의 존재가 가능한 근본적인 기반이다.


게임 역시 프로그램이므로, 프로그램의 헛점은 있게 마련. 특히 한국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고 현금 거래가 잘 되는 게임들이 가지고 있는 특징중의 하나는 반복적인 행동을 상당히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같은 사냥터에서 같은 몬스터를 수천, 수만, 나아가 수십만 마리를 잡아야 하는 일명 "노가다".


리니지나 로한 등의 경우 고레벨이 되어 레벨업을 하기 위해서는 해당 사냥터에서 말 그대로 수만마리를 잡아야 한다. 리니지 데스 레벨 캐릭터가 (경험치가 조금 낮은) 웅골리언트를 잡는 경우 10만 마리를 잡아야 1 레벨을 올릴 수 있다. 고급 몬스터를 잡는다고 할지라도 적어도 1만번은 넘게 반복 작업을 해야 한다. 이는 리니지, 리니지2, 로한 그리고 최근의 R2 까지 현금 거래가 활발하고 작업장이 성행하는 게임들에서 볼 수 있는 공통적인 특징이다.


같은 작업을 거의 무한히 반복하기에 이 패턴을 통해 자동 사냥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게임인 이상 캐릭터의 성장을 위해 일정 정도의 반복적인 행위는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이 반복적 행위가 게임 플레이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을수록 자동 사냥 프로그램의 등장이 훨씬 용이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반복적 행위만 가능하다면, 그리고 이 반복적 행위로 일정 정도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면 자동 사냥 프로그램을 누군가는 만들 것이다. 심지어는 자동 사냥이 상당히 힘들 것이라 예측되었던 WoW 에서도 특정한 재료 아이템을 드랍하는 특정 사냥터에서 쓸 수 있는 (다른 게임들과는 달리 범용 프로그램이 아니라 제한적인 프로그램이지만) 자동 사냥 프로그램이 등장하기도 했다.



■ 그러나 이들의 진정한 수익 원천은?


그러나 이들이 수익을 얻는 근본 원인은 다른 데에 있지 않다. 그들은 한국에서 중국으로, 한국인에서 중국인으로, 그리고 무인으로 계속 이전을 했지만, 그것은 단지 생산 비용의 절감뿐이고 이들이 획득하는 근본적인 수익은 다른 곳에 있다.


그들의 수익은 바로 그들이 획득한 게임 머니를 현금으로 판매하는 것에서 나온다. 게임 머니를 현금을 통해 팔 수 없다면 그들은 그 게임을 미련없이 떠난다. 그리고 현금으로 팔 수 있다고 해도 수익이 맞지 않으면 수익이 더 많은 게임을 찾아 떠나게 된다. 그래서 인기가 높은 게임, 현금 거래가 잘 되는 게임, 현금 거래의 수요가 높은 게임일수록 작업장이 몰리게 된다.


그들이 판매하는 게임 머니를 사는 사람은 바로 누구인가 ? 그들이 중국에서 플레이하는 다른 유저에게 파는 것이 아니다. 한국의 아이템 거래 사이트를 이용해 한국의 그 누군가에게 게임 머니를 판매한다. 게임 머니를 사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이 게임 머니의 출처가 중국 작업장인지 한국의 한 개인 게이머인지 알 수도 없을 뿐더러 게임 머니에 꼬리표가 달려 있는 것도 아니다. 사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지금 게임 머니가 더 필요한데, 그중 싸게 그리고 자신의 조건에 맞게 나온 물품을 살 뿐이다.



[아이템 거래 사이트에 하루에도 수십개씩 올라오는 게임 내 머니 판매글]



꾸준히 팔리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그 판매를 가능하게 하도록 꾸준히 누군가 사기 때문에 그들은 계속해서 게임 머니를 획득, 판매한다. 그들은 게임의 재미와 미래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도 없다. 단지 오늘 생산한 것을 수익을 남기며 내일 팔 수 있으면 되고, 수익이 안남거나 팔 수 없으면 다른 게임을 찾아 떠날 뿐이다.


그들은 대부분 자기가 직접 판매하지 않는다. 현재 팔리는 시세보다 일정 정도 낮은 가격으로, 즉 커미션을 주고 브로커에게 넘긴다. 그 브로커는 역시 한국인(혹은 조선족)이며, 중국에서 사무실을 운영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 그들은 중국에 있는 수많은 사무실들에게서 게임 머니를 수거하여 판매한다. 이 브로커들은 중국 사무실로부터 게임 머니를 받을 때의 가격과 한국 거래 사이트에서 팔릴 때의 가격 차이를 자신의 수익 원천으로 한다. (물론 그 중에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생산한 게임 머니도 일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브로커들은 중국에서의 원활한 작업을 위해 계정이나 개인정보(주민등록번호와 이름같은)을 준비해 넘겨주기도 하는데, 그간의 거래 실적으로 인해 아마도 아이템 거래 사이트에서는 상당한 VIP 고객으로 우대를 받고 있을 것이며, 이런 브로커들과의 관계 수립 및 유지에 거래 사이트들도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끊임없이 이 작업에 매달린다. 심지어는 연길의 조선족 사회가 게임 머니 작업장의 대규모 범람으로 인해 상당히 큰 타격을 받았다고 할 정도로 이 작업에 열심히 매진하고 있다.



■ 게임사는 과연 단속을 하고 있는 것인가?


그래서 (계정비를 내고) 게임을 하는 대다수의 게이머들은 게임사에 대해 이런 작업장 캐릭터와 자동 사냥 캐릭터에 대한 철저한 단속을 요구하고 있다. 아마도 게임사에 대해 무엇을 바라는가 라는 주제로 설문 조사를 해보면, 게임사의 철저한 단속이 첫손가락에 꼽힐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일단 자동 사냥 프로그램의 경우, 매주 게임사에서 패치를 통해 막는다고 할지라도 몇시간 뒤면 바로 새로운 자동 사냥 프로그램 버전이 구매자들(작업장)에게 배포된다. 아무리 막아도 막아도 몇시간 뒤면 바로 올라온다는 개발자의 하소연도 몇번 접해보았다. 백신을 뚫는 바이러스는 항상 나타나게 마련이지만, 그들의 수익과 직결되는 이 자동 사냥 프로그램의 경우 출현 주기가 무척이나 짧다. 또 이 주기가 짧지 않으면 그 자동 사냥 프로그램을 사려는 구매자들(작업장)이 사라질 것이므로, 자동 사냥 프로그램의 개발자들 역시 사활을 걸고 패치가 되자마자 바로 새로운 버전을 개발, 배포하는 것이다.


해당 지역의 IP 를 일괄적으로 막는다고 해도 IP 를 뚫고 들어가는 것은 요즘의 기술로 보면 어려운 일도 아니다. 아예 새로운 IP, 혹은 한국 지역의 IP 를 중국 지역에 공급하는 것으로 수익을 올리는 사람들도 있다.


거기에 더해 게임 내의 GM 들이 이들 자동 사냥 프로그램을 단속하는 것 역시 쉬운 일은 아니다. 계정을 하나 블럭해보았자 그들은 이미 준비되어 있는 새로운 계정으로 바로 접속해서 다시 사냥을 시작한다. 만에 하나, 계정 단속시에 마침 자리를 비웠거나 하는 일반 게이머의 계정이 블럭되면 추후 보상이나 항의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게임사의 일처리 신뢰도가 저하되기 때문에, GM 들 역시 나름대로 규정된 확인 절차에 따라 계정을 적발, 단속을 하게 된다. 또한 한국 사람과 연계된 작업장의 경우 한국 사람 명의로 항의 메일을 보내거나 하는 연막 작전으로 GM 을 괴롭히기도 하기 때문에 의심이 간다는 것만으로는 쉽게 블럭하지 못하고 확증을 잡아야만 블럭할 수 있다.


문제는 자동 사냥 프로그램의 일정 숫자마다 관리 모니터링 요원을 작업장들이 고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누군가가 말을 걸거나 단속을 하게 되면, 그는 대답을 하고 이런 경우 GM 은 해당 계정을 블럭 조치를 하지 못하다. GM 이 장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블럭을 할 순 있지만, 이 장시간 모니터링을 하게 되면 하루에 기껏 서너개의 계정만 블럭할 수 있을까. 그래봤자 서너개의 계정은 바로 새로운 계정으로 접속할 테니, 게임 내에서 느껴지는 변화는 아무 것도 없게 된다.



[로한 공식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는 오토 관련 글들..]



여기에 더해, 이제 GM 이 출현하면 자동으로 자동 사냥 캐릭터들은 접속을 종료해버린다. GM 이 출현하면 서버 내 어디에선가는 GM 캐릭터가 출현했다는 데이터의 변화가 있을 터. (클라이언트에는 없고 서버에만 있는) 이 데이터의 변화를 감지해서 GM 이 떴다 라는 신호가 오기만 하면, 어떤 캐릭터를 바로 접속을 종료해버린다. 그리고 GM 이 사라지면 다시 자동으로 접속, 다시 사냥을 시작한다.


종종 게임사 관계자들을 만날 때마다 그들이 어떻게 단속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물어보고 설명을 듣곤 하지만, 그 게임을 하는 게이머들이, 그리고 심지어는 그 게임에 접속해서 플레이를 하는 기자 자신까지도 거의 체감을 하지 못하는 것에는 이런 이유들이 있다.


게이머들이 자발적으로 단속을 할 수 있는 장치도 최근에는 마련되고 있다. 제라나 로한의 경우 자동 사냥인지 아닌지를 확인할 수 있도록 랜덤한 질문에 대한 답을 요구하는 아이템을 게임 내에 마련하기도 했고, 답변의 결과에 따라 조치가 취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관리 모니터링 요원(특히나 한국 상황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연길의 조선족 요원)의 존재로 인해 그 활용가치가 떨어질 수도 있고, 또 게이머들이 이런 아이템을 이용해서 자발적으로 단속을 한다 할지라도 역시나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는 것이기에 영속정을 지니기도 어려울 뿐더러 완전한 해답은 되지 못할 것이다.



[최근 로한의 테스트 서버에 업데이트된 '오토 확인' 아이템]




■ 자본의 이동, 그 철저한 경제 원리


게임사 관계자들 역시 바보가 아닌 한에야, 자동 사냥 프로그램이 얼마나 해악이 되는지는 잘 알고 있다. 단기적으로야 계정비가 들어올 수 있겠지만, 이 자동 사냥 프로그램으로 인해 게임이 그 생명력을 훨씬 더 빨리 상실해서 게이머들이 떠나가게 되면 자동 사냥 프로그램들도 자동적으로 떠날 것이기에, 지금 당장 그들이 납부하는 계정비가 결코 반갑지는 않다. 아무리 계산기를 두드려 보아도, 그들의 계정비보다는 게임의 오랜 생명력으로 장기적인 수익을 거두는 것이 더 이문이 많이 남기 때문이다.


중국인 작업장의 자동 사냥 프로그램은 그 게임으로 인해 돈이 되는 한, 어떤 난관을 뚫고서라도 그 게임에서 게임 머니를 획득, 현금으로 판매할 것이다. 결국 잘 되는 게임, 현금 거래가 활발한 게임에서 중국인 작업장에 의한 자동 사냥 프로그램이 사라지는 제일 확실한 방법은 그 게임이 몰락해서 현금을 주고 게임 머니를 살 게이머의 수가 급감하는 것 뿐이다.


설사 일시적으로 대량으로 계정을 막았다고 할지라도, 그 게임이 돈이 되는 한 계정이 막힌 작업장들은 다시 시도할 것이다. 그 어떤 난관이 있다고 할지라도 눈앞에 큰 이익이 보이는데 이를 포기할리가 있겠는가. 그들은 오로지 자신에게 보다 많은 수익을 안겨줄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인 자본주의의 경제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데, 게임사의 입장이나 그 게임을 하는 게이머의 입장이나 게임의 재미와 퀄리티 등을 따질 이유가 없는 것이다. 설사 몇몇 작업장이 심대한 계정 블럭에 포기한다 할지라도 그들의 빈자리를 메꿀 새로운 작업장과 자동 사냥 프로그램은 얼마든지 있다.


그도 아니라면 GM 을 무한정 늘려 무조건 막으라고 주문을 할 수도 있다. 계정비를 내고 게임을 하는 게이머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할 수 있는 요구일 터. 하지만, GM 을 늘리는 것은 그만큼 게임사의 비용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게임사 입장에서도 무한정 GM 을 늘릴 수도 없다.


과연 어떻게 하면 대다수의 게이머들이 즐거움을 느낄 만큼 자동 사냥 프로그램을 방어할 수 있을까 ? 한쪽은 막고 한쪽은 뚫는 영원한 윤회의 과정을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일까 ? 자동 사냥 프로그램은 너무나도 날카로운 창이라 게임사의 방패로는 도저히 막을 수 없는 것일까 ? 혹은 아직 아무도 알지 못하는 새로운 획기적인 방법이 있는 것일까 ?


작업장의 자동 사냥 프로그램이 가지고 있는, "Only 돈"의 철저한 자본주의적 경제 원리를 무너뜨릴 수 있는 방안이 과연 있기는 한 것일까 ?


Inven LuPin - 서명종 기자
(lupin@inven.co.kr)